행복의 기원 : 박필순 한국전통자수

행복의 기원 : 박필순 한국전통자수

$22.00
Description
일월곤륜도, 서수도, 수복병 등 대작 포함 43점
한국 전통자수가 박필순의 40년 작품세계
한국전통자수가 박필순의 개인전 《어머니의 마음으로》가 2025년 1월 20일부터 2월 25일까지 서울 팔판동 한벽원미술관(寒碧園美術館)에서 열리고, 이에 발맞춰 전시도록이자 작품해설집 《박필순 한국전통자수 : 행복의 기원》이 출간됐다. 한벽원미술관은 월전 장우성 선생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이번 전시는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초대전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총 4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부군인 이문열 작가가 지은 글이 얹힌 〈송학병(8폭)〉이나 화초길상문자문을 수놓은 〈길상도(8폭)〉를 비롯해 〈서수도(瑞獸圖·10폭), 〈일월곤륜도(8폭)〉처럼 10폭에 달하는 병풍들이 포함되어, 이를 연작으로 생각하면 100점에 육박하는 전시 규모다. 수년 전 불의의 화재로 소실된 〈수복병(10폭)〉, 〈화조도(8폭)〉은 도록에만 수록됐다.
가장 최근 완성된 작품인 〈서수도〉는 말 그대로 상서로운 힘을 가진 동물 그림이다. 용, 봉황, 기린(麒麟)과 같은 전설상의 동물, 백학(白鶴), 백록(白鹿), 거북처럼 실재하지만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진 동물, 기이한 화초와 영지버섯 등이 10폭 병풍에 펼쳐진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여기 빛나는 햇살 아래 구름과 바위, 풀과 나무 사이를 봉황과 기린, 용과 공작, 학과 사슴, 기러기와 거북이들이 각각 아홉 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입니다. 제게는 이 모습이 서로에 대한 축복과 기도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숲속 어딘가에 있을, 우리 시대의 아이들과 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의 원래 제목이 《어머니의 마음으로》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만 번 천을 뚫는 바늘, 강하고 아름답고 아픕니다” (김남조 시인, 2006년 방명록)

해설을 실은 최태만 평론가(국민대 교수)는 2006년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때 김남조 시인이 방명록에 남긴 이 글귀를 인용해 “가는 실로 면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과정은 인내와 정성이 없으면 견기디 힘든 시간”이라며 “박필순의 자수를 보노라면 솜씨 못지않은 한땀 한땀 수를 놓은 정성이 만들어낸 색채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고 썼다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자녀의 성공을 빌며 수놓았다는 〈변어용천도〉나, ‘호랑이와 까치’ 민화에서 틀을 가져온 〈호작도〉처럼 30호 내외의 작품도 여럿 포함됐다. 또 〈연꽃〉이나 〈황촉규〉처럼 8호 남짓한 소품이지만 베일 듯 정교하게 수놓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처음 작가가 한국 전통자수에 입문할 때 아이들 혼례 의복을 염두에 뒀다고 했던 것처럼, 전시 목록에는 아이가 첫돌에 입고 신고 두를 옷과 물건들부터 나중에 성장해 관례, 혼례 때까지 쓰일 여러 복식들, 집안 대소사에 쓰일 여러 생활자수 작품들도 망라된다. 특히 혼례 때 신부가 입을 활옷(모란/연꽃 문양 대례복)과 당의, 화관과 앞뒤댕기, 혼수함과 장식대, 안보와 사성보, 보석함과 자수이층장, 각종 자수 노리개 등을 함께 모아 선보인다.
박필순 자수가는 1998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미국과 헝가리 등 국내외에서 2번의 단체전과 5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 2019년 〈전통공예상품공모전〉 특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의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자수가로서의 40년을 정리하는 전시다.

저자

박필순

저자:박필순
1984년동양자수학원고행자선생을통해자수입문.
1998년제23회<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복식부문에‘보석함’입선.
2003년단체전
2006년인사아트센터개인전
미국UC버클리(Berkeley)동아시아연구소개인전
2007년미국샌프란시스코아시아미술관(AsianArtMuseum)개인전
2008~09년미국피바디에섹스박물관(PeabodyEssexMuseum)장기전시
2015년한국-헝가리수교25주년키슈쿤헐러박물관(KiskunhalasMuseum)개인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문화센터특별전<한국전통예술전>
2019년제5회<전통공예상품공모전>특선
2025년한벽원미술관개인전

목차


작가의말
박필순의자수에담긴뜻을찾아가는이야기
(최태만,국민대학교교수·미술평론가)
작가이력

출판사 서평

“백만번천을뚫는바늘,강하고아름답고아픕니다”(김남조시인,2006년방명록)

해설을실은최태만평론가(국민대교수)는2006년인사아트센터개인전때김남조시인이방명록에남긴이글귀를인용해“가는실로면을하나하나채워나가는과정은인내와정성이없으면견기디힘든시간”이라며“박필순의자수를보노라면솜씨못지않은한땀한땀수를놓은정성이만들어낸색채의조화를발견할수있다”고썼다다.

이번전시에는작가가자녀의성공을빌며수놓았다는<변어용천도>나,‘호랑이와까치’민화에서틀을가져온<호작도>처럼30호내외의작품도여럿포함됐다.또<연꽃>이나<황촉규>처럼8호남짓한소품이지만베일듯정교하게수놓인작품도눈길을끈다.

처음작가가한국전통자수에입문할때아이들혼례의복을염두에뒀다고했던것처럼,전시목록에는아이가첫돌에입고신고두를옷과물건들부터나중에성장해관례,혼례때까지쓰일여러복식들,집안대소사에쓰일여러생활자수작품들도망라된다.특히혼례때신부가입을활옷(모란/연꽃문양대례복)과당의,화관과앞뒤댕기,혼수함과장식대,안보와사성보,보석함과자수이층장,각종자수노리개등을함께모아선보인다.

박필순자수가는1998년<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입선을시작으로미국과헝가리등국내외에서2번의단체전과5번의개인전을열었고,지난2019년<전통공예상품공모전>특선에선정되기도했다.작가의이번전시는한국전통자수가로서의40년을정리하는전시다.

책속에서

(전략)박필순의〈일월도〉는현존하는일월오봉병중에서창덕궁인정전의〈일월오악도〉를밑그림으로하여제작한자수병풍으로추정한다.연구를통해1840년대이전에제작된것으로보고된인정전그림이4폭병풍이라면이자수〈일월도〉는8폭으로이루어져있으나채색화와자수라는차이에도불구하고기본적인구성과표현방법은유사한점이많다.왼쪽의횐달과오른쪽의붉은해가운데세봉우리중가운데것이가장높고크다는점과붉은색의줄기와가지를지닌소나무를각각두그루씩좌우가장자리에배치한점,주봉을협시하는두봉우리로부터흘러내린폭포가포말을일으키며파도와만나고있다는점은도상의규칙을따라야하는결과로볼수있다.박필순의자수일월도는이러한도상의전통을충실하게따르고있으나자수의특성을살려채색화의청록산수와는다르게다섯봉우리를마치금강석을쌓아놓은것처럼표현한것이먼저눈에띈다.그래서그림보다입체감이훨씬두드러지는데상대적으로파도의표현은획일적이어서물의부드러운흐름이바위처럼굳어진상태이다.반복적인패턴이나마채색화의파도가비늘모양을지닌반면자수는화면아래에깔린바위사이로물거품이일어나는형국이다.그러나금강석을쌓아놓은듯한다섯봉우리와소나무의붉은줄기와산호처럼구불구불한가지는대조는이자수를더욱생동감넘치는상상의산수로이끄는요소이다.줄기와가지를회화처럼적갈색이아니라투명한홍색실로표현한것에대해그는어느날경북으로가는길에차창으로바라본금강송의나무줄기가때마침석양을받아붉게빛나는것을보고그것으로부터영감을받았기때문이라고밝혔다.이런점이봉건시대의전통회화를자수로옮길때드는의문,즉전승이냐창작이냐라는근본적인생각을떨치게만드는근거일것이다.그림을자수로옮긴다고할지라도재료기법의차이만큼이나자수가의생각에따라충분히다른결과가나타날수있음을이자수일월도를통해확인할수있다.게다가7년이란시간을바친자수이기때문에그정성이놀랍지만구도가안정적이고경물(景物)의배치도균형을이루고있으며,색상의안배역시조화로울뿐만아니라수의기법에서개성을느낄수있다는점을이작품이지닌미덕으로꼽고싶다.(후략)
---p.29~30

한참분주하던시간들이지나고,문득어느허물어진담장그늘응기종기피어난연보라빛제비꽃에저도모르게행복한마음이되어먼그리움에젖습니다.

제가어릴적만해도집집마다마을어머니들이수놓은,집안의번영과건강,자녀를향한기도같은바람과축복으로꾸며진자수품들이많았습니다.하지만하루가다르게새로워지는세월에밀려,자수로표현되던안방문화와어머니들의기도는미처정리되지도못한채빛바랜유품으로남고맙니다.

이제는모두가달나라여행을꿈꾸는지금에,이런이야기는옛날저달의계수나무를옥도끼로찍어내어초가삼간짓고양친부모모셔다천년만년살겠다는노래처럼우스광스러울지도모릅니다.그래도우리어머니들의기도는그때나지금이나별반다르지않습니다.총명함과성실한학문으로폭포를거슬러오르는힘을기르고,어질며지혜롭게항상주위를배려하는겸손한사람으로자라기를모든어머니들은기도합니다.

그런기도가이번에새로보여드리는'서수도I에특히잘드러납니다.여기빛나는햇살아래구름과바위,풀과나무사이를봉황과기린,용과공작,학과사슴,기러기와거북이들이각각아홉마리의새끼들과함께평화롭게어우러지는모습입니다.제게는이모습이서로가서로에대한축복과기도처럼보였습니다.저도이평화롭고아름다운숲속어딘가에있을,우리시대의아이들과제마음을나누고싶습니다.

꼬박40여년의자수작업을일단락하는올해의전시와자수도록의출간은제게도의미가적지않습니다.크게는일월오악도에서서수도와길상도,작게는관례와혼례를치를때필요한사모관대와활옷까지다양한작품을한곳에서선보입니다.모쪼록제부족한솜씨를너그럽게살펴주셨으면합니다.

2025년정월박필순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