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주는 사람 (조원제 목사 추모문집)

빌어주는 사람 (조원제 목사 추모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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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 오며는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 〈찬실이는 복도많지〉(2020)의 주인공 찬실이가 왈칵 눈물을 쏟는다. 늘그막 한글 공부에 나선 주인집 할머니의 시작(詩作) 숙제를 읽어주던 찬실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할머니의 짧지만 묵직한 시어에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 오며는
얼마나 좋겠습니까

찬실이 보다도 훌쩍 나이가 들어 사십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나의 눈가에도 주책 맞게 눈물이 고인다. 20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을 때, 그리고 10년 전 친구와의 황망한 이별을 경험하며 나의 눈물은 오히려 마른 것이 아니라 샘이 터져버린 듯하다.
누구에게나 돌아올 꽃봉오리처럼 다시 맞이하고픈 그리운 이름들, 얼굴들이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저 멀리 본향으로 떠나간 사람은 꽃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그리움이라는 마음 밭에서 문득문득 눈물로, 한숨으로 혹은 옅은 미소로 다시금 그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이름을 불러 볼밖에 도리가 없다.
콩나물 한 봉지를 들고 온 할머니는 찬실에게 저녁에 할 일 없으면 콩나물 같이 다듬자고 한다. 콩나물을 사이에 놓고 할머니와 찬실의 대화가 오간다.
저자

조원제목사추모위원회

(1977-2010)
1977년11월14일서울에서출생했으며,연세대학교신학과와감리교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을졸업했다.연세대학교재학시신과대학〈노동과사목연구회〉에서활동했으며,2002년독립영화〈기린휴게소〉에서주연으로출연하기도했다.대한예수교장로회중산영락교회와기독교대한감리회인우학사,떡다섯과물고기둘교회에서전도사를역임했으며,2009년4월서울연회에서목사안수를받고,제6사단76포병대대충신교회에서담임목회를하던중2010년4월6일,33세의나이에하늘의부름을받았다.

목차

·권두시/두부장수송양현·4
·책을펴내면서/사람도꽃처럼다시돌아오며는홍승표·8
·조원제약력·296


첫번째이야기-조원제목사의흔적들·24
SNS의단상들·24
노동과사목연구회「날적이」의기록들·35

두번째이야기-조원제목사의설교와신학·52
조원제목사의설교와신학김진혁·52
조원제목사설교24선·78


세번째이야기-조원제목사추모의글·214

어느기숙사큐레이터의고백이범조·214
진정한유머를아는친구조원제한인철·216
빈주머니송대규·219
조원제목사에대한그리움과남겨진숙제이창순·224
사랑은죽음보다강하다김은해·227
자랑처럼풀이무성한언덕홍이표·238
사진속너의웃음이현주·245
널다시만나면어떨까박영희·248
예수씨도그랬을것이다안성헌·251
조원제목사의추억록조진수·256
조원제목사님께이유원·259
살아있음의빚김현철·261
보고싶은원제에게한찬민·268
내기억,내마음속의조원제황은경·271
그곳은어떠니?배윤숙·275
그래,언제밥한번먹자!!양승우·276
보고싶다.원제야!성낙승·279
무엇이부끄러우셨나요?김병준·281
아버지추모글조용호·283
다행이다.네가행복했어서이혜선·285
눈빛이맑은사람,조원제선배를기억하며이진미·290
원제가나를기억할까?김신형·293

출판사 서평

“하던일은왜관뒀어?”
“오랫동안같이일하던감독님이갑자기돌아가셨어요.”
“그래서일을못하는구나.”
“네.제가하고싶다고계속할수있는일이아니더라구요.”
“안즉젊으니까뭐든지허면되지뭐.난이제하고싶은일이아무것도
없어.늙으니까그거하나는좋다.”
“진짜하고싶은일이하나도없으세요?그런사람이세상에있어요?”
“나는오늘허고싶은일만허고서살어.대신애써서해.”
“그러면,오늘하고싶었던일은콩나물다듬는거였겠네요?”

영화속찬실이도누군가의죽음이부른치명적인삶의변화와전환앞에서인생의새로운의미를찾아몸부림친다.그렇게상실감과무기력에겨워하던찬실은글을알지못하는(혹은막깨우치고있는)할머니로부터인생을바라보는새로운눈을얻는다.
10년전조원제를떠나보낸후누군가는하던일을멈춰야했고,또누군가는하던일을그만두었으며,누군가는새로운일을시작해야했다.그가떠난지10년지난지금도그의죽음이남긴여진과상처,그의삶에대한잔향과그리움은여전히강하게남아인간‘조원제’를아는이들의삶에조용하지만묵직한영향을미치고있다.
그는한인간으로,목회자로서괄목할만한학문적업적이나목회적성과를이루진못했다.아울러그가남긴인생의흔적들은역사에기록으로남길획기적혹은혁명적그무엇은아닐지모른다.다만“인간조원제”를곁에서꽤오랜시간함께만났고,그의육성과삶의모습들을목격했던친구로서,나는‘조원제’라는20세기의끝자락과21세기첫10년을어찌보면평범하게살아낸한꿈많은청년신학생,목회자의허망한죽음을,그가못다이룬꿈과이야기들을꼭기록으로남겨야겠다는일종의책임감을느꼈던것같다.그가하루하루자신에게주어진하찮아보이는일들하나하나에도정성을다했던한사람이었다는기억을그저허망하게소멸되도록내버려두고싶지않았다.때문에지금도여전히아프고,그립고,다시이야기하고싶은것이리라.
이책은불확실하고혼탁했던과도기한반도의도상에서시대를함께아파하고고뇌했던한30대초반의꿈많았던신학생,새내기목사의청춘과죽음에대한비망록이다.그의담백하고소박한인생과신앙의기록들은이시대청년그리스도인의일상과사유를들여다보는미시사적통로가되어줄것이다.그런목적에서그의평범한일상들,풋풋한수상과고민들,소소한농담과너스레까지도하나하나소중하게수집했다.특별히그가남긴다수의설교문중일부도수록했다.조원제목사의설교문들을꼼꼼히읽고그의설교에깃든신학적,목회적의미들을정리해준김진혁교수께깊이감사드린다.아울러그를떠나보낸지10년이되었음에도그리움에가슴이아려오는조원제의가족들,지인들,친구들,동료들의추억과추모의글들도모았다.
이책에수록된그에대한흩어진기억의편린들이모여우리가미처몰랐던조원제의체온과육성이되살아나,새로운떨림속에그와마주하는소중한만남이가능하길조심스레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