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꿈꾸는돌 28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꿈꾸는돌 28

$14.24
Description
2021년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한국계 작가 태 켈러, 아동문학의 노벨상 ‘뉴베리상’ 수상!
「해님 달님」, 마법 호랑이, 강인한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할머니는 웃음을 머금고 깊은 숨을 한 번 쉰 다음,
한국식 “옛날 옛날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 릴리,
병든 할머니를 위해 ‘마법 호랑이’와 대결하다!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27)가 쓴 2021년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제: When You Trap a Tiger, 2020)이 돌베개에서 출간되었다. 이미 한국에도 출간된 데뷔작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이 그랬듯, 태 켈러는 이번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모험에 뛰어드는 한국계 미국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릴리네 가족은 병에 걸린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주로 이사한다. 어느 날, 할머니의 「해님 달님」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호랑이가 릴리 앞에 나타나 솔깃한 제안을 한다. 옛날 옛날에 네 할머니가 훔쳐 간 것을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 주마. 릴리는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한다.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호랑이가 사람의 소원을 순순히 들어줄 리가!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자신을 ‘투명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언니로부터는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고 불리는 릴리가 ‘마법 호랑이’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마음 깊숙이 숨겨 둔 고통과 슬픔, 분노와 욕망, 드러내기 힘든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깨닫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힘, 가족의 마법, 자아 정체성 탐구, 강인한 한국 여성들에 관해 말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복합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할머니와 릴리를 집요하게 뒤쫓는 통제 불가능하고 무서운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할머니와 릴리가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걸어 나오도록 부추기는 구원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조용하고 완벽한 여자아이’라는 껍질 속에 감춰진 ‘자유롭고 해방된 존재’, ‘분노와 욕망을 지니고 있고 표출할 줄 아는 존재’, 나아가 할머니와 릴리가 외면해 왔던 본연의 자기 자신을 상징한다. 이처럼 적대자인 줄로만 알았던 호랑이가 차차 조력자로 밝혀지고, 릴리 안에 잠들어 있던 ‘호랑이 소녀’가 서서히 깨어나는 서사가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친구 리키는 릴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아주 많은 모험을 할 거야, 초능력 호랑이 소녀.” 내면에 잠들어 있던 호랑이를 깨워서 끌어안은 순간, 릴리는 더 이상 투명 인간도, 조아여도, 손이 덜 가는 착한 아이도 아니다. ‘초능력 호랑이 소녀’다. 이제 릴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꽁꽁 가둬 두지 않을 것이다. 릴리 앞에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새롭고 거대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 흥미진진한 세계에서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라고, 저자는 어린 독자들에게 속삭인다.
저자 태 켈러는 1998년 아메리카 북어워드 수상작 『종군위안부』의 작가 노라 옥자 켈러의 딸이다. ‘태’(Tae)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이민 온 외할머니의 이름 ‘태임’에서 첫 글자를 따 지었다. 현지에서는 ‘테이’에 가깝게 발음되지만, 저자의 확인을 거쳐 ‘태 켈러’로 표기했다. ‘저자의 말’에서 태 켈러는 자신을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설명하기를 그만두고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서”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들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다.

§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은 나는 부분적인 백인도, 부분적인 아시아인도, 4분의 1 한국인도, 혼혈도 아니었다. 그저 완전한 나였다. 뼛속에서부터 그것을 느꼈다.
수년이 흘러 대학을 가기 위해 하와이를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이야기들을 버렸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어쩌다 보니, 마치 그 이야기들이 내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가 먼지만 쌓이게 되듯 그렇게 되었다. 머지않아 나는 그 이야기들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그러다 내게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필요함을 깨닫게 된 것은 대학 재학 기간 후반, 누군가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을 때였다.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하자마자 잘못된 대답이라 느꼈다. 한국인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퍽 단순하게도, 그렇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내 피를 부분 부분으로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나뉘지 않은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서, 나는 다시 그 이야기들을 찾았다.
_본문 325~326쪽(저자의 말)
선정 및 수상내역
- 2021 뉴베리상 수상작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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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태켈러

호놀룰루에서어린시절을보내며이야기를쓰고그곳에서보라색잡곡밥과스팸무스비를먹고할머니(halmoni)의호랑이이야기들을들으며자랐다.교내달걀떨어뜨리기대회에참가했다.(우승하진못했다.)브린모어대학을졸업한뒤뉴욕시로이사해출판계에서일했으며,지금은미국시애틀에서남편과반려견,책무더기들과함께지내며여자아이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이야기를쓰고있습니다.

데뷔작『...

목차

호랑이를덫에가두면9
저자의말325
감사의말331

출판사 서평

■한국계작가태켈러,제100회뉴베리상수상
지난1월21일,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ALSC;AssociationforLibraryServicetoChildren)는한국계여성작가태켈러의『호랑이를덫에가두면』을2021년제100회뉴베리상수상작으로발표했다.뉴베리상은안데르센상,아스트리드린드그렌상과함께‘아동문학의노벨상’이라고불리는최고의상으로,해마다한작품을선정해뉴베리메달을수여하고최종후보서너편을‘아너리스트’(honorlist)로발표한다.2021년뉴베리상수상작은태켈러의『호랑이를덫에가두면』한작품이며,여느해보다많은다섯편이아너리스트에올랐다.
1922년첫수상자가나온이래100번째뉴베리메달의주인공이된태켈러는현재스물일곱살로이번수상작이두번째책이다.이토록젊은신진작가에게뉴베리메달을안기면서,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는이렇게평했다.“한국민담에생명을불어넣은마술적리얼리즘의걸작으로,사랑과상실과희망을환기시킨다.할머니(halmoni)의옛이야기를통해릴리는,이야기가있기에과거를공유하고미래를만들어나갈수있다는사실을깨닫는다.”아울러뉴베리상위원회위원장존다C.맥네어는“이야기의힘에관한매혹적인동화로,필요한순간에솟아나는힘과용기를보여줌으로써독자들이자기안의호랑이를포용할수있게도와준다.”라고평했다.

■사랑하는가족을위해질주하는소녀의모험담
태켈러의데뷔작『깨지기쉬운것들의과학』에는우울증으로칩거중인식물학자엄마를원래대로되돌리려고분투하는한국계소녀내털리가주인공으로등장한다.내털리는엄마가연구했던희귀식물‘코발트블루난초’를구하러갈비행기표를사기위해‘달걀깨뜨리지않고떨어뜨리기’대회에참가하고,엄마의옛직장이었던연구실에잠입한다.모험이끝난뒤내털리는‘깨지기쉬운삶이라도멈추지않으면괜찮다’는사실을깨닫는다.
『호랑이를덫에가두면』역시‘사랑하는가족구하기’라는테마에서출발한다.릴리는병든할머니를위해‘마법호랑이’의수상한거래를받아들인다.호랑이에따르면,옛날옛날에릴리의할머니가호랑이들에게서무언가를훔쳐갔다.그리고그물건을찾아서호랑이들에게돌려주면할머니병이나을수있다.릴리는할머니가훔친것을찾아내기위해질주한다.한편으로는할머니를뒤쫓는호랑이를잡아들일방법을궁리한다.
이렇듯태켈러의두주인공은조용하고반듯하면서강직한내면을가진한국계소녀라는공통점을지니고있다.저자의유년기를슬며시상상해보게만드는이소녀들은한국독자들에게는더욱친숙하게다가서고더큰공감을안겨줄것이다.

■잠들어있던‘호랑이소녀’가깨어나다
『호랑이를덫에가두면』은착한아이가가족을위해헌신하는이야기로출발하지만,후반부로갈수록주인공릴리가내면에잠들어있던본연의존재‘호랑이소녀’를자각하는이야기로발전한다.
‘호랑이소녀’란릴리가어릴때할머니에게서들었던「해님달님」이야기에서태동하고발전한‘새로운해님달님이야기’의주인공이다.‘호랑이소녀’이야기는‘이야기속의이야기’형식으로전개된다.‘마법호랑이’가릴리에게들려주면서이야기가시작되고,릴리가뒤를이어받아병상의할머니에게들려주면서마무리된다.
‘호랑이소녀’는낮에는인간이다가밤에는호랑이로변한다.호랑이는거칠고,통제할수없고,진실을말하고,세상을집어삼키고,언제나더원한다.반면에인간여자아이는원해서는안되고,남을도와야하고,조용해야한다고배웠다.‘호랑이소녀’는인간여자아이치고는너무많은감정을느끼고호랑이치곤너무많은두려움을느끼는“두갈래삶”속에서고통받다가어린딸을지상에남겨둔채하늘로올라간다.
여기서반인반수의존재인‘호랑이소녀’는“4분의1만한국인”이라고자신을설명해야했던저자자신을연상시키는동시에,분노와욕망과자기주장을감춘채조용하고착하게순응하면서살기를강요받는존재,즉여성들과아이들,특히소녀들을상징한다.
할머니를구하기위해뛰어들었던모험속에서릴리가깨닫는것은자기안에존재하는‘호랑이소녀’다.릴리는조용한아시아여자애,투명인간,손이안가는착한아이라는껍데기를스스로깨뜨리고나온다.이제릴리는분노할일에는분노하고,자기주장을똑똑히할수있다.교통사고로갑작스럽게세상을떠난아빠얘기를언니샘과담담하게이야기할수도있다.할머니가만들어주시던것처럼완벽하게만들지못한떡도충분히맛있을수있다는것을깨닫는다.
이번작품이흥미로운점은릴리가소중한것을스스로깨뜨림으로써진일보한다는사실이다.깨지기쉬운것들을지키기위해안간힘을쓰던아이는스스로깨뜨리는쪽을선택하면서,자유롭고해방된존재,무한한가능성의존재로다시태어난다.

§나는초록색유리단지를집어던지고,벽에부딪힌그병은폭발한다.
언니가비명을지른다.
“뭐하는거야?”
그런데말이다,깨뜨리는기분이나쁘지않다.
그냥,도저히다견딜수가없다.그모든희망과두려움과강인함과힘.그모든이야기와대가와불확실함.내안에넣고꽉닫아두기에는너무많다.
이번에는길고가느다란단지를집어들어벽에다던진다.그것이깨어지는걸후련한기분으로바라본다.
_본문282쪽

■‘이야기의힘’에관한이야기:“어떤이야기는갇혀있기를거부한다.”
오래전한국에살때릴리의할머니가호랑이들에게서훔친것은물건이아니라‘이야기’다.

§“나는조그만마을사는조그만여자애여도꾀많았어.호랑이동굴밖에몰래숨어서호랑이잠들때까지기다렸어.호랑이들코고는소리에땅흔들릴때까지.그리고내가그별들,그나쁜이야기들을주먹으로쥐어서유리단지안에넣었어.(…)
내가그유리단지들꽉잠갔어.그리고살금살금,가만가만,조용조용동굴떠났어.그런데이런생각들었어.‘더조심해야돼.호랑이들이절대못쫓아오게해야돼.’그래서숲속에서바위를하나씩가지고와서동굴입구에쌓았어.벽만들었어,크고무거운벽.호랑이들이그벽안에갇혔어.(…)
나는‘나쁜이야기이제싫어.더는싫어.다시는안들어.’하고생각했어.그래서달아났어.나살던작은마을떠났어.바다건너고온세상건너서,새로운곳에갔어.슬픔이못쫓아오는곳에갔어.”
_본문63~64쪽

릴리의할머니는한국에서겪었던일을딸에게조차말하지못한다.할머니의과거에관한정보라고해봤자,김해에서자신의할머니(릴리의고조할머니)와단둘이살았고,미국으로떠난엄마(릴리의증조할머니)를찾아미국으로건너왔고,결국엄마를만나지못한것으로추정된다는것이전부다.
할머니는고통스러운과거,즉‘나쁜이야기’를호랑이들에게서훔친뒤오랫동안단지속에꽁꽁숨겨놓고있다.어느날릴리앞에나타난‘마법호랑이’가그이야기를내놓으라고요구한다.
“네할머니가가둬둔이야기를릴리네가풀어주면할머니는나아질거야.그별들이계속갇혀있으면할머니가아프고말이야.그별들이네할머니를……집어삼킬거야.”
릴리는할머니가숨겨둔단지속에갇혀있던이야기를하나씩풀어놓는다.그것이바로‘호랑이소녀’이야기다.릴리와‘마법호랑이’가주거니받거니완성하는‘호랑이소녀’이야기에는할머니뿐만아니라릴리와언니샘도‘해님달님자매’로등장한다.가둬둔이야기가풀려나는순간,할머니는평화롭게눈을감고릴리와샘은자신들앞에새롭고무한한가능성이열려있음을감지한다.
이처럼이책은‘이야기의힘’에관해말한다.“진실을이야기하는데는대가가따르는법”이다.“아주오래숨겨졌던진실”일수록더더욱아프고“예상못한합병증”을일으킨다.그러나진실은“갇혀있기를거부한다.”진실을풀어놓을때에만비로소해방된존재로세상과만날수있다고이책은말한다.

§“그래도요할머니,슬픈이야기를숨기는건안좋은지도몰라요.말하지않는다고해서그일들이일어나지않은게되는건아니니까요.숨긴다고해서과거가지워지는것도아니에요.갇혀있는것뿐이지.”
_본문275쪽

§자매는두려웠지만동시에용감하기도했어요.희망을믿었어요.그래서그단지들과이야기들을열었어요.어떤이야기들은무서웠고,어떤이야기들은슬펐지만두여자아이는자랑스럽다고느꼈어요.제가족의이야기였으니까요.자기심장을지키려싸운수많은세대,수많은여자들의이야기였으니까요.무엇이든될수있고모든것이될수있는여자들의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러고는마치거친실로짠천처럼귓속을긁는목소리로하늘호랑이가말했어요.
“이제너희들이야기를해봐.빛은무한해.”
그래서자매는이야기하기시작했어요.(…)
그렇게하늘을이야기별로채웠어요.두자매덕분에세상이밝아졌어요.
그리고그빛속에서둘은집을찾아갈수있었어요.
그빛속에서혼자가아니라는것을볼수있었어요.
_본문311~312쪽

■‘호랑이소녀’5대,강인한한국여성들의이야기
태켈러는자신의홈페이지에연재하고있는‘태켈러의러브레터’에서이렇게말한다.

§이이야기는몇년전,여동생과내가할머니에게김치담그는법을가르쳐달라고조르던때처음생겨났습니다.김치담그기는정말오래걸린답니다.그때우리는기다림을이야기로채웠지요.(…)
나는분투와고통만이아니라내가물려받은전통과가족의힘,마법,기쁨이돋보이는책을쓰고싶었습니다.당신의역사가숨겨야할무엇이아니며나의뿌리,내가당신에게속해있음을스스로자랑스럽게여기고있다고할머니에게전할방법을찾아야했지요.
마침내,나는적당한말을찾았습니다.
_저자홈페이지중‘태켈러의러브레터’2020년1월29일자

‘저자의말’에서테켈러는이책이자신의뿌리인한국과연결되어있으며,어릴적자신과여동생선희에게할머니가들려주던「해님달님」이야기에서싹텄다고밝히고있다.
그러나이책은어디까지나픽션이다.판권면에명기되어있듯이“여기에나오는이름,인물,장소,사건들은저자가상상으로지어낸것이거나소설적으로사용한것”이며,“생존해있거나사망한실제사람,또는실제사건,장소와닮은점이있다해도완전히우연”이다.그러므로릴리네가족의이야기가태켈러의가족사와얼마나일치하고얼마나다른지굳이따질필요는없을것이다.
그러나분명한것은태켈러가릴리네가족의이야기를통해,식민지배와전쟁과가난속에서용감하게삶을헤쳐나간한국여성들과그딸들에관해은유적으로말하고있다는사실이다.
그런면에서이책은‘강인한한국여성들의이야기’이면서‘호랑이소녀’5대의연대기라고도볼수있다.한국에서홀로손녀를키우며살았던릴리의고조할머니부터,어린딸을남겨두고미국으로떠나야했던릴리의증조할머니,엄마를찾아미국으로떠나온뒤고통스러운과거를잊으려고애쓰면서도용감히삶을개척하며지역공동체의소중한존재로자리잡은릴리의할머니,영어가서툰엄마의소통창구역할을하며성장했고남편을교통사고로잃은뒤두딸을돌보며살고있고이제는병든엄마의집으로돌아와곧바로일자리를구하러나서는릴리의엄마,그리고조용한아시아여자애릴리와반항적인사춘기를보내고있는언니샘까지,모두다강인하고용맹한‘호랑이소녀’의후예다.

§나는노력했다.우리가족의역사와한국의역사를파고들었다.
나는식민지배와핍박에관해,숨겨진언어와잊힌이야기들에관해,일본군‘위안부’와강요된침묵에관하여읽었다.하지만그어두운역사속에서나는강인함을발견했다.한국인은,특히한국여성은맹렬하고쉬이스러지지않는사람들이었으며,그역사를배워가면서나는할머니와나자신을좀더잘이해하게되었다.
_본문327쪽(저자의말)

■서로다르지만저마다소중하고아름다운사람들의이야기
태켈러는이책에서저마다다른이야기를안고살아가지만모두다소중한사람들의모습을섬세하게보여준다.늘진지하지만어린방문객들을위해빵을직접굽는도서관사서조,시끄럽고엉뚱하지만집나간엄마를애타게그리워하는리키,도서관에서사서보조로일하면서학습이부진한아이들에게공부를가르치는씩씩하고친절한여자고등학생젠슨,그런젠슨과다정한동성커플로어느새발전한반항아샘…….
릴리의할머니가세상을떠난뒤,도서관바자회겸릴리네할머니를추모하는자리에사람들이하나둘모여든다.“마을체계에충격”을준이질적인존재이면서도존경과사랑을듬뿍받았던릴리네할머니를추모하면서다함께빵과떡을나눠먹는장면으로이이야기는마무리된다.서로다른이야기,때로이해하기힘들고때로본류를벗어나제멋대로흘러가는듯도보이는이야기들이한데어우러져환하게빛난다.

§“나는질서를좋아해.정리를좋아하고.세상모든정보가정리되어있고제자리에있다는걸생각하면참좋아.”
조는목을가다듬는다.
“그런데내가도서관일을아주오랫동안했거든.그러면서배운거하나는,이야기에선질서와정리가그렇게중요하지않다는거야.감정이중요하지.그리고감정이늘이해가되는건아니거든.그러니까,이야기란……(…)
……물같아.비같고.이야기는우리가꽉잡아보려해도언제나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버리거든.(…)
그게무서울수도있지.그래도생각해보면물은우리한테생명을주거든.물이대륙을연결하지.사람도연결하고.그리고물이가만멈춰있는조용한순간들이면우리스스로를비춰볼수도있고.무슨말인지이해되니?”
_본문235~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