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 그림과 함께 온전한 내가 될 때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 그림과 함께 온전한 내가 될 때

$28.00
Description
모네, 르누아르, 세잔, 반 고흐, 피카소, 칸딘스키……
예술의전당 이진숙과 함께 읽는 한국인이 사랑한 화가 34
팬데믹으로 가로 막힌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 2021년 5월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카소전에 많은 이들이 찾아들고 있다. 탄생 140주년 특별전, 최다 작품 전시 등의 수식만으로도 화려하지만 단연 관심을 끄는 건 국내에 처음 소개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이다. 대가의 화폭에 어떤 연유로 한국전쟁이 소재로 올랐는지도 궁금하거니와 왜 군인들은 가면을 쓰고 있는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질문해보게 된다. 여기서 미술책 집필과 대중 강연을 꾸준히 해오며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해온 이진숙은 훌륭한 도슨트가 되어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은 피카소뿐 아니라 그와 직간접적인 영향관계에 있던 화가들이 활동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작품을 다룬다. 특히 이 책이 속한 ‘더 갤러리 101’ 시리즈는 역사와 문화사조를 튼튼하게 세워 미술사의 흐름을 담되,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좋은 삶이 무엇인지 그림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화가의 삶을 알고 그림을 보는 일을 넘어 독자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시간으로 귀결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품고 있는 것이다.

‘더 갤러리 101’의 첫 번째 책 『인간다움의 순간들』이 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까지의 그림들을 중심으로 낙원에서 쫓겨난 이들이 사랑, 돈, 권력과 같은 욕망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다양한 양상에 주목했다면, 두 번째 책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에서는 사조상으로는 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에 속하는 그림들을 통해 세상에 발붙이지 못한 ‘개인’이 가장 먼저 겪었던 ‘고독’, ‘불안’과 마주해보자고 제안한다. 영원한 행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밀쳐두었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지 아닐까? 이 과정에서 책과 그림이 함께한다면, 우리는 좀 더 풍부하게 더 나은 쪽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갤러리 101’을 통해 이 믿음을 다시 한번 깨닫기를 바란다.

저자

이진숙

저자:이진숙
평생도서관에서미술사를공부하며영원히학생으로늙어가기를꿈꾸는미술중독자.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러시아를여행하던중트레차코프미술관에서만난작품들에큰감명을받아미술의세계로들어섰다.러시아국립인문대학미술사학부에서카지미르말레비치에관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저서로『러시아미술사』,『위대한미술책』,『시대를훔친미술』,『롤리타는없다1·2』,『더갤러리101Ⅰ:인간다움의순간들』이있으며,이중『시대를훔친미술』은‘예술의기억(??的??)’이라는제목으로중국에소개됐다.
현재예술의전당등에서활발히대중강연을하고있다.앞으로도미술,문학,역사를오가며‘인간’에대한질문을던지고답을찾는일에몰두하고싶다.접기

목차

차례
들어가는글―미술관에서만난101가지인간이야기
두번째책을시작하며

I.현대생활의영웅주의
34/101진실은좋지만궁상은싫다-라파엘전파
35/101천국처럼나른하게지옥처럼뜨겁게-라파엘전파
36/101영원한인간을찾아서-장프랑수아밀레
37/101쾌락적세속주의로의대전환-귀스타브쿠르베
38/101당신은아무와도닮지않았어요-에두아르마네
39/101만성적권태의대가-에드가드가
40/101사랑하는사람은움직인다-클로드모네
41/101더풍성한사회적꽃다발을꿈꾸며-피에르오귀스트르누아르
42/101극장에서그녀를보았다-메리커샛
43/101댄디,우아함이직업인사람-제임스휘슬러
44/101공원,실험실이되다-조르주쇠라
45/101내가내아들을죽였다-일리야레핀

II.세기말,아름다움과고통에물드는시간
46/101사과한알을제대로알고간다는것-폴세잔
47/101너자신에대한애착을잘라라-폴고갱
48/101존재하는모든것들에대한사랑-빈센트반고흐
49/101그곳에도사람이있었다-앙리드툴루즈로트레크
50/101사랑이죄라면,모두의죄-수잔발라동
51/101숱한운명을탕진한사람-오귀스트로댕
52/101죽이는여자를사랑하는이유-구스타프클림트
53/101두번의포옹,두번의실패-에곤실레
54/101팜파탈이되는아주쉬운방법-알폰스무하
55/101악마도상처입은시대-미하일브루벨

III.망치를든예술가들
56/101별이겨우빛나는밤-에드바르뭉크
57/101여자의모습을한인간-파울라모더존베커
58/101소박해서위대하고,소박해서위험하고-앙리루소
59/101생의약동,춤추는사람들-앙리마티스
60/101그여자그남자,알다가도모를이야기-파블로피카소
61/101텅빈눈,가득찬슬픔-아메데오모딜리아니
62/101불,증오그리고속도를먹고자랐기때문에-미래주의
63/101환상사지통은환상이아니다-표현주의
64/101함께고통하는마음-케테콜비츠
65/101나쁜예감은틀린적이없으니-카지미르말레비치
66/101음악과함께-바실리칸딘스키
67/101언젠가는예술없이살게될날이올것이다-피트몬드리안

참고한책

출판사 서평

혼자추는춤이위대해지는순간들
자신이사랑했던여인이어떻게살아가는지궁금해걸핏하면남의신혼집을훔쳐보던남자가있다.2만8,000여점의작품을남겼고전후노르웨이에서가장중요한화가로평가받지만망가진사랑과전쟁이중독시킨불안에서평생벗어나지못한채살아갔던사람.바로에드바르뭉크의이야기다.그는매일지옥을경험했겠지만,그림으로재현된그의아픔은지금까지살아남아우리에게고독에대해이야기할수있는실마리를제공한다.(「별이겨우빛나는밤」)
이런삶도있다.“벽의벽지보다완성도가떨어진다”는악평을들으며화단에들어섰지만살아생전화가로서큰영광을누리며긴생을살았던노대가.스스로품은질문에집중해20년넘게수없이많은수련을화폭으로남기다삶의막바지에이르러서는수련과물의경계조차허물어트린그림을발표하며자신만의답을찾아간사람.하나의고정된진리란없음을자신의그림으로제시한화가클로드모네의이야기다.(「사과한알을제대로알고간다는것」)뭉크와모네.두사람은삶의방식도작품에임하는방식도모두달랐지만‘고독’이라고부를만한숱한장면속에서살았다.단순한외로움이아니다.군중,집단과거리를둔채자기자신에게집중해보려는‘자발적자기격리’에가깝다.삶이고독해그림을택한것이아니라,캔버스앞에홀로있을때온전하다는것을알기에고독속으로들어간것이다.
『위대한고독의순간들』은제목이암시하듯저마다의‘고독’을품은화가와작품의이야기다.물론이것이가능한데는이책이시민혁명과산업혁명이후인소위‘근대’를배경으로삼기때문이다.특히이진숙은이시기에‘개인’이전면에얼굴을내밀면서예술계에도어느유파에속하지않은채오롯이‘나’로서보려는노력이다분했다는점에집중한다.개성있는화가들이홀로추는춤은유례없이다양한문화사조를공존케했고,우리는그들덕분에풍부한예술지도를갖게됐음을확인할수있다.

예술의기획자를넘어삶의기획자로
표지에쓰인카지미르말레비치의<나쁜예감>에서다시책이야기를시작해보자.러시아의전형적인농민복루바쉬카를입고한사람이뒷모습을한채우뚝서있다.그림을보는우리는그의얼굴을알지못하지만그가확신이나안정보다는불신이나공허에사로잡혀있음을분위기상짐작한다.이진숙은본문에서이작품이스탈린이집권하던때에발표됐다는시대적정황을짚으며,획일적인기준을앞세우는전체주의사회에서개인은익명의억눌린존재로가치폄하되기마련이라고말한다.(「나쁜예감은틀린적이없으니」)그러나중요한점은그러한순간에도개인은결코사라지지않는다는것.오히려그때서야비로소개인은자신이놓인좌표를직시한후진정한자유를추구하고사회적관행을따르지않겠다고선언할수있다.
실제로말레비치와함께훗날‘추상미술’이라는사조에묶인바실리칸딘스키,피트몬드리안은공통적으로견딜수없는현실과스스로단절하겠다는선언을내걸고등장했다.다시말해그들에게예술행위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질문과맞닿아있었던것이다.심지어몬드리안은현실에서아름다움이충분히살아숨쉴때는더이상예술하는이도,예술을필요로하는이도사라질것이라고말했다.그러나현실은예고없이각박해지고답은쉽게찾아지지않으니,어쩌면우리는예술없이살아갈수없음을거듭확인하게될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