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정의당국회의원),정혜윤(CBS피디,작가)추천
고(故)이한빛피디의이름은그자체로우리사회에하나의빛이다.누군가를위로하는드라마를만들기위해다른누군가를착취해야하는어두운현실앞에끝없이번민하던이한빛은생의온힘을다해그고민을세상에나누고이름처럼하나의빛이되었다.이한빛이밝힌세상,그러나더는그가없는세상을우리는어떻게살아가야할까?그의동생이한솔작가는이책을통해우리에게조심스레길을안내한다.“서툰해석으로이한빛의삶을쉽게평면화하는대신”이한빛이멈춘자리에서그는애정어린시선으로천천히형을되돌아보고다시세상으로향한다.우리사회가‘새로움’을찾지못하고‘따뜻함’을잃어버릴때마다형을생각한다는그의시선이머무는자리는다름아닌우리의삶이다.평범하게인간답고싶은보통청년들의삶말이다.
_장혜영(정의당국회의원)
이한솔이형의죽음을밝히는기자회견을한후에제일먼저한일은‘언어’를바꾸는것이었다.“원래그런것은없다!”가그가한빛의이름으로들고나온새로운언어였다.그리고형이세상을떠나고5년이흐른시점에나온이책역시언어바꾸기에대한책이다.이대남,영끌,MZ이런언어는집어던지고진짜청년들에게필요한언어를찾아헤매는이책을감싸는것은‘그냥죽어버리기에는,그냥이렇게살고말기에는너무너무삶이아까워!’라는절박하고애절한분위기다.물론그답게최대한자제하면서쓰고있지만이글안에있는모든제안이그의가슴찢어지는경험에서우러나온육성이라고밖에말하지못하겠다.이모든주장을관통하는것은우리삶의이야기를이렇게끝내지말자는제안이나다름없다.
(…)이책의마지막꼭지제목에나오는단어는내가일평생좋아해온단어다.감히그단어로만든이야기의일부분이되기를얼마나원하는지모른다.궁금하다면얼른책장을….우리의그릇에담아놓을정말굉장한단어다.
_정혜윤(CBS피디,작가)
이한빛,그리고‘내일’과‘내일’이
허락되지못한청년들을향한추모의시간
“하루에20시간이넘는노동을부과하고두세시간재운후다시현장으로노동자를불러내고,우리가원하는결과물을만들기위해이미지쳐있는노동자들을독촉하고등떠밀고,제가가장경멸했던삶이기에더이어가긴어려웠어요.”2016년10월26일,tvN드라마〈혼술남녀〉조연출이한빛피디가마지막으로남긴유서의일부다.대학에서정치학을공부하고학생운동단체에서활동했던이한빛은취업후엔월급을쪼개세월호천막,노동자들의투쟁현장등에기부하기도했다.그런스물여덟살의청년이방송국에입사한지고작열달만에“가장경멸했던삶이기에더이어가긴어렵”다는말을남기고세상을떠났다.도대체그에게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이청년은왜유서를남겨야만했을까?
‘어느청년노동자의삶과죽음’을기록하고증언한『전태일평전』이출간된지수십년이흘렀지만,일터에서청년들의죽음은오늘도끊이지않는다.구의역에서스크린도어수리작업을하던김군이,태안화력발전소하청업체계약직으로일하던김용균이,현장실습생으로처음일을배우던김동준과여러청소년들이,건설현장에서일하던김태규가,평택항에서알바를하던이선호가,그리고저마다의이유로일터에서사고를당하거나스스로목숨을끊은수많은청년들이있다.꿈이좌절되고사람이존중받지못하는일터에서삶을이어갈수있는내일을떠올릴수없는청년들이있다.
『허락되지않은내일:불안과희망의교차점에선청년들』은방송계의부조리한관행에문제를제기했던고(故)이한빛피디의동생이자노동·주거·청년분야활동가인이한솔작가가형의자취를따라가는작업으로부터시작해우리곁에있는보통청년들의목소리를담아낸르포르타주에세이이다.사랑하는형을잃은이한솔은고인을온전히추모한다는것은무엇인지물으며,“형의마지막순간은내게무거운질문을던졌고나는대답을해야했다”(7쪽)고쓴다.‘형은어떤사람이었나?어떤세상을꿈꾸었을까?’,‘형이끝까지지키고싶었던건무엇이었을까?’라는질문과함께,형이남긴흔적을추적하며형의지인들을만나형에대해듣는다.그리고이한빛이라는개인의이야기를이한솔자신의이야기,그리고이한빛과직간접적으로이어진다른청년들의이야기와포개놓으며,이책은‘우리,청년들’이처한노동조건과사회현실에대한질문과대답으로향한다.“이미수많은이한빛들이죽음보다견디기어려운현실에서살아가고있을지모른다.우리는그동안청년이라는편집된정의에압도돼이들의진짜아픔을이야기하는데서툴렀다.존중과희망을이야기하기에는그내면을제대로바라보지못했다.우리에겐지금누군가를지키기위한메시지가꼭필요하다.그래서이책은형,그리고역시한명의청년이기도한나,오늘을살고있는청년들의포기,좌절,바람,희망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8쪽)
세상을떠난청년에응답하는
우리,청년들의가장정직한진심들
『허락되지않은내일』은고(故)이한빛을애도하고추모하는한편,이한빛의삶과꿈을톺아보며,그를“보통의청년”,“고민이많았던청년”으로복원해낸다.이책은이한빛을알던친구들,그의존재에대해뒤늦게알게된다른청년들의이야기를잇고겹쳐놓음으로써,이한빛의고민이특별하지않음을보여준다.이한빛이일터에서마주친경험들,이한빛이느꼈던슬픔들,이한빛이품었던희망들은도처에있다.우리는무엇을불안해하고어디서좌절하는가?우리는불평등한시스템과불안이일상화된세상에서도어떻게희망을놓지않을수있는가?성별,학력,직업,고용형태,지역,가구구성등은저마다다르지만지금여기를살아간다는공통점이있는35명의청년들은,이한빛으로부터출발해여러청년들에게말을건네고그들의말을엮어낸이한솔을매개로,슬프게도시차가있지만,이한빛의질문과고민에공명한다.이들은모두,진심을담아,아주정직하게,자신의이야기를들려준다.세상을떠난청년에응답하는청년들의이야기는이책에서가장빛나는지점중하나다.
그런데이렇게내면으로부터끄집어낸이야기들은전혀화려하지도않고자극적이지도않다.곁가지들을잔뜩잘라내고두터운포장지를벗겨낸뒤,가장깊은곳에서우러나온말들이기때문이다.‘영끌’,‘공정’,‘이대남’,‘욜로’,‘MZ세대’를둘러싼‘매운맛’이야기대신,그간눈에띄지않고말할기회가제대로주어지지않았던청년들의아주평범하고소박한말들이여기담겨있다.‘상식’이통하는세상에서살고싶다,한명의사람으로서존중받고싶다,조직문화가민주적이면좋겠다,마흔살이후의삶을그려보고싶다,다른사람들과같이연결되어변화를만들고싶다,‘정상’이무엇인지되묻자….특히,이책에는“정상”과“상식”이라는말이많이등장한다.이한빛피디의문제제기로인해방송현장에서정상이란무엇인지다시인식하게되었다는예리의이야기(29쪽)부터,최선의선택지가죽음을예정하고있다면그것은비정상이며,일터와사람을차별하지않는곳이정상적인세상이라는단언(124~126쪽),하나가아닌삶의방식들이비정상이라는시선에대한분노와경멸까지.이렇게이책은우리가버릇처럼하는푸념또는도덕교과서에나나올얘기라며진지하게받아들이지않았던,그러나늘마음속에간직하고있었던아주근본적인진심을자극한다.이한빛이던졌던가장중요한질문도바로이런것이었을테다.왜나와내일은,그리고다른청년/노동자들과그들의일은존중받지못하는가?
그렇기때문에이책의발문을쓴라디오피디정혜윤은어슐러K.르귄의이야기를빌려와,이를“귀리까기이야기”라고쓴다.그것은“매머드사냥이야기”,“액션과스릴과죽음과영웅”이있는“죽이는이야기”,“찌르고죽이고무기를집어드는문화”에속한이야기가아니다.이이야기는언뜻아주재미있어보이지않더라도,“다른이야기,말해지지않은이야기,생명이야기”이며,“내일아침에먹을귀리를어딘가에담아놓아야하지않을까?아니면또귀리밭에가야하는데”같은말들과용기(그릇)이야기에바탕을두고다른삶의모습을만들어내는활동이다.따라서이책은“진짜청년들에게필요한언어를찾아헤매는”작업이며“우리삶의이야기를이렇게끝내지말자는제안”과다름없다.
내일을살아가기위해
더선명해져야할청년의제들
『허락되지않은내일』은기존의청년담론·정책에대한비판이자우리사회에서정말중요한청년의제가무엇인지되묻는작업이기도하다.이책은이한솔이이한빛의바람을이어갈수있는방법들을깊이고민해온유가족인동시에,오늘을살고있는청년이며청년·주거·노동영역을오가며오래경험을쌓아온활동가이기에쓸수있었던이야기이다.이모든이야기는이한빛으로부터시작하지만,추천글을쓴청년정치인장혜영에따르면,“이한빛이멈춘자리에서그는애정어린시선으로천천히형을되돌아보고다시세상을향한다.(…)그의시선이머무는자리는다름아닌우리의삶이다.평범하게인간답고싶은보통청년들의삶말이다.”이한솔은그렇게,그간대상화되기십상이었던청년들의생생한목소리를직접기록하며(청년이기록한또다른청년들의인터뷰는대부분이반말로실려있다),일터이야기뿐만아니라청년들이일상에서고민하게되는여러문제들을펼쳐놓으며청년담론을새롭게쓴다.
활동가이한솔은이한빛이끄집어낸청년들의이야기를들으며,‘영끌’,‘공정’,‘이대남’같은자극적인말들대신에정말시급한사안들을몇가지로추려내고,지금여기서우리가논의해야할의제를명확히드러낸다.80%의청년들을지워버린주류언론·미디어·정치로부터벗어날때,그것은‘내일’,즉불안과희망사이에서흔들리는미래의문제로수렴된다.구체적으로,청년들을향한기성세대의왜곡된시선들,“어릴적부터꿈과자아실현에대해지겹도록교육을받고자란”세대가일터에서직면하는문제들,계급·학력·학벌·지역·젠더·섹슈얼리티등을따라깊게파인불평등의늪,고립과공동체의문제,그리고마지막으로일상적번아웃속에서도“세상은더아름다워질수있다”는믿음이있다.특히,청년세대와‘불평등’문제를강조하는부분들은더욱깊은눈길을주어야할대목이다.“불평등에대한진단은청년세대의불안,슬픔,행복등의감정이어디에서부터시작되는지를바라보는중요한렌즈가될것이다.경고등이켜졌을때,제대로고민했어야했다.너무나많은청년들이불평등과차별의현실에서세상을등질때,온사회가진심을가지고문제의원인과해결책을찾았어야했다.달콤한신기루로눈앞의문제를가리는‘청년팔이’는이제그만하자.불평등을넘어서는청년들의이야기로다시시작하자.”(242쪽)
내년은대통령선거가있는해이다.벌써부터대선행보에나선후보들은‘청년’을들먹이지만,그곳에공적인장에서목소리가지워진청년들의삶을들여다보려는마음이담겨있는지는의문이다.‘노동’의제는언급조차잘되지못하며,심지어한후보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폐지하겠다는‘경제’공약까지발표했다.그렇기에일하다가세상을떠난청년에응답하면서그가바라던세상을,또여기청년들이바라는세상을향한이야기를담은『허락되지않은내일』은바로지금,우리가함께꼭읽어야하는책이다.“홀로버티고있는”청년들,‘위선’과‘꼰대’를벗어나고픈기성세대,그리고다른정치를꿈꾸는사람들과청년정책입안자들에게이책은소중한선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