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백기완 선생과 나)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백기완 선생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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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는 43명의 이야기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민중운동의 지도자, 또 어떤 이에게는 통일운동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기억된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공유의 시간과 경험이 그 사람을 다르게 기억하게 한다.

이 책은 백기완 선생의 생전을 회고하는 43명의 이야기가 조각처럼 모여 있다. 독자들은 43명이 쓴 43가지 이야기를 읽으며 백기완이라는 커다란 산맥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반독재 투쟁의 전선에서 함께 싸운 동지들, 백 선생에게 감화 받아 평생의 길을 정한 후배들, 피눈물의 현장에서 함께 섰던 이들이 기억하는 백기완 선생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이 땅에,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이후 이런 인물이 과연 몇이나 있었던가. 온몸을 불쏘시개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남김없이 던져 넣은 위인이 몇이나 되었던가. 그리하여 여기 글쓴이들은 각기 경험의 소우주들을 이어내며, 장산곶매의 기상으로 생을 마감하신 선생의 영전에 다시 새로운 동행을 약조하듯 이 책을 바친다. 43명의 이야기에 덧붙여 백기완 선생의 큰따님 백원담 교수(성공회대)가 추모문집 발간준비모임을 대표하여 머리글을 썼고, 신학철 노나메기재단 이사장은 그림 〈한국현대사-산자여 따르라〉로 백 선생을 기렸다.
저자

백기완노나메기재단

목차

백원담-머리글·시적긴장을사는법에대하여
신학철-그림·〈한국현대사-산자여따르라〉

1부영원한젊음을살리라
구중서-맨바닥의역사의식
김도현-우리들의백형(伯兄)
김종철-내가아는백기완선생
김학민-내청춘의눈을뜨게해준백기완선생님
방동규-이미고인이된어릴적동무를그리며
백낙청-백기완선생,백기완선배
염무웅-밑바닥끝까지산화한일생
유명실-46년전백범사상연구소의추억
유홍준-내젊은시절스승이자은인
이신범-1970년대재야의산실백범사상연구소
이호웅-백기완선생님과나
임진택-불쌈꾼백기완의한살매
한승헌-주머니에단돈5천원

2부날아라장산곶매야
권낙기-큰산과도같았던분
공지영-고문으로몸무게반쪽이됐던그를기억하며
김명인-장산곶매는둥지를부수지못한다
명진-누구는태산이라지만내게는무릎이다
문정현-천하의백기완선생을기억하며
배은심-선생님,그땐너무놀랐어요
손호철-당신의호출이그립습니다
장회익-백기완의지성은어떻게만들어졌나?
최윤-백기완선생님의추억
함세웅-백기완선생님을기리며기도합니다

3부혁명이늪에빠지면예술이앞장서는법
정태춘-내안에백기완이있다
김정환-백기완,건국서사쓰는사람
김준태-통일을노래하는백기완선생의하얀옷
이기연-온몸으로우리옷완성시킨선생님
이대로-우리말으뜸지킴이백기완을닮은불쌈꾼이되자
주재환-노나메기와새뚝이
정지영-당신은백기완의무엇을아는가?
채희완-곧은목지한살매부심이춤
최재봉-문학소년백기완
홍선웅-함성

4부앞서서나가니산자여따르라
강재훈-아버지,아니형님같았던백선생님
권영길-혁명을꿈꾸던로맨티스트
김영호-백기완선생님영전에
김진숙-백기완이없는거리에서
김흥현-노점상에게손내밀어주신선생님께감사드립니다
남경남-쾌도의호령백기완선생님
단병호-영원한노동자의벗,백기완선생을추모하며
박석운-백선생님의뜻을이어받아한길로
박종부-종철이가나를살렸다
한도숙-치열함에대하여

백기완연보

이책의저자(가나다순)
강재훈-사진작가
공지영-소설가
구중서-문학평론가
권낙기-통일광장대표
권영길-전민주노동당대표
김도현-전문화체육관광부차관
김명인-인하대교수,문학평론가
김영호-전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정환-시인
김종철-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김준태-시인,전5·18기념재단이사장
김진숙-한진중공업해고노동자,민주노총지도위원
김학민-전경기문화재단이사장
김흥현-전전국빈민연합·국제노점상연합의장
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의장
단병호-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명진-스님,평화의길이사장
문정현-신부
박석운-한국진보연대상임대표
박종부-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부회장
방동규-전노느메기농장대표
배은심-이한열열사어머니,인권운동가
백낙청-《창작과비평》창간인,전서울대교수
손호철-서강대정치학과명예교수
염무웅-문학평론가,국립한국문학관관장
유명실-전백범사상연구소일꾼
유홍준-한국학중앙연구원이사장
이기연-질경이우리옷대표,생활문화원무봉헌관장
이대로-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상임대표
이신범-전국회의원
이호웅-도서출판형성사대표,전국회의원
임진택-명창,경기아트센터이사장
장회익-작가,전서울대교수
정지영-영화감독
정태춘-가수
주재환-화가,전민족미술인협회공동대표
채희완-민족미학연구소소장
최윤-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강원지역회의부의장
최재봉-한겨레선임기자
한도숙-시인,전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한승헌-변호사
함세웅-신부
홍선웅-판화가

출판사 서평

이책이나오기까지

이책은생전백기완선생의평생의숙원이던노나메기재단창립에뜻을모은지인과후배들을중심으로고인을존경하는각계인사들이선생의파란만장한삶의역정을분단된한반도의역사적부침속에자리매김하는방법의첫걸음으로써기획되었다.선생을기리는일이그의평생의삶을단지기억하고기념하는것에그친다면,선생은아마도이모든기념사업을단호히거부했을것이다.따라서선생의그끈질긴항쟁의대열에함께서는역사적긴장을사는방법만이노나메기재단을만들어가는참된길이라는점에서,그뜻을잇고자하는이들은선생의삶을역사적으로재구성하는일로부터시작하지않을수없었다.이책은추모문집이지만추념에그치지않으며,역사화작업의일환으로각각의기억에산재한당대모순에맞선굳건한결기들의생생한경관을일으키고그의미를생환한다.
그러므로,1주기추모문집에는우선백기완선생의실천적삶을세단계로나누고1950년대한국전쟁이후운동의초창부터1980년대민중대통령후보로나선과정까지에집중하여그와연관된분들의글들을모았다.
이책에다담기지않은현장의목소리,특히1990년대와2000년대이후신자유주의의파고속에서핍박받는민중들의현장에서선생과인연을맺었던노동자,농민,빈민등민중운동활동가들의추모와증언을모아두번째추모문집‘우리선생님백기완’도출간할계획이다.
이책에는백기완선생의오랜벗방동규와백선생이1950년대중반‘서울학생자진농촌계몽대’활동을할때부터평생동지로지내온구중서(문학평론가,수원대명예교수)를비롯해,1960~70년대백범사상연구소를전후해선생과함께활동했던김도현(전문화체육관광부차관),김학민(전경기문화재단이사장),유홍준(전문화재청장),이신범(전국회의원)등한국사회운동1세대들이선생과함께박투해온한국에서사회변혁운동의태동과반독재민주화투쟁의역정이담겨있다.
또한백낙청(전서울대교수),염무웅(문학평론가)등1960년대부터한국문학의민족민주운동적발전맥락을이끌어온분들이백선생과이룬두터운인연의내력들이섬세하게펼쳐지기도한다.이는임진택(명창)과홍선웅(판화가)등이증언하듯이백선생의뛰어난민중적미의식이어떻게한국민족민중문화운동의도저한물줄기를잉태하고함께흐르는가를이해할수있는중요한자료가된다.
또한권영길·단병호(전민주노총위원장),한도숙·김영호(전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김흥현(전전국빈민연합의장),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의장)등민중운동을대표하는인사들,그외에도다양한인연으로백선생을가까이서모셨거나활동을함께했던43명의지인들이필자로참여했다.
대부분직접쓴원고지만건강상의이유로원고를쓰기어려운분들가운데권낙기(통일광장대표)와,고이한열열사의모친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명예회장)은추모문집발간준비모임에서인터뷰를통해녹취록을원고로정리했다.한편안타깝게도원경스님은인터뷰일정을앞두고급작스럽게열반에드셨고,배은심어머님은황망하게도인터뷰를마친지10여일만에유명을달리하셨다.


버선발로거리에서서

이책의머리글에는백기완선생의큰따님백원담선생이백선생과나눈일화가소개되어있다.

20년전쯤의일입니다.
연세도있으시고건강도안좋으시니이제거리나피눈물의현장에나서기보다는한국진보적민족주의의계보를역사적으로정리하시는것이어떠냐고여쭌적이있습니다.장준하선생평전도쓰시고,그동안혼신의힘을다해한길로매진해오신장엄한항쟁의한살매를역사화하는것이긴요한시점이라고감히권유를드렸던것인데,그러나바로죽비같은호통소리가냅다날아왔습니다.
“나를박물관의유물로박제화하겠다는것이냐.신자유주의광풍으로구조조정이니뭐니이나라와대다수민중들이지금거덜이나고있는데,골방에들어앉아회고나하고밥이나축내는늙은이로명줄만부지하라고?”
그리고5년쯤더시간이흐른뒤,다시호흡을가다듬고제안을드렸습니다.
“주옥같이빛나는말씀들이많으시니어록을만들어드리겠습니다.”
“내가다시쓸게.”
두말도안하셨지요.

그렇게백기완선생의평생의삶은선생이살아계실때정리되지못했다.평생자기를일으키고세상을일으키는변혁의삶을살아온분에게방에칩거해지난역사를정리하라는것은유폐와다름없는일이었을것이다.선생이가고,그의부재를절감하는이들의추모의글이이책에담겼다.

〈맨바닥의역사의식〉(구중서)
어느해계몽대출발을준비하던대한교련문간방에서남자대원두명이무슨일로싸움을벌이는불상사가일어났다.이장면을본백기완대장이대원들이신발신은채밟고다니던검은시멘트바닥에퍼질러앉았다.그리고오른팔을위아래로흔들며노래를불렀다.김광일이작곡한〈푸른정〉노래였다.
그러자싸우던대원들이즉각침묵하고말았다.이것이백기완의통솔솜씨였다.백기완은사사로운개인적감정들에대해서는관심도없었다.친구들에게농담으로욕을해도“이역사의식이없는놈아!”이렇게말했다.

〈46년전백범사상연구소의추억〉(유명실)
언젠가소장님께“머리가헝클어지셨어요”하고말씀드리자“야이녀석아,남자가쩨쩨하게기생오래비처럼거울이나보고빗으로단장하냐.세수하고머리는이손가락으로빗으면되는거야.그리고말을타고달려야하는거야”하시는것이었다.나라가걱정되어한시도마음을놓을수없어무장을단단히하고달리는말에오르는모습을떠올리게하셨다.
고문을받으실때는“이새끼야더찌르라고큰소리치니까손가락을찔러피가솟더라“며담대히말씀하신분.민주화를위해희생하셨지만굴하지않는위풍당당한거물이셨다.영어는미국놈의언어라하여나에대한호칭은“애기야”였다.볼펜을칭할때도“애기야그거,쓰는거갖고오렴”하셨다.그래서연필을가져다드리면아니라고하셔서이것저것가져다드리면서알게되었다.

〈불쌈꾼백기완의한살매〉(임진택)
1979년말YWCA위장결혼식사건으로체포된백선생은모진고문끝에투옥되었고,그직후1980년5월광주에서엄청난학살과이에마주한처절한항쟁이일어났음을감옥안에서들었다.고문과투옥의여파로생사의갈림길에있었던백선생은스러져가는자신의몸과마음을혼자힘으로일으켜세우지않으면안되었고,그리하여병상에드러누운채광주의학살과투쟁에더한자신의통한과분노와염원을흥얼거리기시작했다.첫줄을지어흥얼거리고,다음줄을지어되뇌어읊조리고,이를다시추리고모아되풀이웅얼대고외치고새기면서드디어한편의시를완성해냈으니이시가바로「묏비나리」이다.
(중략)
백기완선생은자신의시를스스로낭송하기를좋아했다.그런데그는낭송하기위해자신의시를외운것이아니었다.그의시가글자로적혀세상에나왔을때는이미백선생자신이그시를줄줄외고있던때이다.백선생은시를글자로지은것이아니라입으로흥얼거려서끊임없는읊조림으로,가슴속외침과절규로줄기찬염원과바람을담아그비념을쌓고쌓아빚어낸것이니,그의시는과연비나리였다.사람이사람한테사람을불러일으키는미적계기,그것이비나리이다.

〈천하의백기완선생을기억하며〉(문정현)
선생이보기드물게위대한것은그가마지막까지서있던자리가말로논하고가르치는자리가아니라행동하는자들의곁이었다는것이다.팔순노구를이끌고도그는한미FTA반대집회,한진중공업희망버스,쌍용자동차해고반대투쟁,쌀수입반대,세월호진실규명을위한촛불집회,비정규직제도철폐,그리고장애인과빈민들의집회현장까지쉬지않고뛰어다녔다.
“얘야,가자!”누가오라하지않아도눈에밟히는현장을찾아스스로길을나섰다.그현장에서면눈물을참지못하셨다.하얗거나검은한복차림에흩날리는머리카락,선생이나타나면누가뭐라하지않아도자리가열렸다.그는항상맨앞자리한복판으로나아갔다.그러니참큰어른이다.나중에는주저앉은자리에서일어서기도힘들었지만한번도꼿꼿한모습이흐트러진적이없다.
부축을받으며연단에오르면쓰러질듯하던선생의입에서우렁찬백두산호랑이의포효가나왔다.그포효는매번모두의머리를치고심장을뚫었다.에둘러가지않고가차없는독설로시대의정곡을,사건의핵심을꿰뚫었고찔렀다.한마디한마디가듣는이들의마음깊이새겨졌다.지금도그모든선생의포효가생생하다.

〈백기완선생님을기리며기도합니다〉(함세웅)
선생님께서말씀하시는‘부당한사회질서’는법이나사회규범이정하는그한계를분명히넘어서야함을명하고있습니다.현장에서고통받는우리이웃이느끼는부당함을설명하고있습니다.
우리는파업하는노동자,해고된노동자,농민을포함해부족하다고,억울하다고하소연하기위해광장에모인사람들에게대해“이거좀심한거아니야”하는반응을간혹보이기도합니다.선생님께서는누구든부족하다고느끼며억울함과고통을호소하는분들에게열린마음으로그들의이야기를들으라고우리에게충고하고계십니다.
고통받는모든약자들을이웃으로받아들이는삶,서로에게,모두에게열린마음으로공감하는삶을통해우리의가치관과삶의행태를바꾸라는질책입니다.

〈내안에백기완이있다〉(정태춘)
백기완,
그이름만으로도가슴뛰게하는사람이었다.
그말과소리와몸짓은높은창공의장산곶매였다.
거침없는상상력이었다.
떨리는붓으로그아름다운이름을쓴다.
깊이
내가슴에쓴다.

〈온몸으로우리옷완성시킨선생님〉(이기연)
우리옷은만드는사람반,입는사람반으로완성시키는옷이다.백기완선생은이시대우리옷을가장탁월하게완성시킨‘본보기’이다.그는말한다.“서양에물들고,자본주의에물들고,소비문화에물든옷을벗어라.그리고입을수록사람다워지는옷을입어라.”우리옷을아름답게입는것은일상투쟁이다.늘깨어있어야가능하다.
2021년2월17일,백기완선생님의마지막옷을지었다.무명빛,하얀모시두루마기,평소입었던하얀모시바지저고리위에,이모시두루마기를입히고고름을맸다.초록빛대님을매고,명주목도리를매어드렸다.〈임을위한행진곡〉과통곡속에서,그렇게마지막옷을입혀드렸다.
‘원산지증명’을백기완으로할많은이들이남았다.모두그의아들딸들이다.백기완선생은우리에게“우리딸이해줍니다”라는큰숙제를남기고가셨다.

이책의구성

이책은4부로구성되었다.
1부는백기완선생의삶의굽이굽이를함께한이들의경험과회고를담았다.특히백선생의젊은날인1950년대자진녹화계몽대,자진농촌계몽대,생활정화운동,한일협정반대투쟁,민중문화운동,반독재민주화투쟁등에대한생생하고귀중한증언들을만날수있다.
2부는1980년대와1990년대반독재민주화투쟁과민중항쟁의대열에앞장섰던백선생의파란의역정을함께한이들의회고를담았다.
3부는백기완선생이특히민중적미의식과문화예술에깊은이해와애정을가지고많은책과강연등을통해이를풀어내었던만큼민중문화운동부문에서활동한이들의증언을실었다.
4부는최근까지백선생의실천적행보에함께해온사회운동부문인사들의회고와추모를담았다.1950년대이후시기별로함께해온이들의면면은계속바뀌지만그런중에도선생은일관되게운동의현장을지켜왔다.선생의마지막시기를함께한현장활동가들의증언을실었다.

같은시기,같은활동을경험한이들이여럿이다보니내용이중복되기도하고소소한차이가발생하기도한다.예를들어백선생이국민학교를중퇴한것으로알고있는지인도있고졸업한것으로알고있는지인도있다.이러한기억의소소한차이들은독자들을혼란스럽게할수도있다.하지만이런차이들이글쓴이들입장에서생전의백선생과의관계나당시처지등을짐작하는단서가될수도있다는점에서,정정은되도록최소한으로했다.말하자면역으로이런차이들과만나면서이책의독자가백기완이라는이시대의거인에대해자신이갖고있던기억또는이미지와비교해보는것도추모에동참하는하나의방식이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