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너머 (얽힘·고통·타자에 대한 열 개의 물음)

동물 너머 (얽힘·고통·타자에 대한 열 개의 물음)

$13.00
Description
동물복지와 동물권이 가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
동물해방·비건·동물복지·동물권….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논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여기에는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일방적인 폭력을 되짚으며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근본적으로 타자와 고통에 대해 사유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동물 너머』는 이러한 작업이 지닌 가치와 의의를 존중하되 시선의 방향을 비틀어보자고 제안하는 작은 외침이다. 동물의 권리나 복지에 대한 담론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인지하고, 동물 ‘넘어’ 존재들을 두루 아우르며 기존의 동물 담론 ‘너머’에 산적한 문제들을 마주하자는 것이다. 이에 인간과 동물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10가지 장면을 인류학자의 눈으로 찬찬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10가지 물음을 던진다. 자연스럽게 이 작업은 결국 지금의 한국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고, 차별과 혐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숙고해보는 탐구로 이어진다. 동물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이 곧 우리 주변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저자

전의령

인류학자.한국의반다문화·난민반대담론에스며든신자유주의적정동과동물복지의자유주의윤리에관한작업을해왔다.이화여자대학교에서사학을전공한후,미국코넬대학교아시아학과에서네팔의반인신매매활동단체들에관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인류학과에서한국의이주·다문화담론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전북대학교고고문화인류학과부교수로재직중이며,유기동물보호현장에서일어나는종간(interspecies)연민그리고난민담론의인종·젠더정치에관한연구를진행중이다.

목차

왜‘동물너머’인가?

Ⅰ.얽힘
1.반려동물과아이
2.자본,미디어그리고반려인의마음
3.인간과동물이라는이분법
4.재건축현장의길고양이들
5.고통은전염된다

Ⅱ.고통과타자
6.아시아에서구조된개들
7.동물싸움의현재적불만
8.개고기문화를존중한다는말
9.퓨마의죽음에쏟아진애도
10.고통의이미지속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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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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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과동물그리고얽힘의양상들
최근인문사회학분야의‘동물논의’는두가지흐름으로나눠볼수있을것이다.인간의이기심에의해쉽게버려지고죽임당하거나열악한환경속에노출된동물들의삶을드러내면서‘동물권’으로이어지는논의가한쪽에있다면,피터싱어로대표되는철학자들의동물윤리론이또한쪽에있다.거칠게말해전자가감정을자극하고개개인의도덕심을고양시켜죄책감이나부채감을상기시킨다면,후자는상황을탄탄하게이해하는이론틀을제공하지만탁상공론이라는아쉬움을남긴다.그렇다면인간과동물의관계를다른각도에서바라볼필요가있지않을까?혹시동물권과동물복지담론이놓치고있는장면들이있었던것은아닐까?『동물너머』는이질문들을품고시작하는책이다.
책에도소개된‘영리한한스’이야기를해보자.20세기초베를린사람들을놀라게했던‘영리한한스’라는말이있다.네살이었던한스는간단한수학문제도풀고달력도읽었을뿐아니라음악선율도구분할줄알았다고한다.1904년9월한스의미스터리를풀기위해심리학자칼스툼프가이끄는조사단이연구를시작했고,스툼프의제자가이를이어받아한스가사람과동일한방식으로문제를푼것이아니라‘사람’질문자들의시그널을감지하는능력이탁월했음을밝혀낸다.『동물너머』에서이사례는인간과동물이함께한다는것이곧서로의식적·무의식적으로무언가를주고받는과정임을인지해보자는제안으로제시된다.
특히‘1.얽힘’에실린다섯편의이야기는특히비선형적이고예측불가능한방식으로다종다양하게얽혀있는인간과동물의모습을보여준다.저자에따르면반려동물과반려문화가아이를대체하고있다는통계는현실을절반만재현한다.실제로반려인과반려동물은함께하면서한쪽에만종속되지않는쌍방관계를형성하며서로를새로만들어내기때문이다.게다가여기에는자본과미디어가끊임없이개입한다.수많은정보에언제든노출되어있는반려인은반려동물의먹이·집·유치원등에지출되는비용과관련해경제적인선택을강요받을수밖에없고,그과정에서죄책감과뿌듯함을느끼게된다.그리고여기에서애정과지배는어지럽게얽히고만다.이는단순히인간과직접살을부비며살아가는동물에게만해당되지않는다.가령둔촌주공재건축현장의길고양이들은인간에게돌봄을필요로하는존재로머물지않는다.오히려그들은공사현장을누비고다니면서사람들을불러모으며도시와주거공간그리고재건축의의미를되묻게하는질문자로자리하면서우리가익숙하게생각하는도식을뛰어넘는다.


동물의고통은말해질수있는가?타자에게묻지못했던질문들
저자전의령은그간난민·이주민·동물·젠더등을중심에놓고공부와연구를지속해온인류학자다.인간과인간,인간과비인간이서로만났을때벌어지는일들을분석하며이를바탕으로한국사회의일면을보여주는작업이일변도를이뤘는데,이번책에서는그중인간과동물에깊게천착한글들을모았다.본인의반려묘뿐아니라우리주변곳곳에서살아가는유기동물·야생동물·반려동물·동물원에서살아가는동물등을소환하고,한국사회의동물현상을보여주는각종기사·페이스북·유튜브·영화·애니메이션·동물단체의활동을수집했다.또한직간접적으로만나이야기를나누고들었던수의사·반려인·도축자등을소개하고동물담론을논하는관련인류학자들의핵심이론들을곳곳에배치해논의의근거로삼는다.
일견당연해보이는저자의이러한작업이특별히중요한이유는무엇일까?인간인우리가동물의상황을이야기한다는것도기본적으로한계에직면수밖에없기때문이다.비인간인동물은자신이처한상황과고통을직접말할수없기에,인간이대신그자리에서서스피커역할을맡아야한다.물론이러한어려움을감안하더라도반복적으로공론화하는일은반드시필요하다.대신동물이처한상황이제각각다르며그해석도다양할수있음을인지해야하지않을까?뿐만아니라동물을이야기할때는그안에서함께하는인간을거론할수밖에없으며,이때는젠더,계급등이세밀하게얽혀있다는점도간과해서는안된다.전의령이대부분의글을마무리하며질문형식으로끝낼수밖에없는없었던것도그때문이다.동물의고통,타자의고통을말하는것의엄중함과두려움을누구보다잘알기때문이다.
‘2.고통과타자’에는우리가동물의고통을이야기하는동안놓치고있었던것들을상기시키는데중점을둔다.그중이책의마지막글이기도한‘10.고통의이미지속타자’가다루는“돼지망치살해사건”에주목할필요가있다.이사건은사건명그대로한농장에서새끼돼지수십마리가망치로찍혀살해당한일로,한동물단체에서잔인한행위를담은영상을공개하면서공론화됐다.영상을접하면우리는일차적으로동물이당한잔혹한장면에집중하기마련이라동물의고통에감정이입하며해당남성을비난하는구도를취한다.전의령은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그가사회에서기피되는3D업종에종사하고있으며,축산농장의관행속에서고용주의말을따라야하는노동자이고,유색인종일가능성이높다는점을짚어낸다.그리고다음과같은질문을우리에게이어던진다.남성의가해자성을강조할때가려지는타자성이있지않을까?인간집단내부의불평등은동물논의에서어떤방식으로공존할수있을까?세심한논의를요하는,쉽게답할수없는이물음이지금인간과동물이맺는관계의현주소를보여주는게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