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 꿈꾸는돌 33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 꿈꾸는돌 33

$13.00
저자

최상희,김려령,김해원,신현이,이희영,허진희,황영미

소설가.때때로여행하고글을쓴다.지금처럼제주여행이활발하지않던시절,훌쩍제주로떠나머무르는여행을했던얼리버드여행자.제주에서‘중간여행자’로머문700여일을담은여행서『제주도비밀코스여행』이제주도여행의바이블로떠오르며제주도여행의새로운바람을일으켰다.동생과함께작은출판사'해변에서랄랄라'를운영하며여행의기록을책으로만들고있다.

『그냥,컬링』으로비룡...

목차

최상희|더이상도토리는없다―7
김려령|우리가아주예뻤을때―41
김해원|황혜홀혜―67
신현이|덜컹거리는존재―97
이희영|책내기―127
허진희|유령이머무는숲―159
황영미|한밤에만난두사람―193

출판사 서평

도서관을사랑하는독자에게도,도서관과멀어진독자에게도선물이될특별한초대장

청소년독자들이가장사랑하는작가들의신작을한권으로읽을수있는『더이상도토리는없다』는‘도서관’을테마로했다는점에서더욱눈길을끈다.이번소설집은하나의주제로기획된앤솔러지가아니라‘도서관’이라는공간을주인공으로삼았다는점에서호기심을불러일으킨다.
표제작인최상희의「더이상도토리는없다」는설레는여름방학의첫날,친구들과도서관에서보내는잊지못할하룻밤의이야기를그린다.금요일마다엉뚱한곳에책을숨겨두는‘도서관다람쥐’를추적하는추리소설마니아여고생들의사랑스러운활약이펼쳐진다.읽고나면한편의청춘영화를본듯싱그러운여운이감도는소설이다.이어지는김려령의「우리가아주예뻤을때」는달콤쌉싸름한유년시절풋사랑의기억을불러내‘사랑과우정사이’의두근거림을전한다.
김해원의「황혜홀혜」는심각한기후위기이후의미래로독자들을데려간다.책을통해한존재를기억하고,누군가를아름답게간직하는방법을애틋하게담았다.『독고솜에게반하면』으로마녀와의특별한우정을그렸던허진희는이번엔도서관에서마주친유령과의만남을통해마음의상처를치유받는소녀의이야기를서정적으로선보인다.성장통을겪는청소년들에게살며시위로를건네는신현이의「덜컹거리는존재」와,따뜻한응원을전하는황영미의「한밤에만난두사람」역시놓칠수없는작품이다.평범해보이는일상에숨겨진비밀과소중함을일깨우는이희영의「책내기」는청소년독자뿐아니라지친하루를살아가는누구나공감할수있는감동이스며있다.

책갈피를끼워두고싶은청춘의한페이지!
반짝이는우정,다정한위로가꽂혀있는우리만의비밀책장

여기실린일곱편의소설은도서관을무대로각양각색의주인공이등장해저마다자기만의이야기를들려준다.현재와미래,현실과판타지를오가며다채로운꿈과고민들을담아내며,성장의한순간을세심하게지켜보고응원을보낸다는공통점이있다.황영미의「한밤에만난두사람」속“마음둘곳없으면도서관에라도와.네편이되어줄많은이야기들이있어.(…)쉽게좌절하지말라고.너의인생을사랑하라고.”라는구절은책속주인공에게뿐만아니라이책을읽는독자들에게도뭉클한감동을선사한다.그렇기에『더이상도토리는없다』는여전히도서관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도,한동안도서관과멀어졌던독자들에게도반가운소설집이될것이다.

책속에서

나는한참차미의얼굴을바라보았다.차미는그대로잠든모양이었다.몸을돌려똑바로눕자하얀천장이보였다.그아래로짙은나무색책장,책장사이로누운아이들,000번과100번책장사이에서밤을보낸우리셋.이모든걸언제까지기억할수있을까.가만히눈을감자눈꺼풀위로빛이아른거렸다.
―최상희「더이상도토리는없다」,36면

두사람에게차마사실대로말할수없다.나는둘과더친해지고싶었을뿐이다.그것만은사실이다.
―최상희「더이상도토리는없다」,38면

나는잠시반지를보다가결국약지에끼웠다.살짝컸지만상관없었다.예뻤으니까.우리는같은반지를끼고다시소꿉살림을보았다.행복과아픔이78퍼센트와22퍼센트로녹아있는애장품이었다.어느쪽이78퍼센트이든행복과아픔이함께여서더욱빛나는듯했다.그리고정원과나란히낀반지.정원은우리가더단단해졌다고했다.그랬으면좋겠다.저렇게예쁜추억들이더는상처가아니었으면좋겠다.갑자기코끝이찡했다.
―김려령「우리가아주예뻤을때」,65면

“나는책에영혼이있다는것을믿고싶어.그러면그사람이문장으로남는거잖아.어떤감정이담겨있는문장으로,낱말로남는거잖아.글을읽으면서그사람을생각하는거잖아.오래오래생각할수있는거잖아.그냥숫자로만세상에남는것보다낫잖아.사람들은사망자수를보면서애도하지않아.숫자로표기된죽음앞에서사람들은아무감정도갖지않아.숫자는그사람이조금전까지살아있었던나와똑같은사람이었다는것을지워버려.”
―김해원「황혜홀혜」,90~91면

“존재한것들은죽어도흔적을남긴다고.믿고싶었지.완전하고무한하다는신은안믿어도살았던존재의흔적은믿고싶었어.”
―김해원「황혜홀혜」,92면

고개를들었다.위에꽂혀있는책의제목들을읽어나갔다.다다른이름표를달고서정해진자리에앉아있는반아이들이떠올랐다.제목이다다른책들이각기다른내용을담고있는것처럼,같은교복을입고있지만아이들도다다를것이다.j는어떤아이일까?처음으로,j의내면이궁금해졌다.
―신현이「덜컹거리는존재」,120면

나는눈을꾹감고최초의불을떠올렸다.확,감고있는눈앞에서최초의불꽃이피어올랐다.후들,몸이떨렸다.그때어떤힘이나를떠밀었다.
―신현이「덜컹거리는존재」,124면

“아니,그책의주인공에게는하루하루가도전이었다.늘같은시간에아침을열고,매일을하루같이자신의자리를지켰다.그것이얼마나어려운일인지아니?한페이지한페이지삶을기록해나가기란절대쉽지않아.너는비로소그책에덧붙여진한줄이새롭겠지만,주인공은아주오랫동안그한줄을준비해왔다.참으로우직하고진실한기록이지.”
―이희영「책내기」,153면

그때서야비로소알게되었다.내가왜아이에게희망이될수있는지.죽어서사라진존재를그리워하는마음.그런마음은사람을슬프게도만들고끝내포기하게도만든다.하지만아이는포기하지않았다.아이는나를찾았다.찾아냈다.책의숲길을헤매고헤매다나를찾아냈다.
너의희망은내가아니야.네가가진시간이지.
(…)네손에쥔시간의힘을믿으렴.영원히울기엔너의시간이너무찬란하니까.
―허진희「유령이머무는숲」,189~190면

“마음둘곳없으면도서관에라도와.네편이되어줄많은이야기들이있어.작가는넘치는사랑을글로표현하는사람이야.세상사람들을일일이다만나서사랑할수없으니글로마음을표현하는거지.쉽게좌절하지말라고.너의인생을사랑하라고.”
―황영미「한밤에만난두사람」,2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