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 시각예술가 박혜수 작가 노트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 시각예술가 박혜수 작가 노트

$18.50
Description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
포기한 꿈, 실연, 첫사랑, 나이 듦, 죽음…
질문하는 시각예술가 박혜수의 상실 탐구
“작가 자신에 의한 작품 해설이라는 드문 시도이면서
그 자체로서 빼어난 사회학 에세이” _김현경(인류학자, 『사람, 장소, 환대』 저자)

‘꿈’, ‘실연’, ‘첫사랑’, ‘나이 듦’,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탐험해온 시각예술가의 작가 노트이자 사회학 에세이. 솔직해서 ‘까칠하다’, ‘심술궂다’는 말을 종종 듣는 박혜수 작가는 보통은 사람들이 묻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들이 그 대답을 찾아내는 감각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 이미지와 전시에 참여했던 관객들의 이야기가 뒤섞이는 장소들을 거치며, ‘우리’가 떠나보낸 것들, 잃어버린 것들, 사라져간 것들, 수많은 이별과 상실 속에서도 여전히 소중한 것들에 대해 되묻는 책이다.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은 상실과 애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박혜수 작가가 개인적으로 천착해온 질문이자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한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에 대한 한 권의 답변이면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더욱 증폭시킨 질문인 ‘어떻게 잘 이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사려 깊은 대답을 모색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꿈과 사랑을 떠나보내고,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는 박혜수 작가의 작업, 그리고 이 책에서 지금의 한국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탐구된다. “한국사회는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 ‘회복’을 너무 빨리 강요한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유가족이 임종을 보지 못했고 강제로 장례를 생략당해도, 피해자들임에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한다. 오랫동안 준비한 일들이 언제 다시 시작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려라’는 답변을 듣는 것도 이젠 공허하다. 시작조차 못 했는데 제대로 해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인생의 한 시기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는데도 우리는 ‘다시 시작’을 강요받는다.”(182~183쪽)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애도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코로나 유가족뿐만이 아니며, 그렇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해묵은 상처와 감정들을 잘 돌보고 떠나보내기 위해, 이 책은 예술가의 자리에서 개입한 흔적들을 담았다.

저자

박혜수

조각·설치미술가이자기획자,작가로활동중인시각예술가.2000년첫개인전을시작으로20여차례의개인전을열었고,국립현대미술관과서울시립미술관등국내외여러기획전에참여했다.《NowHereisNowhere》《보통의정의》《꿈의먼지》《우리가모르는우리》《모노포비아─외로움공포증》등의전시를통해시간,꿈,애정의상실,보통의기준과같은보편적인주제에관심을갖고이를작품으로표현해왔다.

다양한설문조사로사람들의이야기를수집하는사전조사를진행해오고있으며,일상에서당연하게여기는것들에의문을품고시각화하는작업속에서관객들이스스로문제를발견하고자신의일상에서해답을찾기를바란다.2019년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작가상후보에올랐다.

목차

들어가며누구에게무엇을물을까

Ⅰ.꿈의먼지
1.버려진꿈2.빌어먹을꿈3.뻔한주제,특별할것없는사람들4.심술쟁이상담가5.오래된약국20116.10년뒤에도변하지않은것들7.당신은성장하고있나요?8.버려진꿈과잃어버린열쇠9.다시,꿈

Ⅱ.실연수집
1.익숙해지지않는이별2.상처받은마음3.그와나만의비밀4.냉정과열정사이5.분홍칫솔6.환상의빛7.네이름으로날불러줘,그러면내이름으로널부를게8.책상서랍맨아래칸

Ⅲ.사랑과실연의얼굴
1.그남자,그여자의사정2.보고싶은얼굴3.걸을까,뛸까,아니면멈출까4.기쁜우리젊은날5.형태씨의사랑6서로;로서7.그순간,내인생은끝났다고생각했습니다8.짧은사랑,긴그리움

Ⅳ.미래가두려운사람들
1.내가내게묻다2.당신으로부터편지가왔어요3.라이프인어데이4.세상을파는가게5.늙는것도사는것의연장일뿐6.후손들에게

Ⅴ.애도일기
1.늦은배웅2.아침에배달된죽음3.애도의중요성에대하여4.아버지의죽음5.마음의준비6.낯선이별7.죄책감,스스로에게가하는형벌8.그래야만할것같았다9.꽃이지는시간

나가며이별후에남은것,당신!
부록프로젝트대화

출판사 서평

질문이사라진시대,
속깊은심술쟁이시각예술가의질문들

『묻지않은질문,듣지못한대답』은질문을꺼리는시대,솔직해서‘까칠하다’,‘심술궂다’는말을종종듣는시각예술가가독자들에게곤란하지만반드시필요한질문을던지며,그대답을찾아내는감각을‘경험’하도록만드는책이다.박혜수작가는스스로를“궁금한것을못참는성격”이며“꼭들어야할말은직접묻고들어야만한다는철학”(7쪽)이있는사람이라고표현한다.그리고답변은질문에달려있기때문에질문이라는문제는예술가들에게평생의숙제와도같고,개인으로서도질문은“‘나’의자리를짐작해보는좋은도구”라는이야기로이책의서두를연다.특히,박혜수작가의직설은다음과같은표현에서빛을발한다.“정말로물어봤어야할,들었어야할이야기들은묻히고전혀궁금하지도,중요하지도않은시끄러운소음들속에서속뜻을헤아리는것도이젠지친다.사람들은정말로하고싶은얘기를하지못하고,소중한사람들에게묻고싶은것을묻지못하고,듣고싶은것을듣지못하며,지레짐작하면서혼자병들고있다.그래서사람들이‘묻지않은질문’을대신묻고,‘듣지못한대답’을대신들어보기로했다.”(12쪽)
그래서이책을펼친독자들은작가의질문들을붙잡고,작가의이야기와작품이미지와전시에참여했던관객들의이야기가뒤섞이는장소들을지나게된다.1부는“당신은어떤꿈을포기했나요?”라는질문을중심으로과거의‘나’라는문제를다루며,2부는“헤어진연인이남긴물건과사연을남겨주세요”라는부탁에서시작해실연수집프로젝트에얽힌이야기를들려준다.이어지는3부는“첫사랑을기억하시나요?”라는질문과함께,공단지역노동자들의첫사랑이야기를중심으로사랑의기억들을불러내며,“10대의나,80대의나에게어떤말을해주고싶나요?”라는질문으로시작하는4부는나이듦과고독사의문제를탐구한다.마지막으로,“내가갑자기죽는다면,사람들은나를어떻게기억할까?”라는질문으로여는5부는죽음에관해,코로나유가족·요양원직원·화장시설장례사·병동의료진들의이야기와작가아버지의죽음을겹쳐놓고독자들의대답을기다린다.

한국사회에서우리가잃어버린것들,
사라져간것들을위한예술

『묻지않은질문,듣지못한대답』은상실과애도에관한책이기도하다.이책은박혜수작가가개인적으로천착해온질문이자프로젝트이름이기도한‘무엇이사라지고있는가?’에대한한권의답변이면서,코로나19가‘우리’에게더욱증폭시킨질문인‘어떻게잘이별할수있을까?’에대해사려깊은대답을모색한기록이라고도할수있다.꿈과사랑을떠나보내고,나이가들고,죽음을마주하게되는,인간의보편적인문제는박혜수작가의작업,그리고이책에서지금의한국사회라는맥락속에서탐구된다.“한국사회는어려움을당했을때에‘회복’을너무빨리강요한다.코로나사태로많은유가족이임종을보지못했고강제로장례를생략당해도,피해자들임에도소리내어울지못한다.오랫동안준비한일들이언제다시시작되는지알지도못한채하염없이‘기다려라’는답변을듣는것도이젠공허하다.시작조차못했는데제대로해내야하는나이가되어버린지금,인생의한시기가송두리째사라져버렸는데도우리는‘다시시작’을강요받는다.”(182~183쪽)슬픔을표현하지못하고애도의기회를박탈당하는것은코로나유가족뿐만이아니며,그렇기에우리에게남겨진해묵은상처와감정들을잘돌보고떠나보내기위해,이책은예술가의자리에서개입한흔적들을담았다.
박혜수작가는‘꿈의먼지’시리즈로사람들이이루지못해버린꿈들의사연을모았고,정신을다루는세분야의전문가인정신과의사,점술가(타로점),예술가가함께상담퍼포먼스시리즈‘오래된약국’을작업했으며,헤어진연인들의실연물품과사연을모으는프로젝트에‘실연수집’이라는이름을붙였다.한편,공단지역노동자들의첫사랑기억을되살리는영상작품<우리기쁜젊은날>을제작했고,낭독퍼포먼스<당신으로부터편지가왔어요>에서는관객들과더불어,10대(과거)의나와80대(미래)의나를함께생각했다.또한아버지를향한개인적인애도작업<아버지의죽음>은부산시립미술관및『부산일보』와함께한부고시리즈‘늦은배웅’으로이어져,코로나유가족들과우리사회가기꺼이같이애도할수있는자리를마련해냈다.역설적이게도,사라진것들은박혜수작가의작업들속에,그작업의일부이자작가노트인이책속에오롯이,살아있다.
『묻지않은질문,듣지못한대답』은보통은사람들이묻지않는질문들을통해우리의“속마음”과“진심”에도달한다.그리고우리가떠나보낸것들,잃어버린것들,사라져간것들,이별과상실의경험속에서도여전히소중한것들에대해되묻는다.그런의미에서이책의마지막질문이자이책을읽는독자들이반드시답해야할가장중요한질문은이것이다.“당신은당신을좋아하나요?”(364쪽)이질문은이책의앞표지하단에도적혀있다.

추천사

김현경(인류학자),오지은(음악가,작가)추천!

시보다시작노트에더눈길이갈때가있다.시작노트는시에덧붙여진메모에지나지않지만,때로는미처시가되지못한그말들이시못지않은존재감을가지고강렬하게다가온다.이책도비슷하다.이책을읽으면서우리는미술관으로이어지는오솔길을예술가와함께걷는듯한희귀한경험을할수있다.그는오랜친구처럼다정하게조금뒤에우리가보게될작품들에대해조곤조곤설명해준다(난해한작품으로관객을좌절시키면서그좌절을즐기는듯한다른작가들과는딴판이다).그의이야기가어찌나재미있는지우리는이산책이언제까지나계속되길바라게된다.그래서마침내오솔길끝에이르렀을때는미술관이닫혀있건말건상관없어지는것이다!
―김현경(인류학자,『사람,장소,환대』저자)

박혜수작가는외계인같다.지구인을아주사랑하는,그래서관심이식지않는외계인.그는지구인의마음을끈질기게모은다.한가지마음을10년도넘게모은다.'지구인들은대체왜이러지?'하면서.지구인이계속되풀이하는어리석음,어딘가를향한사랑,잃어버린것,그런것들이모이는구멍이박혜수작가의주머니에있다.모아보니아름답다.
―오지은(음악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