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방에서 : 우리는 왜 외모에 집착할까 - 돌베개 그래픽노블 & 논픽션 시리즈 만화경

거울의 방에서 : 우리는 왜 외모에 집착할까 - 돌베개 그래픽노블 & 논픽션 시리즈 만화경

$19.50
Description
여자는 왜, 예뻐야 할까?
카메라 렌즈라는 작은 거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어떻게 외모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웨덴의 페미니즘 예술가 리브 스트룀크비스트의 그래픽노블이 돌베개 그래픽노블&논픽션 시리즈 ‘만화경’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이브 프로젝트: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푸른지식, 2018)로 여성 성기를 터부시하는 문화를 유머러스한 태도로 비판했던 그가 이번에는 외모와 아름다움에 삶의 방향이 좌우되었던 현실(또 텍스트) 속 여성들을 소환하여 인류가 외모(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에 집착해 온 역사를 따라가본다. 구약시대 레아와 라헬 자매, 21세기의 SNS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 그리고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백설공주의 어머니, 영원한 섹시의 아이콘 매릴린 먼로, 미모로 소문났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후 ‘시시’가 주인공이다. 시몬 베유, 지그문트 바우만, 한병철, 에바 일루즈, 르네 지라르, 수전 손택, 나오미 울프, 크리스 로젝, 리처드 시모어, 마틴 헤글룬드, 스테파니 쿤츠, 크리스토퍼 래시 등이 등장해 시공을 초월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자

리브스트룀크비스트

스웨덴을대표하는전방위적페미니즘예술인.2003년등단이후주로여성과성소수자,난민을비롯한사회의피억압집단의문제를잡지,만화,공공미술,연극등다양한매체와예술장르에서제
기하면서가부장적사회의모순적구조와폐해를날카롭게비판해왔다.독특한작품세계를인정받아2012년스웨덴에서가장권위있는만화분야상인아담손상(AdamsonAwards)을수상했다.

지은책으로는『이브프로젝트』(Kunskapensfrukt),『100퍼센트지방』(Hundraprocentfett),『아인슈타인의부인』(Einsteinsfru),『찰스왕자의감정』(PrinsCharlesKansla),『삶을긍정하다』(JatillLiv!)등이있다.
후기자본주의시대에절대적가치로여겨지는신체적아름다움과외모에대해고찰한『거울의방에서』는여성의성기에관한잘못된통념에도발적이면서도유머러스하게접근한『이브프로젝트』가2018년출간된이후,우리나라에두번째로소개되는책이다.

목차

거울앞의소녀
레아의못생긴눈
허깨비같은자취
백설공주의어머니
폭군이되는그림

출판사 서평

누구나작은카메라를쥐고다니며
쉴새없이자기자신과주변의모습을찍어게시하는세상,

어떻게외모에신경쓰지않고,
(외모지상주의자가되지않고)살아갈수있을까?

우리는현대사회라는‘거울의방’에살고있다

피부가매끄러워지고낯빛이밝아지며,눈은커지고코는오똑해보이는‘셀카’앱(어플리케이션),내가늙으면어떤모습일지미리보여주는앱,내가몇살로보이는지측정해주는앱등이출시되어인기를얻고일상에녹아든모습을보면,지금우리의욕망이어디를향해있는지가보이는듯도하다.다름이아니라우리는지금그어떤시대보다나의,또타인의신체적아름다움에집착하며,내가남에게어떻게보이는지에온갖관심을쏟을수밖에없는시대를살고있다.우리는모두아름다워보이고싶어하며,어려보이고싶어한다.한편으로는,우리는그어떤시대보다‘아름다움’이획일화된시기를지나고있는데물론그런경향을이끄는것은모두가알고있듯이SNS와미디어를뒤덮듯게시되는연예인과인플루언서들의이미지들이다.
미국의사학자인크리스토퍼래시는이미일찍이1979년에출간한책『나르시시즘의문화』(TheCultureofNarcissism)에서“우리는경험을포착해느린속도로재생하는이미지와메아리의소용돌이속에살고있습니다.카메라와녹음장치는우리의경험을복제해기록할뿐아니라그것의성질을바꿔서,현대생활의많은부분에거대한반향실(反響室),즉거울의방과같은성격을부여합니다.”라고말함으로써현대사회를‘거울의방’으로정의한바있다.SNS가등장하기도전에발휘된놀라운통찰은그로부터30여년이지난지금도빛을잃지않는다.우리는지금누구나작은카메라를쥐고다니며온갖것들을찍어게시하는시대를살고있기때문이다.거울은어디에나있다.카메라도어디에나있다.이제는어떻게‘생겼냐’보다는어떻게‘찍히냐’가더의미있는지도모르겠다.

“사람은다른사람들이욕망하는것을욕망한다.”
-르네지라르

스웨덴의페미니즘예술가리브스트룀크비스트의그래픽노블이돌베개그래픽노블&논픽션시리즈‘만화경’으로출간되었다.스웨덴에서전방위적인예술활동으로독보적인위치를점하며인기를얻고있는리브스트룀크비스트의책은,여성성기를터부시하는문화를유머러스한태도로비판했던『이브프로젝트:페미니스트를위한여성성기의역사』(푸른지식,2018)이후로우리나라에서는두번째로출간되는것이다.(첫번째책은‘리브스트룀키스트’라는이름으로출간되었으나,스트룀크비스트가원어발음에가깝다.)
미국의유명화가노먼록웰(NormanRockwell)의그림중에는한소녀가거울속자신의모습을골똘하게바라보는모습을담은것이있다.<거울앞의소녀>속여자아이의무릎에는잡지가펼쳐져있다.소녀는마치‘나는왜잡지속이여인처럼생기지않은걸까?’하고고민하는것만같다.
SNS인플루언서인카일리제너와같은사람들,그리고잡지속아름다운여인들은우리에게이런종류의감정을선사한다.아마도내가그렇게생기지않았다는데서오는,우울,불안,불만족,열등감,갖가지부정적인감정.리브스트룀크비스트는묻는다.“왜사람들/어린소녀들은(이런이미지를볼때)예를들어멋진해넘이,끝내주는바닷가나화려한모습을한앵무새를볼때느끼는기쁨,즉존재의아름다움에대한긍정적인기쁨을똑같이오롯하게느끼지못하는것일까?”리브스트룀크비스트는이를,프랑스철학자르네지라르의‘모방적욕망이론’을빌려설명한다.지라르에따르면,사람은다른사람들이욕망하는것을욕망한다.왜냐하면내가무엇을진정으로욕망하는지알기란매우어려운일이기때문이다.그래서인간은지라르가‘욕망의중개자’(mediateur)라부르는역할모델을선택한다.이중개자는현실세계의친구가될수도,SNS상의인플루언서가될수도있다.그런다음인간은중개자의욕망을대신모사하며역할모델(중개자)에게의존한다.결과적으로우리는역할모델과같은것을원하게되기때문에그와경쟁하는관계가되고,역할모델에게경탄하고그를따라하고싶어하면서도,시기하고질투하게되는것이다.이렇게대중이연예인의패션이나외모를모방하고싶어하면서도또한그를폄하하거나악플을다는심리가르네지라르의모방적욕망이론으로설명된다.

야곱은라헬이더예뻐서
눈이못생긴레아보다라헬을더사랑하였다―

리브스크룀크비스트가이렇게첫장‘거울속의소녀’에서노먼록웰의그림과카일리제너의이야기를하면서르네지라르의이론을빌려와설명하듯이,이어지는네개의장에서도역사(또는텍스트)속에서외모로인해삶의방향이좌우되었던여러여인들과길잡이들이등장한다.‘레아의못생긴눈’에서는구약시대라헬과레아자매와,그들과결혼했던야곱의이야기가펼쳐진다.야곱은못생긴레아와먼저결혼했으나,아름다운라헬과도결혼하기위해자매의아버지가시키는대로그집에서14년을일했다.이장에서는지그문트바우만과에바일루즈가길잡이로등장한다.야곱은라헬이더예뻐서레아보다라헬을더사랑했는데,스트룀크비스트는외모와성공적인애정관계사이의연관성이가장강력한것이지금이시대라고말하며지그문트바우만의『유동하는공포』를인용한다.또한소비사회의성장및소비사회와섹슈얼리티의융합에대한에바일루즈의분석을언급하며,섹슈얼리티가체제에편입된후기자본주의체제에서는성적매력이애정관계의경계를넘어개인의능력으로여겨지고있다고결론짓는다.결과적으로,과거에예쁜라헬과못생긴레아는둘다야곱과결혼할수있었지만,우리시대에라헬과레아의차이는더욱극명해진다는것이다.
세번째장,‘허깨비같은자취’에서는사진을소재로삼아매릴린먼로의유명한사진이야기를한다.이사진들이유명해진이유는버트스턴이이사진들을찍고얼마지나지않아매릴린먼로가사망했기때문이다.이장에서는수전손택,나오미울프,한병철이인용된다.셀카의시대인지금,사진촬영이라는행위에내포된권력,즉가치있는피사체를결정하는행위와어떤아름다움이피사체로서가치있는가는피사체인동시에촬영하는주체인‘나’에게로이전되었다.이렇게자신의아름다움을스스로의식하는것은스트룀크비스트에따르면서양의역사에서일종의금기를깬커다란문화적발전이자변화다.한편으로저자는내면의아름다움에초점을맞추지못하는사진의발전덕분에획일화된아름다움이라는개념을나오미울프를인용하며비판하기도한다.또한스트룀크비스트는‘매끄러움’에대한한병철의분석을바탕으로,셀카를인간의무의미함과필멸에대한일종의저항으로해석하기도한다.
네번째장의이름은흥미롭게도‘백설공주의어머니’이다.(이제목은,민담의사악한계모는다차원적인어머니의부정적인면을인정하지않으려는데서비롯되었으며,계모란생모의다시쓰기에지나지않는다는브루노베텔하임의이론에바탕을둔것이다.)앞의세장에서우리는아름다움이어떻게인간의(여성의)권력/능력이되는지알아보았다.하지만아름다움이란늙어감에따라쇠하는것이다.이장에서는스웨덴의나이든여성다섯명과의인터뷰내용을옮겨그린다.나이든여성들은각자자신에게외모의노화가어떤의미로다가왔는지를밝힌다.역사적으로는못생긴것으로유명했던작가조지엘리엇이나아름답기로유명했던곡예사엘비라매디건의일화에서보듯아름다움이더나은삶을보장하지는않았다.하지만현대사회에서는아름다움을권력으로활용하며개인이통제가능한것으로여기는경향이있다.(이는우리세계자체를통제가능한것으로보는근대적인태도와관계있으며,여기에서사회학자하르트무트로자의이론이인용된다.)이어서스트룀크비스트는시몬베유를인용하여‘아름다움은다른어떤것을위한수단이아니며,어떤목적도내포하지않음’을이야기하고,또마틴헤글룬드를인용하여‘아름다움의덧없’음을강조한다.스트룀크비스트는이런이야기를통해,노화하는신체와덧없는아름다움을안타까워하는대신,삶의필멸성이더아름다운삶을살기위한전제가되듯이늙어감을받아들여야한다고이야기한다.삶은덧없기에아름답기때문이다.
마지막장은‘폭군이되는그림’이라는제목으로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아름다운황후엘리자베트(‘시시’)의일생을다룬다.아름답기로유명한황후의초상화는전세계에황후의아름다움을알렸으나,정작‘시시’는평생자신의아름다움을숭배하는사람들의기대에부응하기위해단식을하거나운동에열중하는등상상을초월하는노력을했다고한다.평생그초상화속의아름다운황후와경쟁해야했던시시에게그림은폭군이된것이나다름없었다.결국시시는사람들앞에모습을드러내기를꺼렸고,32세부터는아예초상제작을거부했다고한다.스트룀크비스트는여기에서사회학자크리스로젝의셀러브리티연구를인용하여오늘날의유명인이겪곤하는사적인자아와공적인자아사이의고통스러운분열을지적한다.로젝에따르면이러한자아분열은여성유명인에게훨씬더힘든것이며,가부장제사회의여성들은강력한사회규범아래이미남성들보다더높은정도로공적공간에서자신에대한연출,일종의퍼포먼스를수행하고있다고이야기한다.특히SNS상에서는누구나공적인자아를연출해야하기에,소셜미디어는모두를유명인으로만들었다고할수있다.(리처드시모어에따르면소셜미디어계정자체가공적이미지이다.)‘시시’는결국61세때제네바에서어느아나키스트에게살해당할때까지외모에대한강박과집착에서벗어나지못했다.스트룀크비스트는인생의덧없음을노래한하이네의시「세라피네IX」로이야기를마무리한다.
우리가지금당연하게,절대적인진리처럼인식하는신체적아름다움과그에따른권력은사실이렇게복잡한사회적,심리적요인들과그를둘러싼역사적변화가만들어낸결과다.세상그어디보다외모지상주의와여성혐오,가부장제가일상을지배하고있는우리사회에서특히리브스트룀크비스트의지적은큰의미가있다.“예쁘면고시3관왕”이라고했던가.아름다운여성에게진짜그런권력이주어지는지,그런권력은어떤의미가있는지에대해궁금해해본적있는독자라면,그리고농담처럼예쁘지않으면여자도아니라고하는사람들앞에서여자는왜예뻐야할까,스스로질문해본적이있는독자라면,스트룀크비스트가내놓은관점에서유효한문제의식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