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과함께쓴‘이해찬,격동의50년’
이책은정치인이해찬의평생의기록이다.전국회의원최민희가질문하고이해찬이대답하는,대담집형태로이루어졌다.대담과집필,편집작업등2년여의시간을들여이책을완성하였다.성장기의일화부터민주화운동시기,직업정치인으로서의삶까지이해찬의모든역사를이한권의책에담았다.어린시절의이야기는간략하게사실위주로정리했다.가정환경,부모님과가족들이어린이해찬에게끼친영향등,현재의이해찬을만든어린시절의이야기를담담하게서술했다.
이책에주로담긴내용은1972년유신을전후한시기부터2022년제20대대통령선거까지의이야기이다.박정희유신체제,전두환군부독재,노태우·김영삼정부,김대중·노무현정부,이명박·박근혜정부,문재인정부까지50여년의기록이담겼다.스무살의청년이해찬은대학에입학한해에10월유신을맞았다.전국적으로내려진휴교령으로청양집으로돌아간이해찬은“이렇게학생들이다집으로가면,4·19가무슨의미가있겠느냐!”라는아버지의추상같은꾸지람을듣고그길로다시서울로올라와민주화운동에매진했다.이후민청학련사건,김대중내란음모사건등으로수배와체포,고문과투옥을당하는,이해찬의치열한삶이시작되었다.
이책에는이해찬의이야기뿐아니라이해찬과함께대한민국민주화를위해함께싸운사람들의이야기가담겨있다.이해찬의사랑하는가족들,존경했던선생님들과선후배동지들,거리와광장에서만났던많은동지들과국민들의이야기가담겨있어,개인의회고록이지만한편으론반세기역사의기록이다.개인의회고록이아닌,대한민국민주주의역사의한증거로서이책이읽히길바란다.
-이해찬의꿈
이해찬은두개의꿈을꾸었다.이꿈을이루기위해좌고우면하지않았고선공후사의삶을살았다.
이해찬의첫번째꿈은‘대한민국의민주화’였다.젊은날의이해찬은이꿈을향해쉼없이달렸다.1972년10월유신에반대한반유신학생운동을시작했고,유신이후최초의시위라고평가되는10·2데모에참여했다.선배와함께수유리여관방에서유인물을만들어뿌리고수배자가되어친구큰아버지의농장에서숨어지낸이야기,민청학련사건으로투옥되어고문받은이야기,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투옥되어군사재판을받던법정에서“박정희가18년만에비참한종말을고했듯이,당신들전두환일당도10년이못가망할것이다.이것이역사의심판이다”라고서슬퍼렇게외쳤던젊은이해찬의결기를무심하게풀었지만,실제로는살풍경이었을터이다.이첫번째꿈은1987년에현실이되었다.6월항쟁으로군부독재가종식의수순을밟던그순간을이해찬은생생하게기억했다.
그때내느낌은…아,드디어사선에서벗어났구나.언제잡혀갈지,언제죽을지모르니까늘가위에눌리면서살았거든.그런생활을10년넘게한거잖아요.이겼다는생각보다드디어끝났구나,해방됐구나싶었어요.일제에서해방됐을때사람들이열광하면서거리로뛰어나왔던게이해됐다고할까.내인생에서제일기뻤던때였어요.
5·16쿠데타로군부독재가시작된지61년,6월항쟁으로군부독재를타도한지35년이지난2022년현재,대한민국은명실상부하게완전한민주주의국가로세계에서인정받고있다.
이해찬의두번째꿈은‘민주적국민정당건설’이다.이꿈은현재진행형이다.1987년대선패배이후평화민주당에입당하면서구상한두번째꿈이다.당내민주주의가제도화되고국민들의뜻에따라운영되는정당이확립되어야민주주의도,정상적인국정운영도가능하다는생각에민주적국민정당건설의뜻을세웠다.그후33년,이해찬의정치의모든목표는민주적국민정당건설에맞춰져있다.
이해찬은정당을정기노선으로운행하는대형버스에비유한다.정당은대통령선거,국회의원총선,지방자치선거를정기적으로치러내야하는정치조직이다.지향하는노선이있어야하고국민들의간절한소망을담아내야한다.특정후보가선거때올라타서패배하면버리고마는중고승용차가아니다.특히언론,노조,시민사회가취약한우리나라에서는정당의역할과책임은매우크다.
2018년더불어민주당의당대표로취임한이후2년동안한일들,당원이참여하는플랫폼을만들고경선제도를정비하며시스템공천으로21대총선을치른것모두,국민들의뜻에예민한감수성을가진민주적이고유능한국민정당을만들기위한노력이었으며,21대총선에서180석이라는전례없는대승을거둔것도그여정에있어하나의결과일뿐이다.이해찬은두번째꿈을이루지못하고일선에서물러났다.그리고전선을지키는후배들에게이렇게당부한다.
지금의민주당은2000년이전의총재정당과비교하면괄목상대라하겠습니다만,2022년봄대선패배과정에서보듯이아직도부족한부분이많습니다.그러나대선후보경선에서보여준당원과국민의참여,안정된경선운영,나아가대선기간과패배이후당원과지지자들이보여주신성숙하고열정적인모습은참으로희망적입니다.선거는패배할수있습니다.중요한것은패배이후에도당과진영이흔들리지않고정체성을지켜내는것,그리고그다음선거를준비할수있는힘과안정감이지요.이제저는현실정치의일선에서는물러났기에좀더발전되고안정된민주적국민정당을만드는일에앞장서지는못하겠지만,저와평화민주당에함께입당했던동지들이꿈꾸었던민주적국민정당건설의꿈도이루어지는날이그렇게멀지는않았다고믿습니다.
대담을마무리하며이해찬은이렇게말을맺는다.
운동을하면서실패는해도좌절하지는않잖아요.정치를하다보면목표대로성취하지못할때가있어요.못한것은또하면돼요.실패가아니에요.
-어느공적인인간의초상
이책의끝에유시민작가의「어느공적인인간의초상」이라는발문이실려있다.유시민은이해찬과학생운동선후배,국회의원보좌관,국무총리와보건복지부장관으로인연을맺었다.긴세월,유시민은이해찬을인생의동반자이자스승으로여겼다.유시민은이해찬에대해그가아는인물중에가장철저하게공적인인생을산사람이라고평가한다.이해찬은늘‘퍼블릭마인드’(PublicMind)를강조했다.공적인생각을가지고사사로운것을앞세우지않는공적인인간을추구했다.이해찬은7선의국회의원경력을갖고있지만,그동안선거법위반으로기소된적이없고선거비용이나정치자금문제로말썽이난일도없었다.이것은우연이아니다.그의‘퍼블릭마인드’의결과이다.이해찬은퍼블릭마인드에대해이렇게설명한다.
어떤사회수요에대해서판단을잘하고책임을지는거.판단력과책임감,이두가지를잘끌어가는게‘퍼블릭마인드’가아닐까싶어요.한가지덧붙이자면공무원,공인으로서자세도중요하고.나한테관대하고남한테도관대한사람이있어요.좋은사람이지.근데이런사람들은뭘하지못해요.공인은이러면안돼.남한테는엄한데나한테는관대한사람도있어요.아주이기적인사람이야.반대로남한테는관대한데자기한테엄한사람은도덕주의자라고할수있을거예요.이것도공인의자세는아니라고봐.공인의자세는남한테도엄하고나한테도엄해야해요.그래야공적인기강이서니까요.
이책의2부와3부에서선공후사의공적인인간이해찬의면모를보여주는다양한일화가소개되어있다.국회의원,서울시정무부시장,교육부장관,국무총리로서서울시와중앙정부의행정을개선하고국가권력의기능과작동방식을변경한사례들이다.안기부특활비적발,안면도방사선폐기물처리장비밀행정폭로,서울시행정3개년계획수립,교원정년단축,대학입시개혁,BK21사업시행,사립대분규해결,학교촌지추방,세종시건설과공공기관지방이전,방사선폐기물처리장부지확정,용산미군기지이전,한미FTA협상타결등정치와행정분야에서일하고있거나일할뜻을가진사람이라면참고할만한내용이아주많다.뼈대만추려담담하게이야기했기에그리큰일이아니었던것같겠지만,당시의언론보도를검색하면서읽으면어느하나간단한문제가아니었다는사실을알게될것이다.
이해찬은‘민주적국민정당건설’이라는두번째꿈을한순간도내려놓지않았고그꿈을품은정치인답게행동했다.정계일선에서물러난지금도두번째꿈은현재진행형이다.이해찬을개량주의자라고비난하는이들도있을것이고공직생활중에유감을품은이들도있을것이다.하지만그런사람들에게묻고싶다.당신은이해찬만큼치열한삶을살았는가?칠십의나이에자신의반세기를회고하며,이루지못한두번째꿈을이어가길바라는소망을담아이책은끝을맺는다.
추천사_필독!대한민국민주주의운동사
『이해찬회고록』이라하면누구나우리시대민주화과정의생생한기록을기대할것이다.책은그기대를채워주기에부족함이없다.저자는그가대학에입학하던해선포된유신체제에맞서학생운동에뛰어들었고,줄곧민주화운동의한복판에서혹은행동대장으로혹은지휘부의전략가로활동했다.그러다보니제적과구금,투옥과고문등의고난이따랐지만그의자세는한결같았다.그런데문학평론가이자출판계인사로서내가특별히주목한점은이책이소중한현대사의자료일뿐아니라엄청재미나는읽을거리라는사실이다.저자는뛰어난관찰력과분석력외에이야기솜씨도남다른면을보인다.게다가대담자(최민희전국회의원겸언론인)의서사를이끌어가는능력도훌륭한이바지가된다.
1987년6월항쟁이후로저자는‘민주적국민정당’의꿈을지상과제로추구하게된다.이시기에그는입법부와정당의여러요직,장관과국무총리등고위공직을두루거치면서격동의현대사한복판에서활약했다.나와는활동영역이많이달라진시절이고자연스럽게우리의관심사도반독재투쟁시절만큼일치하지는않았다.쉽게말해현실정치와국정운영의주역이된그가민주적국민정당건설에골몰했다면나는촛불혁명을기억하고진전시키는일을여생의과업으로삼은것이다.하지만두목표는여전히중첩되는영역이넓었고,그어느쪽에치중하는독자이든이『이해찬회고록』은필독서가되리라믿는다.
-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창작과비평명예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