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역사의혁명,한글의탄생!
이책은동아시아를넘어세계문화속에자리잡은한글의진정한의미에대해살펴본책이다.언어학자인노마히데키는‘인간에게문자란무엇인가’라는보편적인질문을통해한글에대해서통찰하며,한글창제이전의문자생활,한글의창제과정,마침내한글이한반도에서‘지’(知)의판도를뒤흔들어놓은과정,나아가미적형태의발전에이르기까지한글이라는존재를입체적으로살펴본다.
이책은단지‘한글’만을이야기하는책이아니다.한글창제이전부터있어왔던수천년동안의문자생활및환경을꼼꼼히짚으며,조선의임금세종과학자들이얼마나깊은이해력과날카로운분석력,창조력을통해새로운문자를만들어내고야말았는지를밝히고있다.
한자문화권의반대편에는서방에서동쪽을향해흘러들어온‘알파벳로드’가있었고,세종또한그존재를알고있었다.아랍문자,로마자,몽골문자등으로가지를치며이어지는이‘알파벳로드’에서한글은어떠한영향을받았고통찰을얻었을까,그리고어떤모자람을발견했을까?이광대한이야기를통해서,아시아의동쪽끝한반도에서태어난한글이세계문자사적으로어떠한위치에서있는존재인지를넓고보편적인시야에서바라볼수가있다.
극적으로펼쳐지는한글의창제원리
저자는세종과집현전학자들에의해이루어진‘한글의탄생’과정을언어학적으로재현한다.귓가에들려오는자연의소리로부터‘음’의단위를추출해내고,이들을각각‘자모’로서형상화해설계해내는과정을설명한다.
한글은문자체계로서훌륭하게창제되었으나,완벽한것은아니었다.한글의진정한완성은그문자가실제로사람들에의해문장이되고,글이되고,책이되고,글씨가되어야만가능한것이었다.세종이가장먼저부딪힌최만리의유명한상소가담고있는진정한의도를풀어내고이에대한세종의반론을서술한부분은이책의압권이다.
이책에서는한글이사람들의손에서문장이되고텍스트가됨으로써,단지하나의문자체계가아니라기존에있던지(知)를뒤흔들어놓은존재로서등장했음을보여준다.“니르고져홇배이셔도마참내제뜨들시러펴디못하는”어리석은백성을위해붓을거부한훈민정음의글꼴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또붓으로새롭게예술작품으로창조되는한글의서예법,컴퓨터에서구현되는다양한글꼴등물질적인차원에서도한글을보며,훈민정음이라는독특한문자의미적발전과성취까지도다룬다.
저자는한글이불러일으킨이모든것이‘지(知)의혁명’이었으며,한글은그것을가능케한‘지(知)의원자(原子)’였다고말하고있다.
한글을바라보는일본인학자의열정어린통찰력
초판과는달리이번개정증보판에서저자노마히데키는자신을소개하며“한국과일본양쪽의피를이어받았다”라는한문장을추가했다.은유적인표현일까?저자에게문의해,저자의어머니가한국분(정확하게는북한사람)이라는사실을알게되었다.노마히데키가일본인임에도이처럼한글을사랑하고한국어를잘한까닭이이해가되었다.하지만저간의사정이그렇다해도,저자의한글에대한열정은대단하다.
이책의원서는한국어와한글을거의모르는일본어화자를대상으로쓴것이다.한글에대한기초적인소개에서부터언어와문자에관한전제까지차근차근풀어가는내용은일본의독자에게는‘일본어의세계를다시보게하는’것이기도했다.반대로한국어권의독자에게이책은한국어와한글을다시보게한다.한국에서는흔히한글이자랑스럽고우수한문자라말하지만,저자는이를한반도내의민족주의차원에서가아니라더욱더크고넓은차원에서구체적으로그려낸다.이책은그리하여독자가한글이라는존재의맥락을더욱보편적인차원에서이해하고조망할수있게한다.
일본의조선학교,자신의언어를지켜내기위한싸움
일본의조선학교는1945년해방이후,우리말과글,문화를가르치기위해일본전역에서생겨난국어강습소가그시작이었다.한때600여개에달하던국어강습소(조선학교)는1948년미군정과일본의조선학교폐쇄령으로모두문을닫게되었지만,1950년대후반부터다시학교가세워지면서1960년대가되면전국160여개학교에4만여명의학생들이민족교육을받게된다.현재는60여개의학교에7000여명정도의학생들이조선학교를다니고있다.
1994년조선학교의치마저고리사건을기억하는이들이있을것이다.1994년당시조선학교여학생의교복인‘치마저고리’가훼손되는사건이일본각지에서일어나,‘치마저고리’를입고통학하는일이꺼려지게되었다.자기민족의전통의상조차마음놓고입을수없는나라라니.일본에서의조선인차별은여기서그치지않았다.
2009년에는교토조선초급학교의초등학생들앞에서민족배외주의를앞세운일본인어른들이차별적인언행을퍼부으며정치선동을벌인사건이있었고,2010년대들어와서는행정권력에의해일본의고교수업료무상화방침에서조선고교가대상에서제외되었고심지어일본사법부조차이를정당하다고인정했다.
2020년,재일조선인학생차별문제를다룬나이키광고를기억할것이다.일본에서나이키불매운동이벌어지기도했던광고였다.화면속의치마저고리를입은여학생은고개를푹숙이고차별의시선을견디며걷고있었다.
수많은일본인이한글과한국어를배우는지금도조선학교의학생들은공공연한차별과억압을받는다.
노마히데키는이문제에대해매우단호하다.
한글이라는문자의현재는이처럼차별과억압에항거하는숭고한투쟁이쌓아올린것이다.언어는그리고언어교육은개인이가진고유의소유물로서무조건적으로존중받아야할권리이다.언어그리고언어교육은이점에서사람이사람으로살아갈수있는근간에관여한다.이책의이러한기술에수긍할수없는사람이있다면한번상상해보라.다른언어권에서일본어를배우는아이들앞에확성기를든어른들이나타나‘스파이의자식들’이라고고함치는모습을,혹은일본의전통의상인유카타를입고축제에나들이나간소녀들이옷이찢기는수모를당하는모습을.……이렇게입장을바꿔보면어린아이라도알수있다.정치를이유로교육을억압하는,<교육=배움>과정치를구별도못하는행정이나사법그리고물론입법도,우리가나서서즉각바꿔야한다.다시한번강조한다.언어와언어교육은결코빼앗을수없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