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의세계를넓히는미지의책한권을건네다
누군가를흉내내지않고그사람답게쓰였다면,사람은자연히그목소리에귀를기울이게된다.
“저서점책장은빛나네-”
서점에서일하는사람들끼리는그런대화가자연스럽게통한다.한권한권손길이닿은서가에는빛이머문다.(239~240면)
『작은목소리,빛나는책장』은도쿄서쪽외곽에위치한오기쿠보에서서점Title을꾸려가는쓰지야마요시오의에세이다.일본의대표적인서점리브로에서20년가까이일해온베테랑이었던그는2016년1월독립해자신만의공간Title을연다.서점Title의책들은그의철학과가치관에따라큐레이션된다.그러나쓰지야마요시오는자기만의관점을잃지않되,큰목소리로강요하기보다는작은목소리로독자들에게이제까지몰랐던미지의세계를향해한걸음내딛을수있는책을건넨다.효율성에따라빠르게움직이는현대사회에서모르는책을읽는데쏟는시간의가치를조용히옹호한다.
책을통해몰랐던감정과지식을흡수하는경험을거치며,자신을둘러싼세계를이해하는해상도가높아져내면의빈곤으로부터벗어날수있다는그의말은귀기울여들어볼필요가있다.서점은“항상무언가에쫓기듯살아가는현대인에게자기자신으로있을수있는”“거리의대피소”라는(116면)말역시공감을자아낸다.
읽다,잇다,있다
책을읽으며마음을잇는도쿄의작은서점
저자쓰지야마요시오가Title에서주고받는것은비단책만이아니다.그는책을매개로작가,출판인,운송노동자,그리고누구보다독자와의소통을소중히여긴다.세상을떠난남편을이어서점을꾸준히찾는노년여성의일화나,지금의아내와처음함께간장소가Title이었다는어느손님의에피소드는사람과사람사이를연결하는공간의힘을느끼게한다.
Title이처음문을열던날,첫손님이들어왔기에비로소서점이시작되었다는그의회고는,구마모토지진으로공간을옮겨야했지만손님들이변함없이찾아와주었기에여전히같은서점이라믿는다는다이다이서점점주다지리히사코의말과도통한다.
후쿠오카에서열리는북페어‘북쿠오카’를창설한북스큐브릭의점주오오이미노루와의만남에서는멀리서찾아오는독자뿐아니라독립서점과동네이웃들사이의자연스러운어우러짐의중요성을깨닫는다.각자자기자리에서“책과서점이지닌가능성을누구도생각해보지않은방식으로”(25면)키워가는일본서점인들의모습에서책을사랑하는한국의서점,출판인들또한새로운영감을얻을수있을듯하다.
시대와호흡하는열린공간으로서의서점
서점은거리에열린공간이다.누구나자유롭게들어오고나갈수있으며,돈을내지않더라도마음내킬때까지머물수있다.요즘시대에는보기드물게너그러운장소다.(52면)
이책에는독자,동료서점인들과의교류를통해일과삶에대해깨달은사적인일화뿐아니라,서점이한사회에서맡을수있는공적인역할에대한성찰도담겨있다.쓰지야마요시오는그를서점인의길로이끈“서점은그시대를자유롭게편집하고제안할수있다.”라는말에따라,서점이단지책을판매하고,서비스와편의를제공하는데그치지않고책에담긴메시지를지지하고전파하는공간이어야한다고믿는다.오랫동안근무한대형서점을떠나며조직의방침에서벗어나자신만의소신을펼칠수있다는점에서자유를느끼면서도,한편으로그렇기에더욱막중한책임감으로고민한다.
동일본대지진당시큰피해를입은센다이에서지역북페어를열기위해현지출판사담당자와만난일을쓴「유리아게의밤」에서그는‘타인의고통’에어떻게공감할것인지에대해진솔하고도사려깊은생각을털어놓는다.팬데믹상황에서소상공인으로서겪고느낀소회가담긴글들또한동시대를살아가는한국독자들에게공감을불러일으킨다.저자역시한국어판서문에서일본뿐아니라바다건너한국에도독립서점들이있다는사실에든든한힘을느낀다며‘BUYBOOKBUYLOCAL’이라는메시지를통해각별한유대감과연대의식을표하기도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이책을펼쳐주셔서고맙습니다.도쿄오기쿠보에서서점Title을운영하는쓰지야마요시오라고합니다.”『작은목소리,빛나는책장-도쿄독립서점Title이야기』는도쿄외곽에위치한작은서점에서바라본정점관측입니다.1장은책과서점에대하여,2장은마음에남은일들에대하여,그리고3장은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달라진일상이테마입니다.서점에는매일다양한사람들이찾아옵니다.작은해프닝이벌어지는것은흔한일이죠.한참후다시금떠올리며생각할거리를제공한일들도꽤많았습니다.얼핏보면어디에나있을법하고별다를게없어보이지만,잘보면다른곳에서는볼수없는독특한일들이매일벌어지고있습니다.그리고이러한상황은당신이살고있는마을,당신이살아가는삶의방식에서도마찬가지겠지요.평범한하루하루를잘살아내는일이자기도모르는사이에보편성으로이어집니다.그러한놀라움속에서,저는항상일하고있습니다.-쓰지야마요시오,한국어판서문중에서
추천사
임진아(작가)
동네서점이라는말을떠올리면나는단번에서점Title앞에서있게된다.먼서점을나의동네서점으로여기고싶은건어떤마음일까.좋았던서점을매일그려보고싶은마음이아닐까.나에게서점Title은작은목소리들이울려퍼지는,누군가의마음을반드시밝게비춰주는곳이다.책이보내는말을건네받고곧장요즘의나를읽게되는,마음이조용하게바빠지는서점.
좋은서점에서는나의근황과지나치지말아야할세상의소식을만난다.책이건네는말을들으러서점을드나들어야하는이유가,이부드러운책한권에,다음날도또그다음날도문을여는점주의뭉근한일지에고스란히담겨있다.서점안에는책과,그책을향하는사람이있다.오늘도어김없이서점을열었다는소식을만나며,나의마음속선반에는오늘의빛이들이찬다.
최세연(속초서점‘완벽한날들’대표)
코로나19덕분에매일서점문을열고,서가를정리하고,손님을만나고,책을입고하는일상의소중함을깨달았습니다.비대면,거리두기등서점을찾는손님의발길이뜸하다는핑계로게으르게서점을운영하던시기가있었습니다.돌이켜보면그1,2년의시간이휴식의시간이기도했지만그시간을좀더의미있고알차게보내지못한아쉬움이남기도합니다.
같은시기일본의도쿄에서서점을운영한쓰지야마요시오씨의일상에는그의단단함이잘담겨있습니다.그에게는서점운영자로서가져야할원칙과기준이바로서있습니다.서점이하나의상업공간이라는가치기준에얽매이지않고보고가야하는방향이분명하게드러납니다.
책을읽고나면그가세심하게구성한빛나는책장이선명하게그려지고,한권한권생명이깃든작은목소리가또렷하게들립니다.그의서점과서가는때때로길을잃고주저앉은제게나침반이되어주고작은불빛이되어줄것입니다.
책속에서
얼마전부터한국에는‘독립서점’이많이생기고있는데,일본도그런분위기입니다.이웃한두나라가서로약속이나한듯이비슷한움직임속에있다는점이매우흥미롭습니다.책과언어의매력에이끌려서점을여는사람들이바다건너에도있다는사실.그것만으로도저같은소상공인에게는든든한힘이됩니다.
한국도그러할지모르겠지만,지금일본은오래전부터이어온개인상점들이전국유통체인점에자리를내어주고,어느마을이나비슷한풍경이펼쳐지고있습니다.분명밝고편해지기는했지만,그런가게를보고있으면인간과인간사이에반드시있어야할감정교류가희박해지고있다는기분이듭니다.
그러나우리는소비자이기이전에한사람의인간입니다.우리가사는마을에우리를한사람의인간으로대해주는장소가없다면,우리는앞으로어떻게살아가야할까요?BUYBOOKBUYLOCAL.로컬이라는느슨한유대를다시한번진지하게생각해볼때가아닌가싶습니다.
-「한국의독자여러분께」6~7면
며칠전행사일로구마모토에있는다이다이서점점주다지리히사코씨를만나대화를나누었다.다이다이서점은권수가많지는않아도구석구석정성이느껴지는쾌적한서점이다.자주오는기회는아닐듯해서점이전전후에변함없이같은서점이라고생각하는이유가무엇이냐고조심스럽게물었다(다이다이서점은구마모토지진후이전했다).다지리씨는잠시고민하더니이렇게말했다.
“서가앞에서있는손님들을보고같은서점이라고생각했습니다.”
-「부드러운손길」45면
“들어본적없는책이라서.”하고미지의책에손을대지않게되면,그사람에게보이는세계는점차좁아진다.이는그야말로갈수록일상곳곳에서드러나는모습이다.사회가경제나효율을우선시하고거기포함되지않는것을잘라낸결과,사람들의사고가단순화되고있다.
책은본래,이런빈곤과정반대에놓인것이었다.어떤책을계기로세계가이전과완전히다르게보이는경험을한사람이있을텐데,이는몰랐던지식이나감정에자극을받아세계의해상도가높아진까닭이다.
-「‘빈곤’에대하여」55면
나는인간이책을손에쥘때느끼는순수한마음의움직임이좋다.크게의식하지않더라도그사람은조금이라도더나은인간이되길바라며눈앞에있는책을손에쥔다고생각한다.나자신도설령같은날이반복되는것처럼보인다해도,내일은조금더나은서점을만들고싶다.화려하지않아도변함없이오래계속하고싶다…….
-「오버더레인보우」127면
어째서그런기분이들었는지이제는기억나지않는데,다같이있었기때문에행복했던것이아니라혼자서도충분히만족한상태에서다른누군가도함께있었기에좋았다.나는혼자있는것을사랑하는사람이지만,누군가와이어져있지않다면혼자있는것도충분히사랑하지못하게되리라.
-「누군가와함께있다는것」189면
휴일.다른서점에가보니,필요이상으로목소리가큰책이우선하여놓여있다는걸깨달았다.기회만있으면수많은사람에게주목받고다른것들을압도해버리고싶다,그런자의식을숨기려고도하지않는책을보면내심피곤해져서축처진몸으로서점을나오게된다.
서점이란,책을비슷하게늘어놓는듯해도이렇게나다른성향의공간이다.Title에놓인책은목소리가작고,다른책의존재를지워버리는일은없지만,가까이다가가보면각기무슨말인가중얼거리고있는듯하다.
누군가를흉내내지않고그사람답게쓰였다면,사람은자연히그목소리에귀를기울이게된다.
그것은서점을계속하면서내안에싹튼신념이기도하다.한권의희미한목소리를놓치지않는다면그서점에놓인책도차츰빛난다.
“저서점책장은빛나네-”
서점에서일하는사람들끼리는그런대화가자연스럽게통한다.한권한권손길이닿은서가에는빛이머문다.그것은책에깃든,우리스스로의작은목소리다.그저책을파는일은누구나할수있을지도모르지만,서가에빛이머물게하는일은애정이가득담겼을때에만가능한지도모른다.
-「작은목소리,빛나는책장」239~24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