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소설)

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소설)

$13.90
Description
“나의 허구를 찾아줘.”
미로의 소실점을 지나 무한원점의 오로라로 향하는 여정
무지개다리가 무너져 갑자기 떨어진 구덩이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는 본 적이 있는가? 꼭 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때로는 꿈이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기도, 현실이 꿈보다 몽환적이기도 하다. 이 작품집은 허구의 여백에 현실로 쓰인 우리 삶의 서사를 뒤집어 현실을 여백 삼아 허구로 우리 삶을 서술함으로써 우리에게 무엇이 현실인지를 되묻게 한다.

인생의 어떤 구간은 미로이며 벗어나려 할수록 늪처럼 더 깊이 빠져드는 덫이 된다. 그런 때에는 그저 걷는 것이 상책이다. 벗어나려 조바심내지 않고 계속 걷다보면 어느새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에 흠뻑 취한 여행자가 된 자신을 조우할 것이다.

꿈에 깊이 잠겨있던 독자의 시야가 환상에 적응하는 순간, 미로를 거닐며 느꼈던 묘한 기시감이 ‘나’로 수렴되면서 지금껏 낯선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수만 갈래 길과 나의 시간들이 비로소 융단 깔린 허구의 전시관임을 깨닫는다.

헨젤이 과자 부스러기를 징검돌 삼아 귀가하듯, 허구의 통로는 결국 우리 생의 한가운데로 이어진다. 이 소설들은 우리가 미로 또한 하나의 길임을 알기까지 수많은 헤맴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반짝이는 허구의 오로라를 일깨워 준다. 작가는 누구나 여행자인 우리의 아프고 초라한 맨발을 소중히 감싸기 위해 몽상 어린 유희이자 꿈 안팎으로 통하는 비밀의 열쇠를 건넨다.
저자

설혜원

명지대학교와중앙대학교대학원에서문예창작학을전공했다.2012년무등일보신춘문예에단편「모퉁이」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클린코드」로2017년계간『미스터리』겨울호에‘신인추천’을받았고심리스릴러를다룬소설집『클린코드』로2019년인천문화재단예술지원작가로선정되었다.이번에출간되는단편집『허구의전시관』에서는코지미스터리부터마술적사실주의까지이야기영역을아우르며자유로이유영하는몽상의시원한진미를만끽할수있다.

목차

미녀병동의콜라도난사건
빈한승빈전
초인종이울렸다
디저트식당
잉어와잉여
남우공방
눈,꽃피다

추천사_전영태(문학평론가·중앙대명예교수)
해설_이승하(시인·문학평론가·중앙대교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환상과풍자로얽어낸21세기앨리스의래빗홀

우리는누구나앨리스이다.이상한나라에서원리와법칙도모른채지내며몸이커지기도하고,현실직시로작아지기도한다.나를저격하는카드여왕의공격에쫓기기도하고정체불명고양이의조력으로고비를넘기기도한다.

그러나정작‘이상한나라’보다더이상한것은거울의소용돌이를지나는‘나’일지모른다.그런‘나’를응시하려면현상의현미경과타자를향한망원경뿐아니라나의내면을살피는만화경이겹쳐져야제대로된‘나’의지점이나타난다.내면의만화경이란시공간을초월한꿈,환상,추억과소망의중층구조를시각화한‘허구’라고명명할수있을것이다.허구를통해보는‘나’는모호하고신비로우면서낯설고도두려운것이어서대면을피하고싶을수도있다.

이소설집은의식과무의식의대결,꿈과현실의혼란이반복되며숨은그림찾기보다어려운진실찾기의여로를심층적으로다룬다.도망쳐도자꾸만꼬리를밟아뒤쫓아오는꿈에서잉어를낚는건지잉어에게낚인건지헷갈리는주객의전도〈잉어와잉여〉,쓰디쓴생을거듭견뎌낼지찰나의달콤함과맞바꿀지주저하며머무는선택의지연〈디저트식당〉,무의식의꽃을의식차원에서피워내고픈욕망의반복되는변주〈눈,꽃피다〉는꿈의작동원리이며독자는작가가설계한허구에하나씩빠져들어가시적실재에눈감고초현실적실체에눈뜨게된다.

이작품집의소설들이허망한일장춘몽으로그치지않는것은콜라도둑을잡아직장내수수께끼를해결하고〈미녀병동의콜라도난사건〉,도배괴담을통해냉엄한현대사회의관계지형도를노출하며〈초인종이울렸다〉,실수로놓쳐버린‘남우’라는추억을되찾아오는〈남우공방〉생생한현실과풍자에기반하고있기때문이다.

일상성의계단을착실하게밟아몽유의꼭대기까지비약하는이소설집의작품세계는코지미스터리부터서스펜스드라마,마술적사실주의까지장르적으로풍성하며등장인물또한조선시대나무꾼〈빈한승빈전〉에서부터이시대쇼호스트지망생까지다종다양하기이를데없다.이책의독자는작가가총천연색으로구현한허구의전시관에서즐거이거닐다문득저앞에서뒷모습을보인채나를기다리는,이상하게낯설고이상하게익숙한‘나’를만날수있을것이다.

태풍의눈이고요하듯허구의안정된정적속에서꽃과같이피어오른‘나’의얼굴을확인하는순간미로의회전은멈추고거울속소용돌이는다른차원을잇는길로재편된다.그때이책의마지막장은허구의전시관출구가아니라독자만의새로운여정의입구,즉‘이상한나라’에서‘더이상한나라’로떠나는회전문이될터이다.길을완전히잃어야비로소다른길을찾는것처럼,꿈에서헤매본자만이더깊은차원의현실과마주할수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