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란무엇인가?국토의3면이바다이고위로는휴전선이있는우리나라사람들은살면서국경을체험할기회가별로없다.비자와여권을들고배나비행기로다른나라의항만혹은공항에도착하면그때우리는보이지않는국경을마주한다.이렇듯국경은우리삶과멀리있다.하지만매일국경을마주하고국경문제로골머리를앓으며때로는국경을지키기위해목숨을걸고싸우거나국경을넘다가숨지는사람들이있다.국경은왜중요할까?원론적인대답이지만,국제적으로승인된국경은한나라의영토를승인해주기때문이다.국제협정에따라어떤지역이‘국가’로인정받기위해서반드시필요한4가지조건중의하나가바로‘영토’다.그리고그영토를결정하는것이바로국경선이다.
2022년새해벽두부터세계인을공포로몰아넣은소식이들렸다.태평양의해저화산이폭발하면서그충격파가태평양연안일대를휩쓸고일본까지쓰나미공포에떨었다.직격탄을맞은통가는국토의대부분이화산재에덮여제구실을하지못하고있으며언제복구가될지아무도모르는상태다.이미해수면상승으로사라질위기에처한통가는더욱더사람이살기어려운섬이됐다.국경이사라진다면통가의주민들은어디로가야할까?
한편,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가능성도국제사회를긴장상태로몰아가고있다.한때소비에트연방의일원이었던우크라이나뿐만아니라조지아도과거의국경선을되찾고자하는러시아와힘겨운싸움을벌이고있다.여러민족과인종,종교까지얽히면서분리와통합을외치는목소리가이어지며이는내전으로격화되기도한다.
해방후지금까지우리의국경은늘그대로였다.물론북한과오랜대치상태에있고간혹휴전선을넘는일이뉴스에대서특필되긴하지만우리에게국경문제는그다지와닿지않는다.하지만1년365일,평생을국경문제와씨름하며사는사람들이있다.팔레스타인사람들은지금살고있는땅이누구의영토인지확정되지않은불안정한상태에서생활한다.이스라엘과분명한국경선을나누는일은매우요원하며국경은끊임없는긴장상태를낳는다.사람이살지않는무인지대를두고도각국정부는서로으르렁댄다.인도와파키스탄이대표적인예다.해발고도수천미터의히말라야빙하지대에있는국경선을지키느라양국군대는혹독한추위를견뎌야함은물론이고무기를동원해전투까지벌인다.물론사상자도발생한다.지중해의키프로스를둘러싼터키와그리스그리고EU의갈등,남중국해에서벌어지는중국과베트남의충돌,트럼프의장벽공약으로더욱주목을받게된미국과멕시코의국경,급수원문제로골머리를앓고있는인더스강과나일강유역의나라들......이렇듯국경분쟁은한나라의국정운영에중대한부분을차지하며그나라의국민들도일상에서늘국경문제와마주한다.
한편사라질위기에처한국경도있다.해수면상승으로국토대부분이수몰위기에처한몰디브,키리바티같은태평양의섬나라들이다.이들의땅이점점바닷물에잠식될경우,수만명의기후난민은어디론가안전한지대로이동해야할테지만국제사회는아직답을찾지못한상태다.이에대해중국은기발한제안을했는데,거대한준설프로젝트를통해땅을메우고인공섬을만들어주겠다는것이다.그렇다면왜이런제안을?대륙붕과영해의잠재자원에눈독을들이고있기때문이다.바다에접한연안국은200해리(370킬로미터)의배타적경제수역을가지는데,태평양섬나라의경우는그넓이가어마어마하다.이렇게되면중국이섬나라의영토를지켜주는대신영토주도권을행사하지말란법이없다.
이렇듯바다도중요하다.지구의70%를차지하는바다는인류공동의,모든나라가아무런제약없이마음대로항해하고어업을하고자원을채취할수있는그런곳이아니다.연안국들이누리고있는배타적경제수역외의모든바다는사실공해(highsea)이며이는어느나라에게나개방되어있는곳이다.하지만공해의문제는바로‘공유지의비극’을보여준다.약탈에가까운어획량과무자비한해저자원채굴에앞장서고있는중국같은특정국가의움직임을제어하거나막을방도가현재로서는없기때문이다.국제적인협약과논의는늘탁상공론으로끝나기마련이다.남극을놓고벌어지는국경분쟁에서도중국의활약상은두드러진다.이모든것은결국자원쟁탈전의단면일뿐이다.
우주공간도국경문제에서자유롭지못하다.달식민지와화성여행,수많은인공위성들은저마다특정국가의이익을대변하며무주공산인우주에먼저깃발을꽂기위한무한경쟁이벌어지고있다.미국은우주군을창설했으며스페이스X로대표되는테슬라를비롯하여각국의민간사업자들이정부보다한발먼저움직이고있다.이는물론지구상에서는더이상구할수없는우주자원채굴이그목적이다.현재110개국이상이가입되어있는우주조약은“달과기타천체를포함하는외계공간은특정국가에귀속되지않는다”고명시하고있으나우주를선점하기위한‘우주패권’의시대에어떤국가도이조항을염두에두고있는것같지는않다.
국경은나와우리를나누는선이며,누군가를보호하고,누군가를배척하며,열리기도하고닫히기도한다.이것을결정하는것은누구이며,그결정의배경은무엇인가?오늘도세계어디선가는사람들이국경을넘다가목숨을잃는다.이것이과연온당한일인가?오늘날비자와여권을가진부유국의시민들은국경을넘어자유로이이동을하지만,빈국과분쟁지역의사람들은국경에가로막혀오도가도못하는신세다.국경없는세상은단지존레논의노래에나오는공상일뿐일까?정치적인문제에골똘해있는동안기후위기와극단적인환경변화는우리에게길게생각할시간을주지않는다.이미환경주의자들이50년전에경고했듯이,우리는오직하나뿐인지구를갖고있다.그리고전체생태계와우리의집단적관계에대해엄혹한선택이지금우리앞에놓여있다.
<책속에서>
세계곳곳에서국경의역사는문명및제국의역사와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그리고이후,16세기에서17세기에근대국민국가가탄생할무렵과도밀접한연관이있다.로마인들은최초로여권(passport)을만든것으로알려져있다.경계를넘나드는사람의숫자를제한하는권한은시민적특권을근거로,또는유대인이나그밖의소수집단을제한하려는일반대중의정서를,또는원거리노예무역을근거로뒷받침되었다.-28쪽
배타적주권이라는신화와고정된국경이라는신화는위험하다.우리는국경에대해전혀다른견해를도입해야한다.국경이란살아있는것이며,자연의변화가가져오는복잡한현실에열려있어야한다.그리고기후변화와국제갈등이깊어지는지역에서일어나게될사람들의집단이주도수용하는것이어야한다.-36쪽
우리는국경을단지정적인국경장벽이나지도상의수동적인경계선으로여기기보다어떤‘활동’(activity)으로여기게되는경우가많다.그건무슨뜻일까?실제로국경안보투자의배후에는여러중요추진세력이있다.그리고이와는모순되게도,굳이그방위력을철통같이만들려고애쓸필요는없다는이유도많다.그런추진세력은문화적이거나경제적이거나정치적일수있다.가령,이민자들이토착문화를말살해버리지나않을까,갈등과테러를저지르지않을까,전염병을퍼뜨리지나않을까하는두려움이다.또자주논의되지는않지만,재정적문제도있다.국경인프라와안보시설을둘러싼유럽과북미의경험은산업-법률-정치-군사복합체가번성하면서방위담당관,국경수비대원,변호사,정책결정자,밀수꾼,민간위탁업체,시민사회단체와정치지도자들같은사람들이활개를치는모습으로나타난다.여기서국경안보와통제는아주수익이좋은비즈니스가된다.2019년3월에나온보고서에서,경영분석그룹인프로스트앤설리번(FrostandSullivan)은국경안보관련시장이2025년에1,680억달러규모까지성장할것으로보았다.새로운투자는실시간데이터분석에집중될것이며,국경안보기구는이로써사람과물자의비정규적인움직임을포착하고예방하는역량을키울것이다.-45쪽
국경안보산업이발달한국가는그안보기술과디지털감시역량을수출하고싶어한다.가령,군사용드론의세계시장은2020년대에계속성장하여매년5억달러씩가치를늘려갈것으로여겨진다.이는유럽과북미같은이민자들이많이몰려드는지역에서수익이쏠쏠할것이며,그밖에국경분쟁이‘실제상황’인곳에서도마찬가지일것이다.남아메리카에서는,베네수엘라와가이아나사이의분쟁지역같은곳에고정익드론을그어느때보다대량으로배치했다.고정익드론은분쟁지역을폭넓게오래감시할수있으며,국경감시임무에도뛰어나다.드론산업은매우잘나가는중이며,스위스같은나라는스스로‘드론의나라’라부를정도로적극적으로마케팅을하고있다.-46쪽
기후변화때문에빙하와만년설이녹아내려알프스국경이바뀌고있다는뉴스는입법대응을부추겼다.2006년,이탈리아와오스트리아정부는‘움직이는국경’개념을법제화하기로합의했다.이는2009년,스위스와의비슷한협정으로이어졌다.그러나‘움직이는국경’은지정학적논쟁을피하기어려워보였다.기후변화의장기적영향에따라,더국가주의적이거나포퓰리즘적인정부는“빙하를구해야한다”고선언할수있다.영토손실이야기는“우리땅이이웃으로넘어가고있다!”는실존적고뇌로빠르게바뀔수있다.앞으로국가들이다가올스키시즌에대비해눈과얼음을지키려스키리조트등에많은기계설비를투자하리라고예상된다.국가가그야말로빙하를융단처럼깔고(이미스위스는론빙하에그렇게하고있다)인공눈을살포해서빙하의후퇴나소멸을방지하려는시나리오를상상할수있다.그것이군사분쟁으로이어지지는않더라도,자원이많은나라는그빙하지대를열공학(thermalengineering)의,심지어군사적보호대상으로여길수있다.-110쪽
세계사를통틀어제국과국민국가는‘국경을만드는하천’,산맥,해안선같은천연의장벽들을찾아내어그것을국경으로삼는것이매우유용하고영토를표시하는매우설득력있는장치라는점을깨달았다.두제국이서로마주쳤을때,그경계선은대개강,호수,해안,산길등이었다.지난200년동안지형조사,지도제작,국경협정,국제사법재판소에의제소등국가간에땅과바다를나누는일에전례없는노력이기울여졌다.아프리카와아시아를지배했던유럽의제국주의자들은지도를작성하면서하천의흐름을국경으로삼곤했다.그런하천의구획은정확히이루어지기어려울수도있지만,하천,호수,바다등은제국주의통치권의눈에보이는경계선으로활용되기에충분했다.-124쪽
대수층은지하수를함유한지층을말한다.이눈으로볼수없는수자원은국경간협력을더복잡하게만드는요인이다.전세계적으로600곳이상의대수층이하나이상의국토에걸쳐존재하는것으로추정된다.아주최근까지,그규모나범위는불확실했다.그러나지하지형의지도화와지리시각화(geo-visualisation)는지하세계에서흐르고,저장되어있는물에대한이해도와관심도를현격히높였다.광산개발이(18세기와19세기에그랬듯)국가의‘수직적영토’에대한관심을높였다고한다면,이후에는탄화수소와수자원에대한관심이폭발적으로증가했다.특히지하공간에서흐르는물은더욱그런데,이는규제하기가매우어렵기때문이다.-147쪽
수세기동안,세계의해양과대양을‘관리’하는원칙은‘자유’뿐이었다.가령,최소한의간섭을받으면서세계각지로항해할자유같은것이다.제국주의국가들은이자유에근거해무역네트워크를구축했다.미국같은강대국은항행의자유를관철하고자힘을행사했으며,항해의주요길목을배타적으로지키려는자국의의도를(국제법상선박은간첩행위,쓰레기투기,밀수,군사적행동등을하지않는한타국의영해를항해할권리가있다는점을들면서)문제가없다거나(바다와바다,또는대양과대양을오가는흐름을지속하여보장해야한다면서)항해에필요하다고변명했다.캐나다는대서양에서북아메리카북쪽해안을따라태평양에이르는북서항로(NorthwestPassage)를“우리영해”라고주장했지만,미국과기타국가들은이를자유항행에필요한길목이라보았다.그차이는컸다.어떤바다가필수항로의일부라면,제3국은그연안국가의아무런제재도받지않고그영해를다닐수있기때문이다.-149쪽
몰디브는해수면변화와그것이국경들과주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