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라는 오해에 관하여

이해라는 오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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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섣부른 이해가 주는 상처에 대해
혹은 오해가 불러오는 완벽한 이해에 대해

그리고 우리 서로에 대해
이해 理解 명사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오해 誤解 명사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
저자

손준수,이해이,임발,조혜림

저자:손준수
식물연구원.
따뜻한봄에태어난사람.
봄에태어나따뜻한사람.
〈82.7〉,〈자음과모음과마음들〉,〈즉석시집〉,〈오늘엽서를〉,〈아니오,카테터는안되요〉등

저자:이해이
영화가삶을바꾸지는못해도,세계관의일부가될수있다고믿으며평론을짓는다.지독한사랑영화처돌이지만,‘사랑’이라는단어는믿지않는다.책과독립영화를아끼고한국문화를연구한다

저자:임발
일상의소설화,소설의일상화를꿈꾸며
자신과타인의삶을관찰하고소설로기록합니다.
〈도망친곳에서만난소설〉,〈부끄러움이사람을구할수없다〉,〈당신의인생어딘가〉,〈선택은망설이다가〉등

저자:조혜림
음악콘텐츠기획자.위로하는자와위로받는자의마음이만나는순간의아름다움을흠모한다.마음을받기만하던사람이마음을전하는사람으로변하는기적을꿈꾼다.
〈음악의쓰임〉등

목차


이헤이<모르는사람을봤어>010

조혜림<스칼>050

임발<그러니까이제는>120

손준수<초록이머무는날들에>168

편집자의말

맺음말

출판사 서평

4명의작가가쓴너와나그리고우리에대한소설집
페이지스9집-이해라는오해에관하여

페이지스의아홉번째이야기‘이해라는오해에관하여’는오해와이해에관한소설집입니다.

우리는누군가에게상처를주거나받으며살아갑니다.때로는일부러의도하기도하지만,대부분은의도치않은말이나행동에의해서요.의도와는다른해석이오해라는상처를만들고,누군가를이해하려고했던시도는자주엉뚱한결말에도달합니다.

누군가를완벽하게이해한다는것만큼오만한말이있을까요?타인을이해하려노력하는모습은아름답지만,누군가를완벽히이해했다는착각은때론완전한오답이될수도있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또다른오답을내릴지라도타자와세상으로한발짝내딛습니다.어쩌면우리는오답을쓰는만큼타인과세상을조금씩이해해가는걸지도모릅니다.자기자신에관해서도요.

용기를내어오해와이해에대해쓴네작가의소설들을담았습니다.
소설이작가의실제이야기처럼느껴질수도있지만,어디까지나이책에실리는소설들은가상의이야기입니다.

책속에서

〈모르는사람을봤어中〉

육년가까이다녔던회사를그만둔것은작년봄의일이다.사직서를내기전날밤에도나는퇴근후
파랑을만났다.집앞꼬치구이가게에서부장욕을하며맥주를마셨다.이야기의결론은늘같았다.다
시글을쓰고싶다는것이었다.내가작가가되면부장욕부터쓸거야.사내정치이야기를써야지.편입
도하고싶어.그렇지만확신도없는데일을그만두고진학해글을쓰는건정말미친짓같아.내후년이
면나도서른인데.모두가어딘가에제자리를찾아머무르기시작하는데,나만뭔가를향해걷는다는건
미친짓이잖아.확신도없는일에뛰어들었다가,등단을못하고,결국은변변찮은직업도없이,평생길
을잃고방황하는삶을살면어떡하지.나는사대보험이없는삶이정말두려워.사대보험이랑거리가
먼내꿈이너무좋아서지겹고싫어.내가말하자늘묵묵히듣기만하던파랑이그날따라이렇게말했다.

“좋아서싫은게뭐야?그런말이있나?”

〈파스칼中〉
윤희는헤르메스의요청에따라어떤아이디를만들까잠시고민하다‘파스칼’이란이름의아이디를
만들었다.문과인윤희는아예자신과다른사람같은아이디를만들고싶었고,어디서주워들었던수
학자의이름‘파스칼’을차용해아이디를만들었다.그래서인지처음엔‘로피탈’과같은수학관련닉네임들을헤르메스가매칭시켰으나윤희는당황한나머지‘거절’을내뱉었다.5번정도여러아이디가매칭됐으나윤희는첫채팅의어색함을이기지못하고‘거절’혹은‘나가기’를연거푸말했다.그러다잠들기전마지막에매칭된상대는‘HYEIN’이란아이디의유저였다.

“안녕하세요?”

〈그러니까이제는中〉
“내가어떤일하는지지금도잘모르지?”

일년을만났으면서도네가정확하게무슨일을하는지난잘몰랐다.그때넌어떤센터에서일한다
고했다.네가어떤말을하면그걸듣고도난특별하게호기심의가지를키우지않았다.네가얘기해주
는만큼만겨우들었을뿐이다.어떤직업에종사하고있는지자세히묻지않았다.어차피너도자세하
게말하고싶은마음은없는것처럼보였는데어느날갑자기내게자신이무슨일을하는지궁금하지
않냐며대뜸물었다.난사생활을캐묻는건예의에어긋나는일이라고급하게둘러댔다.그러나실은그
다지궁금하지않았던게더정확한이유였다.너를사랑하면서도너의세계를몰랐다.사랑하는연인이
라고해도모든걸굳이알아야할필요가없다는게나의가치관이었다.

〈초록이머무는날들에中〉
그는천천히눈을떴다.건조한표정으로거울속자신의얼굴을슥보더니자리에서일어났다.샴푸대
에눕자마자얼른두눈을감은그의얼굴위에나리는수건을올렸다.물을틀어온도를확인할때머릿
속에다시전남자친구의목소리가울렸다.

“너는좀투명인간같아.”

샴푸를듬뿍넣고두피마사지를할때에도여전히목소리는그녀의곁을떠나지않았다.

“너는좀투명인간같아.”

그순간,다른남자의목소리가그녀의귓가에울렸다.굵고낮은,난생처음들어보는목소리가그녀
의머릿속에서전남자친구의음성을산산조각낸후그녀의고막을부드럽게울렸다.

“위로가좀필요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