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순간들의 운명

작은 순간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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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로 작은 카페와 책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네 가수 이내의 두 번째 에세이집 〈작은 순간들의 운명〉.
이내의 첫 번째 에세이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는 서른이 넘어 기타를 잡고 독학으로 노래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에서 만난 사람들을 얘기한다.
두 번째 책인 〈작은 순간들의 운명〉에서 이내는 노래 부르는 동네를 일본으로 넓힌다. 넓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네의 골목을 걸어 다니며, 사소하고 소소한 만남을 이어가고, 공연까지 하게 된다. 우연히 떠난 작은 마을 오노미치, 그리고 아리타. 식당에서 카페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의 친구와 또 친구가 된다. 낯선 곳에서 친구를 사귀면 그곳은 더 이상 낯선 곳이 되지 않는다.
유명한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미지의 장소를 탐색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디에서도 경계없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이내의 여행은 단지 장소를 오고 가는 여행이 아닌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사는 여행이 된다. 그것이 이내가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는 사소한 대화에도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여 기억할 때. 화려할 것 없지만 서로가 나누는 온기는 추억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가 되어 이내의 만남은 모든 순간마다 운명처럼 이어진다.
저자

이내

저자:이내
작은순간들을노래하고,걷고,쓰는사람

발매한앨범으로〈지금,여기의바람〉(2014),〈두근두근길위의노래〉(2015),〈되고싶은노래〉(2017),디지털싱글〈감나무의노래〉(2020),〈걷는섬〉(2022)등이있고,산문집《모든시도는따뜻할수밖에》(2018),《우리는밤마다이야기가되겠지》(2021,공저)등을썼다.가수나작가보다는생활가나애호가를꿈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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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누가읽어도감탄할만한잘쓴글,세상을바꿀만한의미를가진글도세상에꼭필요하지만,내가쓰고싶고또만나고싶은글은자기삶의사소한이야기를솔직하게자기목소리로말하는글이다.사소한노래를부르고,사소한글을써야지.오래오래.
---p.9

오래걸었던길끝에는친구가있었다.첫만남이어색해도,언어가완벽히통하지않아도전혀상관이없다.시간의흔적이남은골목이좋아서목을쭉빼고같이걸을수있다면,같이걷는사람의보폭을헤아리는배려를한다면,자신이발견한작고소중한것을나누고싶어가슴이뛴다면,계속해서새로운골목을찾아나서는반짝이는관심을가진다면,지구반대편에있어도우린친구다.
---p.23

나는낯선곳에서누군가의생활이한껏묻어나는골목을충분히걷고,그위에서다채로운사람들의이야기를가득듣기원하는여행자다.
---p.37

숙소에들어서자마자집처럼아늑하게느껴져오늘은깊이잠이들것같았다.일본어에‘이고코치(居心地)’라는단어가있다.어떤자리에서느끼는기분을뜻한다.‘이고코치가좋다’라는표현을처음배웠을때,내가거기있어도괜찮다고느끼게하거나안심하게하는장소를칭하는특정한표현이있다는게신기해서단숨에외웠다.야도카리는이고코치가좋았다.
---p.49

반면히로의공동체는도넛처럼이어져있다.아주동그랗고단단한듯말랑말랑하다.가운데가빈것은카리스마형리더나단단한중심없이도연결될수있다는뜻이다.하지만중심이사람의눈에보이지않는다고해서비어있는건아니란다.중력,인력등온갖에너지의영향아래있는우주의존재들은서로작용-반작용을이어가기때문이다.도넛속빈공간은그런에너지들이매우빠르게움직이는장소다.가치도의미도리더도정체되거나굳어버리지않으려면늘움직이고있어야한다는이야기로다가왔다.
---p.60

빛과어둠을포착한사진을보니앙리카르티에브레송이남긴‘결정적순간’이라는표현이떠오른다.사진예술만이담을수있는특권,시간을포착하여의미를만든다.그의미는우연을운명으로바꾸는연금술이다.세상에하나뿐인사진집을사이에두고여행과인생과예술과꿈을이야기하다보니시간이어떻게흘러갔는지모를정도였다.
---pp.69-70

타마가불쑥나에게앞으로무엇을하고싶냐고물었다.문득튀어나온대답은“나는내가되고싶어”였다.무엇을할지보다어떻게살지를내내고민하며살아온것같은데,지금의나에게다다른대답이‘자신이되는것’이었나보다.
---p.77

하고싶은것앞에서자꾸도망가는자신이밉기만하던서른살의이내는‘나’에서‘바깥’으로눈을돌렸고,곁에있는이들의꿈을함께이루려했다.그러는사이에꿈에도없던노래를하고글을쓰는내가되었다.자신을미워하지않고,사람과삶을믿고싶은내가남았다.다만이것은완결형이아니라현재진행형.눈앞에있는이들과만드는순간순간의점들.그점들이이어지면서아직모르는내가되어간다.
---p.78

미타테(見立て),다시봄.그는‘미타테’하는마음을사랑이라고말했다.타인을,자연을,세상을,하나도놓치지않으려는듯조심스럽게구석구석바라보는것자체가사랑의행위라고.사진을찍으면서그리고사랑하는사람과의관계와시간을통해깨달았다고한다.
---p.83

순간만모으고사는내가,과거는다내팽개쳐버리는내가,과연할수있을까.나를너무잘알아서솔직히자신은없다.그저지금이순간할수있는것들을이어갈뿐이다.내머릿속으로는셈할수없는어떤형태의결과물이현재가되어나타나지않을까.관심이라는사랑을담아나자신의박동을따르는매일을살아가다보면.
---pp.90-91

누구나저마다의이야기를만들고살아간다.공연이라는자리가너무내이야기에만집중되는게아닐까늘고민한다.적어도공연장에모인사람들에게각자의이야기가있다는것을믿고,그이야기를소중히여기는마음으로노래를부른다.사람사이의거리는때에따라좁혀지기도멀어지기도한다.그사이를두려움이채우는경우가허다하지만나는서로의이야기가만나고쌓이고이어지는우연을기다린다.대체로실패하기에그작은순간은운명이된다.
---p.122

다시사진을본다.역에서,자동차안에서,주차장에서,집앞에서,가게앞에서,버스앞에서,열차앞에서….웃는얼굴들이손을흔든다.사진에보이지는않지만분명그눈동자에는손을흔드는내가찍혀있다.이런생각을하다보면내여행이나만의여행은아닌것같다.내안에있는얼굴들을몽땅데리고가면,거기엔또다른얼굴들이기다리고있다.기어코보이지않을때까지,손을흔드는사람을보이지않을때까지뒤돌아보는것이여행이다.
---pp.137-138

내여행의목적은언제나만남과배움이었다.그것은내삶의목적과도다르지않다.떠나든떠나지않든만남과배움이이어진다면여행은끝나지않았다.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