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초상

그 계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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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영권 시인의 첫 단편소설집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23년 1월에 첫 시집 〈〈엄마 집 가는 길〉〉을 내고 5월에 두 번째 시집 〈〈엄마 집 가는 길〉〉, 7월에 세 번째 시집 〈〈아버지와 용산역〉〉, 시와 소설을 한데 묶은 〈〈어흥 까꿍 짠〉〉을 연달아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영권 시인이 이번에는 단편소설 13편을 한데 묶은 첫 단편소설집 〈〈그 계절의 초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랜 소망에 따라 단편소설만을 따로 묶은 작품집을 미리 선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흥 까꿍 짠〉〉을 내며 「책머리에」 다음과 같이 밝혔던 오랜 소망에 따라 단편소설만을 따로 묶은 작품집으로 힘차게 첫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내 평생 꿈이 있다면 소설집 한 권을 펴내는 일이다. 적어도 30편은 모아서 출판하고 싶다.
그런 만큼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년 이맘때쯤 소설집을 펴냈으면 하는 게 간절한 희망이다.
책이 출판되면 한 권이라도 더 많이 독자 곁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은 유치원생이나 대통령이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을 기대해 본다.
우리 모두 사랑의 눈으로, 파이팅!”
저자

김영권

1960년광주광역시출생.광주송원고등학교졸업.한양대학교경영학과졸업.
2023년제1시집≪늙은텃밭≫제2시집≪엄마집가는길≫제3시집「아버지와용산역」시・소설집≪어흥까꿍짠≫펴냄.

목차

그계절의초상ㆍ11
김삐용ㆍ33
낯선방房ㆍ45
미아리연가ㆍ61
바람이전하는말ㆍ73
부처님과칼잡이ㆍ83
양아치ㆍ95
어느가을날시골살아보기ㆍ113
어흥까꿍짠ㆍ125
엄마집가는길ㆍ141
젊은날의우리들ㆍ155
천정과바닥ㆍ177
흔들리우는나상裸像ㆍ193
독자가독자에게_참신하고새롭다그리고아름답다_박영규ㆍ207

출판사 서평

ㆍ-독자가독자에게_참신하고새롭다그리고아름답다
박영규

형님의문학작품을접한것은그리오래되지않았다.
그동안은내가책을읽은것도책에대해소회를느낀적도앗싸리없었다.
그럼에도내가감히형의글에대해짧게나마소회를쓴다는것이영광이며감개무량하다.

전체적으로형의글은참신하고새롭다.그러면서도아름답다.

표제작인「그계절의초상」은본인이직접겪은일종의경험담이다.진솔한필체로담담하게씌어진알코올환자의고백서의일종이다.

나는오늘다시술을마셔도된다고금세마음을바꾼다.내일늦은시각에가족들이공항에도착하므로부담이적고,빨리잠들면된다.이제조금만더작업하면끝이보일것이다.
술을마신다.빈술병들이희미하게기립해있다.1개분대分隊는넘을듯하다.눈이가물거린다.눈꺼풀이조금씩경련을일으킨다.모니터화면의글씨가흐늘흐늘거린다.글씨들이하나둘씩날갯짓한다.곤충들이되어붕붕날아오른다.독기를잔뜩품은날벌레다.방안을가득채우며난무亂舞한다.혼을빼놓는다.누군가가맥없이쓰러진다.
죽음보다더깊은심연속으로서서히침몰한다.절대로헤쳐나오지못할칠흑같은곳에서몸뚱어리는미동도하지못한다.겨우남아있던의식도깔딱깔딱숨을멈춘다.사방은온통초현실적이다.온갖우주가눈깜짝할사이에바뀐다.모든것이존재할수없는진공상태다.허연공간에서무엇들이꿈틀거린다.
“궂은비내리는음침하기그지없는날이다.누추한회전놀이기구를타고나혼자서빙글빙글돌고있다.황량한공동묘지같은곳이다.가슴팍까지흙에묻히어있는반시체들이,나를잡으려고끌어내리려고아우성친다.긴머리카락을흩트린채,피골이상접한무리들의살기가등등하다.얼핏봐도술때문에사달이난좀비들이다.나를잡아빨아먹어야겠다며,눈에핏빛이선연鮮然하다.나는삐딱삐딱도는난간을겨우붙잡은채,버럭버럭소리소리치며떨어지지않으려고죽지않으려고발버둥을친다.필사적으로살려고악을쓰며연신몸부림을쳐본다.”
눈을떴다.낯설지않은곳이다.

평범한알코올환자가아닌환자가직접적어내려간,쉽지않는담대한글이다.

또한이작품은작가가철두철미하게계산해가며써내려간듯하다.

장마철도시는트릿한얼굴로점차이슥해보였다.
강등줄기는아나콘다로요동을쳤고매끈한자동차들은물새처럼날았다.저멀리강건너아파트불빛사이로명멸하는풍경들이술에취한듯연신건들거리고있다.

강바람은둔덕길아래로서걱서걱,마지막해를밀어넣는다.강변잡풀들은황혼이수놓은꺼져가는노을을쓰윽끌어당기며어둠속으로천천히걸어들어가고있다.
목마른도시는까슬까슬한얼굴로,곰비임비이죽거리고있었다.

앞쪽은이작품의서두이고,뒤쪽은결말이다.
애초부터글머리와대미를상관지으면서의도적으로작품을마무리하였다.솜씨가예사롭지않다.

「젊은날의우리들」또한서두에서미리결말을암시하고있다.

베란다모퉁이의유리병속알뿌리를보고있다.
잘트인창틀에서두툼한빨강꽃잎억세게찢어내더니,혼절하듯부르르떨다니,보아버린것일까,뿌리를내리면내릴수록꽃들을올리면올릴수록여위어져가는꿈과혼을.알아버린것일까,품으면품을수록멀어지는사랑을,안으면안을수록다가서는이별을.

마지막에가서의도한이별을,만나지못할인연을전하지만성급하게결론을내리지는않는다.

버스에서내렸다.신호등앞이다.이제건너면그곳이다.
그이의그림자가있는곳이다.십여년전,내흔적도남아있는곳이다.
나는파란불이세번바뀌어도제자리에있다.
가로수인왕벚나무의무수한꽃잎들이시퍼런바람소리에휩쓸려,쉼없이무지막지떨어진다.
그어디선가벌써남의둥지에슬픔을낳아놓은뻐꾸기울음소리가오롯이애간장을녹인다.
나는아직도제자리에있다.
파란불이바뀌고바뀌어도제자리에있다.
나는젊은날사람이었을까,짐승이었을까.

「흔들리우는나상」은제목에‘우’를집어넣어사동사를만듦으로써,뭔가더흔들리게보이는표현적・어학적현학을드러냈다.
이작품에서는주목할것은관련장면을몇장제시하고집중적으로관찰하려했다는점이다.사실이작품은모신문사에,무려40년전에발표한소설이다.심사위원은관련장면을몇장제시하고집중적으로관찰하려했다는점을높이평가했었다.개인적으로도제일마지막문장에서도시의차가운일면을보여준함축적인장면이기억에오래머물고있다.

흐릿한빗줄기속에서하늘과땅은접속되는부분부터흔들리우고사멸되어가는도시는낡은금속성을띠며비시시웃어보였다.

흔들리우는나상裸像의보루堡壘너머로도시는분명이죽거리고있었다.

흔들리우는나상너머로…….

다시보아도명문장이라고하지않을수없다.

「낯선방」은부모와아들간에흔히일어날수있는사건을주제로삼고있다.무엇이옳고그른지,그것은사람마다천차만별일것이다.게다가이작품이맺은결말은,실로아름답다못해처연스럽기까지하다.

“지금하고있는그말이자식에게는큰짐이고무덤이다.자식에게늘긍정하라.당장멈춰라.사람을자신의입맛대로바꾸려하지말라.쓸데없는걱정은결국화가되고병이된다.그저놓아두어라.올것은오고갈것은간다.그러면근심이멈추고마음은평온해질것이다.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살아가라.그뿐이다.흘러가는대로그러려니하고살아라.덜어버리면마음이가벼워진다.길가의풀한포기처럼그냥살아라.너무애쓰지마라.그저놓아두어라.다지나갈순간들이다.”
노승은마지막으로열손가락을펴보이며“열손가락깨물어서아프지않은손가락이없듯그여자친구부모도너와같이않겠느냐?받아들여라.인생별거없다.받아들여라.어떤이유든인연에는다그만한연유가있는법이다.받아들여라.”
툇마루에걸터앉아깊은숨을들이쉬는데,내가슴은어느새추수를끝낸가을들판처럼뭔지허허롭지만텅텅비워져있었다.흘러가는구름은마냥가벼워보였고짹짹거리는참새무리들은더욱더가벼워보였다.엄마와나는사찰에서점심공양을한뒤,큰동종이있는암자에들러함께몇번이고타종을하였다.

“딩딩딩……!”
소리는십리밖까지맑고넓고청아하게멀리멀리퍼져나갔다.

“세상을밉다곱다탓하지말고마음을그저놓아버려라.”
“삶은덜어버리는것이고다내려놓는것이며가벼워지는것이다.”
“집착하자마라.매달리지마라.있는듯없는듯살아라.”

“딩딩딩……!”
“딩딩딩……!”

「천정과바닥」은현실에서거의일어나지않을,백프로허구에가까운이야기이다.

저멀리서두아내의웃음소리가들렸고,무엇보다리나의손흔드는모습이끝없이보였다.

있을수도있어서도안되는일이다.다만작가의백퍼센트뻥이참으로대단하다.

목이졸린그년은,반은나체인상태로음모를뜯긴채귀퉁이에처박혀있었다.형은음모를댕기처럼묶은대검을가슴에꽂고모로누워있었다.
그대검은마치무슨훈장이나되는것처럼형에게야무지게붙어누군가를쳐다보며배시시웃고있었다.경찰들의손전등에비쳐번쩍이는칼끝은,눈을부릅뜬형의눈동자와같이소름이끼쳤다.흰천에쌓인형의시신이앰뷸런스에실려동네모퉁이를돌아서멀어져갈때도,형은여전히그자리에남아아직떠나지못한듯보였다.

아직도더기다려야할그무엇이라도있음일까.
다떠나간골목길에서누가,이밤에도흔들리며노래를부르고있는가.

「바람이전하는말」은처참하고도장엄하다.
어쩌면작가는,주인공이“목이졸린그년은,반은나체인상태로음모를뜯긴채귀퉁이에처박혀있었다.형은음모를댕기처럼묶은대검을가슴에꽂고모로누워있었다.
그대검은마치무슨훈장이나되는것처럼형에게야무지게붙어누군가를쳐다보며배시시웃고있었다.”라고까지하면서결말을맺었을까.그러고보니,작가가정말무섭다.

「김삐용」은제목부터가일종의블랙코미디이다.

큰물고기를잡거나,잊을만하면주로덫을놓아잡는고라니나흑염소도요릿집못지않게조리해먹었다.물고기는밥없는어죽으로만들었고,네발짐승들은육회나샤부샤부로때로는통갈비바비큐로풍성한상을차려내었다.한겨울이지만달래를뽑아바닷물로정제한소금을찍어남부럽지않게포식하였다.

가히가관인작품이다.작가가참말대단하다.존경스럽다.

「어흥까꿍짠」은여러작품중에서그전개가가장무난하다.현실에서충분히일어날수있는일이다.다만강아지가에베레스트에올랐다는서술은어디까지나픽션이아닌가싶다.〈세상에이런일이〉등의동물관련프로그램을보면불가능하지만은않을듯하지만말이다.특히소설의마지막대목은소설을부처님말씀처럼한차원끌어올리기위해계산된작가의노력이다.일단독자로서는마음에든다.
「부처님과칼잡이」는중고등학생이라면쓸법하다싶은,대표적표준단편소설이다.

우주에서꽃이피어올라,온세상을적시듯꽃비가되어떨어진다.만물은온갖세속을씻고,모두가친구인듯울긋불긋방긋방긋한다.
부처님고향에서도요사채마당의오래된팽나무에이끼가살아오르고멀구슬꽃향기가막무가내올라오면서,배고픈마음들곁에서떠나지못했던차가운중생같은바람들도경전속으로스며든다.수직바위앞에선동자승도풀짝이며새처럼바위밑으로떨어지고마음을빳빳하게다림질한청솔모도햇살같이재빠르게뒤따르고있다.
세상은온통부처님같이자비롭고온화하다.

「양아치」를길게늘여쓰면대하드라마도될수있을듯하다.작가가이처럼압축하여썼다는게오히려더대단하다.

끝으로「어느가을날시골살아보기」「엄마집가는길」「미아리연가」는,추측건대그대부분이작가의삶에서체험한바를바탕으로씌어진것으로보인다.딱히소설처럼꾸며극적인장면을연출하거나가공하지않아서편했다.

마을어귀에는내가쓴시「지실마을」이새겨진큰빗돌이서있다.비가오나눈이오나,사시사철지나가는등산객도반갑게맞는다.어등산지실길안쪽,광주광역시변두리인옛산정농촌마을에오백년된씨족이대를이어살고있다.점방・정미소・방앗간은폐가된지오래이며,페인트칠한낡은마을회관만달랑남아있다.많을때는백가구가훨씬넘었다는데,인근아파트로먼타관으로떠나고지금은금방셀수있을정도만남았다.그처럼기억의일부가빠져나가버린골목에는먼지앉은저녁햇살이낮게지나간다.금간담벼락엔토지수용결사반대라는플래카드만삭아서나풀거릴뿐,마을은꺼져가는모닥불보다도더온기가없다.노인네몇명만남아,큰눈이와도제설작업은엄두를못내는탓에며칠씩시베리아동토를연상케한다.이제는아침저녁주변공단으로출퇴근하는도심차량만비바람치는날의뒷산댓잎처럼소란스럽다.이곳도토지구역으로묶인지오래이고,마을모습도많이들변했다.완행열차가지나던옛하남역도완전히달라졌다.

「엄마집가는길」에‘지실마을’이라는씨족동네를소개할때면항상빠지지않고묘사되는서술이다.

늙은텃밭도부모님을따라더늙어갈것이다.
늙은텃밭건너편오동나무도덩달아더늙어갈것이다.
그와더불어서바람도더늙어갈것이다.
-「어느가을날시골살아보기」결말부분

이제조금있으면엄마를만나겠다.
‘엄마어흥까꿍짠!’
하면,엄마는
‘추운데택시타고오지!’
하면서내손반갑게맞아주겠지.

‘엄마어흥까꿍짠!’
-「엄마집가는길」결말부분

‘지혜야’이제우리는더욱가까워졌다.
내가당신을대신하여낳은5남매와머지않아바람따라당신곁으로갈게.
구름처럼하늘위로저리훌훌날아오르는솔개처럼…….
내가알지못하는머나먼곳으로,내가알수없는미지의곳으로날아가서자유롭게살렴…….
그곳은여기에서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