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 (반양장)

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 (반양장)

$18.00
Description
2011년 시작되어 북미 주요 도시와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60개 도시와 한국을 가로지 페미니즘의 도도한 흐름은 어느 때부턴가 ‘제4물결 페미니즘’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확산되어 순식간에 연결-행동으로 이어지는 동시대 페미니즘의 의미와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토대는 빈곤했다. 그러는 사이 페미니즘의 통로로 생각되던 온라인 공간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친 반격(backlash)의 장이 되기도 하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영문학자인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페미니즘 제4물결: 정동적 시간성』은 바로 이 같은 복잡하고 혼재된 오늘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책이다. 페미니즘이 자기의 역사를 규정해온 ‘물결 서사’의 한계를 검토하고 새로운 인식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을 매개로 급등하는 행동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나아가 페미니즘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검토되어야 할 지점들을 제시하는 일까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식의 실마리들을 제공해 준다.

확실성의 기표나 선형적 시간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성이 운동을 추동하는 오늘의 물결은 구체적인 맥락에 페미니즘이 응답함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내적, 외적 맥락이 바뀌면 물결도 기세를 얻거나 잃을 수 있다. 제4물결이 단지 페미니즘의 나르시시즘으로 전락하지 않고 모순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적 노력이 요청되는가. 독단과 분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대화의 장을 열고, 인종과 트랜스 쟁점을 포함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의 교차성을 확보하며 변화의 파고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쩌면 페미니즘이 자신의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부터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과 모색, 대화의 시작에 놓여 있다.
저자

프루던스체임벌린

PrudenceChamberlain:

영국런던대학교로열홀로웨이RoyalHolloway의문예창작조교수.오늘날모순적이면서도에너지가넘치는,복잡하면서때로는충돌하는것처럼보이는페미니즘행동주의가불러일으킨제4물결페미니즘의정동적,시간적양상과역동성을치밀하게탐구한『제4물결페미니즘:정동적시간성TheFeministFourthWave:AffectiveTemporality』(2017)은분석의대상인영국을넘어동시대페미니즘을이해하는필독서로평가받는다.『시에관한세권의책:쥐들의집threebooksofpoetry:HouseofMouse(withS.J.Folwer)』(2016),『무리들Coteries』(2018),『레트로바이러스Retroviral』(2018)및『퀴어말썽꾼:경솔함의시학QueerTroublemakers:ThePoeticsofFlippancy』(2021)의저자이기도하다.

목차

감사의말
1장/서문
2장/물결서사
3장/페미니즘시간기록이란무엇인가?
4장/정동적시간성들
5장/제4물결,왜지금인가?
6장/페미니즘이지속될미래들
결론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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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페미니즘,역사를설명하는방식을바꾸다

페미니즘이역사를말한다는것은중요하다.역사는단지과거에대한기억일뿐아니라미래에대한기대와관련을맺기때문에,역사에대한설명은역사그자체를형성하고구조화한다.‘물결’은유가갖는한계에도불구하고페미니즘은자신의역사를‘물결서사’로기록하고설명해왔다.여성참정권을위해싸웠던제1물결,‘여성성의신화’를깨고자했던제2물결,페미니즘의시간성을퀴어링하고자했던제3물결,그리고오늘세계의시공간을가로지르며행동주의의파고를이어가는제4물결까지.그러나선형적시간성에기대거나연대기적서술이상으로나아가지못했던지금까지의물결서사는온라인공간을매개로확산되고즉각적으로행동주의로이어지는제4물결에이르러결정적으로한계에봉착했다.세대와확고한정체성을중심으로이전물결과의차이와단절을강조하고,페미니즘명사들로대표되던그간의서사방식으로는해결되지못했던모순들이동시적으로문제시되고일상의차별과폭력을참지못하게된여성들이불시의사건을계기로연결되고익명의대중운동으로폭발하는현실의역동성을설명할수없기때문이다.우연성이물결을추동하며,이미지나간것이라고여겨진과거의물결들이동시대의물결과더불어급등하는현실은페미니즘이역사를설명하는방식에전면전환을요구한다.

프루던스체임벌린의책『페미니즘제4물결:정동적시간성』은이러한동시대적요청에대한응답이자,페미니즘의시간성에대한인식의새로운가능성을확보하고자하는시도이다.저자는‘물결서사’를이제는던져버려야할유물로기각하지않고,‘정동적시간성’이라는접근법을지렛대로인식의새로운생산적가능성을탐문한다.실상물결은유는무심히받아들이는것이상으로단절이나분리와는거리가있으며,확실성의기표에따라움직이는것이아니라역류와회오리를포함한잠재적복잡성을내포한다.물결은넓은바다의일부이며,시간의순서대로이어지는것처럼보여도시간성들의교차를가로막지않는다.물결은연결되며끊임없이움직인다.물결의움직임이만드는동요와파장은그렇지않았더라면눈에띄지않았을저류를표면화하면서수면에의해유지되는고요함을뚫고나오는운동이다.가부장제에뿌리를둔여성혐오와강간문화가낳은불시의사건에촉발된분노와슬픔의정동이온라인을통해순식간에확산되고행동주의와연결되면서출렁이고솟구치는동시대페미니즘의현장은선형적진보서사로는더이상포착되지도이해되지도않는다.오늘날행동주의의급등을이끄는것은페미니즘이념이나장기적목표같은지표가아니라사람들의내면을특정한형태의공적느낌을만들어‘끈적하게’연결하며정치적주체들로한데묶는정동이며,이정동이시간을관통해생성하는이행이독단이나정확성을즉시요청하지않고도페미니즘물결을출현시킨다.사적감정과공적감정,외밀성과내밀성을매개하고,힘과통로를창출하는정동은고정성의욕구에저항하며‘되기(becoming)’의과정을지속한다.그것은행동의급등(출렁임과솟구침)이한상태에서다른상태로이동하는‘경계공간(liminalspace)’이며,여기서과거,현재,미래는동시대행동주의의순간속에서서로닿는다.

‘정동적시간성’을가로지르는사건과현장들

저자는시간에대한선형적이해로페미니즘을납작하게만들면정치의다양성과다중성이삭제된다고말한다.정동의불확실성과모호함을긍정하면서,‘정동적시간성’을통해동시대페미니즘의현장에서다양한유형과성격의정치를위한가능성을열자고제안한다.그러면서제4물결페미니즘의초기몇년이다양한느낌의강도를통해어떤실천들을만들어왔는지접근을시도한다.

비록저자가예시로드는다섯가지의행동주의사례들은영국에서의제4물결운동에해당되지만,시공간을가로지르는페미니즘제4물결의특성은세부적차이를감안한다면그대로한국의동시대페미니즘현장과도겹치는것들이다.먼저,첫번째로2011년캐나다에서시작되어몇달안에영국에서도일어난슬럿워크(SlutWalk)시위이다.이는한국에서도같은이름과성격의시위가이어졌는데,이는매우작고국지적인사건도이제는몇주만에전세계적인시위가될가능성이있음을보여준다.디지털기술이가능케한속도는즉시성과신속성,응답성의감각으로이들서로다른공간에서벌어지는시위들이서로를반영하게한다.1960년대제2물결의현장에서나온“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는제4물결에서반복되며갱신된다.공공장소에서일어나지만개인적인체험에위치했던흔한길거리성희롱경험은이제믿을수없는속도로정치화되면서개인적인경험이세상과맺는방법을바꾸어놓는다.‘피해자탓하기’라는교활한문화에서내뱉어진‘슬럿’이란단어를차용하는언어전략은피해자를초래하는특정한형식이있음을지시하는기표를해체하면서시위현장으로다양한정체성을가진사람들을이끄는효력을발휘한다.하지만설명은여기서그칠수없다.제4물결과관련하여,“왜,이순간에행동주의가급등하는가?”라는질문이제시된다.슬럿워크는분노와격분으로태어났지만,이정동들에는‘진보’를시간성의척도로여겨오던믿음에대한불신과여성에대한공공서비스의급격한감소를가져온신자유주의적사회변화와조건이라는외적맥락이작동하고있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입법적진전에도불구하고줄어들지않는강간문화에대한분노와불신,여성을위한공공서비스가사라지고가정폭력이오히려느는사회변화가정동의강도(에너지와힘)를급격히높이게되는것이다.

이어서저자는‘일상속의성차별’이란이름의영국에서의아카이빙실천이동시대페미니즘실천에서어떤정치적기능을수행하는지를검토한다.트위터계정과웹사이트인‘일상속의성차별’은‘매일매일’발생하는‘사소한사건들’로인식되고익숙해져더이상그것을성차별로인식하지않는사례들이모이고보관되는아카이빙실험이다.그것은구체적인운동이나캠페인을대표하는부분들을수집하여역사적시간의정보를기록하는것이아니라,역사쓰기가불가능한위치에있는사람들이일상에서겪는경험의현재적순간의기록이다.거리에서의가벼운성희롱도가부장제의존속에일정한역할을하는것은분명하지만,페미니즘이일정한평등을달성했기때문에노골적인여성혐오가일어날수없다고생각하는포스트페미니즘적경향아래여성스스로의도적인‘잊어버리기’로공모함으로써수치의감정아래묻힌경험들이한곳에모이기시작하는것은행동주의와어떤식으로연결되는가.경험의위계를만들지않고다양한목소리들을우선시하는새로운아카이빙실천은우선광범위한여성들의경험에대한통찰을제공하고,그렇지않았다면알지못했을사람들의관점변화를가져온다.여기서는분량이내용만큼이나중요하며,이러한집단기억의기록과문서화는페미니스트행동주의의급등에확실히기여하는시도로서그순간에만들어진다(‘일상속의성차별’에는두달도안되어서1천개가넘는트윗이등록되었으며,이웹사이트는전세계적인관심을받았다).이는분명즉시성,응답성및온라인의신속성과밀접한관련이있으며,이러한특성으로기세의감각을발생시킬뿐만아니라공유와연대의감각을만들면서행동의급등을유지할수있게한다.이렇듯제4물결의순간은기술의발달을기반으로아카이브실천을혁신하며새로운방식의트라우마적경험의분출과결합되는것이다.

한편제4물결운동의또하나의사례인‘페이스북강간문화고발캠페인’은의심의여지없이페미니즘과소셜미디어운동이성공을거둔것으로평가받지만,동시에페미니즘이자본주의,즉신자유주의와맺는복잡한관계를드러낸다.“[우리는]혐오발언을허용하지않는다.그러나진
지한발언과유머러스한발언을구별한다”는페이스북모호한규칙아래여성혐오와폭력이‘유머러스한’것으로자리잡는동안여성혐오와폭력에공모하는무리들은여성들이유린되거나학대당하는사진과함께노골적인이미지들을올렸고,이에분개한페미니스트들은페이스북에해당페이지를고발하는것과함께캠페인파워를통해여러브랜드가광고를철회하도록했다.그러나이러한임파워먼트는대가없이이루어지지않는다.페미니즘이저항을위해브랜드의힘을이용할때효력과생산성이발생하지만,이는궁극적으로기업의이익에기여하고페미니즘행동주의가자본이만들어내는불평등과심각한사회적모순에대응하지못하는한계에봉착할수있다.이는갈수록두드러지는트롤링문화,즉페미니즘에대한반격(backlash)과함께더욱복잡한상황이펼쳐지게된다.제4물결은이에수반되는반격과깊은관련을맺는다.제4물결속의반격은이전시기의반격처럼일정한성취에대한반격이아니라페미니즘행동주의와거의동시적으로발생하며,제4물결은페미니스트들과페미니즘에반대하는무리들사이의상호작용이페미니즘운동의에너지를지탱하는역설을포함한다.영국에서의‘10파운드지폐에여성의얼굴넣기캠페인’은소셜미디어의힘과중심성을입증했지만,영국은행이이를받아들이자곧장트롤링이시작되었고,캠페인을주도한페미니스트들은신체적위협에노출되었다.

페미니즘이지속될미래[들]을위하여

페미니즘의언어전략은정동과물결의향배를결정하는시험대이다.페미니즘이급진적으로세계를변형하는힘을잃지않기위해지배문화에불편한태도를유지함과동시에‘유머(스러움)’를발휘하여폭넓은대중에게어필하고공감을넓히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슬럿’이나‘퀴어’의경우는단어를전복하고비꼼을통해전유하여부정성을긍정성으로뒤바꾼성공적인사례지만,아이러니효과를유발하고자했던어떤언어는발화자를위험에몰아넣기도한다.저자가다섯번째로든사례가그것인데,명성있는여배우에마톰슨이2016년오스카시상식에서심사를주도하는“늙은백인남성”을모두죽일수있다면다양성을획득할수있을것이라고제안했을때는반격이없었지만,유색인여성아마바하르무스타파와해시태그‘#모든백인남성을죽이자’를포함한그녀의트윗은‘역인종차별적’이라는이유로수많은비난을받고혐오발언을한혐의로기소되었다.이사례는‘백인?비장애?중산층여성’들과달리여전히어떤신체들은페미니즘대열내에서더큰위험에처할수있음을보여준다.인종적차이를넘지못한미국의슬럿워크와더불어교차성과평등에대한동시대의열망에도불구하고결핍과부재는여전히남아있다.

체임벌린의책은동시대제4물결의의미를적극적으로긍정하고있지만,그것이열어갈미래들에대해섣불리예측하지않는다.물결의불확실성과모호성을그자체로긍정하면서정동의흐름에따라변형되는이‘되기(becoming)의과정’이노정하는결여의지점까지를응시한다.인터넷은제4물결에서중심을차지하며,속도,즉각성,신속성을가능하게하고이모든것을융합하며활동가들사이에퍼져나가는정동에기여하지만,초기의기대와달리페미니스트들의유토피아적공간으로남이있지않다.상당한경우인터넷은오프라인현실의사회적역학을복제하고,익명성은물질적세계에서보다더많은곤경을쉽게만들어내는무책임한문화를가능하게했다.제4물결을이끄는캠페인은공적상상력을사로잡아온라인에서거대한지원을얻기도하지만,더많은캠페인들은같은수준의열광을불러일으키지못하고이내사라진다.제4물결페미니즘은새로운청원이나해시태그에변함없이시간과에너지를쏟아붓는사람들로광대하게인식될수있지만,행동주의가인터넷에서존재한다고해서언제나현실의변화가뒤따르지는않는다.이행동주의가물질적변화로바뀌지않는다면,인터넷에서의행동주의와인터넷바깥의현실속여성경험사이의격차는점점더벌어질것이다.

정동과페미니즘물결은강도의급등이끊임없이변화하며,그강도가더이상지속될수없을때사라진다.이사라짐은반드시실패를의미하지않지만,그럼에도미래를향하는것은여전히중요하다.미래로향함으로써행동주의가펼쳐지는순간과그순간에서이어지는페미니즘의열망사이에대화가유지되기때문이다.이때저자가강조하는것은‘교차성’의문제이며,특히그중에서도페미니즘정치내부에갈등과곤경을발생시키는인종문제와퀴어/트랜스페미니즘에주목한다.이는인종주의(에기댄인종정치)가득세하는미국과영국을반영하고있지만,어떤곤경은한국의동시대페미니즘내부에도존재한다.이쟁점들은시간에대해무엇을시사할것이며,페미니즘의미래에무엇을요구하는가.차이와갈등의요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