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잡기 (반양장)

루쉰 잡기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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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루쉰 연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 잡기』가 마침내 한국어로 선보이게 되었다. 루쉰의 전체 저작이 전집으로 번역 출간되었음에도 여전히 그에 관한 깊이 있는 접근이 드문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잡기雜記’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케우치 요시미의 이 에세이들은 일견 체계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사상가, 평론가, 번역자, 실천가로서 그가 일생에 걸쳐 사유한 루쉰론의 정수가 담겨 있는 책으로 평가받아 왔다. 루쉰 이해의 깊이에서만이 아니라 사상적 에세이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는 점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번역은 다케우치 요시미의 사상에 천착해 온 동아시아 사상 연구자 윤여일이 했으며, 그가 쓴 책 말미의 해제는 『루쉰 잡기』를 넘어 루쉰과 대결해 온 다케우치 요시미 사상의 핵심을 정리한 의미 있는 텍스트이다.
저자

다케우치요시미

1910년나가노현에서태어났다.도쿄제국대학문학부지나철학·지나문학과를졸업했다.1934년‘중국문학연구회’를결성하고,기관지『중국문학월보』를창간했다.1937년부터2년간베이징에서유학했으며,1943년에는육군에소집되어중국에서패전을맞이했다.전후에는도쿄도립대학인문학부교수가되었으며1960년안보조약반대운동중에국회의조약체결강행에항의해사직했다.1954년에는‘루쉰친우회’를창립하고그기관지를발간했으며,1963년부터는‘중국의모임’을조직해잡지『중국』을110호까지발행했다.1977년『루쉰문집』번역에매진하던중암으로사망했다.저서로는『루쉰』,『현대중국론』,『일본과아시아』,『불복종의유산』등이있으며,1982년『다케우치요시미전집』(17권)이간행되었다.역서로는『루쉰평론집』,『루쉰작품집』,『루쉰문집』등이있다.

목차

1부
루쉰론
루쉰의죽음에대하여
「후지노선생」
루쉰과마오쩌둥
루쉰과쉬광핑
루쉰과린위탕
루쉰의언과행?
「광인일기」에대하여
루쉰과일본문학?
「아Q정전」의세계성?
루쉰과후타바테이?

2부
노라와중국
어느도전
다만진실을좇다
루쉰과고리키
루쉰의평가를둘러싸고?
마오쩌둥의시해석?
루쉰의날에?
독자에게
중국의루쉰연구서?
『루쉰선집』의특색?
화조풍월?
루쉰의독자?
루쉰의사상과문학
루쉰문학의감상태도에대하여?
루쉰을읽는법

역자해제

출판사 서평

사상가,평론가,번역자,실천가로서
다케우치요시미가일생에걸쳐사유한루쉰론

“나는루쉰에게홀린인간의한명이다.생애의어느시기에우연히손에든그날이후로푹빠져오늘까지헤어나지못하고있다.아마도일생동안루쉰의그림자는나를따라다닐지도모른다.루쉰에마음을쓰지않고는살아갈수없다.그리고마음을쓰면쓸수록루쉰은내안에서깊이를더해간다.
루신과의만남은내게행복한사건이아니었다.만남자체가행복하지않았고결과도행복하지않았다.만약그때불행하지않았다면나는루쉰과못만났을지도모른다.나의불행이루쉰을발견하도록나를이끌었다.루쉰을알게되자나는행복해질수없었다.하지만자신의불행을알수있었다.행복해지는것보다그게내게는위안이었다.”[본문167-168쪽]

특유의사상적밀도를전개하여일본지성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다케우치요시미에게루쉰은떼려야뗄수없는존재였다.루쉰과의만남과관계맺음이그에게무슨의미였는지40대중반에술회한앞의인용문보다더잘요약할수는없을듯하다.자신이불행했으므로루쉰을만났고,그를만남으로결코행복해질수없었다는이말처럼20세기초·중반의격동과전쟁의경험에서건져올린묵중한진실또한없을듯하다.그것은한마디로,어떤한사람의사상에대한단순한수용이나추종과는거리가먼,존재론적이고윤리적인차원까지를포함하는‘사상의만남’의한전형이라고할수있다.

도쿄제국대학문학부‘지나철학·지나문학과’를졸업한다케우치요시미에게루쉰과의만남은처음부터예정되어있거나선택적인것이아니었다.문학으로따지자면‘껄끄러운아버지’같은인상을주는루쉰과는반대성향의중국작가들에게더끌렸다.그런그가루쉰과의만남을그렇듯‘운명적’으로받아들이게된이유를몇가지로요약하기는쉽지않다.말하자면그것은일생에걸쳐쓴루쉰에관한다케우치요시미의스며들어있고또변주혹은진화를거듭해갔다.그는중국과의전쟁중에『루쉰』(1944)을집필하고,이른바‘냉전기’에접어든몇해후『루쉰잡기』를펴낸다.전쟁의경험이총화되고논쟁이치열한전후의현장에서쓴루쉰에관한글들을무정형을의미하는‘잡기雜記’라는형식으로묶는것을통해그는루쉰(의문학과사상)을고정되고완결된것으로남겨두지않으려했는지도모른다.

1936년「루쉰론」을시작으로죽음에이르는1977년까지다케우치요시미는거의모든해에루쉰이표제어로등장하는글을써냈다.그는그러나단지루쉰에관해쓰는자로머무르지않았다.그것은처음부터그랬다.그가처음문학혁명의한복판의‘논쟁가루쉰’을발견했을때도,그루쉰은‘타인(적)’과싸우면서‘자기안의그림자’와도싸우는루쉰이었고,그것은다케우치요시미바로일본사회의한복판에서논쟁하는자기자신이었다.그에게루쉰은연구의대상,즉지식축적의대상이아니라자신을투입하고,그로써자기사회(일본)내의대상물로부터자신을분별해내고자했다.

“루쉰이사랑한것을사랑하려면,루쉰이증오한것을증오해야한다.루쉰을센다이로부터,따라서일본으로부터떠나게만든것을증오하지않은채루쉰을사랑할수는없다.루쉰은말한다.‘나는내가미워하는자들에게미움을사기를즐긴다.’나는사랑으로결정結晶을이룰만큼미움을갖고싶은것이다.”[본문40쪽]

다케우치요시미는‘일생동안’실로그리했다.루쉰은그에게바깥의해석대상이아니라자신의고뇌와마주하는매개였다.그는루쉰을고집스럽다고할만큼부여잡아다시만나기를반복하며,그과정속에서자신의사고를담금질했다.뿐만아니라그는젊은시절루쉰을만나자신의사상을형성했을뿐아니라,비평가로서루쉰독해를자기사회를향한비평의자원으로활용하고,번역자로서루쉰의말과문제의식을모어母語사회로옮기고,사상적실천으로서루쉰을‘인민의광장’으로삶고자독자의모임을만들었다.실로이웃나라의사상가를매개로해서할수있는거의모든시도를아우르고자했다.

달리말하면이는(사유의)‘방법으로서의루쉰’이며‘방법으로서의중국(아시아)’이다.우선이것은그에게‘서양대일본’이라는구도에주박당한(일본인들의)세계인식을뒤흔들고,서양을척도삼아경주해온근대화의노정을되묻고,근대과정에새겨진(일본국가의)식민성과폭력성을일깨우도록만드는것이었다.즉,『루쉰잡기』를포함한루쉰에관한그의독해는루쉰문학과사상을하나의장르나고착된이미지로부터개방하여자기부정과자기재건의장을열고자하는필사적인시도였다.

“루쉰은고전이될수없다.이는그와함께했던시대가아직자신의과제를해결하지못했기때문이다.”(「사상가루쉰」,『루쉰』,문학과지성사,2003,179쪽)

『루쉰잡기』는생의마지막순간까지루쉰을놓지않았던다케우치요시미의실로일생에걸친사상적실천을이해할수있는에세이의진면목이다.루쉰연구에서독보적위치를차지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그는어디까지나루쉰이고전으로머물지않도록,고착되지않도록하기위해자신을열정을다하려고했다.“나는살아있는동안한번만이라도루쉰론을다시쓰고싶다.내미래의루쉰론은무지개처럼눈부시다.나는쓸것이다.나의부끄러움이내것이라면,나는그것을쓸것이다.아무도나를막을수없다.나는반드시악마라도회유해보리라.”루쉰을‘고전’으로삼지않겠다는그의말은,국적은다를지언정루쉰이해결하지못한과제를계승하겠다는의지였다.루쉰이살아갔던시대가아직자신의과제를해결하지못했다는그의말은지금,여기에살아가고있는우리에게어떤실감과공감을일으킬수있을까라는물음이자연히떠오른다.그것은책의말미에쓴옮긴이의해제속물음과결부되어있다.

“중국과의전쟁중에『루쉰』을집필하고,중국이‘죽의장막’너머에존재하던냉전기에『루쉰잡기』에수록될글들을써내며루쉰을‘방법’으로서형상화해냈다.소위탈냉전기이후를살아가는우리는거기에육박하는사상적관계를만들어낼수있을것인가.이는다케우치요시미의루쉰론이오늘날우리에게던지는물음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