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와 이라: 비인간화 시대의 대/화 (반양장)

아르카와 이라: 비인간화 시대의 대/화 (반양장)

$20.00
Description
『아르카와 이라-비인간화 시대의 대/화』는 여행문학이나 철학 에세이의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시원始原적 공간들을 넘나드는 스케일에서뿐 아니라 고대의 시간과 서울 지하철의 풍경이 곧장 연결되는 자유로운 이야기의 전개와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시공간의 짜임들이 오늘 우리의 문명적 현실에 대한 생동감 있는 비평의 세계를 펼쳐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카’와 ‘이라’라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이어져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른바 ‘마술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작품들이 제1세계가 지워 버린 선주민의 세계와 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사회에 대한 문명비평을 담고 있듯이, 콜롬비아 작가의 이 여행 대화집도 한편의 빼어난 문학이면서 철학적인 문명비평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처에서 전개되는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아름다움과 도저한 사유의 깊이로 직조된 이 대화집의 매력은 미리 정해 놓은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공명을 따라 생생한 사유의 숲을 걷는 순례의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데 있다.
저자

미겔로차비바스

MiguelRochaVivas

콜롬비아의문학박사,작가,상호문화교육가.현재보고타소재하베리아나대학부교수이자자신이동대학사회과학대학에설립한생태비평·상호문화연구센터소장이며,다수의에세이와서사집을펴냈다.최근수년간한국과콜롬비아의예술가및연구자들을잇는학술활동을여러차례조직하였으며또한서울,부산,제주에서열린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주최국제학술대회와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주최AALA문학포럼(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문학포럼)에참가한바있다.2009년콜롬비아문학부문연구상을수상하였으며,2016년에는현대콜롬비아선주민들의글쓰기에대한『말의협업Mingasdelapalabra』으로국제적으로권위있는아메리카의집CasadelasAméricas(쿠바)연구상을수상했다.이책은영어판으로번역되기도했다(노스캐롤라이나대학출판부,2021).최근에는『이미지의협업:선주민·상호문화연구Mingasdelaimagen.Estudiosindígenaseinterculturales』(하베리아나대학출판부)를공동편찬했다.

목차

여행,바퀴,레일그리고동물의구속
자유로운케찰을보다.두번이나!
사랑에빠진먼지
나비의비행,현자의꿈
제주,하하
새들의노래
침묵과탈창조
몇사람의얼싸안기
희생혹은상호의존?
지금의이주자…그리고예전의이주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현대와시원始原사이를오가는순례여행길에펼쳐지는
몽환적이고도우아한시적ㆍ철학적대/화

콜롬비아작가미겔로차바바스의『아르카와이라-비인간화시대의대/화』는여행문학이나철학에세이의일반적인형식에서벗어난,그야말로독특한장르의책이라할수있다.책은전지구적행보라할만한저자의다양한여행이바탕을이루지만,일반적인여행보고서와는궤를달리한다.이미첫장에서소비자이면서소비의대상이되는,쉽게상품취급을당하면서만나는사람이나대상을상품취급하는여행객(관광객)과거리를두려는데서알수있듯이,책속의여행은그자체가목적이아니라모든존재하는것들의의미와가치를묻는순례의여정으로배치된다.때문에라틴아메리카에서시작된발걸음은순차적이거나병렬적으로진행되는것이아니라순식간에아시아나다른공간과연결되고,시간또한연대기적이아니라고대와현대사이를자유롭게넘나들거나교차된다.

제목에서암시되어있듯이,이책은첫장에서마지막장까지모두‘아르카’와‘이라’라는두사람의대화로이루어져있다.이들은친구사이의남미인들이면서동시에아르카와이라는‘시쿠’혹은‘삼포냐’라고부르는안데스취주악기를의인화시킨인물들이기도하다.그렇다면이들은대화는실제에바탕하면서하나의작품속에서재배치된것이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이들은따로,또함께여행한것들을토대로대화하며,가끔은두에르메아우토피스타스라는긴이름의야윈개와더불어걷기도한다.아르카와이라는일종의대/화의메타포이다.이들의대화는공명하는악기의연주를닮았고,‘새들의노래’(6장)를닮았고,두날개로꿈처럼나는‘나비의비행’(4장)을닮았다.‘현자의꿈’(4장)들을오늘날다시해석해내고자하는두사람의대/화는주로콜롬비아와아르헨티나를배경으로하지만제주도(5장)를비롯한아시아와다양한지역으로도이어지면서,장자와타고르,이주와관광,사랑과연민,죽음,우정,여행,자연에대해논한다.대화는도처에서몽환적이면서시적인아름다움으로빛나는가하면도저한사유의깊이를더하는데,무엇보다중요한것은이들의대화가미리정해놓은논리적결론을확인하는과정이아니라,몸과마음의공명을따라움직이며생생한사유의숲을헤쳐나가는순례의여정으로독자들을이끈다는점이다.

『아르카와이라』는시장市場으로모두수렴되는이론과수학공식같은문학작품이넘쳐나는시대에,프로그래밍되지않은비평의세계를우리에게되돌려준다.사유는머리로부터가아니라끊임없이움직이는신체에서발현되고,서사와상상력과대화를통해쇄신된다.아르카와이라의대/화는철학,종교,과학,원초적언어의기원으로시적인회귀를유도하며,그현재상도포착하게해준다.두사람의질문,경탄,이미지들은다름아닌우리의인간조건에서출현하고,또한이조건에수렴된다.그런데우리가흔히생각하는것과는달리,인간조건의많은부분은자연,문화,그리고인간범주로국한하면안되는인간을포함한일체의생명과무생물등의합에빚지고있고,이합과공통분모를지니고있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요컨대,『아르카와이라』는한마디로이주,배타적인종주의,사회생태적불공정의시대를살고있는우리에게인간다움을회복하라는시적·윤리적촉구이고,동시에인간의만물에대한폭력적우위,인간종種의지구에대한폭력적우위라는인간중심주의적현실에상상력을발휘하여맞서고있는대화적비판인셈이다.

이비인간화시대의대/화는필시보다풍요로운장에서지속될것이다.한국의독자인우리는이책의5장인「제주,하하」를읽으며신선한감동을얻게된다.그것은우선그저가벼운제주스케치가아니라제주라는또다른세계와의대화가능성을모색하는성찰을담고있는데서얻게되는것인데우리에게열린다차원적인대화의세계로나아갈것을권유하는강렬한초대로읽히기때문이다.『아르카와이라』가여행기형식을취하고있는것도대화의필요성을강조하기위해서이다.여행은필연적으로타자,타문화와의접촉을요하기때문이다.게다가작가의문제의식의하나인신자유주의적세계는이주가인간조건이된세상,따라서타자,타문화와의접촉이일상이되어상호문화적이해가없이는갈등과파국으로치달을수밖에없는세상이기때문에여행은그인간조건에대한메타포이기도하다.두에르메아우토피스타스라는개가자주등장하는것도다차원적대화의필요성을암시하는장치일것이다.이를테면인간과동물,나아가인간과자연의조화의지를피력한것이리라.콜롬비아로부터전달된이독창적인여행대화집이우리의삶의여행을더가치있는것으로이끌수있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