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옥중 통신

최종 옥중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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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이 박정희 유신 독재로 숨죽이던 1974년 8월 30일,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진다.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에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은 스스로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늑대’ 부대라 칭한 사람들. 이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165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하였다. 이듬해 5월, 폭파를 실행한 부대원들은 체포되었고, 중심 인물인 다이도지 마사시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비록 사건의 비극적 결과로 인해, 일본인으로 자국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특히 아시아-태평양 전쟁 전과 후를 통틀어 아시아에 경제 침략을 자행한 일본의 대표 기업을 응징하려 했던 이 사건의 기억은 억눌려 왔지만 일본 전후 현대 정치사에 박힌 유리조각과도 같다. 두 해 전 상영된 다큐멘터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사건을 정면에서 다루고자 한 시도라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최종 옥중 통신』은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던 다이도지 마사시가 긴 재판 끝에 1987년 최고재판소에서 사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1997년에서 2017년 5월 도쿄 구치소의 병동에서 투병 끝에 죽기 직전까지 옥중에서 쓴 편지와 말년의 심정이 응결된 하이쿠들이 담긴 최후의 기록이다. 전혀 사건의 맥락은 다르지만, 아베의 죽음 이후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일본 정치사의 내면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모순된 사회를 바꾸고자 했지만 자신의 실천의 불행한 결과로 인해 매순간 괴로워했던 한 인간의 숨결과, 피 흘리는 유리조각이 된 그의 존재가 읽어낸 일본 사회의 내면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저자

다이도지마사시

1948년홋카이도구시로釧路시에서태어났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오사카로건너갔다가이후도쿄로거주를옮겼다.1969년호세이대학문학부사학과에입학,전공투운동에참가했다.1971년A급전범을기리는‘순국칠사의비殉國七士の碑’를폭파하는등일본인침략자를위령하는납골당,아이누유산을수탈한연구시설,동상들에시한폭탄을설치했다.1974년8월14일천황이탄특별열차를폭파할준비를하나직전에중지,다음날인8월15일재일조선인문세광이박정희전대통령을저격하려다체포된일에충격을받았다.보름뒤인8월30일도쿄의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본사앞에시한폭탄을설치하고폭파하였고(사망자8명,부상자165명),자신들이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늑대’부대임을밝히고그후로도‘침략기업’을잇따라폭파하는일에관여했다.1975년5월19일체포되어도쿄구치소에수감되었고,1979년도쿄지방재판소에서열린1심에서사형판결을받았다.이후1987년고등재판소에서사형이확정되었으며,2010년부터다발성골수종으로투병하다2017년5월24일도쿄구치소병동에서생을마감하였다.출간된책으로옥중서한집『새벽녘의별을올려다보며』『사형확정중』,하이쿠집『친구에게』『까마귀의눈』『한기의관』,『지새는달』이있다.사형이확정되고나서10년이지난1997년9월부터다발성골수종으로숨을거둔2017년5월까지20년간써온매일의기록들과말년의심정이응결된하이쿠들이포함된이책은그가죽은다음해인2018년간행되었다.

목차

다이도지지하루의서문
번역자서문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다이도지마사시자선집

연보

다이도지마사시,『최종옥중통신』에부쳐_오타마사쿠니

출판사 서평

1.사건

‘사건’이있었다-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과전범/침략기업연속폭파

1974년8월30일,자신들을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늑대’부대라칭한이들이도쿄마루노우치에있는미쓰비시중공업본사앞에시한폭탄을설치하고폭파시켰다.이사건으로8명이사망하고165명이다쳤지만,이들은여기서그치지않고1975년까지일본의식민지지배에책임이있고지금도한국을비롯한동아시아지역에대한경제침략/수탈을자행하는기업으로지목한미쓰이물산,가지마건설등에폭탄테러를감행하기도했다.결국1975년5월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늑대’부대의다이도지마사시를비롯한부대원들은체포되었고주모자인다이도지마사시등은사형판결을받는다.이는일본의격동기반체제저항운동사에서도충격적인사건이었으며,일본언론들은기꺼이이들을‘국민의적’으로몰아세웠다.사건의비극적파장으로인해이후일본사회에서누구도공공연히거론하기를꺼리는사건으로기피하게되었다.

왜미쓰비시인가,왜‘말’이아니라폭탄인가

다이도지마사시에의하면,“미쓰비시는전쟁중에조선인민을강제연행하여수많은사람들을혹사시키고학살했으며…지금도한국에경제침략을하고있는일본의핵심기업”이기때문이다(2018년한국의대법원은미쓰비시등일본기업에강제징용노동자들에대한손해배상을명령하는판결을내렸다).그런데이들이일깨우고자했던것은비단약탈기업만이아니라일반일본시민까지포함된다.이들은일본사회가덮어버린과거의지층을드러내는데서나아가일본의기업과시민들의풍요가과거의식민지착취와연루되어있는식민자의후예이자제국주의본국인임을망각하며유지되고있음을고발하고자했다.일본인으로서자국인일본과일본인을향한이러한치열한윤리적질문은그렇다면왜‘말’의공표나설득이아닌폭탄을선택할수밖에없었을까.그것은이른바일본의전공투경험과양상에서비롯된것이라간단히치부할수있을까.일본의비판적·실천적지식인오타마사쿠니에따르면,다이도지마사시등의역사·정치인식은그때까지의일본좌파의주류적인식과도다른것이었다.그들은전후의반전·평화운동을이론적으로뒷받침했던진보적,좌익적지식인들의일국평화주의의한계도정확하게인식하고있었다.다이도지마사시의경우,홋카이도에서태어난‘일본인’인이상선주민인아이누족과의관계에서보이는식민지문제를피할수없었다.그의부친은전쟁전만주철도조사부에서일했고,미일전쟁개전후에는미얀마에파견되어자원조사를담당했다.자신이태어나기3년전까지부친의행적에서보이는아시아침략문제와마주할수밖에없다는것-그후그의궤적을결정한‘원점’이그곳에있었다.그들은좌파까지도포함하는이두텁고견고한침묵의구조를무너뜨리는데말(언어)는무력하며자신과타자들의존재까지를건투쟁이긴요하다고판단했다.

‘투쟁하는자신의절대화’와‘싸우지않는타자의전면부정’이낳은결과

그러나행동의결과는참혹했다.그들은미쓰비시에서일하는사원을포함하여사람을죽일의도는원래부터없었기에예고전화를걸어사원을피난시키라고경고했다.그러나결과는사망자8명,중경상자165명에달하는대참사가벌어졌다.폭탄의위력이예상을훨씬뛰어넘었다는것,통유리가부착된현대식빌딩들에서떨어진유리파편이통행자의머리위에쏟아져내렸던것,예고전화의효과가없었다는것-참사가벌어진이유는여러겹으로쌓여있었다.‘늑대’들은당황하여망연자실했다.그러나일단개시한전쟁을멈추지않기위해서는자기비판을하면안된다고생각했다.3주후그들은성명을발표했는데,폭탄에의해폭사하거나부상당한사람들은무고한사람들이아니라착취에기생하는식민자들이라고규정하는데까지나아가버렸다.‘투쟁하는자신의절대화’의뒷면에있는,‘싸우지않는타자의전면부정’의논리.폭파행위의결과는물론이고,이러한내용이담긴협박같은성명을발표해버린것이후에그들을괴롭게만들었다.

2.사람

죽어간자들의잔상,하이쿠

1975년5월19일,미쓰비시중공업을포함한연속기업폭파사건의주요용의자로다이도지마사시가체포된것은그가26세가되던해였다.재판의결과사형이확정된것은1987년이고,그리고마침내2017년5월24일,도쿄고스게小管의도쿄구치소병동에있는집중치료실에서다발성골수증으로사망했으니향년68세.따라서생애에서42년을옥중에서보낸셈이다.게다가거의해마다사형이집행되는일본의현실에서언제사형당할지도모르는상황에서.

사형수에게는누구보다도엄격한제한이따르지만사람과의면회와편지라는,인간생활에빼놓을수없는정신적인소통의기쁨도있다.폐쇄적인감옥의건물구조로인해사람과자연스럽게접하는조건은막혀있지만,차입되는꽃가지와함께가끔씩계절의초목,새의노랫소리,바람의향기,방안으로숨어들어온벌레나나비등에마음이설레기도한다.끝없는전쟁과계속되는자연재해를신문으로읽고마음이떨린다.다이도지마사시가자신의심경을가장잘표현할수있는수단은하이쿠俳句(5,7,5의3구17자로된일본특유의단시)였다.감옥속의그에게계절과자연에대한서정을담는하이쿠안에서쉽사리언어화되지않는자신의복잡한심정을응축시키며시간을견뎌내려했다.그가남긴적지않은하이쿠들을미루어감옥안에서도그를통해노래하는대상에부족함이느껴지지않는다.그런데,오타마사쿠니에따르면,다이도지마사시가읊은하이쿠의특징은미쓰비시‘가해’의기억을반복해서노래해왔다는점에있다.자신의사촌이기도한오타마사쿠니에게생명이다하기반년전면회장에서다이도지는이렇게말한다.“실제로사람을죽인인간과죽이지않은인간이란완전히다르다.”어쩌면사형수로서의그를긴시간견디게한것은죽은자들의잔영과행위의결과에대한결코덜어지지않는책임의식이었을것이다.전쟁에서죽은이와지진과해일로죽은이를생각할때그의눈속에는미쓰비시에서죽은사람이떠오른다.“눈을감으면/죽은자들의음화陰?/가을해질녘”

세계와홀로마주서다-‘뉘우침’과‘사죄’는자기부정인가

“옥중에서끝없이뉘우침과사죄를이어간다이도지마사시의사념思念은그만이개척할수있었던윤리의새로운영역으로우리를이끈다.”『피와뼈』등의소설로한국에도잘알려진재일교포작가양석일이다이도지마사시의『최종옥중통신』에대해쓴말이다.결과로부터달아나지않고결과를직시하는것을멈추지않는일.그것이사형수인그가감옥에서42년간수행한일이며,죽음을기피하기위해서가아니라책임의윤리로사형폐지운동을이어간이유였다.

『최종옥중통신』은생의마지막까지이어간다이도지마사시의자기비판의기록이자거듭갱신되는사유로세계를읽어내기를멈추지않았던동시대비평의기록이기도하다.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행동과결과를일본현대정치사에박힌유리조각으로비유할수있다면,그는자신의가슴에서뽑아낼수없는파편을통해일본사회를비추어보려했다.그럼으로써일본사회의내면을읽는소중한자료를남겨놓은것이다.오타마사쿠니의말처럼,전쟁과평화,휴머니즘과테러,게릴라와테러리스트,범죄와형벌,사형과사면,격차와빈곤-우리의눈앞에놓인깊게생각하고맞서야할수많은과제앞에서사회의대세가어떻든,‘괴로움’이있는장소에서이들과제에맞섰던다이도지마사시는우리들이미래의열린사회를향해걸어가는과정에서있던하나의지표가될것이라믿어도될것이다.

『최종옥중통신』과연루된사람들,새로운관계들

이책『최종옥중통신』은1987년최고재판소에서사형이확정된날로부터10년이지난1997년에서2017년5월도쿄구치소의병동에서투병끝에죽기직전까지옥중에서쓴편지와말년의심정이응결된하이쿠들이담긴최후의기록이다.이책이그의사후2018년책으로나오기까지는그와연루되고자했던적지않은사람들의노고가있다.어쩌면이는그의마지막옥중편지들을한국어로옮기는번역작업도마찬가지여서,옮긴이인강문희는특히이점을놓치지말것을당부한다.다이도지마사시와그의동료들의운동은1975년5월19일일시검거이후에도이어졌다.그들은자신들이행한일에대한반성과통찰,고뇌,갈등,격렬한내부비판을거쳐옥중에서도운동을전개했다.원고인분리재판을거부하며공동재판을주장했고이과정에서이들은일본의사법폭력을경험한다.긴인내의시간을버텨낼수있었던것은오로지감옥바깥의지원과격려,그리고운동을함께해주는수많은동료,가족들의덕택이었다.바로이점이,다이도지마사시개인뿐아니라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생각할때가장중요한점이라고강조하는것이다.사형폐지운동뿐아니라옥중처우개선을위한옥중투쟁은그들의운동이지금자신들이서있는곳에서전개되어왔으며,언제나사법/국가폭력에약자인이들을염두에두고있음을뜻한다.새로운연루를구축하는일,철학자고병권은이것이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두번째투쟁이라고말한다.『최종옥중통신』은다이도지마사시라는개인뿐아니라그와함께운동과교류를이어온이들의모습도담겨있음을글을읽어가는독자들은어렵지않게감지할수있을것이다.

한국어판서두에는다이도지지하루라는여성실천가의서문이실려있다.그는바로사형수인다이도지마사시와연루되기위해그의어머니와양자관계를맺고사형수인마사시의여동생이된사람이다.그는한국어판이무사히나오기까지한국독자를위해번역자들의요청에기꺼이번거로움을감수한사람으로서,이보도자료의말미에그의말을남기고자한다.

“다이도지마사시는『최종옥중통신』이한국어로번역되는일을기뻐하고있을까.물론싫어할리는없을것이다.마사시는한국의민주화투쟁때체포되어장기간구금되어있는분들의수기를읽고격려를받았다고말했다.…한국의젊은이들이자신의옥중생활기록을어떻게읽어줄지,어떤감상을지닐지궁금해할게분명하다.아직살아있었더라면,격변하는세계에서투쟁을지속해나가는사람들과엮여나가기를바랐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