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 : 알랭 바디우의 『진리의 내재성』 읽기

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 : 알랭 바디우의 『진리의 내재성』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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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는 철학자가 될 수 없다.”(플라톤) “철학자가 드문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알랭 바디우) 정신분석가 박영진의 새 책 『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은 이렇게 두 마디의 인용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은, 철학의 본령은 참된 삶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데에 있고, 참된 삶은 사랑이라는 독특한 진리의 버팀목 위에서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누가 사랑을 진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용기를 낼 수 있는가?

진리는 증발하고 의견만 난립하는 탈진리의 시대, 누구나 사랑을 말하지만 아무도 사랑을 믿지 않는 시대에 사랑을 ‘절대성의 여정’이라 정의하는 이 책은 일종의 반反시대적 탐구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알랭 바디우의 근작 『진리의 내재성』(2018)의 여정을 따라가지만, 바디우가 선언하는 ‘진리-사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시도한다. 그것은 바디우와 라캉의 뒤얽힘이라는 저자 특유의 방법론을 더욱 세공함으로써 사랑이 사랑 고유의 난관에 맞서면서 진리를 향한 여정을 지속하는 길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논증의 치열함에 더해 적소의 문학 텍스트 인용이 주는 설득력과 울림을 지닌 이 빼어난 철학적 에세이가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를 배회하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저자

박영진

연세대학교에서학부와대학원을마치고,뉴욕주립대학교에서미술사석사학위를,캐나다토론토대학교에서라캉과바디우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EcoledelaCausefreudienne’소속분석가와교육분석을했고,정신분석가브루스핑크(BruceFink)와수퍼비전을하고있다.한국예술종합학교전문사극작과에서정신분석을강의하고있으며,정신건강의학과병동에서임상을했다.

학술지『TextualPractice(A&HCI)』에「앙드레고르의‘D에게보낸편지’읽기:라캉과바디우사이」를,학술지『Concentric(A&HCI)』에「반철학,철학,사랑:무라카미하루키의‘토니타키타니’읽기」를게재했다.저서에『라캉,사랑,바디우』,역서에『라캉의사랑』,『비트겐슈타인의반철학』(공역),『메타정치론』(공역)이있다.현재정신분석임상을실천하면서정신분석가로활동하고있다.?
cafe.naver.com/lacanseminaire?

목차

서문

들어가며

1.유한성

2.현대적유한성

3.무한의왕국

4.유한의패배

5.절대성에관한어떤유혹

6.작품의이론

7.사랑의작품

8.사랑:초-절대성과그사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진리가무너지고의견이지배하는탈진리의시대.누구나사랑을말하지만,아무도사랑을믿지않는시대에,진리의철학자바디우를통해‘진리로서의사랑’을성찰하는한정신분석가의탐구

#너희가사랑을믿느냐?

플라톤은“사랑을해보지않은자는철학자가될수없다”고말한다.프랑스철학자바디우는이렇게첨언한다.“철학자가드문이유가바로거기에있습니다.”철학의본령은참된삶의가능성을사유하는데에있다.그리고참된삶은사랑이라는독특한진리의버팀목위에서가능하다.그러나오늘날그누가사랑을진리라는이름으로부를용기를낼수있는가?

‘탈진실’‘탈진리’의시대라는말이유행어가된지도한참이다.진리가무너진자리에의견만무성한탈진리의시대에사랑또한온전할리없다.한마디로누구나사랑을말하지만,아무도사랑을믿지않는시대이다.감정·관계·관습·제도·돈·섹슈얼리티로서의사랑은그토록흔한반면,진리로서의사랑은매우드물다.동시대한국사회가바로그러하다.외모지상주의는사랑을성적매력으로환원하고,연애자본은사랑에자격을내걸어계층분할을야기하며,결혼규범은자유로운주체간의공동체구축보다집안배경이라는계산적조건에따른거래를양산하고,N포세대는사랑은커녕연애할기회조차박탈당하며,젠더갈등은사랑의재료로활용되어야할성적차이를양성혐오로변형시킨다.사랑은누군가에의해낭만주의적신비로격상되거나일상에서동물적섹슈얼리티로격하될뿐이다.이러한변화는불가역적으로보이고,사람들은이것을현실로받아들이고순응하거나체념한다.

이러한시대적분위기에서정신분석학자박영진의새책『사랑,그절대성의여정』은시대적흐름을거스르는어쩌면반反시대적고찰로여겨질만하다.2019년에출간된『라캉,사랑,바디우』(2019)에서도저자는철학과정신분석의긴장된결합을통해사랑에대한사유를전개한바있는데그것은인간주체에대한정의를가차없이뒤흔들었던도발적인반反철학자라캉과사랑에진리의위치를부여하기를주저하지않는철학자바디우사이에서그둘의뒤얽힘을통해사랑에대한사상적계보를재구성하고거기에개입하려는창의적인시도였다.이제저자는다시일종의연속적작업으로서『사랑,그절대성의여정』을통해사랑이라는진리가갖는희귀하지만무한한가능성을더욱세공된내용과형식으로입증하고펼쳐보인다.“사랑에관한말하기는가장급진적인잘못말하기이다.”『라캉,사랑,바디우』의첫머리에놓인말이다.이말은『사랑,그절대성의여정』에와서도유효하다할것이다.저자는“다시한번시도하기,다시한번망쳐버리기,다시한번더잘망쳐버리기”라는사뮈엘베케트의도전을따라사랑에관해잘말하는것의불가능성을껴안으면서다시새로운말하기를시도한다.누구도사랑을믿지않는시대지만,철학이참된삶에관계하는학문인한,사랑에대해말하는것은철학의숙명이므로.

#『진리의내재성』―‘유한-무한-작품’

『사랑,그절대성의여정』은부제가암시하듯사랑의철학자라불리기도하는알랭바디우의근작『진리의내재성L’Immanencedesverites』(2018)에대한독해에기반하여사랑에대한탐구를시작한다.바디우의책은크게‘유한-무한-작품’으로나뉘는데,동시대세계에그림자를짙게드리운유한(성)에대한분석과비판에서시작해무한(성)의왕국에대한탐사를거쳐,유한함에도불구하고무한을향해열려있는작품을해명하는것으로종결된다.다시말해,사랑이라는절대성의여정은유한과무한의변증법이작품이라는형태의진리로실현되는과정이라는의미라고도요약할수있다.

유한성에갇힌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그것은자기정체성에집착하여타자를부정하고,톱니바퀴처럼돌아가는필연의거대한울타리안에서되풀이되는반복의틀에갇혀유한성을숙명으로받아들이는것이다.진리를추구하는행위로서의사랑은이유한성에대한도전일수밖에없다.우리의삶깊숙이자리잡은모종의중심바깥으로우리자신을던져보는것,관성적이지않은원심력이그려지도록,기존의궤도로부터이탈하여예견불가능한경로로흘러가는원반이새로움을수놓도록하는것,이것이사랑이라는행위가여는가능성이다.사랑은유한한정체성을벗어버린이름없는둘이되는것이고,유한의세계가고착시킨분리의경계들,이를테면선과악의구분또한가로지른다.

사랑은유한의세계에갇혀있지만벽을뚫고무한의영역으로나아가려는행위에다름아니다.바디우가탐색하는무한의왕국은,유한성의장치에의해서는도달되지않는초월성으로서의무한,분리를거부하는통합적인힘으로서의무한,고립이아닌뒤얽힘,원자가아닌그물망에서출현하는,이질적인다수성의촘촘한연결망으로구성되는거대한부분으로서의무한,사랑은이러한무한에가닿으려는안간힘을통해삶과실존을급진적으로변형한다.무한을내포한진리로서의사랑은절대성에근접하려는특징을갖는다.하지만진리는어떤초월적인절대성의하강도아니며,어떤근원적인자기동일성의특수한확증도아님을아는것이중요하다.진리는절대성에지속적으로참여하는과정을구축해나가는것이다.그럴때유한에의해은폐되었던것들은더이상은폐되지않으며,진리들이실존하는모든가능한차원안에있는무한한새로운잠재성이출현한다.

절대적인진리는실존하지만,절대성의진리와같은것은없다.오히려절대성에서는불투명한지대가존재한다.우회·굴곡·선회·매개없이단번에직접적이고특권적인방식으로절대성에닿으려는시도는파국을초래한다.이는사랑이절대적인하나에이르는초월적인여정이아니라는것을의미한다.사랑이하나를겨냥할때도래하는것은죽은사랑이거나미친사랑이다.절대권력이절대부패하듯,일자적인사랑은절대사멸한다.절대성에관한이러한욕망에경계를촉구한후에바디우는이제『진리의내재성』의핵심인‘작품’의이론을전개한다.

작품의이론이중요한까닭은사랑을포함한모든진리가세계안에물질적실존성을갖는‘작품’으로구현되기때문이다.작품이란무한의능동적인효과로실존하는유한이다.그것은유한하되무한에개방되어있다.작품은무한에열린독특한유한으로서진리의절대성의지표를품고있다.사랑이라는진리에서는‘나는당신을사랑해’가지표의역할을맡는다.그지표는사랑이어떤외적상황과무관하게,덧없는에피소드로전락하지않고,그자체로자기자신을지시하면서존재한다는표식이다.‘나는당신을사랑해’라는지표의부재는사랑을썸으로,일탈로,찌꺼기로,하룻밤의정사로전락시킨다.거기서는가시적으로는성교가일어나더라도구조적으로,그리고실재적으로는아무런관계도형성되지않는다.

#관계와비관계

사랑은독특한둘에관한진리,차이그자체에관한진리다.“성관계란없다”는말과함께라캉은사랑이란성관계의결여를보충하는것이라는테제를제기한다.바디우는라캉과함께비관계가성의차원에있음을받아들이는한편,라캉을넘어서사랑은어떤관계를만든다고주장한다.사랑은성적비관계와질적으로다른것,어떤유사-관계를만들수있다는것이다.그에따르면사랑은“하나더하기하나”나“황홀한하나”가아니라“둘의무대”를조직하는데있다.즉,사랑은비관계의절대적인우위나관계의절대적인우위에놓인상태가아니라비관계에맞서관계를구축하는행위이다.

한편으로는성적욕망의대상에관한오해로점철되어있고,다른한편으로는세계에대한공통경험의기반을구축할수있도록허용하는이중적기능으로인해사랑은결코똑바로걷지못하는발걸음,즉“절뚝거림”이된다.사랑이하나의“노고勞苦”가되는까닭이다.욕망의대상에관한오해를막을수없으며하나의위력이둘의궤적을수시로침범하는상황을충실하고집요하게돌파해나가는노고말이다.이노고를견딤으로연인들은둘의관점에서세계를함께경험하고,그렇게공유된경험은주체적인반복을통해무한하게확장될수있다.그리고거기서우리는사랑이라는내재적인절대성에참여하는인류의형상을목도한다.인류와사랑을연관시키는것이곧철학자체의몸짓이다.

#사랑과찌꺼기,혹은무의식과구멍

바디우에게있어서성적인것을자기화하지못한사랑,성적비관계의난관을어떤식으로든돌파하지못한사랑은찌꺼기에머문다.성적비관계의난관에지속적으로맞서면서둘의무대를구축하는데도달한사랑만이작품이될수있다.반면라캉은자신의분석행위와찌꺼기를다르게설명한다.라캉은찌꺼기가분석행위와양립가능하다고말한다.분석행위가찌꺼기와양립가능한이유는분석가가내담자의상징계바깥으로밀려난해석불가능한주이상스를포착하고내담자의주체적실재를비추는찌꺼기로기능하기때문이다.분석가의그러한찌꺼기기능만이강박증자가새로운방식으로사랑하기를,자신의욕망에충실하기를유도할수있기때문이다.바디우의진리-사랑에라캉적인보충이요구되는것은이지점이다.라캉에게절대성은하나의구멍이자공백이다.그에게사랑의형상은어떤영원성이나조화에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모든영원성과조화가용해되는곳에서성적비관계의구멍에당황하고고통받거나그구멍을메우는방법을만들어내는데있다.분석작업은때로내담자의삶을하나의예술작품으로변화시킬수있다.그러나분석가의본의는오히려내담자로하여금아무리힘겹게도달된작품일지라도그작품의구멍을통과하도록이끄는데있다.쟁점은단순히작품의창조에이르는것이아니라구멍을통해무언가를창조하고또그러한창조를통해구멍을보존하는것이다.

정신분석이말하는“억압”이유한성의장치라면,분석작업은무의식이라는내재적인무한을통해억압이라는유한성의장치를해방시키는데있다.무의식이란유한성과무한성의뒤얽힘그자체다.만약개인의무의식이그토록압제적인유한성에걸려있지않다면어째서내담자가분석작업에서그토록반복되는연상을하는지알수없으며,또무의식이내재적인무한성을함유하지않는다면어째서분석작업이주체적변화라는실질적효과를낳을수있는지알수없다.분석은해묵은환상에붙들려있는병리적욕망의유한성으로부터주체의해방을도모하는데있다.

#사랑의노고...절뚝거림

바디우가말하는사랑이라는둘의무대는오직절뚝거림을통해서만구축되고,절뚝거림으로서의사랑은일자의권력과둘의노고사이에서끊임없이동요한다.사랑의주체는일자에의치명적인유혹을통과하지않을수없기때문이다.

사랑의노고는실재를헤쳐나가는말더듬행위이면서진리를구축해나가는절뚝거리는발걸음이다.사랑의진정한절대성은진리너머에서초-절대적인영역을개방한다.우리에게는초-절대적노고에헌신할지여부를선택할권리가있다.사랑하는이는절대성에의해서조차제약되거나한정될수없다는점에서초-절대적으로놓여나있다.그렇다면그는어떤유형의행위자일까?

라캉은사랑의주체란없고사랑의희생자만있을뿐이라고말한다.그에게사랑은성관계라는진공의블랙홀이유발하는상처이기때문이다.반면바디우는인간동물의성욕을진리의몸을통해변형시키는사랑의주체라고말한다.그에게사랑은성의유한성으로환원되지않는둘의무한성을구축하는것이기때문이다.그러나사랑의초-절대성에어울리는것은사랑의희생자나주체가아니다.그것은오히려사랑의장인匠人이다.오직사랑의장인만이최고의작품에심혈을기울일줄아는만큼이나조각난사랑의잔해를따스하게포용할줄안다.그것이곧사랑의노고에담긴초절대성이그에게허락한초절기교이기때문이다.

라캉과바디우의뒤얽힘은둘모두공통으로중시하는논리적형식화를통해,그리고그러한논리적형식화의한계가드러나는지점을통해서설명되어야한다.그렇다면남은질문은라캉과바디우의뒤얽힘을통해바라본사랑은어떤것일까하는것이다.그해답을우리는독일철학자요하네스피히테의다음구절에서찾을수있을지모른다.“(사랑이란)전혀알지못하는어떤것을향한욕망이고,그것의실존은오직그것을향한욕구에의해서만,어떤불편함에의해서만,무엇이든지간에그것을채울수있는것을탐색하지만끝내그것이어디에서실현될지알지못한채로남아있는공백에의해서만드러난다.”여기서피히테가말하는사랑은비대상적이고무한을향한다는점에서바디우적이며,동시에그것은욕망과관련되고불편함과공백에의해드러난다는점에서라캉적이다.

사랑은그구조적한계에서침몰하고그절대적흔적에서존속한다.바캉적(라캉인면서바디우적인)사랑은하나의‘난관’이자‘통과’로드러난다.『세미나22권』에서라캉은이렇게말한다.“따라서사랑은소중합니다!사랑은드물게실현되고,우리모두가아는것처럼,잠시동안만지속되지만,그럼에도사랑은본질적으로벽의파열로이루어집니다.우리는그벽에부딪혀이마에혹이생길수밖에없지만말입니다.”라캉에게사랑의소중함·희귀함·덧없음은사랑이곧사랑고유의난관을깨트리려는시도라는사실에결부된다.그러나그난관은결코손쉬운탈출구를허용하지않는다.사랑의벽을돌파하려는시도는무엇이든이마의혹이라는상처를유발한다.여기서사랑은‘통과할수없는난관’으로나타난다.한편,바디우에게관건은단순히벽의파열이아니라유한성에근거한상대주의와회의주의너머를지향하면서벽을뛰어넘는것이다.사랑의작품을만드는자는벽을회피하기위해기성규범에의존해서는안되고벽안에갇혀서도안된다.사랑은이마에난상처에도불구하고사랑고유의난관에맞서서절대성의지표를간직한다.이때사랑은결코‘흔들리지않는통과’로나타난다.우리는라캉과바디우의뒤얽힘을통해다음과같은공식을얻을수있다.사랑은통과할수없는난관과흔들리지않는통과사이에있다.이제우리는사랑이둘과비관계,진리와구멍,절대성과진공,작품과찌꺼기,난관과통과사이에서명멸하는것을본다.여기서사랑은통합의에로스가아니라간극의방황이다.방황속에서혼신의힘을다하는가운데불발된사랑의부스러기더미를그무엇보다소중히여기는.

“우리모두는물론알고있습니다.둘이결코하나가될수없음을말입니다.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하나입니다.사랑이라는생각은거기서시작됩니다.”(라캉)

책속에서

(바디우의)『진리의내재성』은유한성에대한분석과비판에서시작해무한성의왕국에대한탐사를거쳐,유한함에도불구하고무한성을향해열려있는작품을해명하는것으로종결된다.기본골격은‘유한-무한-작품’으로요약될수있으며,절대성의여정은유한과무한의변증법이작품이라는형태의진리로실현되는과정으로볼수있다.사랑에대한우리의탐색역시같은여정을따를것이다.[9-10쪽]

동시대세계는정체모를무명인을구속하고추방한다.그런데아이러니하게도이름을갖는다는것,즉유명인이되는것은마치개골개골외쳐대는“개구리”가되는것처럼요란하고끔찍한일이다.이에반해사랑이라는행위는일종의무명인이되어또다른무명인과함께하는일이다.그것은비인칭성의공동체를구성하는것,유한한정체성을벗어버린이름없는둘이되는것이다.[13쪽]

사랑은선악과무관한것(니체)도아니고,선과악을분리시키는징표(바디우)도아니다.사랑은‘선과악’을‘선악’으로압축시키고선악을가로지른다.사랑은선악의뒤얽힘이다.[19쪽]

사랑은질투에의해은폐된다.[28쪽]

어떻게언어라는유한을가지고무한이필연적으로유한화된다는사실에대해말할수있을까?모든말하기가유한으로점철된‘잘못말하기miss­saying’혹은‘잘못말하기ill­saying’라면,어떻게무한에접목된새로운말하기가가능할까?[28-29쪽]

사랑에는승자도패자도없고오직아름다운패자만있으며…사랑은질병이아닌이상치료가불가능하다.…그것은같음과다름,승자와패자,질병과치료를뒤얽히게만듦으로써무한을어루만지는둘이다.[33-34쪽]

자식에대한생산을사랑의충분조건으로규정하는것은결국사랑의주체가죽을운명이며그가지닐수있는무한에대한욕망도기껏해야최적의DNA를남기는데있다고말하는것과같다.…거기에서사랑은종의생산이라는목적에종속되고사랑고유의무한은사라진다.…아이가갖는위상으로인해부각되는것은오히려주체의유한성이다.[39쪽]

단번에직접적이고특권적인방식으로절대성에닿으려는모든시도는하나의파국을초래한다.…사랑은절대적인하나에이르는초월적인여정이아니다.사랑이하나를겨냥할때도래하는것은죽은사랑이거나미친사랑이다.절대권력이절대부패하듯,일자적인사랑은절대사멸한다.[60쪽]

사랑은독특한둘에관한진리,차이그자체에관한진리다.다시말해사랑은동일자안에타자가깃들어있음을증언하는진리다.[69쪽]

사랑은“하나더하기하나”나“황홀한하나”가아니라어떤“둘의무대”를조직하는데있다.[71쪽]

사랑은하나의“노고labeur”다.성적비관계가돌아오는것을피할수없고욕망의대상에관한오해를막을수없으며하나의위력이둘의궤적을수시로침범하는상황을충실하고집요하게돌파해나가는노고말이다.[73쪽]

흔히연인들은세상에그들만따로존재한다고일컬어진다.그러나정확히말해연인들은둘의관점에서세계를함께경험하고,그렇게공유된경험은주체적인반복을통해무한하게확장될수있다.…그리고거기서우리는사랑이라는인류의형상을목도한다.실제로인류와사랑을연관시키는것이곧철학자체의몸짓이다.[74쪽]

무한성의사랑에도반드시절제되어야하는실재의지점이있다.어떤어긋난무한성에의유혹,어떤치명적인절대성에의유혹,즉사랑을통해하나가되려는정념의유혹이극복되는한에서만사랑은생존할수있다.[78쪽]

사랑은비관계와둘의독특한뒤얽힘이다.[94쪽]

라캉에게절대성은하나의구멍이자공백이다.그렇다면사랑의형상은어떤영원성이나조화에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모든영원성과조화가용해되는곳에서성적비관계의구멍
에당황하고고통받거나그구멍을메우는방법을만들어내는데있을것이다.[95쪽]

철학적으로볼때우리는절대적인진리로서의사랑에충실할수있고또충실해야한다.그러나우리는진공에빨려들어가고포획되는위험에도항구적으로노출되어있다.…진리의절대성을사유하는것은중요하지만거대한진공을미숙하게다룰경우누구라도진공에의해삼켜질수있다.둘의무대가유지되는것은거대한진공이자아내는하나되기의매혹에빠지지않는한에서다.[100쪽]

사랑의노고는실재를헤쳐나가는말더듬행위이면서진리를구축해나가는절뚝거리는발걸음이다.[101-102쪽]

사랑은실재와현실의뒤얽힘을유발할정도로무장소적인atopical성격을갖는다.베케트가「어떻게말할까」에서보여준무한에대한광기어린욕망을원용해서말해보자.사랑은‘그곳’에없다.우리는그저이렇게말할수있을뿐이다.“사랑은그……“[105쪽]

독일철학자요하네스피히테의다음구절을떠올려보자.사랑이란“전혀알지못하는어떤것을향한욕망이고,그것의실존은오직그것을향한욕구에의해서만,어떤불편함에의해서만,무엇이든지간에그것을채울수있는것을탐색하지만끝내그것이어디에서실현될지알지못한채로남아있는공백에의해서만드러난다.”[105-106쪽]

사랑은통과할수없는난관과흔들리지않는통과사이에있다Loveisbetweenanimpassableimpasseandanimpassiblepass.[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