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기후위기와멸종의시대에희망을잃지않고나아가기위해무엇보다동물을협력자와상호돌봄자의지위로바라봐야한다는점을일깨운다.비거니즘을포함한에코페미니즘의많은논쟁이생생하게담긴글덕분에나는에코페미니스트로서인지적·정동적·윤리적·실천적공백을메울수있었다.에코페미니즘의돌봄윤리는종-횡단적돌봄의다종공동체를만들어가는일이다.우리가어떻게동물과새로운연결을만들어갈수있을까?동물과지구를위한더나은세계를고민하는모든이에게일독을권한다.
-김현미(연세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여성환경연대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달과나무>전소장)
모성에대한찬미인가?이원론뒤집기인가?
에코페미니즘에대한오해를넘어서
에코페미니즘에대한이론적이고실천적인담론을한자리에모은깊고방대한책이출간됐다.2012년웨슬리언대학교에서‘모든동물이살기적합한환경을찾아서’라는제목아래열린학술대회의발표논문중일부를수정보완해수록한초판(2014)에제3부‘기후’편을추가로수록한『에코페미니즘』2판이이번에국내에소개된것이다.이책을엮은캐럴J.애덤스와로리그루언은책을준비할당시에코페미니즘이정체기에이르렀다는판단아래“힘과가능성”을다시보여줄필요가있다고여겼다.무엇보다에코페미니즘에여전히가해지는오해와편견을확실하게벗기고싶었다.에코페미니즘은이론적·실천적유용성과관련해꾸준히문제제기를받아왔는데,여기에는에코페미니즘이여성과자연을등치시키는생물학적본질주의에뿌리를두고영성과모성을찬미하는시대착오적사상에불과하다는비판과에코페미니즘이가치이원론을뒤집으려는데머물뿐이라는비판,즉“에코페미니즘이본질주의적이고구조적이라는잘못된인식이1990년대부터21세기까지지속”(78쪽)적으로자리한다.
이에이책의1장‘에코페미니즘의기반’은그간의잘못된이해를충분히인지하며이를불식시키는데집중한다.19세기말까지거슬러올라가에코페미니즘과맞닿는기원과역사를찬찬히되짚으면서페미니즘과의관계,가치이원론에대해갖는입장,동물권이나인종및계급운동,그리고인류세등과맺는관련성을비롯해앞다퉈등장했던각종에코페미니즘관련단체및발표된글을차근히소개한다.그러면서에코페미니즘을어떻게정의내려야하는지,페미니즘과는어떤속에서파악해야하는지,그지향점과목표는무엇인지짧지않은분량에서술한다.
때로는도발적으로,때로는유쾌하게
세계를교차하는에코페미니즘적방식들
『에코페미니즘』의2장부터20장까지는19명의개성있는저자들의글로채워진다.에코페미니즘은‘자연’에대한지배가‘여성’에대한지배와연결되어있다거나,자연에는위계가존재하지않는다는점등에대해서는서로공유하지만한가지방향과목표만을추구하거나주장하지않는다.“에코페미니즘적설명의주된특징은이해관계를사회적·정치적·문화적·경제적·관계적맥락에놓인것으로다룬다”(331쪽)는점을페이지를넘길수록확인할것이다.때로는도발적으로,때로는유쾌하게자유롭게사유를넘나드는글들은아래와같은3부로나뉜다.
제1부‘정동’에서는“우리의감정과체현이우리가인간-이상의세계와맺는관계에어떠한영향을미칠수있고또미쳐야하는지다루”(99쪽)는글들을만날수있다.공감,돌봄,상호의존,기쁨,에로스,취양성,슬픔이라는다소폭넓은주제들이제1부에모인다.여기서주의할점은에코페미니즘은현재의정동이론에서드러나는경향,즉“이성과감정,의도와체현,인지와정동의체계를뚜렷하게구분시키”는이원론을피하려고한다는것이다.거듭말하지만에코페미니즘은이론적사고야말로지구및동물과우리가맺는관계를왜곡하는요인중하나라고본다.
제2부‘맥락’에서는맥락이바뀔때우리의윤리적·정치적·인식론적헌신이어떻게도전받고변화하는지탐구하는글을만날수있다.원칙과특수성,보편주의와맥락주의,그리고인종,섹스,젠더,섹슈얼리티,종의이데올로기가만들어낸복잡성등을다루는데,공통적으로에코페미니즘이“고정적이거나독단적인관점이아니라,근본적으로변화하는맥락에주의를기울이는관점을보이는데집중한다”(320쪽)는점을보여주는데집중한다.
제3부‘기후’는전세계가경험하는기후위기의심각성과더불어이와관련해에코페미니즘의사상과행동이어떻게받아들여지고있는지확인할수있는글들이수록되어있다.그위험이증대하는기후문제에있어서동물의말에귀기울이고동물과인간의관계를숙고하는작업이필요해졌음을깨닫게될것이다.더불어제3부에서는에코페미니스트들에서자주보이는자기성찰적인태도도거듭확인할수있다.
구체적인이론부터생생한비평에세이까지,
에코페미니즘에입문하는이들을위한스무편의안내서
『에코페미니즘』의가장큰장점은에코페미니즘에관심을갖고이제막그문을열어보려는독자들을위한친절한안내서의면면을지닌다는점이다.한편에서는에코페미니즘의이론적바탕이되는페미니즘이론,동물및환경연구,젠더및퀴어이론,비판이론,비판적인종이론,실천윤리등다양한지적유산을확인할수있다.그리고다른한편에서는이론이현장을통해구체화되는양상을보여주는활동가들의생생한에세이를만날수있다.이론과현장이한자리에서공명하며내는파장은생각보다꽤크다.
국내에서이미적지않은독자를확보하고있는수나우라테일러를비롯해에코페미니즘분야에서정평이나있는조세핀도노반,그레타가드,철학/페미니즘/환경등의다양한분야를활발하게오가며연구하는랄프R.아캄포라,캐스린길레스피는등개성있는필자들이이책을채운다.각글은서로맞닿는지점도있지만기본적으로는독립적인터라제목을보고마음이이끄는대로읽어도무방하다.울림을주는글이나저자가있다면,책말미에수록된저자소개를참고해그들의단독저서를찾아읽을수도있다.책곳곳에소개된에코페미니즘에관한각종책,유튜브,다큐멘터리,미술작품등도훌륭한참고자료로기능한다.더불어책오른편에자리한타임라인은에코페미니즘이지닌짧지않은역사와그의미를독자들에게전하려는엮은이들의야심작이니꼭들여다볼필요가있다.
정의와이성을넘어‘돌봄’과‘감정’으로
동물과인간,지구를넘나들며다른세계상상하기
이책이강조하는중요한키워드는‘돌봄’과‘감정’이다.에코페미니즘이보편주의적윤리를거부하고구체적인상황적맥락과감정및정동의차원을중시하는돌봄윤리를제시한다는점이야말로『에코페미니즘』이일관되게전달하려는메시지이기도하다.또한이책은‘여성’을넘어동물과인종,기후위기를비롯한환경문제등이서로얽히고설키며만들어내는지점들을이해할필요가있다고역설한다.이는작금의현안인생태문제를중심에놓고다루는제3부에서오롯이드러난다.동물및환경운동에대한운동과연구내에서페미니즘흑인페미니즘에코페미니즘의관계를살피는글이다수실려있다.여기에도정의와이성보다서로에게공감하며감정을나누고돌봄을행하는것이얼마나필요한지이책을통해거듭확인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