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본래 정신분석에서 향락Jouissance이란 인간이 안정된 상징 시스템(=상징계) 속으로 들어가는 대가를 치르면서 상실해 버린 것을 말한다. 그래서 향락하는 것(혹은 상실된 향락이 회귀하는 것)이란 상징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단적으로 말해 향락은 죽음의 이미지를 띠게 되며 정신분석은 이를 근대 문명의 전제로 파악한다. 프로이트에 이어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향락은 어디까지나 ‘불가능한 향락’으로 안정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법’을 위반하고 스스로의 죽음과 맞바꿈으로써 비로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체제의 전개와 더불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마디로 ‘향락’은 목숨을 건 혁명과도 비슷한, 감미로운 파멸로 얼룩진 ‘불가능한 것’으로부터 소비사회에서의 ‘인조이enjoy’, 즉 통제 가능한 것으로 변모했다. 소비자본주의하에서 향락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락하라!”는 초자아의 명령이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지배한다. 한마디로 현대에는 더 이상 정신분석이 밝힌 상징계의 논리가 ‘쇠약’해짐에 따라 ‘불가능한 향락’은 ‘인조이’가 되었으며 상징 질서를 제어하는 ‘아버지의 이름’ 대신 새로운 질서 유지 장치로서 통계학적 관리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근대 문명에서 전제가 되었던 향락의 상실을 인정하지 않기에 결여라고도 느끼지 않고 어떠한 금지도 알지 못하며 나르시시즘적인 향락에 빠진 현대의 주체들은 이 세상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향락사회론-현대 라캉주의 전개』는 프랑스어 주이상스를 영어 인조이로 변역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는 라캉의 일화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말년의 라캉을 사로잡았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이 살았던 1970년대 중반의 ‘현대’가 명백히 ‘인조이’의 시대, 즉 ‘향락사회society of enjoyment’로서의 양상을 노출하던 시대였으며 따라서 기존의 향락과 상징계의 기능 불능이라는 위기 앞에서 정신분석의 갱신 작업을 수행하는 일이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말년의 라캉의 이론은 상징계를 제어하는 ‘아버지의 이름’(=타자의 타자)은 과거와 같은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상징계는 확실한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법’(이나 사회)은 인간들 각자의 향락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살리며 , 오히려 향락을 길들이기 위한 교활한 수단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전망한다. 문제는 라캉에게 있어서나 우리에게 있어서나 전망이 아니라 정신분석이 인조이의 강제 혹은 ‘향락의 통제’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배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지, 나아가 그 요체는 무엇인가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망상한다』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어로 출간되는 일본의 신예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자 마쓰모토 타쿠야의 『향락사회론』은 라캉이 1970년대에 사용한 ‘잉여향락’이나 ‘자본주의 디스쿠르discours’를 포함한 개념 작업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라캉이 정신분석 개념의 갱신 작업이 현대의 이론이나 임상, 그리고 정치와 사회에 어떠한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탐구한 성과물이다. 특히 라캉 이후 지금까지의 현대 라캉주의의 진화가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와 맞서면서 어떠한 내용을 전개해 왔는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소중한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향락사회론-현대 라캉주의 전개』는 프랑스어 주이상스를 영어 인조이로 변역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는 라캉의 일화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말년의 라캉을 사로잡았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이 살았던 1970년대 중반의 ‘현대’가 명백히 ‘인조이’의 시대, 즉 ‘향락사회society of enjoyment’로서의 양상을 노출하던 시대였으며 따라서 기존의 향락과 상징계의 기능 불능이라는 위기 앞에서 정신분석의 갱신 작업을 수행하는 일이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말년의 라캉의 이론은 상징계를 제어하는 ‘아버지의 이름’(=타자의 타자)은 과거와 같은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상징계는 확실한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법’(이나 사회)은 인간들 각자의 향락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살리며 , 오히려 향락을 길들이기 위한 교활한 수단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전망한다. 문제는 라캉에게 있어서나 우리에게 있어서나 전망이 아니라 정신분석이 인조이의 강제 혹은 ‘향락의 통제’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배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지, 나아가 그 요체는 무엇인가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망상한다』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어로 출간되는 일본의 신예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자 마쓰모토 타쿠야의 『향락사회론』은 라캉이 1970년대에 사용한 ‘잉여향락’이나 ‘자본주의 디스쿠르discours’를 포함한 개념 작업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라캉이 정신분석 개념의 갱신 작업이 현대의 이론이나 임상, 그리고 정치와 사회에 어떠한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탐구한 성과물이다. 특히 라캉 이후 지금까지의 현대 라캉주의의 진화가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와 맞서면서 어떠한 내용을 전개해 왔는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소중한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향락사회론 : 현대 라캉주의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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