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의 탄생 (여학생 교복으로 읽는 일본의 근대)

세일러복의 탄생 (여학생 교복으로 읽는 일본의 근대)

$30.00
Description
세일러복 혹은 세라복이라는 이름의 여학생 교복. 지금 한국에선 이 교복을 입는 학교가 손꼽을 정도지만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나 할로윈 코스프레 덕에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끈질긴 존재감을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이나 동경쯤으로 이해하면 너무 피상적이다. 물론 세일러복이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온 것이라는 이유로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해일 수 있다. 『세일러복의 탄생: 여학생 교복으로 읽는 일본의 근대』는 이러한 막연한 이해나 오해를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책은 제목 그대로 세일러복의 탄생(기원)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시작한다.

세일러복은 어떻게 일본 여학생들의 교복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작은 옷 한 벌에 일본 사회와 문화의 어떤 변화가 스며들어 있을까? 저자는 세일러복의 탄생 배경부터 사회적·문화적으로 확산된 과정,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까지 깊이 탐구한다. 세일러복은 단순한 교복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온 문화적 아이콘이다.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애니메이션, 영화,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받아 왔다. 그 바탕에는 세일러복이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그에 따른 여성의 교육과 미적 욕구가 자리 한다. 이 책은 세일러복이라는 친숙한 아이템을 통해 일본 사회의 변천을 흥미롭게 조망하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한다.
저자

오사카베요시노리

저자:오사카베요시노리
1977년도쿄출생.주오대학대학원박사(문학).주오대학문학부일본사학전공겸임강사를거쳐현재니혼대학상학부교수로근무중이며,전공분야는일본근대사이다.2018년도NHK의대하드라마〈세고돈西どん〉에서군장,양장고증을담당했다.2020년도의NHK연속소설드라마〈에르エル〉에서는풍속고증을담당했다.〈다케다데츠야의쇼와는빛나고있었다武田矢の昭和は輝いていた〉(BS도쿄)등다수의TV출연경력을가지고있다.『양복,산발,탈도洋服散刀』(講談社選書メチエ,2010),『메이지국가의복제와화족明治家の服制と華族』(吉川弘文館,2012)으로일본풍속사학회의에마江馬상수상,『교토에남은공가들京都にった公家たち』(吉川弘文館史文化ライブラリ2014),『산조사네토미三美』(吉川弘文館,2016),『제국일본의대례복帝日本の大服』(法政大出版局,2016),『공가들의막말유신公家たちの幕末維新』(中公新書,2018),『고세키유지古裕而』(中公新書,2019)등다수의저작을내었다.

역자:김동건
성균관대학교한문학과를졸업하였으며,오이타현국제교류원(JET프로그램)에서근무했다.도쿄대학대학원총합문화연구과박사과정을수료하고현재는성균관대학교일본학연계전공강사로재직중이다.

역자:이정민
동아시아정신분석수용사연구자로,성균관대학교에서비교문화학을전공하고현재대만타이베이소재중국문화대학한국어문학과조교수로근무중이다.주요논문으로「한국의초기정신분석학수용에서일본의영향:김성희와고사와헤이사쿠의이론적유사점을바탕으로」와「한국의프로이트이론수용양상연구」가있으며,역서로『라캉,환자와의대화』,『전투미소녀의정신분석』,『캐릭터의정신분석』,『라캉과철학자들』(에디투스)등이있다.

역자:미우라토모미
사이타마출생.성균관대학교철학과에서수학하고현재성균관대학교일반대학원비교문화협동과정에서한국과일본의근대초기번역문학에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최근연구로는「1960년대한국과일본혼혈양공주의국가정체성형성과냉전체제―박에니와고제키케이코의수기를중심으로」(2024)가있다.

목차

들어가며:세일러복탄생100주년―교복에대한여학생의관점과인기의이유

서장/매력적인세일러복
제1장/체조복과개량복
제2장/복장교육으로서의효과
제3장/세일러복의세도시와세항구
제4장/세일러복으로통일하고자했던현
제5장/서양식교복으로의통일을원치않은현과제정이늦어진현
제6장/전국의세일러복의상황과개성
제7장/개성이강한미션계열
제8장/중일전쟁과아시아-태평양전쟁하의세일러복
마지막장/세일러복이탄생한의미
끝으로

전국고등여학교서양식교복일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세일러복은문화이기이전에역사다

세일러복혹은세라복은어떤세대에게는추억으로남아있지만,지금젊은세대에게는여전히아이돌그룹의무대의상으로등장하거나할로윈축제의코스프레등으로현존하는대상이다.세일러복을우리에게전해준일본에서도블레이저로대체되면서교복으로선주류가아니지만서브컬처에서는〈미소녀전사세일러문〉등‘전투미소녀’의형상으로빈번히출현하고있고그것이지닌묘한상징성과판타지에국적을가리지않고젊은세대가공명하는것이라볼수있다.어떻든오늘날에도사라지지않고끈질긴존재감을지니는까닭을그러한서브컬처속에서세일러복이지닌순수한미소녀와섹슈얼리티를동시에지니는표상이미지때문이라이해하면그만이겠으나과연그것만일까?서브컬처속의세일러복은많은변용을거친것이지만,역사속에서출현하고지금까지이어져온현실의그것과무관한채로이해하는것이가능하며또온당한것일까?세일러복의표상이미지에공명하는젊은세대가있음에도불구하고한국의우리는세일러복에양가적감정을느낀다.우리에게도그것은청소년기가담긴교복의추억으로잔존하지만동시에일본군국주의의그림자가어른거리는것을떨쳐낼수없는것이다.전후일본에서조차교복이블레이저로교체되어갔다고한다면세일러복을식민지교육의잔재정도로이해하는것도부당한것은아니다.하지만이또한역사속에존재했던세일러복에대한오해에서비롯된것이라면?이번에한국어로소개되는『세일러복의탄생:여학생교복으로읽는일본의근대』는그간의여러의문이나궁금증에대한답을얻기에적절한책이다.이책에앞서출간된『전투미소녀의정신분석』이나『캐릭터의정신분석』이일본의서브컬처라는허구의공간에출현하고소비되어온여러표상이미지들에대한사회학적·문화적비평서라면『세일러복의탄생』은역사속에서출현하여현실속의인간들과부대껴온세일러복의역사를추적하여실체적진실을해명하는문화사,풍속사에해당한다.책은세일러복이언제,어떻게일본여학생들의교복이되었는지에서부터출발하여그작은옷한벌에일본사회와문화의어떤변화가스며들어있는지를현미경을들이대듯촘촘한그물망을펼친다.세일러복의탄생배경부터사회적·문화적으로확산된과정,그리고(무엇보다이것이아주중요한데)당시근대일본인들(특히‘고녀’에해당하는여학생들)에게어떻게받아들여졌는지를탐구하는이책은일반적인복식사를넘어선다.세일러복이라는바늘구멍을통해일본근대의풍경과사회의변천을따라가보는특별한여정이되는기회를제공하지만,무엇보다도그를통해세일러복에대한그간의빗나간억측과오해를벗겨내고근대기를살았던당사자들속에어떤상징적의미와자긍심으로받아들였는지를제대로복원해냄으로써세일러복이단순한교복이아니라일본사회의변화속에서끊임없이재해석되어온문화적아이콘이되었고지금도그러한연유를이해할수있는단초를얻게하는소중한텍스트이다.

세일러복이‘고녀’의교복이되기까지
『세일러복의탄생』은,제목그대로,책장을펼치면서부터세일러복의기원에대한그간일본관련연구자들의오류를반박하는데서부터시작한다(우리가보는위키백과등사전정보도이오류들에근거한다).그오류들은세일러복을판단하는기준부터가모호한데서비롯되는것들로저자가제시하는정의와논거들이어느정도의치밀한실증에기초해있는지를아는순간우리는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게된다.이정도에서놀라면안된다.도대체세일러복이라는여학생교복하나의탄생과변천과정에어느정도의자료조사와실증적인연구가요구되기에이러나싶을만큼책은촘촘하고도방대한조사결과들을펼쳐놓는다.보통이대목은독자에게본문을압축하여안내하지만여기서본문을압축하는것은가능하지않다는것을실토한다.홋카이도에서부터저멀리오키나와까지일본열도전체를대상으로하는조사작업이과연한사람의노력으로가능한지조차가늠이안될정도로책의대부분은그결과물로채워진다.이쯤되면저자가대체어떤사람인지가궁금해진다.일찌감치중학교1학년등교날부터교복의역사에관심을가진저자는니혼대학교수가되어서부터연구에착수하여앞서집필하던일본정치를주도하는정치가와관료들의대례복연구를끝낸후곧바로전국의여자고등학교를찾아다니는끝도없는여정을시작한다.그조차중도포기하고싶은생각도들었지만과거와다르지않은풍경을보거나다이쇼부터쇼와시대전쟁전의졸업사진첩을타임슬립유학을하여그시대세일러복차림의여학생들과이야기하는상상을하기도한다.이책에실린일본전역세일러복여고생의사진들은그가그렇게발로뛰어얻어낸것들이다.그래서이것들을요약하는일을제쳐두고여기서는이책을여행하는한가지제안하기로한다.우리도그러한사진들속으로,그시대의‘풍경’속으로한번들어가보는것이다.그시대그곳의여학생들이깔깔거리는소리가들리는등교하는거리에접어들것같은착각에서부터시작하자는것이다.‘로쿠메이칸시대’라불리는1883년부터1887년사이유럽화정책에쫓기던일본에서여성들역시양복착용의필요성을실감하게된다.처음여성의양복은가격이비싸고착용감이어색하고불편하여활동적이지않다는삼중고가있었으나세일러복은달랐다.원래영국해군의수병복인세일러복자체가입고벗기가편한디자인이고제작도그리복잡하지않은터인데다기원이되는영국에서도군복을넘어아동복으로도용도가넓혀져빅토리아여왕이황태자들에게도입혔던정도였다.이세일러복은다른나라들에도전해지고여학생들에게는처음(등)교복이아닌체육복으로응용되었고미션학교를운영하는외국인교장이나해외유학을하고온일본인여성교사들의인식안에자리잡았다.하지만세일러복이여자고등학생들의교복으로자리잡는과정은단순하지않다.기모노나개량된하카마차림으로학교에다니던여학생들에게세일러복이교복으로자리잡는과정은일본에서조차오인된1923년의간토대지진등의외부적사변이나천화에서비롯된외부적지시가아니라그이전부터진행된지난한복장개선운동의결과였다.그리고여기서다른무엇보다주목해야할것은여성교육주체들인교사나학생들의사고의변천과수용의태도와감각,그중에서도여학생들의지지가갈수록세일러복으로확산되었다는점이다.그것은세일러복디자인으로표상되는서구의모던에대한여학생들의지지,부모의경제적부담의경감,빈부의격차를감출수있고학교측의복장교육의실시의토대가된다는점에서복장개선운동과교육주체들의합의의산물이었던것이다.이중에서도그것이여학생들의미적감각에서매력적으로느껴지지않아거부되었다면어찌되었을까.재봉틀의보급과함께상급생들은기꺼이하급생들의세일러복을만들며여학생들의유대감이형성되고이세일러복속에서긍지와기쁨이없었더라면.세일러복에흰선을몇개넣고주름을몇개나접어야하는지,어떤타이와배지를더하는가에서스스로의자긍심과정체성을형성해갔던그시대근대로들어서는여학생들의표정을읽지못한다면.

세라복,오해를벗다
그렇다면이세일러복은1937년의중일전쟁의발발과장기화,그리고아시아·태평양전쟁으로이어지는국가총력전의상황속에서어떤운명을겪어야했을까?그것을사실에의거해파악하는것은그간우리에게도오랜오해와의구심으로남아있는세일러복에대한군국주의의그림자를벗을수있는근거가될수있다.한마디로세일러복은총력전체제의소산이아니라군국주의정부의지시나문부성표준복의제시와반대편에있으며이를테면탄압의대상이었다.다만물자부족상황에서군국주의측은표준복만을강요하기가어려웠으므로기존에갖고있던세일러복의착용을허용할수밖에없었고여학생들은그틈새속에서조악한표준복이아니라낡은세일러복으로라도그시간들을버티고자했다.간단히세일러복이라하지만지역마다의특색이생겨나고각각의개성적인스타일과특색을만들어냈던열정의시간들이전시체제하에서도쉽게무화될수는없는노릇이었던것이다.옮긴이가밝히고있듯이최근일본대학졸업식에서양복대신하카마를입고등장하는모습이종종눈에띤다고한다.옷이란이런것이다.『세일러복의탄생』은당연히세일러복을주된연구대상으로삼음으로써세일러복에대한통속적인이미지를뒤집고쇼와초기의일본여학생사회의근대적지향이어떠했는가를규명하지만,그에선행하여여학생교복으로사용되던하카마에대해서도다루고있어서양식제목도입이전의교복에대한이해도깊게해준다.이조밀하고빼어난풍속사텍스트가오늘날젊은세대가공명하는세일러복에대한관심의이면을이해하는데도움을줄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