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 김초엽 장편소설

파견자들 : 김초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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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신작 장편소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며,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이가 있었기 때문에. 태린은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는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저자

김초엽

2017년제2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및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쓴책으로소설집『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방금떠나온세계』『행성어서점』,장편소설『지구끝의온실』,중편소설『므레모사』,논픽션『사이보그가되다』(공저),에세이『책과우연들』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한국출판문화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연구일지
3부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존재에대한섬찟할만큼아름다운시선
김초엽신작장편소설

“나는너의일부가될거야.너는나를기억하는대신감각할거야.사랑해.그리고이제모든걸함께잊어버리자.”

김초엽의신작장편소설『파견자들』이출간되었다.‘더스트’라는절망으로물든세계,푸른빛을발하는덩굴식물‘모스바나’,미약해보이나변화를만들어낸사람들의이야기를통해15만부이상의판매를기록한첫장편소설『지구끝의온실』(2021)이후두번째장편소설이다.한식물생태학자가모스바나의비밀을추적해가던이야기가세계의재건과구원이라는,예상치못한지점에도달할때의놀라운충격과깊은감동을기억하는독자라면이소설을그냥지나칠수없을것이다.이제까지작가가써낸이야기들가운데가장긴분량을가진이야기를.

『파견자들』은어느겨울,한가정집으로입양된여자아이가쓴수상한쪽지에서출발한다.여자아이는낯선환경에좀처럼적응하지못한채,창밖을보며누군가를기다리거나보낼수없는편지만쓸뿐이다.집안의어른들은울다지쳐잠든여자아이의방에서의미를파악하기어려운쪽지를발견한다.

“나는너의일부가될거야.어떤기억은뇌가아니라몸에새겨질거야.너는나를기억하는대신감각할거야.사랑해.그리고이제모든걸함께잊어버리자.”(「프롤로그」에서)

어린아이가썼으리라고는보기어려운내용의쪽지앞에서어른들은걱정에잠긴다.이쪽지는대체누구에게전하는메시지일까?혹은누군가의말을받아적은메모인걸까?아주천천히정점(頂點)을향해올라가는롤러코스터처럼,김초엽은독자를데리고다음페이지로,또그다음페이지로나아간다.정신없이이야기를따라가다가자신도모르는사이에꼭대기에올라왔음을깨닫는순간,독자들은섬찟할만큼아름다운존재의풍경을목도하며이이야기가다름아닌SF소설이라는사실을떠올리게될것이다.한계로가득한기존의인식을깨뜨리는질문을던지고,이야기속인물과함께이를탐구해나가는장르라는사실말이다.

‘나’라는존재의경계는어디까지일까?
우리를전율케하는작가,김초엽이가닿은절실하고도경이로운질문
“파견자는매료와증오를동시에품고나아가는직업입니다.무언가를끔찍하게사랑하면서도,동시에불태워버리고싶을만큼증오해야합니다.”

인간에게광증을퍼뜨리는아포(芽胞)로가득찬지상세계.사람들은어둡고퀴퀴한지하도시로떠밀려와반쪽짜리삶을이어간다.형편없는음식에만족하는한편,혹여라도광증에걸릴까두려워하며.하지만태린은누구보다지상을갈망한다.그에게일렁이는노을의황홀한빛깔과밤하늘을가로지르는별들의반짝임을알려준스승이제프때문이다.태린은이제프처럼파견자가되어그와함께지상을탐사하기를원한다.그꿈이이루어진다면,이제프에게더이상보호받아야할어리숙한제자가아니라동등한동료로설수있으리라기대하면서.

파견자아카데미에입학하여필요과정을이수해가는동안,태린은다른이들처럼기억보조장치인뉴로브릭의도움을받을수없어어려움을겪는다.늦은시술로인한부작용으로머릿속에서뉴로브릭과의연결을끊어두었기때문이다.하지만남들과비교할수없을만큼높은광증저항성을발휘하면서모든과정을마치고,이제파견자자격시험만을앞둔상황.그런태린에게갑자기이상한목소리가들려오기시작한다.소년같기도하고,소녀같기도한어딘가익숙한목소리가.

스트레스로인한환청일까,이제프의말처럼뉴로브릭의오류로발생한문제일까.아니면모르는사이광증에걸려미치기라도한걸까?태린은그목소리를때로는무시하고,때로는반응하면서지상에서이루어지는최종시험에다다른다.지상으로나간태린은,마치유화물감을떨어뜨린것처럼화려한색채로빛나는풍경에압도된다.인간의자아를파괴하는범람체들의세계는이토록아름다운모습을하고있었던것이다.태린은파견자란지상을향한매혹뿐아니라,증오까지함께품어야한다는이제프의조언을되새기며목적지를향해한걸음씩내디딘다.멈추지않고들려오는이상한목소리와함께.

식물의세계에서균류의세계로
“인간의감각적자원이그것을상상하기에얼마나모자란지를새삼느꼈지만,꼭한번쯤은도전할가치가있는작업이었다.”

김초엽은몇년전한미술전시에발표한짧은이야기를씨앗삼아이를긴호흡의장편소설『파견자들』로탄생시켰다.그는이작품에서인간이무엇으로구성된존재인지살피고,이를통해인간의경계가어디서부터시작되어어디서끝나는것인지탐구한다.그가자신만의탐구과정과답안을고민하며이번에몰두한것은곰팡이와버섯등의생물을포함하는‘균류’다.분해하고부패해가는모든과정과결과물들,달큰하면서도속을울렁이게만드는냄새등으로떠올려지는어떤존재말이다.균류를모델로소설속의‘범람체’를고안해낸그는,“인간의감각적자원이그것을상상하기에얼마나모자란지를새삼느꼈지만,꼭한번쯤은도전할가치가있는작업이었다”(작가의말)고말한다.

『파견자들』은우주로부터불시착한먼지들때문에낯선행성으로변해버린지구,그곳을탐사하고마침내놀라운진실을목격하는파견자들의이야기다.이때파견자가되기위해수련하고시험을거치며지상으로나아가는주인공의이야기는그자체만으로도무척스펙터클하고흥미진진한에피소드들로이루어져있지만,최종적으로독자가도달하는곳은김초엽의소설이늘그래왔던것처럼전혀예상하지못한지점이리라.당신은이풍경앞에서어떤느낌을받게될까?그느낌이당신자신에대한상상과이세계에대한시각을얼마쯤은새롭게만들어주기를.계속해서스스로의작품세계를확장하고갱신해가는이놀라운소설가의바람은아마그뿐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