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양식장의 고양이들

흰 양식장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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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바깥, 말 없는 존재들을 위한 시 -
존엄과 침묵의 언어로 건져 올린 생의 기록
『흰 양식장의 고양이들』은 박영훈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집은 삶의 주변, 사회의 변두리,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자리에 놓인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다정한 주목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소리 없는 존재들 곁에 잠시 머물며, 그들의 말 없는 생을 언어로 건져 올린다. 그러나 그의 말은 요란하거나 과장되지 않고, 단정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정제되어 있다. 시집 전반에 흐르는 정조는 ‘관찰’이 아닌 ‘동행’이다. 시인은 대상과 거리를 두지 않으며, 지나치지도 않는다. 그는 섬과 바다, 계절과 골목, 어촌과 외곽의 삶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외면하던 장면들에 다정히 앉는다. 그리고 시는 그곳에서 비로소 ‘존재의 품위’를 회복한다. 『흰 양식장의 고양이들』은 화려한 미사나 언어적 기교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는다. 대신 묵묵한 말, 삶의 무게를 품은 목소리로 천천히 가까워진다. 시인은 자극적인 서사가 아닌 조용한 침묵의 서정을 선택하며, 독자에게 “그곳에 머무는 일”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시집은 우리 모두의 삶 한 귀퉁이에, 낡은 책갈피처럼 오래 머물며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삶이란, 소란스러움 너머에서 비로소 들려오는 낮은 음성.
『흰 양식장의 고양이들』은 그 음성을 기억하게 만드는 시집이다.
저자

박영훈

저자:박영훈
1970년전남진도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신문방송학을전공했다.2021년에는장편소설『파란둠벙』을발표했다.

목차


시인의말

Ⅰ.바다와섬
흰양식장의고양이들15
남해에서18
시하도20
섬22
문어23
민어골짜기설화24
저아래집27
라디오29
모교(母校)31
비오는날32
지력산설화34
복어독풍경36

Ⅱ.계절의순환
행복동四季41
홍시47
얼음폭포49
봄을건너다50
봄51
여름날53
밤에도단풍은든다54
설녹농원겨울아침56
겨울외곽57
겨울정원에서58
샘골의가을60
오후3시의여름날62
한때의저녁63
정동진의시간65

Ⅲ.삶의가장자리
군내버스69
이장(移葬)71
참새보다73
삶을밀고75
먼길76
도덕수업풍경78
묶인아침80
출근길81
오이농사82
528호풍경84
유랑85

Ⅳ.자연과인간
꽃은핀다89
한탄강물안개91
운주사초설92
계곡나무93
꽃내를건너다94
바다에대하여96
강물98
빛나는골목100
금강어귀102
떠가는것들103
어디에104
백련사106
행복107

Ⅴ.일상의반환점
AI시대사랑법111
보름달113
속도114
하루115
그대의하루117
쇠의기억119
자갈121
길위에서122
우답(愚答)123
당신에게124
엘리베이터,떠나다125

Ⅵ.상실과그리움
늙음에대하여131
저편의숨결132
송광사를걷다133
첫사랑135
맛조개136
변산야행137
어떤이별139
얼음폭포140

[서평]
슬픔의수면에서길어올린서정의힘141
따뜻한위로,경계없는삶153

출판사 서평

삶의변두리를기록하는서정의눈,
가장조용한자리에서건져올린말들의위로

박영훈시인의첫시집『흰양식장의고양이들』은중심에서한걸음물러난자리에서시작된다.이시집은우리가자주보지못한세계,보아도오래머물지못한세계,혹은애써외면했던세계를향해조용히말을건넨다.시인이시선을두는곳은대단하거나눈부신것이아니다.그러나그가바라보는삶의가장자리는결코하찮거나덧없지않다.오히려그곳에야말로생의본질과고요한아름다움이숨어있음을이시집은알려준다.

박영훈의시는일상의바깥에서맴도는풍경들을들여다보며,잊힌사람들의이름없는이야기를품는다.하지만그것은결코관찰자의거리에서던지는언술이아니다.시인은삶의안쪽에조용히발을담그고,한자락옷깃을내어주듯대상들과동행한다.그러면서도과장하거나설명하지않고,고통을대상화하거나슬픔을미화하지않는다.이시편들은다만묵묵히존재하는법을택한자들의삶을,정제된언어로천천히꺼내어놓는다.이시집에는도시의화려함보다외곽의침묵이,중심의고함보다변두리의숨결이우선시된다.시인은무너진지붕과낡은다락방,비에젖은손수레와다정한침묵같은것들에주목하며,그안에담긴서사의온기를포착해낸다.그리하여한편한편의시는누군가의이름없는하루를떠올리게하고,독자는낯선듯익숙한삶의정경속에스며든다.이과정은다정하지만결코감상적이지않고,따뜻하지만결코얕지않다.

『흰양식장의고양이들』은단순히현실을묘사하는데서멈추지않는다.이시집은시가삶의품격을어떻게회복시킬수있는지를보여준다.시인은거창한명제를말하지않지만,각시편은삶을마주하는윤리적인태도와존재에대한조용한존중을내포하고있다.시는이윤도명예도되지못하는이들을향한작고단단한헌사이며,누구도주인공이아니지만누구하나배제되지않는공동체의풍경을그리고있다.박영훈의언어는단단하고절제되어있으며,그로인해더욱깊다.말보다침묵을신뢰하고,묘사보다여백을믿으며,분노보다품위를택한다.이시집은한줄한줄의언어를통해우리가잊고있었던‘곁에머무는삶’의의미를다시묻는다.화려함이나기교가아니라,조용한동행과지켜봄이야말로문학이감당해야할몫이라는것을되새기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