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 (윤현순 시집)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 (윤현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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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는 삶의 표면을 걷어내고, 그 밑에서 조용히 숨 쉬는 존재의 결을 더듬는 언어의 기록이다. 그의 시는 소리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숨결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편 한 편이 낮은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마음을 울리는 여운이 머문다. 시인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들려주고, 비워냄으로써 더 깊은 충만을 만들어낸다. 그의 시 속에서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리듬이며, 사라지는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온도의 이름이다.

그의 언어는 단정하고 느리며, 한 문장마다 시간이 스며 있다. 그것은 인간이 잊고 살아온 ‘느림의 존엄’을 다시 불러오는 문장들이다. 일상은 시 안에서 낯설게 반짝이고, 평범한 사물은 존재의 표정으로 변한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는 장면, 누군가의 발자국, 저녁의 그림자, 사과를 쪼개는 손끝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그의 시에서는 모두 삶의 중심이 된다. 그 순간들은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에 머물다, 조용히 사라지며, 그 사라짐의 결에 오래된 따뜻함을 남긴다.

윤현순의 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나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소음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 삼켜지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지켜낸다. 그의 시 속에는 잃어버린 이름들의 슬픔과 남겨진 자들의 다정함이 함께 있다. 그것은 견디는 자의 언어이며, 사랑을 오래 기억하는 자의 숨이다. 모든 시가 이별의 뒷모습을 닮았으나, 그 이별은 절망이 아니라 다만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일’로 다가온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마치 저녁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는 일과 같다. 말의 속도를 늦추고, 사물의 숨소리를 듣게 되며, 내 안의 조용한 생을 깨닫게 된다. 윤현순은 말한다. 고요는 감추려 해도 드러나고, 사랑은 사라지려 해도 남는 것이라고. 그의 시는 그 단순한 진리를 아무런 과장 없이, 그러나 누구보다 단호하게 전한다.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는 이름처럼 조용히 피어나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소음을 견디고 남은 언어이며, 인간의 상처가 빛으로 환원되는 가장 맑은 순간을 기록한 시집이다. 읽고 나면 마음 한가운데에 작은 고요가 자리 잡는다. 그 고요는 잠시의 정적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로 오래 남는다.
저자

윤현순

윤현순

경북상주에서태어났다.
대구경북작가회의회원이며꽃섬동인으로
활동하고있다.

시집으로<오래된여자>
공동시집<꽃섬,너는>
공동산문집<그래그래그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꽃은힘이세다13
봄이오는모습15
남장사목련16
사과를쪼개다18
고요는감추어도금방들킨다20
사월22
장마24
조붓한풍경25
향일암동백은27
모과29
시도둑30
슬픔을말리는풍경31
7월을정리하다33
편지35
은행나무36

2부
오래데워진기억39
붉은매화나무아래41
신데렐라의발을찾습니다42
등꽃43
고요속으로45
비오면46
울기좋은곳47
상강무렵49
겨울새51
조장(鳥葬)52
길고양이54
취토하다55
겨울아침57
샤머니즘59
그림자61


3부
뭉크를생각하다65
워낭소리67
사람은꽃이다68
안간힘으로70
자화상71
민달팽이73
차라리75
전해지는이야기77
소란한고요79
신발81
백일홍83
사람단풍84
설날모정85
접목87
폭염89


4부
아름다운내력93
봄동95
묘(猫)96
산을부축하다98
화북100
변산101
어떤풍경은102
고라니와나누다103
장미의집105
옷이날개107
한낱봄날109
미끄덩처서110
돌아가는중입니다112

발문슬픔의잔광,다정의윤리114

출판사 서평

윤현순의시집『고요는감추어도금방들킨다』를처음읽었을때,나는오래된풍경한가운데서있는듯한기분을느꼈다.그풍경엔사람의발자국이희미하게남아있었고,그위로시간이조용히쌓여있었다.그러나그침묵은결코비어있지않았다.오히려말보다더많은이야기가들려왔다.이시집은바로그런‘고요의언어’를복원한책이다.세상의소음속에서잃어버린인간의숨결을,윤현순은한줄한줄의시로되살려낸다.

그녀의시는조용하지만단단하고,고요하지만끝내흔들린다.화려한수사도,급격한감정의기복도없다.대신한문장마다삶의무게가눌러앉아있고,오래된마음의체온이배어있다.윤현순의시는세상의중심에서외치는목소리가아니라,가장자리에서서들려주는낮은숨이다.그러나바로그낮음속에서인간의품격이빛난다.

이시집을읽다보면,사라지는것들의잔향이오래남는다.꽃잎하나가흩날리는장면,한겨울의나뭇가지,낡은마루위의그림자같은이미지들이시인의언어를통해다시살아난다.그순간들속에서우리는‘견딤의미학’을본다.윤현순은슬픔을미화하지않지만,그것을회피하지도않는다.그는상실의자리에서다시살아내는일을말한다.그에게시는위로의도구가아니라,존재를다시확인하는호흡이다.

이시집에는인간의상처가있고,그상처를감싸는온기가있다.고요는단지정적의상태가아니라,사랑의또다른형태로존재한다.말하지않아도전해지는마음,사라져도여전히남는감정,그것들이이시집의전편을관통한다.윤현순은고요를감춘다고말하지만,그고요는결국들킨다.왜냐하면그것은살아있는사람의마음이기때문이다.이시집을한시대의‘내면의풍경화’라부르고싶다.급하고요란한세상속에서아주느린호흡으로인간의깊은자리를비춘다.그의언어는한장의수묵화처럼절제되어있으면서도,그여백속에끝없는감정의층위를담고있다.그는시를통해말한다.진정한고요는외면의침묵이아니라,마음이제자리를찾는순간에비로소피어나는빛이라고.

『고요는감추어도금방들킨다』는화려한명제나선언으로독자를설득하지않는다.대신시인은맨마음으로다가와“당신의고요는어디에있는가”라고묻는다.그질문은오래도록마음에남고,시집을덮는순간우리는깨닫게된다.고요란결국사랑을닮은감정이며,감추어도금방들키는이유는그것이인간의본래언어이기때문이다.윤현순의두번째시집은시인의내면을넘어우리모두의마음을비추는거울이다.세상의소음에지친이들에게이시집은잠시멈춰숨고르게하는쉼표이자,고요속에서자신을다시듣게하는따뜻한진심의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