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친정을 간다 (이순영 시집)

늙은 친정을 간다 (이순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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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집은 한 사람의 생이 오래된 마을을 지나가듯 흘러가는 여정이다. 어린 시절 뒤안의 대숲과 장독대의 햇살, 공일에 뒤집어 걸린 가마솥 뚜껑 냄새와 장날을 향해 화장하던 엄마의 손끝이 다시 천천히 떠오르고 그 기억 위에 농사짓는 사람들의 뼈마디와 아버지와 할매, 문해학교 만학도들의 고단한 숨이 차곡차곡 얹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주의 들판과 갑장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채석강의 바람과 곶감 말리던 겨울의 손길이 등장하여 삶의 풍경이 자연의 호흡과 맞물려 하나의 계절처럼 이어진다. 그렇게 삶은 언제나 땅의 언어와 공명하며 자라고 여물고 잦아들고 다시 피어났다. 시집 속의 시간들은 모두 멀어진 듯하지만 그 잔향은 지금도 우리 안에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긴다. 늙은 친정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처럼 잊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문득 되돌아와 어깨에 손을 얹고 떠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로 살짝 되살아나며 오늘의 마음을 조용히 데우는 것이다. 삶의 노동과 슬픔, 봄날의 연둣빛과 노년의 서늘한 긴장, 고향의 냄새와 늦은 깨달음이 모두 한 줄기 길이 되어 이 책 속에서 서로에게 길을 건넨다. 《늙은 친정을 간다》는 지나간 시간을 되짚는 시집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어떻게 다시 길러내는지 보여주는 한 권의 생애서이다.
저자

이순영

경북상주에서태어나다
대구경북작가회의회원이며
느티나무시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화려함을택하기보다는담백한관찰과손에남는체온을믿어왔다.오래된풍경과지금의시간을잇는다리위를천천히건너듯,시는독자의마음을급히흔들기보다서서히데우는일이라생각한다.『늙은친정을간다』는지나간생을되짚기위한기록이아니라,시간이한사람을어떻게길러내는지가만히바라본첫시집이다.상주에서자연의리듬을가까이둔다.땅의숨결이하루의속도를정하고,사람들의기억이말의방향을잡아준다.그곁에서나는사라지는것과남는것사이를오가며,삶이남긴자국을시의언어로적는다.이시집은그조용한기록의시작이다.

목차

목차

서문

1부
어째여13
구두실14
공일16
망종18
엄마꽃밭20
초여름21
애기똥풀22
그해가을24
농담26
서울반점28
불발탄29
콩고르기30
수제비31
지친시32
단연코33

2부
봄바람37
부정38
버름하다40
청리역42
실겅이43
물레혼인44
혜자아버지김길수씨가여덟번째아들을보기까지46
외출48
농학박사50
오갈미댁51
무한긍정52
퇴고53
노령연금54
반짝교실55
상강56

3부
청명무렵59
2월60
제비꽃62
바람이말을걸어올때64
상주서곡書谷66
소만68
옥수수69
날구지70
정들이기71
곶감철72
상주화산동74
여름마당76
채석강177
채석강278
슬픈노래80


4부
나도산83
그곳84
소주고추장86
지펠88
불편하다90
난그곳을매일간다92
경자94
텃밭일기196
텃밭일기297
텃밭일기398
초로일기100
우체부102
각을잡고103
등대104
시를기다리며105

해설가장지역적인것이가장세계적인것이다107

출판사 서평

《늙은친정을간다》는한생의기억과땅의시간이긴호흡으로스며든시집이다.문장의결은담백하지만그안에는한세대가지나온때와장소,노동과숨결,가족의온기와사라진풍경이촘촘히깔려있다.시인은화려한수식없이도오래된삶의결을있는그대로길어올리며누구에게나마음속깊이자리한‘돌아가고싶은자리’를조용히환기한다.이시집의세계는고향이라는단어하나로환원되지않는다.뒤안의연기와장날의붉은소란겨울저녁의아궁이불빛,농사와노동의리듬,상주의들판과골짜기이름들,오래된어른들의체온,그리고나이를거듭하며다시자기안으로걸어들어가는마음의움직임까지—모든것이한생의풍경으로자연스럽게이어진다.삶의기억은단순한회고가아니라‘몸에새겨진시간’으로되살아나며자연은배경이아니라화자의존재를비추는거울처럼작동한다.특히이시집이남기는인상은근원으로돌아가는발걸음이다.늙은친정을향해천천히걸어가는마음,잊혀졌다고생각했던순간들이문득되살아나는감각,사라진사람들과사라진풍경이바람의결로되돌아오는장면들이시전편에깊은울림을만든다.과거는회상으로만머물지않고현재의삶을다시부드럽게길들이는힘이된다.

《늙은친정을간다》는한국적정서,삶의의지,자연의숨결이잔잔하게이어지는시집이다.
각편은고요하지만결코약하지않으며,사라진것들을애도하는동시에살아있는것들을따스히끌어안는다.한사람의생애가어떻게땅의기억과맞물려자라고흔들리고다시단단해지는지를보여주는이시집은읽는이에게오래도록남아천천히마음의온도를바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