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거울

진우의 거울

$17.00
Description
장애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발견하고 깨달은 ‘나’와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
오랜 세월 미술 교사로 살았으며 15년 가까이 발달장애인들과 미술 활동을 함께해 온 저자는 발달장애를 지닌 청년 진우의 아버지이다. 저자는 사랑하는 막내아들 진우가 사람과 그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든 특별한 존재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진우가 찾아온 순간부터 함께한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글의 한가운데에 ‘장애’가 자리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장애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진우’라는 거울이 비춰 보여 주었던 ‘나’와 ‘우리’의 모습, 거기에서 얻게 된 크나큰 깨달음으로 다시 돌이켜 보게 된 나와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장애의 문제란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 아니 모든 사람의 문제가 결국 장애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진우와 함께 애쓰며 살아온 종착점이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 알고 보면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으며 무능하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표준값과 도달 목표를 정해 놓고 행동하는 순간, 우리는 늘 어떤 면에서 그것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뼈아프게 부딪혀 오는 일이다. 문제가 생기가 어그러지고 고통에 빠지곤 했던 것들 말이다. 결코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다. 그것은 서로가 인정하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 일이다. 장애를 보듬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일이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저자

김인규

저자:김인규
발달장애를지닌청년진우의아버지이다.오랜세월미술교사로살았으며15년가까이발달장애인들과미술활동을함께해왔다.지금은화가로살아가면서다양한현장에서교육과관련한일에참여하고있다.최근어린이의성장과미술교육에관한『우리는왜그림을못그리게되었을까』(교육공동체벗)를집필하였는데,그교육적인태도와바탕을형성해온삶을되돌아보며『진우의거울』을집필하게되었다.이외에도『시각문화교육관점에서쓴미술교과서』(휴머니스트),『안면도가우리학교야』(디딤돌)등의집필에참여하였으며,『장소특정적미술』(현실문화연구),『새로운장르의공공미술: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의번역에참여하였다.

목차


들어가는글

1진우로부터
문득찾아온진우
미술교사의삶과작가의삶
저버릴수없는,아빠로서의삶
의미있는기록의시작
혹시수재가아닐까
희망을향해움직이는마음
또다시병원으로
세상이갈라져버린그날이후
비현실같은현실을인정하다
죄의식은아무도움이되지않는다
진우와엄마학교로
명화학교에서의첫사회생활
4월의엄마학교에서
글자를읽어나가기시작하다
장애를받아들인다는것
특별한능력이있는건아닐까
불가사의한암기력
비디오기록수준의기억력
계산하지않아도되는자유
셈공부를통해알게된것
엄마가본진우가못하는것과잘하는것
아빠가본진우가잘하는것과못하는것
몰라도너무모르고있던것
1년간의양치공부

2발달장애인들과미술활동을하면서
할수있는것을통해할수있게되는것
발달장애아동들의미술교육에대해
즐거운놀이가되기를바라며
기대했던것과안되는것들
할수있는일이별로없다는벽
시키고가르쳐야한다는마음
처음부터다시배워야한다
할수있는일이없어도함께하는일
앞날이안보이는절망에지쳐갈때
미래에대한걱정은내려놓기로
장애아동을교육의대상으로만본다면
할수있는것을할때이뤄지는일
소중한것들을잃어가고있는우리
독립적인성장과뭐든잘하게되는것
정상값에이르지못하는이에대한혐오

3비로소알게된것들
발달장애인만의문제일까
유독못하는아이
할수없는것들을숨기는일
사람은어떤존재여야할까
못하는것은못하기
발달장애인에게‘성공’이란
즐거움을쫓는일과사회적으로성공하는일
발달장애인은절망하지않는다
목표를향한노력으로빽빽해지는삶
틀에가둬지지않는마음의모양
끌리는곳으로정처없이흐르는마음
계산하는마음이없다면
비교하는마음에서벗어난다면
타인의세계와자기자신
타인과견주지않는사람들
자신만의영역을지켜내는삶

4누구나존중받아야하는삶이있다
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마음
진우가만난크나큰행운
한인간으로서존중받는삶
반복을통해익숙해지는것들
기차와함께하는신나는일상
혼자서해내는기차여행
가슴을쓸어내렸던새도전
자신만의즐거움으로삶을만들어가는일
발달장애인의사회생활을지탱해주는것들
고통스러웠던치과진료의반전
변화하고성장할기회만보장해준다면
할수있는가없는가의문제
다시나의삶으로돌아와서
진우가여전히잘못하는일,그리고잘하는일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는다시진우의장애에대해의심하기시작했다.진우가좀특별하기는하지만그만큼특별한능력이있는것일수도있다는생각이든것이다.진우는수를순서대로말하는것도어려워하지않았다.일,이,삼,…그러다가십일,십이,십삼,…이십일,이십이,이십삼,…이런식으로말로수를세어나가는것을쉽게했다.점점더많은수를셌고심지어는백을넘어가도어려움이없었다.그러나나의기대가허망한것이었다는것을다시깨달았다.진우는정작수가무엇인지를알지못했다.그것을말할수있는것과그것이무엇을뜻하는것인지아는것은전혀달랐다.
-「진우로부터」중에서

나는이때서야비로소진우입장에서생각해보게된것같다.그동안무언가를하게하려고애썼지만진우입장에서생각해보지는않았다는생각이들었다.그러니까진우에게바다는어디까지얕다가점점얼마나더깊어지는지,그러니얼마만큼은안전하고얼마만큼은위험한지그것을가늠하는인식자체가아예없는것같다.그래서물이찰랑찰랑하는그자체가이미공포였던것은아닐까하는생각을그제야하게된것이다.물놀이를좋아하고안좋아하고의문제와전혀별개의것이었던셈이다.그날일은내가그동안진우를몰라도너무모르고있었다는사실을깨달은첫번째사건이었다.
-「진우로부터」중에서

나는결국언젠가죽을것이고끝까지진우와함께할수없는존재라는사실을받아들여야한다.나의운명이있고진우의운명이있다.그사이에는건널수없는거리가있다.스스로지킬수없는진우를생각하면마음이한없이아프지만그것은그냥그대로받아들여야하는문제이다.그것은한계다.누구나죽을것이고누구나그만큼만책임질수밖에없다.죽음앞에서는누구나그렇듯이말이다.그만큼누구나애처롭고슬픈존재라고할수있다.
-「발달장애인들과미술활동을하면서」중에서

발달장애인들이매우하찮아보이는일에몰입하고그것을지속할수있는이유는어쩌면할수있는일이그것밖에없기때문이아닐까.할수있는일이별로없다보니오히려할수있는몇가지일에몰입하고그것을지속할수있는것인지도모른다.무언가못하는상황이가져온반전이라할수있다.다른한편으로보면더잘할수있는일과못하는일을구분하여비교할힘이없기때문일지도모른다.더잘하는것과비교하면서기죽을일이없는셈이다.
-「발달장애인들과미술활동을하면서」중에서

아이들이독립적으로성장해가는것은당연한일이다.점차부모의손을떠나모든것을스스로해나갈수있게되는것이성장일것이다.그래서때로는단호하게스스로하도록채근해야하는것은맞다.그렇지만독립적으로성장하는것과뭐든잘하게되는것은다른차원이라는것을나는구분하지못했다.잘하는것과는별개로있는그대로존중받는것이오히려더독립적으로성장하는데필요한것일텐데말이다.스스로를있는그대로사랑하고믿는것이야말로세상을사는데듬직한기둥이될것이다.어려운점이있으면그것을어루만져가면서이겨낼수있는힘을기르도록도왔어야했다.
-「발달장애인들과미술활동을하면서」중에서

못하는것은못하는것이다.어쩌면그것을해야만할이유도없다.할수있는것을하며즐겁게살면되는일이다.그런데우리는굳이그것에집착하고그것을해내려고애쓴다.그리고무언가해낸사람에게는성공신화를씌워추켜세운다.나는그럴필요가없다는것을발달장애인을통해배웠다.사람은누구나어딘가부족하고한계가있다.할수없는일이있다.그것을보완하기위해사람들은함께살아가는것이다.오히려각자의한계를서로돕고보완하며살아가는법을배우는것이교육일것이다.
-「비로소알게된것들」중에서

진우는그렇게목적과과업에통제되지않는모양의마음을가지고있다.우리의마음이일정한질서와과업에의해빼곡하게구획되어있는것과는다르다.때문에진우는현재눈앞에보이는것에이끌려그것의즐거움에한없이빠져들수있다.샤워를하다가물놀이에빠져하염없이시간을보내기도하고,옷을갈아입다말고다리한쪽만옷에끼운상태에서휴대폰에빠져시간가는줄모르고앉아있기도한다.그만큼틀에가둬지지않은마음상태로자신만의즐거움에흠뻑빠질수있는게아닐까.
-「비로소알게된것들」중에서

결국할수있는가없는가의문제는본인의과제이고본인의일이다.다른사람의지원과도움이절실히필요하다고하더라도그것을하고못하고는끝내자신의일이다.그리고그것을인정받고존중받을때우리는그가능성을향해자유롭게항해할수있게되지않을까.사람은그렇게살아가는것일터이다.어찌보면지극히당연한이야기임에도불구하고내가이제야깨닫게되었다는것은참으로안타까운일이다.진우를통해장애를겪으면서비로소그것을알게되었다는것이말이다.그러고보면장애는우리삶의한가운데에자리하고있는특질같은것이었던셈이다.
-「누구나존중받아야하는삶이있다」중에서

그와중에나는작가로서나의삶을새롭게시작했다.그것은진우와무관하게나만을위한일로내삶속에생겨난것이다.그렇다고내가교사로서살아온삶이단지가족을부양하기위한일이었다는뜻은아니다.거기에도내가성취하고싶은과업들이있었고그것에충실한삶을살았다.그것또한나를위한삶이었다고할수있다.소중한나의인생이되었고나름성공적인일이되었다.어찌보면진우의존재가나를미술교사로만들어주었다고할수있다.인생은그렇게하나의의지로만살아지는것도실현되는것도아닌것같다.이런이유,저런이유,저런사정,이런사정들이서로얽히면서그가운데생겨나는길이인생이라는생각을하게되었다.
-「누구나존중받아야하는삶이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