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가둔 병 (정신 질환은 언제나 예외였다)

사회가 가둔 병 (정신 질환은 언제나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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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저렇게 돌아다녀도 돼?"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정신 질환자는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갈 수 없는 걸까?
“살인사건 용의자,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숨진 A씨, 우울증을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적 있어”...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정신 질환은 손쉬운 답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 질환자는 환자도, 장애인도 아니다.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돌아다녀'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일 뿐이다. 사회가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쌓아가는 동안, 정신 질환자는 본인의 질환을 숨긴다. 때로는 외면한다. 그러다 악화되면 병원에 감금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믿기 어렵다. 믿기 어려운 것은 가리기 쉽다. 골치 아픈 것을 가리는 것은 간편하고 쉬운 선택이다. 사회는 지금까지 정신 질환을 간편하게 가리고, 또 가뒀다.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때다. 사회가 가둔 병, 정신 질환을 보이는 곳으로 끌어내야 할 때다.
저자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정신건강을위한사회복지를필요로하는모든사람의건강,회복,인권을옹호하기위해2019년결성된자발적조직이다.정신건강사회복지에관한이슈를제기하고,주체적성찰과대안으로연대하여혁신을만들고자한다.정신건강서비스와복지를성찰하고혁신하기위한정기대담회를개최해왔으며,2022년대선정신장애연대참여,장애인복지법제15조폐지연대참여,정신장애인복지권연구등에힘을기울였다.

목차

프롤로그;치료가앗아간것들

1_네명중한명은정신질환자
정신질환은특별하게다가가지않는다.
Fail이된F코드
명문화된‘정신질환자’꼬리표

2_정신의학의희망과절망
증상이진단이되는현실
정신약물의탄생
정신의학의그림자
정신의학,절대적권력
그들은어쩌다생존자가되었나?

3_정신질환혐오의역학
그들은어쩌다잠재적범죄자가되었나?
광장으로나선‘미친자’들
치료를넘어회복으로
연결에서시작되는회복의여정

4_개인을넘어서
복지사각지대
약이아닌집을달라
세상을바꾸는것으로

5_함께서는자립
외로운생존이아닌
집에서살권리
일할수있는권리
정신질환과함께,살아가는사회



북저널리즘인사이드;아무도질문하지않는것들

출판사 서평

외상은눈에보인다.진물이나는상처부위를보고피를닦을수있다.점차환부에딱지가앉는것을보며‘나아지고있다’고생각할수있다.세상에는보이지않는병이있다.보이는건돌발적으로튀어나오는증상뿐이다.갑작스레소리를지를수도,환청을들을수도있다.몇몇은보이지않는병을보고싶은마음에자신의몸에상처를내고‘개운하다’는감각을느끼기도한다.그러나이들의외상역시보이지않는건마찬가지다.세상은그들의상처를꼬리표로덮었고,비좁고외진곳에가뒀다.정신질환은보이지않는다는이유로,언제나예외였다.

보이지않는다는서술에서벗어나지못한채로정신질환은사회에뿌리내렸다.환자는자신의병을숨기기시작했고,사회는정신질환을점차잊었다.잊힌정신질환은파편적인단어안에갇히기시작했다.강력범죄,살인,망상,약,입원등이다.개별단어들이정신질환으로귀결되자사회는이들을격리해야한다는명제를말하기시작했다.적대적인세상을마주하며환자는자신의병을부인하거나숨겼다.악순환의시작이다.약물은분명정신질환으로인한증상을완화할수는있었다.그러나그뿐이었다.병이만든삶의빈자리에는약과병원만이들어섰다.약을먹지않으면움직이기도어려워하는이들은자신이약에지배당하고있다는생각을떨치기어렵다.약이빠져나가면삶이텅비어버린다.그렇게정신질환을앓는이들은다시병원으로향할수밖에없었다.빠른속도의회전문에서빠져나가지못한채회전문사이를빙빙도는것처럼말이다.누구도그회전문의속도를낮추거나좁은틈새안에갇힌사람을바라보지않았다.

“어느순간X는문밖을나서기어려웠고,긴시간휴학할수밖에없었다.과제를하는것은둘째치고출석조차쉽지않았다.X는하루의절반이상을침대에서보냈다.끼니를챙겨먹거나주변을치우거나Y와연락을하지도않았다.X주변에서는속삭이는소리가들렸다.몇년전대학입시를위해다닌학원의선생Z의목소리였다.X는존재하지않는소리를듣는자기자신이싫었다.X는정신병원을찾았고,입원치료를받았다.폐쇄병동에입원하기위해서그간모아두었던돈을다쓸수밖에없었다.잔고가바닥날무렵,X는어쩌면다시학교를다닐수있을것이라생각했다.친구Y는X가전한복학소식을듣고좋아했다.한학기가채끝나기전이었다.Y는다시X를볼수없었다.이유는여러가지일것이다.Y는생각했다.X가다시입원한걸까?X가다시침대에갇혀버린걸까?X는환청을좇아지금이곳에서멀어진걸까?학교는놀랍도록조용했다.”

짧은이야기의주인공은X지만,보이지않는Z는한명이아니다.사회전체,구조전반,치밀한역학까지,모든것이Z가될수있다.X의고통과Y의좌절감을호르몬의이상반응과약물의부재로단순화할수있을까?하나의질병을개인의잘못과불운으로돌리거나나약한의지탓으로돌리는것은간편하다.그런구조는다루기쉽다못해마음을편안하게만든다.나의의지만강하다면,내가잘못하지만않는다면나는X도,Y도되지않을수있다는생각때문이다.이안도감은환상이다.환상은생각보다더두껍고견고해서빠르게돌아가는회전문앞에암막천정도는가볍게칠수있다.

원인이있고,결과가있기에원인을해결한다는논리의의료모델은근대의산물이다.완벽한인과관계는있을수없다.나비의날갯짓이태풍을불러올수있다고태풍의원인을나비의날갯짓으로돌리는건이상하다.소설속,영화속의우연하고도완벽한마주침이비현실적인것도마찬가지다.현실을완벽한인과구조와논리관계로바라보면많은문제는간단히해결될것처럼보인다.그러나‘치료’가가능하다고들말하는약이존재하는지금도조현병환자의75퍼센트는완전한회복을이루지못한다.그연쇄안에무언가놓친것이있다는증거다.

비현실이완벽한인과율로작동한다면현실이내세울수있는건새로운구조를상상하는능력이다.가능한건지모르겠다는생각도현실에침입하면어찌됐든둥지를튼다.프랑코바자리아의정신병원폐쇄계획은‘이탈리아의미친법Italy’smadlaw’이라는평가를받았다.2000년12월31일,이탈리아의모든공공정신병원이폐쇄됐다.바자리아법이시행된지20여년이흐른이후다.바자리아는병원밖에서정신질환자들이더나은삶을적극적으로모색한다는것을알았다.그의상상이현실이되자정신질환은‘보이는병’이되었다.

상상이현실이되는과정은결코쉽지않다.수많은질문과우려에부딪히며경로를바꿔야할때도있다.누군가는정신질환자를위해그많은자본을어떻게쏟을수있겠냐며반문할것이다.그러나우리모두는언젠가X였고,Y였고,Z였다.장벽을인식하고그뒤를상상하지않는다면우리는결코장벽뒤에누가살아숨쉬는지볼수없다.혹은내앞에이미놓여있을수있는장벽도볼수없다.누군가에게세상은무한하지만,X에게세상은병원으로향하는길과비좁은병동하나다.

《사회가가둔병》은우리사회가어떻게정신질환을다뤄왔고,무엇이정신질환을가뒀는지말한다.행정적으로부과되는실질적인차별부터몇가지단어들이모여만드는꼬리표까지,정신질환자의삶은삶의것이아닌것들로가득하다.사회는더나은방향을상상하고,만들어낼책무가있다.다시질문할때가왔다.정신질환자들의삶은어디있는지,왜이들은평생을비좁은병동안에갇혀살아야하는지,이들이노동을하거나유의미한삶의궤적을만들어갈수는없는건지.아무도질문하지않는다면새로운답은나올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