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무안향토문화총서 제11호)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무안향토문화총서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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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 여정
# 영산강 물 아래서 ‘일상의 전복’을 꿈꾸다

우리나라 남도 지역은 크고 작은 만으로 연결돼 있다. 저자가 ‘남도만’이라 부르는 함평만에서 광양만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또한 크고 작은 만과 강이 무등산이며 지리산을 향해 물길을 내고 있다. 남도만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지금의 영산강, 그 물 아래 있는 반도가 무안이다. ‘물 안’ 또는 ‘물 아래’라는 뜻에서 ‘무안’이라 호명해왔다는 것.
그렇다면 저자는 무안반도를 왜 ‘무안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산맥과 산천을 중심으로 국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다로 돌려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무안만, 남도만을 말하는 것은 내륙 대신 바다 혹은 물골 중심의 사고로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로, 대칭적 관점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대대성(對待性)이라 하고 인류학에서는 대칭성이라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대대적 사고’에 기반해 바다와 해양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민주화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세상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바다로부터 내륙을 보는 시선’이란 해양 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과 ‘큰 것’에서 ‘가지지 못한 자’와 ‘작은 것들’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일상의 전복, 철학과 헤게모니의 전복을 상징한다.
이 책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무안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통해 시대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산강 물 아래, 지형적 특질을 배경으로 문화가 교섭하는 무형의 길을 닦았던 무안만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유무형 자산을 짚어본다. 이른바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이다.


#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 무안 출신으로 왕산 자락에 생가가 있다. 차와 선을 하나로 보고 차의 정신으로 수양을 강조한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전한 다성(茶聖)이다.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우리 차를 예찬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교유했으며,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의 차 선물을 받고 써 보낸 ‘명선(茗禪)’이 걸작으로 내려온다. 초의의 차 정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자리에 나를 내려놓는 ‘하방(下放)’ 정신은 ‘각설이 품바’에서 배울 수 있다. 품바의 발상지는 일제강점기 무안 일로읍에 있던 ‘천사촌’. 이 걸인 마을 대장 김자근은 각설이 타령을 연행하며 걸식하고 고아와 노인, 병든 사람들을 위해 동냥과 분배를 하며 집단생활을 했다. 1980년대 초, 역시 무안 출신이며 시인이자 연극 연출가인 김시라는 이 각설이 타령이야말로 “가장 낮은 자들의 가장 신명 나는 소리”라며 큰 관심을 가졌다. 〈친애하는 각설이 동지 여러분!〉를 거쳐 해학과 풍자를 담은 연극 〈품바〉를 세상에 내놓은 것. 다도를 통한 고양뿐 아니라 각설이 품바 또한 ‘나를 내려놓는 성찰법’으로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분청 도요지(가마터)가 집결해 있는 무안은 ‘분청사기의 고장’으로도 꼽힌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무안 지역에 살면서 분청사기를 연구한 일본인 야마다 만키치로우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 등은 작위적 기교가 없고 무욕의 심미안을 담은 무안분청의 세계관과 미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무안분청은 광주, 나주, 함평, 무안 등 영산강 일대 분청을 포괄하는 말이었지만, 그 핵심이 무안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안만은 갯벌과 황토 땅의 이야기도 전하는 곳이다. 낙지 등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갯벌과 조석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공간인 갱번은 ‘상생’과 ‘생극’의 의미를 드러내는 공간.
그밖에 ‘판소리 창극’을 만든 무안 사람 강용환, 무안 삼향읍 왕산리에 폐결핵 환자촌 ‘한산촌’을 세우고 일평생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 여성숙 원장이 소개되며, 무안에서 연행된 우도농악 사례들도 전한다.

이 책은 도서 해양 문화권 민속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남도를 품은 이야기』에 이어 남도의 의미를 재구성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방학’의 한 키워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의 길이다.
저자

이윤선

‘나를성찰하는민속학연구’를표방하는민속학자이자판소리와무가등남도소리에밝은예인이다.특히남도를비롯한우리나라문화와아시아도서해양문화권을비교하는연구로학계의주목을받고있다.
논저『도서해양민속과문화콘텐츠』와『남도민속음악의세계』가‘학술원우수학술도서’로선정됐으며,전자는상하이해양대학교「중국해양문화총서」로번역출간된바있다.단행본으로『산자와죽은자를위한축제』,『한국인은도깨비와함께산다』,『남도를품은이야기』등이있다.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이사장,남도민속학회회장,일본가고시마대외국인교수,베트남다낭외대공동연구원교수,중국절강해양대명예교수를역임했으며,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활동하고있다.
2020년에는단편소설「바람의집」으로목포문학상을수상,문단에데뷔했으며시집『그윽이내몸에이르신이여』를펴냈다.

목차

서문_무안만에서시대정신을찾다

1장_물안과물아래,무안반도다시읽기

왜무안만인가/흑조에길을묻다/영산강의새로운해석,무안만/다시지도를거꾸로놓고

2장_명선,고양의길을가다

눈길에스며든낯선이름들/초의장의순과다소운흥사/다성초의와다산정약용/
삼향왕산의차선고도

3장_각설이품바의본향을찾아서

품바타령의연행자는누구인가/마지막각설이,‘자근이패’/최초의품바극과김시라/
가장낮은자리로나를내려놓기

4장_부활의보금자리,꼬까비한산촌

달리지못하는사람들에대한구원/황해도에서남도한산촌까지/한산촌을거쳐간사람들

5장_물길따라흐르다,옹기와무안분청

몽탱이돌꾸쟁이나루에서/옹기배다니던영산강그시절/중성염으로구운철학/
무안분청의심연/하방에서고양으로,무안분청세계관/남도만,도자산업의토대가되다

6장_갯벌과황토,생극의서사를품다

황토와갯벌이전하는이야기/황토땅,양파를품다/갯벌과낙지의부화/
최초의레퓨지움,최후의마을

7장_창극,전통인가혁신인가

전통음악의재구성,창극/가극에서악극까지/판소리창극만든무안사람/
국악오페라가뜬다

8장_공동체의울림을담은소리,농악

호남우도농악의전승/교섭과혼종,농악의재구성/
양림마을당산제에서성남리마당밟이까지/양림마을,농악의전형이되다

9장_풍수,갱번,반도에서해만으로

무소의뿔처럼거듭나라/풍수와생극론의땅/‘해경표’,무안만에서첫발을떼다/
뭍과물의연대,남도갱번론

출판사 서평

해양의시대,
‘무안만’에서생각해보는시대정신

무안만을말하고남도만을말하는이유가무엇일까?만의물골을따라오르면그끝자락에는여지없이사람들이모이고마을이구성되며독창적인문화가꽃을피웠다.무안만,남도만을말하는것은산천중심의국토인식에서바다혹은물골중심의사고로바꾸어보고자하는의도이다.대칭적관점의균형을찾자는뜻.여성과장애인,소수자들의인권이회복되고세상이민주화돼가는흐름도함께주목해볼수있다.당연시했던계급과계층구분의풍속이사실은몰이해와편파에따른것이었다는깨달음도여기서비롯된다.아정한것과속된것이좋고나쁘거나귀하고천한것으로나뉘는게아니라대칭으로서동등한것이다.
이제는내륙에서섬과바다로시선을돌릴때이자‘가진자’와‘큰것’에서‘가지지못한자’,‘작은것’으로패러다임이이행하는시기이다.세상은그렇게진보해왔으며,여기서시대적비전과희망을찾을수있다.이책은영산강물아래위치한‘무안만’에서이같은시대정신을찾아가는인문학여정을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