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 여정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 여정
# 영산강 물 아래서 ‘일상의 전복’을 꿈꾸다
우리나라 남도 지역은 크고 작은 만으로 연결돼 있다. 저자가 ‘남도만’이라 부르는 함평만에서 광양만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또한 크고 작은 만과 강이 무등산이며 지리산을 향해 물길을 내고 있다. 남도만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지금의 영산강, 그 물 아래 있는 반도가 무안이다. ‘물 안’ 또는 ‘물 아래’라는 뜻에서 ‘무안’이라 호명해왔다는 것.
그렇다면 저자는 무안반도를 왜 ‘무안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산맥과 산천을 중심으로 국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다로 돌려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무안만, 남도만을 말하는 것은 내륙 대신 바다 혹은 물골 중심의 사고로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로, 대칭적 관점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대대성(對待性)이라 하고 인류학에서는 대칭성이라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대대적 사고’에 기반해 바다와 해양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민주화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세상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바다로부터 내륙을 보는 시선’이란 해양 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과 ‘큰 것’에서 ‘가지지 못한 자’와 ‘작은 것들’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일상의 전복, 철학과 헤게모니의 전복을 상징한다.
이 책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무안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통해 시대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산강 물 아래, 지형적 특질을 배경으로 문화가 교섭하는 무형의 길을 닦았던 무안만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유무형 자산을 짚어본다. 이른바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이다.
#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 무안 출신으로 왕산 자락에 생가가 있다. 차와 선을 하나로 보고 차의 정신으로 수양을 강조한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전한 다성(茶聖)이다.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우리 차를 예찬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교유했으며,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의 차 선물을 받고 써 보낸 ‘명선(茗禪)’이 걸작으로 내려온다. 초의의 차 정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자리에 나를 내려놓는 ‘하방(下放)’ 정신은 ‘각설이 품바’에서 배울 수 있다. 품바의 발상지는 일제강점기 무안 일로읍에 있던 ‘천사촌’. 이 걸인 마을 대장 김자근은 각설이 타령을 연행하며 걸식하고 고아와 노인, 병든 사람들을 위해 동냥과 분배를 하며 집단생활을 했다. 1980년대 초, 역시 무안 출신이며 시인이자 연극 연출가인 김시라는 이 각설이 타령이야말로 “가장 낮은 자들의 가장 신명 나는 소리”라며 큰 관심을 가졌다. 〈친애하는 각설이 동지 여러분!〉를 거쳐 해학과 풍자를 담은 연극 〈품바〉를 세상에 내놓은 것. 다도를 통한 고양뿐 아니라 각설이 품바 또한 ‘나를 내려놓는 성찰법’으로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분청 도요지(가마터)가 집결해 있는 무안은 ‘분청사기의 고장’으로도 꼽힌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무안 지역에 살면서 분청사기를 연구한 일본인 야마다 만키치로우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 등은 작위적 기교가 없고 무욕의 심미안을 담은 무안분청의 세계관과 미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무안분청은 광주, 나주, 함평, 무안 등 영산강 일대 분청을 포괄하는 말이었지만, 그 핵심이 무안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안만은 갯벌과 황토 땅의 이야기도 전하는 곳이다. 낙지 등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갯벌과 조석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공간인 갱번은 ‘상생’과 ‘생극’의 의미를 드러내는 공간.
그밖에 ‘판소리 창극’을 만든 무안 사람 강용환, 무안 삼향읍 왕산리에 폐결핵 환자촌 ‘한산촌’을 세우고 일평생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 여성숙 원장이 소개되며, 무안에서 연행된 우도농악 사례들도 전한다.
이 책은 도서 해양 문화권 민속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남도를 품은 이야기』에 이어 남도의 의미를 재구성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방학’의 한 키워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의 길이다.
우리나라 남도 지역은 크고 작은 만으로 연결돼 있다. 저자가 ‘남도만’이라 부르는 함평만에서 광양만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또한 크고 작은 만과 강이 무등산이며 지리산을 향해 물길을 내고 있다. 남도만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지금의 영산강, 그 물 아래 있는 반도가 무안이다. ‘물 안’ 또는 ‘물 아래’라는 뜻에서 ‘무안’이라 호명해왔다는 것.
그렇다면 저자는 무안반도를 왜 ‘무안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산맥과 산천을 중심으로 국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다로 돌려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무안만, 남도만을 말하는 것은 내륙 대신 바다 혹은 물골 중심의 사고로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로, 대칭적 관점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대대성(對待性)이라 하고 인류학에서는 대칭성이라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대대적 사고’에 기반해 바다와 해양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민주화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세상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바다로부터 내륙을 보는 시선’이란 해양 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과 ‘큰 것’에서 ‘가지지 못한 자’와 ‘작은 것들’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일상의 전복, 철학과 헤게모니의 전복을 상징한다.
이 책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무안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통해 시대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산강 물 아래, 지형적 특질을 배경으로 문화가 교섭하는 무형의 길을 닦았던 무안만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유무형 자산을 짚어본다. 이른바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이다.
#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 무안 출신으로 왕산 자락에 생가가 있다. 차와 선을 하나로 보고 차의 정신으로 수양을 강조한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전한 다성(茶聖)이다.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우리 차를 예찬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교유했으며,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의 차 선물을 받고 써 보낸 ‘명선(茗禪)’이 걸작으로 내려온다. 초의의 차 정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자리에 나를 내려놓는 ‘하방(下放)’ 정신은 ‘각설이 품바’에서 배울 수 있다. 품바의 발상지는 일제강점기 무안 일로읍에 있던 ‘천사촌’. 이 걸인 마을 대장 김자근은 각설이 타령을 연행하며 걸식하고 고아와 노인, 병든 사람들을 위해 동냥과 분배를 하며 집단생활을 했다. 1980년대 초, 역시 무안 출신이며 시인이자 연극 연출가인 김시라는 이 각설이 타령이야말로 “가장 낮은 자들의 가장 신명 나는 소리”라며 큰 관심을 가졌다. 〈친애하는 각설이 동지 여러분!〉를 거쳐 해학과 풍자를 담은 연극 〈품바〉를 세상에 내놓은 것. 다도를 통한 고양뿐 아니라 각설이 품바 또한 ‘나를 내려놓는 성찰법’으로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분청 도요지(가마터)가 집결해 있는 무안은 ‘분청사기의 고장’으로도 꼽힌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무안 지역에 살면서 분청사기를 연구한 일본인 야마다 만키치로우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 등은 작위적 기교가 없고 무욕의 심미안을 담은 무안분청의 세계관과 미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무안분청은 광주, 나주, 함평, 무안 등 영산강 일대 분청을 포괄하는 말이었지만, 그 핵심이 무안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안만은 갯벌과 황토 땅의 이야기도 전하는 곳이다. 낙지 등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갯벌과 조석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공간인 갱번은 ‘상생’과 ‘생극’의 의미를 드러내는 공간.
그밖에 ‘판소리 창극’을 만든 무안 사람 강용환, 무안 삼향읍 왕산리에 폐결핵 환자촌 ‘한산촌’을 세우고 일평생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 여성숙 원장이 소개되며, 무안에서 연행된 우도농악 사례들도 전한다.
이 책은 도서 해양 문화권 민속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남도를 품은 이야기』에 이어 남도의 의미를 재구성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방학’의 한 키워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의 길이다.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무안향토문화총서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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