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 울다 (최미경 시집)

저녁 7시에 울다 (최미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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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로 펼쳐낸 달콤쌉싸름한 독립 단편 영화들
- 최미경 시집 『저녁 7시에 울다』
최미경 시인은 서울예대 문창과를 나와서 2000년에는 농민신문 신춘문예에서 동화로 2004년에는 국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시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21년 동안 장편 동화( 『폭풍소녀가출기』) 한 권과 청소년 성장소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 한 권, 겨우 두 권의 책을 냈다. 과작도 이런 과작이 없다.
그런 최미경 시인이 신춘문예에서 시로 등단한 지 17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녁 7시에 울다』.
저자

최미경

시인
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2000년농민신문사중편동화로,2004년국제신문사시로등단하였다.
처음시를썼던게열셋이었다.처음시인이되고싶다고생각했던건열여덟이었고처음시를그만쓰자고마음먹었던게스물아홉이었다.그리고처음시를잊었던건서른일곱이었다.별것아니었다.아무일없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너는Youare
그럴까
뭇꽃이다지도록
봄과의채팅
누군가죽기를
편의점사용설명서
어둠속에서슬픔이문을두드릴때
여우야여우야뭐하니
5월
종이위에시를쓰다
파헤쳐진문장
흰테이블위에,아직
딸꾹,
거기내가있고
긴목소리로울다
한수
모든것이다너이던시간
무섭습니다
11월
어떤낮
네기억속에나는어떤모습이었을까
취하지않을수없는너의창가에서
여전히봄인그대-나무에게

2부.나는Iam
4월
슬픔의페달
길게그림자를늘이고호수위를걷다가
그럴수없지만,
없는계절을쓰다
다시몰운대이야기
문장의마음
오래된이야기
사랑을깨다
블랙커피와분홍신발과핑크빛애인을주렁주렁달고
슈뢰딩거의고양이
저녁7시에울다
꽃이질적에
자두나무를베다
2월
겨울이봄에게
그런날
문손잡이를가만히바라본다
나는
날좀데려가줄래
온점없이마침표없이

3부.그혹은그녀HeorShe
지우개로지워도지워지지않는문장들
그의연애가궁금하다
너거기서뭐하니?
답이없는것들
관계
눈물은어떻게만들어지나
우리는,소세지트리와로즈애플사이에서
비가그치다
아무것도아닌것들이
의미없는것들이쏟아지고쏟아져내리고
가난이가난의어깨에이마를기댈때
사라진꽃
밤을달다
누군가이렇게보고싶다는건,
아름다운것들은서로닮아있다
쓸쓸함을두고오다
비무장지대

해설_슬픔이향한모퉁이들혹은‘영원히태어날수없는열쇠’_박성현

출판사 서평

시로펼쳐낸달콤쌉싸름한독립단편영화들
-최미경시집『저녁7시에울다』

최미경시인은서울예대문창과를나와서2000년에는농민신문신춘문예에서동화로2004년에는국제신문신춘문예에서시로등단했다.등단이후21년동안장편동화(『폭풍소녀가출기』)한권과청소년성장소설(『너의눈을내심장과바꿀수있기를』)한권,겨우두권의책을냈다.과작도이런과작이없다.
그런최미경시인이신춘문예에서시로등단한지17년만에첫시집을세상에내놓았다.『저녁7시에울다』.

벚꽃이전쟁처럼흩날리는저녁
바그다드도서관이불에탄다
길위에사람들은
낡은책안으로사라져가고
죽음은,

검은주머니가득
모래폭풍을싣는다
어둠을달리던바람의마차들
달빛아래드러나는폐허의이빨들
희망도
절망도
깨진꽃잎을주워담으며중얼거린다

…봄은,
학살이다

홀쭉해진계절을틈타
별빛도마른티그리스강가
어린소녀들의물동이안에서도
달은자라고
포탄이떨어진자리마다
흰꽃이선다
-「4월」전문

시집의2부를시작하는시「4월」은최미경시인의2004년국제신문신춘문예등단작이다.당시심사를했던김용택,김창근두심사위원은이시를이렇게평했다.
“다소소품적인데가있으나그만큼군더더기가없는언어구사능력이뛰어나고행과연구분의탄탄한구성력과참신성이돋보이는데다공교롭게도최종심에서겨루다탈락하게된두작품의장단점을무리없이절충하고있는것같다는점또한크게참작되었음은물론이다.서정의본령과시적정공법을살려앞으로좋은작품많이써주기를바란다.”
그리고최미경시인은이렇게당선소감을썼다.
“나는.내詩가거짓인줄알았다돌아보면모두가거짓말같은게삶아니던가그래서두려웠다함부로들뜨지도또함부로슬프지도않으려했다길을걷는동안,넘어지지않으려고애쓰며나는.나를믿지않았다./당선소식을들은날저녁,퇴근길차안에서싸구려향수냄새가나는주유소휴지에코를풀며나는,울었다.차창밖으로詩를닮은잎들이詩를닮은사람들이또詩를닮은휴지통이겨울밤안에있었다.왜내詩가되었을까,라는물음은잠시접어두기로한다.아주아주긍정적이고유머감각이뛰어난神이너를한번믿어보라며던져준금화한닢이라고나는,생각하기로한다.내삶이금화한닢으로통째로바뀔것이란생각은하지않는다.다만지금은그냥아무생각않고고맙고행복,하고싶다.그리고.그런다음.바람이부는쪽으로詩를쓰고싶다./내게아버지같았던오교수님,사랑하는남편과J,그리고내생애가장슬픈이름인엄마에게기쁨을전하고싶다.또모자란詩를안아주신심사위원님들께도오래오래건강하고행복하시라고꼭.꼭.전하고싶다.”

그러고는17년동안시인최미경은세상에서자취를감추었다.비록한권의장편동화와한권의청소년성장소설로잠깐잠깐이야기꾼최미경을드러내긴했지만,시인최미경은어찌된일인지좀처럼세상에드러나지않았다.“서정의본령과시적정공법을살려앞으로좋은작품많이써주기를바란다”했던심사위원들의바람은좀처럼이루어지지않았다.“당선소식을들은날저녁,퇴근길차안에서싸구려향수냄새가나는주유소휴지에코를풀며”울던,“바람이부는쪽으로詩를쓰고싶다”던시인최미경은어쩐일인지세상에서자취를감춘것이었다.자그마치17년동안말이다.

내가본펭귄은지하도를내려가고있었고
그가본하마는건널목의중앙에서있었다고해

얼룩말이골목길을나오다그녀와눈이마주쳤지만아는척하지않았고
원숭이두마리가자전거의안장에앉아그를모르는척했지
레코드점에들어선고릴라의취향을너는알리없고
내가듣고있는음악을들려줄까했겠지만
나무늘보가매달려있는저높은음자리표도얼마후잊혀지겠지

너는말이지
저기린이창을두드릴것같니?
너는말이야
코뿔소가과연사라질것같니?

분홍색홍학이레이스를펄럭이며뛰어가는걸보았다고
내가말했던가
혹시너도보고있었다고말했었나

나는
나는말이지
우산을쓰고걷는그와어깨가부딪힌코끼리를알고있어
저거북이가오늘같이비가올것같은날을별로좋아하지않는다는것도알고있어
그러니그만돌아와줄래

네가이겼으니
그만숨어
-「긴목소리로울다」전문

최미경시인의첫시집『저녁7시에울다』를읽고서야그까닭을알수있었다.왜시인최미경이자취를감추었는지.첫시집을내는데까지왜17년이라는시간이필요했는지.이번첫시집에실린시편은총51편인데,등단작인「4월」을뺀나머지50편의시편들은놀랍게도한편한편이독립단편영화를보는듯하다.그러니까지금까지시인최미경은50편의단편영화(같은시)를만들기위해그만큼의시간을필요로했던거였다.

젊고재기넘치는뛰어난시인이면서문학평론가인박성현은이번시집해설을쓰면서이렇게고백한다.
“고백하건대나는두번을정독하고,세번째서야겨우최미경시인의문장을읽을수있었다.처음원고를받고서재에앉아읽었을때는어둠이겹겹이쌓인구석에닿은것과도같은,마치깊은잠에서눈을뜬후한동안모호한장막속에갇혀공중을침잠하는기분이었다.(아마이시집을손에든독자들이더생생하게느꼈겠지만)‘손을뻗자손이생겨났다옆을돌아보자옆얼굴이나타났다희미하게웃자소나무기둥위로다람쥐한마리가빠르게가지끝으로올라가고아직견딜수없어기억을두고헛걸음질치며도망갔다’(「다시몰운대이야기」)는문장들은‘아직-아님’과‘이미-그러함’의사이에서격렬하게진동한터라,그간격의심미적자기완결을찾아내기에는시간이걸렸던것이다.게다가한번던져지면회수되기를완강히거부하는,체셔고양이(chasirecat)같은기묘한형상들이불쑥불쑥튀어나오며내독서를당혹스럽게만들었지만,이글을쓰면서생각하니,그것은시집이내게닿은최초의문장-형식이자매력이었다.”

이번최미경의첫시집『저녁7시에울다』는결코읽기쉽지않다.영화적으로본다해도어쩌면난해할수도있겠다.알듯말듯알쏭달쏭할지도모르겠다.하지만분명한것은이번시집은읽는재미보다보는재미가더크다는사실이다.시인이만들어놓은무대장치들,미장센들을독자스스로배치해서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놀랍고신기한영상이만들어질테니.

조용함을끝으로
문을닫을것이다
죽음을말하는것이아니다
살아있는것을해보려는것이다
살기위해문을만들고
살아있으려고문을닫았던그시간들을위해
문을열고들어왔던첫바람
첫햇빛첫눈물그처음의
모두는사라질것이고
사라진자리의올을풀어영원히태어날수없는열쇠하나를
조심스레뜰것이다
그열쇠로문에작은구멍을만들고
그작은구멍을돌리면
마지막빗방울마지막지붕마지막강을떠도는마지막종이배가출렁거리며문을밀고쿨럭거리며들어서서
시끄러움의시작과조용함의끝을잘묶어
처음문손잡이와마지막문의작은구멍과
하나의열쇠를잘묶어

조용함을끝으로닫힐것이다
-「슈뢰딩거의고양이」전문

양자역학의불완전함을비판하고있는에르빈슈뢰딩거의실험을절묘하게차용하여비틀고있는이탁월한시를놓고도대체누가무슨잣대로왈가왈부할것인가.등단17년만에첫시집을세상에내놓으면서,세상에“최미경類”라는새로운장르를내놓고있는것이니,놀라울따름이다.

시로쓴단편소설같은시편들이,시로쓴독립예술영화같은시편들이,새로움에목말라하는독자들에게모처럼신선한자극이될줄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