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다 시지 (유기택 시집)

사는 게 다 시지 (유기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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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고, 살아야 한다
- 유기택 시집 『사는 게 다 시지』
소양댐을 가다 보면 지나칠 수밖에 없는 마을이 있다.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샘밭이다. 그리고 이곳에 유기택 시인이 산다.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다.
쉰 살 가까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유기택 시인은 쉰세 살에 첫 시집 『둥근 집』(2012)을 낸 이래 9년 동안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늦게 들어선 시의 길이니 작심하고 독하게 시의 길을 걷는 중이겠다.
다섯 권의 시집을 통해 그는 유하고 순한 서정시를 쓰는 시인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그가 시의 길을 걷기 이전까지 그는 지난한 삶을 통과해온 사람이다. 농사부터 일용직 노동까지 소위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치렀고, 젊은 시절에는 공수특전단 낙하산병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을 시인 대신 “시 노동자”라 불러달라고 하는 데는 그런 남모르는 곡절이 있다.
그런 유기택 시인이 이번에 여섯 번째 시집 『사는 게 다 시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세상은 결코 시 같지 않다. 세상은 형의 시처럼 유(柔)하지도 순(順)하지도 않다. 지리멸렬한 아귀다툼과 빈부다툼과 계급투쟁 그리고 권모와 술수로 얼룩진 게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또 한 번 대놓고 “사는 게 다 시”라며 예의 그 “유하고 순한 서정시”를 내놓은 것이다.
저자

유기택

시인
강원도인제가낳고,춘천이기른시노동자이다.춘천〈시문〉동인,전〈빈터〉동인.전춘천민예총문학협회장,전강원민예총문학협회장.2018년강원문화예술상수상.시집『둥근집』,『긴시』,『참먼말』,『짱돌』,『호주머니속명랑』,전자시집『제제봄이야』등출간.

목차

시인의말

1부
중도中島
날마다떠나는여행중
옥수숫대읽기
후드득
귀가
욕반찬
도라지,꽃이피었다
위시본
매미,생은이제아름다웠다
여름아침
쇼팽의녹턴을들으며
생의우기를건너는법
연탄재랩소디
우기雨期
비를쌌다
눈부신말
소양강댐
위대한묘약

2부
적적주의보
야화
실업급여
실업의색즉시공
잡부
웃음의완성
가을우주
아내가가을입니다
시월
데드플라이
가을의기도
얼마나먼지
국죽
가을조상弔喪
정각을앓는정오
십일월의귀환歸還
안도
확인

3부
겨울안개
평행이론
겨울나무
한파경보
첫눈폭설
침묵이라는사과의종種
푸른개의그림자
겨울거미
쥐눈이콩을고르다
마트료시카
도둑이도둑에게
눈내리는밤
한파
얼음침
다시제제에게
겨울비내리는날의일기
집게
겨울후투티

4부
立春雪혹은說
소리의원점
백수놀이
맹물깨우기
낙서
속아도봄날
하루
야간비행
배갈을마시는같잖은이유
농담이쥐이,짜샤
정월,봄비내리는
춘설春雪
3월이라구,설마
의혹
봄햇살
해피엔딩
봄날,나무가물그림자를앞세워강을건너는법
오늘바람이불면바람꽃피어
봄밤
선禪

해설_사계(四季)를건너는물의언어_오민석

출판사 서평

그래도사람들은살아갈것이고,살아야한다
-유기택시집『사는게다시지』

소양댐을가다보면지나칠수밖에없는마을이있다.춘천시신북읍율문리이곳의또다른이름은샘밭이다.그리고이곳에유기택시인이산다.아주오랫동안이곳에서살고있다.
쉰살가까이되어서야본격적으로시의길을걷기시작한유기택시인은쉰세살에첫시집『둥근집』(2012)을낸이래9년동안다섯권의시집을냈다.늦게들어선시의길이니작심하고독하게시의길을걷는중이겠다.
다섯권의시집을통해그는유하고순한서정시를쓰는시인으로사람들에게각인되어있지만,그가시의길을걷기이전까지그는지난한삶을통과해온사람이다.농사부터일용직노동까지소위산전수전공중전을다치렀고,젊은시절에는공수특전단낙하산병이기도했다.그가자신을시인대신“시노동자”라불러달라고하는데는그런남모르는곡절이있다.
그런유기택시인이이번에여섯번째시집『사는게다시지』를세상에내놓았다.세상은결코시같지않다.세상은형의시처럼유(柔)하지도순(順)하지도않다.지리멸렬한아귀다툼과빈부다툼과계급투쟁그리고권모와술수로얼룩진게세상이다.그런세상에또한번대놓고“사는게다시”라며예의그“유하고순한서정시”를내놓은것이다.

언젠가유기택시인의신작시10편에대한평을쓴적이있다.“인생은멀리서보면희극이지만,가까이서보면비극이다”라는찰리채플린의말을인용해서썼던그글을짧게요약인용하면이렇다.

“유기택시인의신작시10편을읽었다.처음에는멍했다.이건나의오래된습관이다.눈이맞으면한동안멍해진다.사람이든음악이든혹은詩든.그다음은막막했다.그가응시하고몰입하고있는대상으로비집고들어가기에는그의응시와몰입이강한탓이다.의미속으로비집고들어가기위해서는인내와끈기가필요했다.그리고마침내먹먹했다.그가보내온시편들은바람과달과꽃에스미어풀어진슬픈당신을,당신의울음을기어이불러내는슬픈노래다.그의시적서정이그려내는풍경은무겁다.삶도사랑도애잔해지는,단조(minor)로흐르는비가(悲歌)그리고애상곡(哀傷曲)이다.(중략)한편한편의시를읽기보다는전체를통과하는세계를읽고싶었다.물론10편에불과한시를통해유기택시인의시세계를논한다는것은무리이고어불성설인줄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번시편들을통해그가독자들에게보여주고싶었던것은‘세계에대한비극적인식론’이기저에깔려있다는생각이다.그래서다.이번시편들이보여주지못한부분,‘그래도사람들은살아갈것이고,살아야한다는것’.유기택시인의다음시편들이그지점을보여주었으면,무거운주제일수록가볍게다루는방법도고려해보았으면,하는개인적인바람을슬며시보탠다.”

그래서일까.이번시집을편집하면서내가놀랐던지점이바로시집전편을통해흐르는어떤큰정서였는데,그것이바로“그래도사람들은살아갈것이고,살아야한다는것”이었다.세상이라는지옥에서지치고다친사람들의삶을위로하고위무하는그런시인의마음이었다.

강마을쪽어디서개가어둠을물어뜯고있나보다
통통히부은달빛을찢으며피는매화를보았나보다

울화를물어흔들고있다

잠들지못하는것들이수런거리는봄밤
너도꽃해라

그러고하루가지났다

강마을쪽새벽이조용하다

가려움에몸서리치던어둠을찢고꽃이되나보다
버석대던조바심을물어흔들어붉어지고있나보다

더디오는봄이있다
물어뜯어핏빛아른거리며오는봄이있다

그런나는어쩌자고이러고있나싶다가도
꽃이아니면어떤가

벌써여러해꽃을거르는대추나무를생각했다

봄아닌봄이어디있다고

어두워가는들길을눈에들이고적막강산이던
오도카니앉아먼산바라기하던등을쓸어주고싶었다
-「봄밤」전문

「봄밤」이라는시를읽다가그만먹먹해져서잠시읽기를멈춰야했던것도그런까닭이겠다.

해설을쓴오민석교수는유기택시인의오랜지기(知己)이기도한데,이번시집을이렇게평한다.

“유기택의시적리비도는물이다.물의도시(춘천)에사는시인답게그의언어는물과물의변용물들에푹젖어있다.그는자신을물에적시며,물이안개로,비로,눈으로,얼음으로몸을바꾸는풍경을응시한다.그의상상력은물처럼분방하고유동적이며늘낮은곳을향해있다.총4부로이루어진이시집은(대체로!)물의시간을따라펼쳐진다.크게보면1부는여름,2부는가을,3부는겨울,4부는봄의‘물나라’를다룬다.각각의시간이항상선명하게구분되는것은아니고어떤부(部)는한계절에서다른계절로넘어가는‘즈음의시간(중첩의시간)’을보여주기도하지만,이시집은대체로여름→가을→겨울→봄의순환구조를가지고있다.그러므로이시집은사계(四季)를건너는물의언어이다.시집전체에걸쳐서물과물의변용물들이넘쳐흐른다.그러나그의물은한시도같은모습을하고있지않다.우기(雨期)의넘치는물은생명성으로생명성을압도하고,가을의건기(乾期)는잃은것(혹은잃고있는것)들을복기(復棋)하고,겨울의물은흐르기를거부하며‘상심’마저‘눈부시게’얼리면서도(「한파경보」)그안에이미생명을잉태한다.봄의물은한정된시간의해피엔딩과새로운탄생을예고한다.그에게있어서물은이렇게형태변용(metamorhposis)의원시적힘이며,생명의마그마이고,순환의신화이다.”

오민석교수의해설처럼“물(의속성)과계절(이라는시간의흐름)”은이번시집을읽어내는주요한키워드중하나임에틀림없다.또한유기택시인의시세계의전반을흐르는“유(柔)하고순(順)한서정시”도이번시집을읽는데유효한키워드중하나임에틀림없다.
하지만상술한키워드들은유기택시인의이번시집을설명하는데필요조건이기는하지만충분조건은되지못한다.충분조건은과연무엇일지는오직독자스스로찾아내길바란다.
분명한것은처처곳곳이시요,천하만사가시요,세상의그모든지리멸렬한사태조차시가될수있음을이시집은분명하고선명하게그려내고있다는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