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 (강건늘 시집)

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 (강건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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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6년 계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 5편의 시(「달아나는 밤」, 「재봉사가 초록 위를 지날 때」, 「잠만자는방있읍니다」, 「궁들이 무너져 내려요」, 「11시 11분처럼」)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건늘 시인이 등단 후 5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첫 시집에는 그의 등단작들이 모두 실렸고, 시집의 제목도 등단작 중 하나인 「잠만자는방있읍니다」를 변용하였다. 결국 이번 시집은 그가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 어떤 시세계를 어떻게 구축해 왔고, 등단 이후 지금까지 어떤 시세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저자

강건늘

경기도포천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2016년『시인동네』로등단하였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플라타너스
달아나는밤
재봉사가초록위를지날때
세상의모든사과
낙엽은
실종
우리는둥근세상속에살고있다
달님이여
바둑두는새벽
11시11분처럼
모과나무아래에서
나는이제니가지겨워
나는밤마다별들을걱정한다

2부
어느날네모속에서
2930년대를타이핑하다
머나먼슬픔
주문
우리를스쳐간것,우리가스쳐간것
눈내리는곳으로
나무의아토피
권태로운
하얘지는밤
슬픔을사는저녁
고씨의하루
국수
전철에서
경계

3부
잠만자는방있읍니다
거미줄
토끼풀소녀
궁들이무너져내려요

솔방울들의사연
허기
냉장고안에는
붉은여왕독개미와공주개미의사연
핥아주세요
사라지고
이기분으로는도저히
자정의꽃집
페어필드호텔
희망사절

4부
오셔요
초콜릿먹는시간
죽은쥐
모든것들의위로
빵굽는손
비추이다
달과요구르트
맥도날드노부부
홍옥
어찌하랴그재능을
더이상어리지않은어린왕자의
서정안으로들어갑니다
고백

해설_집중하는문장혹은‘서정’의아득한풍경으로들어가기_박성현

출판사 서평

그럴수없는세계를묘사(描寫)하면서묘파(描破)하는
-강건늘시집『잠만자는방있습니다』

2016년계간『시인동네』신인문학상에5편의시(「달아나는밤」,「재봉사가초록위를지날때」,「잠만자는방있읍니다」,「궁들이무너져내려요」,「11시11분처럼」)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강건늘시인이등단후5년만에첫시집을세상에내놓았다.이번첫시집에는그의등단작들이모두실렸고,시집의제목도등단작중하나인「잠만자는방있읍니다」를변용하였다.결국이번시집은그가시인으로등단하기까지어떤시세계를어떻게구축해왔고,등단이후지금까지어떤시세계를어떻게구축하고있는지를종합적으로보여준다고할수있다.

골목길안초록색대문
‘잠만자는방있읍니다’
추위에떨며한데모여있는글자들
‘습’의옛추억인‘읍’을간직한채.
잠만,오로지잠만
아침부터밤까지
씻고먹고생각하기도거부하고
오직잠만자야하는방

잠을깨울까조심스럽게낮은도음으로문을두드린다
집주인은병명을모르는병자와같은얼굴을하고있다
빛을등지고있는어둑한정원
푸름을잃은줄기와잎들
작은새들은노래를부르지않고
도도한척하면서도불안을숨기고있는고양이는
깊은숙면을취하고있다

말그대로잠만자는방이지요잠이외에어떤것도해서는안됩니다주제없는장편의근심이나슬픔따위로습기가차서곰팡이라도생기거나방이무거워져균열이라도생기거나하면곤란하지요그리고되도록이면친구나티비컴퓨터핸드폰은피해주세요당신을더욱외롭게만들뿐이니까요이방은오로지잠만자는방입니다그래서방세도싸지요대신방음과빛차단은확실히해드립니다보세요단단하고견고한벽이지요
주인의입에서는오래된눅눅한낙엽냄새가났다

거실벽중앙에는
‘잠이너희를자유케하리라’
-「잠만자는방있읍니다」전문


시인이말하는“잠만자는방”이란무엇일까.영원한잠은곧죽음이다.죽음의방,사자(死者)들의방,그리고그방중앙에는이런복음이걸려있다.“잠이너희를자유케하리라”.
실제로대학가주변원룸촌을가보면“잠만자는방있습니다”라는찌라시를흔히볼수있다.1평남짓한‘잠만자는방’은책상과침대만있는그야말로일인감옥같은구조를가진기형의주거공간이다.기존에하숙집을운영했던사람들이더이상식사제공이어려워지자궁여지책으로내세운퇴행적임대방식인데,이런주거공간마저도감지덕지살아내야하는게,이즈음청년들이맞닥뜨린현실이다.
그러니까지금의청년들이이지옥같은세계를살아내려면,퇴행적이고죽음의공간인“잠만자는방”을어떡하든버티고견뎌내야하는것이다.그렇다면그들은마침내이죽음의공간을벗어나비로소삶의공간으로이동(신분상승)할수있을까.시인은이번시집을통해이런질문에대한답을어떻게그리고있을까.

김승희시인은이번시집에대해이렇게얘기하고있다.

“강건늘시인의시에는어딘지불편한불안과여백이흐른다.검은건반과흰건반이듬성듬성빠진아픈피아노의세계를보는것같다.그가보여주는세계는조금은어긋난미완성과상실의세계인데그것은잠만자는방이거나모두들골목에서달아나는밤이거나계속쓰러지고있는나무거나45도각도의하늘,12시가되기를꿈꾸는11시11분이기도하다.11시11분처럼각기외롭게떨어져서있는풀과빗줄기와서있는인간의고독이그의시에는스며있다.그런고독하고어긋난세계에서는방도잠만자는방이되듯이모든것이자기속성을잃고미완성의불안을가지고있다.상실의불안과우울을그리는젊은시인의시는외로운이미지로가득차있지만그의시는넘치는방향보다는무언가결핍의여운을전해준다.그런여운을우리는서정적여백이라고부른다.그의시가더욱시대의불안과우울을묘파(描破)하면서도서정적여운을통해현대인의살벌하고모난가슴을따스하게감싸주기를바란다.”

한편해설을쓴박성현시인은이번시집을“집중하는문장혹은‘서정’의아득한풍경으로들어가기”라며다음과같이얘기한다.

“강건늘의시는세계를멈춰세우고세계에새로운형상을일궈내면서그것을단숨에내파(內波)하는언어다.일상을돌려세우고,그자리에사원과도같은첨예한균열과공백을만들어낼수있다는이유만으로도그의시는우리삶을고양하고활력을불어넣는가치를가진다.(중략)강건늘의시는집중하는문장이다.그의의지와지향은일상에뿌리내리거나일상과의동화를추구하지않는다.그의언어는미끄러지고일탈하며끊임없이너머를확인하고딛고일어선다.‘한사람이지나기에적당한/좁고구불구불한길/헐은벽으로둘러싸인누추한골목길/쥐구멍처럼작은구멍가게’라할지라도그곳은순수한확장을실현해내는‘완벽한무대’를꿈꾸며,‘충성스럽게진열된물건들에묻은먼지를/보석을세공하듯조심스럽게닦’아내는집중을통해마침내‘붉고반들대는그탐스러운완벽의세계하나’(「홍옥」)를만들어낸다.(중략)시인에게서정이란다름아닌나의‘곁’이다.‘나’라는혼자는수많은‘나’를거느리며자신의눈부처를타인에게돌려준다.다시말하자.서정이란‘곁’의생성(혹은발견)이다.내가나를보듬는것이며,‘나’는다시다른‘나’를껴안고흐르는눈물을닦아주는것이다.사과를잃어버린농부들과처녀들의목소리를듣는것이다.저기,자작나무가빽빽한숲사이로오솔길이보이기시작한다.곁에놓일풍경은아직없다.이제누가그길로접어들차례인가.”

그러고보면시집전체를다읽는다해도,“이땅의청년들은죽음의공간(현실)을벗어나삶의공간(미래)으로이동할수있을까”에대한답은어디에서도찾아낼수없다.어쩌면강건늘시인이해결할수있는문제가애초에아니었다.애초에시인은질문을던지는자이지답을주는자는아니다.애초에침묵한자들을대신해서질문을던지고,울지도못하는자들을대신해서울어주고,길을잃은자들과함께길을더듬어찾아가는그런존재아니던가.강건늘시인도그런자신의시인으로서의정체성을잘알고있고,이번시집은그런시인의정체성을충실히채워주고있는지도모르겠다.

다소거칠게이번강건늘의첫시집을평하자면그러니까이런것이다.
“무리하게답을말하는대신,미처묻지못한것들을대신해서묻고있는시집.무리하게정의하기보다는꼼꼼히이세계의무리(無理)와모순(矛盾)그리고비참의현실을그려내보이는시집.그러면서‘그렇게왔다가/그렇게사라져’가는‘모든것들’을위로하는시집.”

혹은한마디로표현하자면“그럴수없는세계를묘사(描寫)하면서묘파(描破)하는시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