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말 산지당골 대장간에서 제누리 먹다 (허림 시집)

골말 산지당골 대장간에서 제누리 먹다 (허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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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 시집이 아홉 번째이니 허림 시인은 그야말로 귀신이 다 되었다.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가지고도 이렇게 질펀한 시로 빚어내는 것이니, 자다가도 봉창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시를 빚어내는 것이니, 그야말로 詩 귀신이 다 되었다.
저자

허림

강원도홍천에서태어났다.강원일보신춘문예당선,『심상』신인상으로문학활동을해오고있다.시집으로『누구도모르는저쪽』(달아실),『엄마냄새』(달아실),『신갈나무푸른그림자가지나간다』(현대시),『노을강에서재즈를듣다』(황금알시인선),『울퉁불퉁한말』(시로여는세상),『이끼,푸른문장을읽다』(애지),『말주머니』(북인),『거기.내면』(시와소금)이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A4동인,표현시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지금은내면오막에서산다.

목차

시인의말

1부.을수
을수
사는법을알지못하듯
채비
서향
한때나마
달밤,너하고는첫사랑이구나
봄날의방언
도광동을지나며
봄나들이
또별러보는일
빗소리를바라본다
삶의연대기에는꼭슬픔의몫이남아있다
뒤란

2부.흘러간시간들은무엇이되었을까
사월
누구인가
꽃과별은다르지않다
새덕골함씨
그늘
툇마루
~수록
동지
삼강주막에서
꽃이되는말
물의랩소디를듣다
우두망찰한적있다
저녁놀
흘러간시간들은무엇이되었을까
나무진골
난추니

3부.겨울에눈이와서다행이네
겨울에눈이와서다행이네
남장놀이
송홧가루가날린다
청어과메기를먹다
귀밝이술
조풍내이
강냉이범벅
겨울엔겨울하지
씨간장
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제누리먹다
청버섯
콩나물국
굴뚝새
자장가
느티나무그늘에편새참

4부.과꽃
첫눈
덧눈
과꽃
바늘
맑음
수국
찔렁
수타사,소나무법신
덜컥
관광버스에서꼬인시
다리
혼자,라는말이무서워졌다
코가삐뚤어졌다

발문_내면과외면사이ㆍ김인자

출판사 서평

귀신씨나락까먹는소리가왜애간장을녹인다냐
-허림시집『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제누리먹다』

홍천의허림시인이아홉번째시집『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제누리먹다』를펴냈다.제목이무척길다.제목긴것이야그렇다치고,골말산지당골이야지명이려니그렇다치고,제누리먹다는무슨말일까.뭘먹는다는걸까.그래서찾아봤다.〈말모이다시쓰는우리말사전〉을찾아보니이렇게나온다.

¶제누리:농사꾼이나일꾼들이끼니외에참참이먹는음식.표준어는‘곁두리’다.지역별로는다음과같이쓴다.겨누리(화천),사이(홍천),새참(강릉·양구·원주·인제·화천),아이정슴(삼척),아침젯노리(정선),오전젯노리(평창),오후젠노리(평창),잿누리(양구·인제),저누리(화천),저뚜리(철원),제누리(양구·원주·인제·춘천·홍천),젯노리(고성·양양·인제·정선·평창·횡성),젯정슴(삼척),지역젯노리(정선),참(양양·춘천)

아마도허림시인이사는동네(홍천내면)에서도곁두리(새참)를제누리라고부르는모양이다.

이럴게아니라아예“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제누리먹다”라는알쏭달쏭한사건의전모를살펴보자.

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먹는제누리는맛있다
옥양목머릿수건쓴새댁이호면을삶아
동치미국물에신짠지송송썰어얹은국시
이냄새는새콤하니삭은삼삼한맛이어서
복골상노인네도때되면
뒷짐지고재넘어와평상에앉는다
엄대장은마을떠돌며야장하는터라
골말산지당골대장간평상에는
붉은데이작업장버덩말섬터아랫비랑중노인네들이
입동햇살덮고앉아톱을쓸기도하고
엄대장정에맞춰메질도하며차례기다린다
지금은땔낭구할때라도꾸며묵낫작두가상한잇몸드러내고
문드러진톱날이붉은이빨드러낸다
늘원장이나고개너머큰장에도나가는엄대장은입담도세다
내이래봬도임금님칼을벼르던야장이었지지금이야떠돌이딱쇠지만
먼산구름보며웃을때는소를닮았다
호미며낫괭이작두칼복령꼬챙이늘어놓은평상한쪽에
새댁은입수대로국시를말아차린다
누구도물어보는이없지만
엄씨가새장가갔느니보쌈해왔다느니풍문이돌았어도
누구도쇠때채운듯입열지않았다
함께산다고흉될낫살도아니지만
소문은돌고돌아사시낭구바람처럼쇄쇄거렸고
탁주한대접비운엄대장봉평어딘가사는먼친척동생이라며
겨울한철잠깐살림봐주러왔다고
제누리먹는동안색시는불이꺼질세라불메질이다
노루가죽덧댄불메밀고당기면
쥐우는소리토끼우는소리노루우는소리를따라
스적스적노량꺼지지않을만큼밀고당겼다
엄대장이먼저일어나봉담배말아불에붙이며
우리색시손맛좋지,한다
확사루어오른불길에색시얼굴이발그스레달아오른다
-「골말산지당골대장간에서제누리먹다」전문

이게당최뭔소리여?그야말로“자다가봉창두드리는소리”요“귀신이씨나락까먹는소리”아닌가.이런얘기하는독자도있겠다.홍천의내면은오지중오지이다.그곳에사는사람들의입말을그대로옮겼으니듣는(읽는)도시사람은당최알아듣지못할수도있겠다.그러니이사건의전모를제대로들여다보려면몇번이고씹어봐야한다.그러면조금씩모습을드러낸다.사람사는냄새가모락모락풍기고,사람사는모양새가왁자지껄하지않은가.

이번시집이아홉번째이니허림시인은그야말로귀신이다되었다.귀신이씨나락까먹는소리를가지고도이렇게질펀한시로빚어내는것이니,자다가도봉창을두드리는게아니라시를빚어내는것이니,그야말로詩귀신이다되었다.

한마디로귀신이조화를부린시집인데,사람이무슨말을보탤것인가.

시집의발문을쓴김인자시인은허림시인을일러이렇게얘기한다.

“세상에시가없었거나시를몰랐다면무엇으로살았을까싶을만큼그는내장아니뼛속까지자유인이고자연인이고시인이다.할수있는일이시밖에없어서시를쓰는시인이아니라아예시를생각하지않는삶이란생각해본적조차없는태생적시인이다.”

아마도“허림시인은귀신이다”라는말을차마할수없어서에둘러말한것이리라.내친김에김인자시인의발문을좀더인용한다.

“허림의시는형식이나내용면에서서정시의전형을보여준다.우리가교과서에서본,시대를앞서간백석,박용래,김종삼을연상하게하고조금더나아가선이효석의문학세계와도닿아있다.”

“허림의시세계는잘벼린섬뜩한날이아니라손때가묻어뭉툭하게닳은칼자루에적당히길들여져쓰기편한날이다.모가없어순하다는의미는아니다.그어떤날카로움도그를통과하면둥글어진다는것을어떤말로설명해야할지모를뿐이다.”

“혼자만의시간,내면의오두막으로돌아가는순간그는비로소안도한다.‘모두집으로돌아가게하는저녁이이끄는힘은얼마나센가’하고말이다.그러니까시인은생의깊은안쪽즉내면에있어야할사람이맞다.언젠간돌아올사랑도그렇고,운명처럼기다려야할시또한거기에있으므로.”

이런저런말로허림시인에관하여이야기를하고있지만,에두르고있지만,결국은허림시인은귀신같다는얘기아니겠는가.그러니그의시를읽고애간장이녹는게아니겠는가.

혹여라도홍천에가시거든,홍천의내면에드시거든,조심하기바란다.백년묵은시귀신을맞닥뜨리게될지도모르니.귀신에홀려서애간장이녹거나잊고살았던첫사랑을다시앓게될수도있으니부디조심하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