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류흔 시집)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류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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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322편이면 웬만한 시집 네다섯 권의 분량에 이른다. 그러니 그 전체를 통괄하는 것을 찾아내어 요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단 시집의 첫 장을 넘기게 되면 시집의 두께를 잊어버릴 만큼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언어의 재기발랄함에 무릎을 치며, 촌철살인의 풍자에 혀를 차며, 언어유희의 재미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를 것이다.

류흔 시인은 이 정도 분량의 시집을 매년 한 권씩 낼 것이라고 한다. 이미 준비된 원고만 해도 1,000편 정도 있다고 한다. 한명희 교수는 이번 시집을 일러 “거대한 책략의 시집”이라 했지만, 류흔 시인은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책략의 시 쓰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식을 뛰어넘는 시집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맞다. 지금이야말로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를 읽어야 할 때이다.
저자

류흔

柳昕
2009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지원금을받아서2011년시집『꽃의배후』(도서출판바보새)를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믿어주실지모르지만
오랜벗에게서
나무와나의관계
정물
표정연습
가뭄
어느때에는
시인의아내
지구에서만났다
고종(高宗)
무인도
절편
습작
눈물로지켜야하는것
없는방
8월의숲
함구
피의도서관
이다,라는말
처럼처럼
달린다,버스
운문사
베이커리살인사건
근황
축구졌다
기다리는마음
배꼽
희망은있다
이를테면
채소의감정

과거의내일
기일
판교사거리
겨를
젖는다
공기들
버스는가을에온다
나무
신라호텔에서약속했다
108

2부.급진적으로권태가왔다
남한산성과나와정신없는잠
서커스곰
노동을하자
가뭄
녹차밭그여자
솜사탕
환기미술관
백조의호수
어느때에는
소설태양의후예
오늘
옛사랑
고비사막


우리사이에
나무아래서
무좀
기일
아름다운뱀은어디갔을까
두개의바이올린을위한협주
봄의막다른골목에서
발기인대회에갔다
내가나무와붙어먹었다는소문에관하여
모자
논문은없다
화장실에서
봄이오면
첫사랑

멕시코산돼지고기와나와이승훈시인

폭설
첫눈
너는
배꼽
어느때에는
무릎
근황
근황

3부.광활한내면(內面)으로솟구치기를

세월
꺾다
범우주적인연애
봉자

뿌리에게

시제(時祭)
마른우산
만혼(晩婚)
아나키스트
가을하늘
욕조

별가운데별하나
몇시입니까
목도장
표절
누구나
멜랑콜리한살인의추억
내무릎에앉아


가을에
양장본시집
향기가있는공원

화창

비탈에선나무
문을부수다
암막커튼밖으로폭풍우우거지던낮의기록
중앙공원
베개
나무야
떨어뜨린콩

미련
겨울나무

4부.견딜만한즐거움
암캐와검정봉다리
새벽이왔으므로
나무에귀를대고

꽥달리는기차
대강철물점에수도꼭지있나요
마포대교
아침보다먼
잘못했어요
벤치와구상나무가있는공원
물음들
없는마을
실연의추억
낭만파고수의삶
총체적슬픔
바람을베끼다
보름
목격자
나는문외한이다
2호선에고래가산다

가족사진

배시시
빨간저녁
가시박
간신히
지구
모란

엄마는태어나리라
당랑(螳螂)부인
겨울하회에서
어둔숲에서서울다
흔들리는의자
명상
미안하네

비와베개
몸시

5부.분위기를사수(死守)해야해
가을
첫사랑
끈질긴책상
한낮의즐거운괴로움
시간
당신이죽었을때
나는박살난다
고래의시간
절필
초대
옛언덕에올라
침통한겨드랑이한쌍
장마
어느때에는
두꺼비집
아침강
내일도살아있으니
좋은아침을위하여

봄밤
만월일고(滿月一考)
비누
저녁노을
불면
기다리는마음

베개가있는자리
근황
세배살이
여기에서서저무는숲을생각함
뜸해진것
그만자자
베란다
이별
가을무정
불모지에서별을보며울다
0

꽂힌꽃
폭포

6부.서정에꼴려서
북평
인생
우리들
들어간다
권태기
유월의공원벤치에앉아

달과나
우는밤
과천간다
염소구경

자살을미루는이유
태양은최악이다
붉은사과사러간다
낯익은죽은남자
소비자
집에있는날
떠드는새들

서정이여흥하라
밤은불안해서
달이있는방
없는강
알람
좆만이
나는한편입니다
늙은호박

거미
황혼
고로쇠나무
만이천원
키스

오늘
친구를축복함
불후의흔적
어느때에는
기러기

7부.음경은개구리처럼튀는구나
보름
대보름
가을은가겠지
복숭아뼈
구름의일
나무들
가지들
굿이브닝가글
달밤에걷기

밥때
심부름
바람은애인을
가을중앙공원
스벅에서시를
아침에시를잃다
가지의일

나무
독작
창문의이유
풍향계
잘못찍다
기일
어둠이드는저녁들판에서서
진실한주말합평회
나이테
비의이유
아프다
그리운인생
바람아래납작깔려서
태양과나
눈에게부탁함
어느때에는
키스의추억
대놓고사랑을
비갠후
신신파스
레이스는저녁에멈추네
연주

8부.욱신거리는가슴을주무르면서
슬픈동화
달의죽음
풍산벌
두번째첫사랑
잉여인간
어느때에는
먹통
산책
가만히있는나무
친구가복권을사라고했다
재수없는내친구b
현관에서있는미개한전신거울
기일
초연(初演)
내가죽었을때
노동의시간
좋은아침
바스인테리어
8월의날씨
11월의날씨
달걀귀신
노루페인트
길위에서
눈물을삼키다
불효
진성형의주식
뿌리
나무
심부름
결혼한남녀의행동

슈크림빵
생일
새떼가있는황혼녘에
매우퇴폐적인갱년기의희망
58세
그것은행복
보바스기념병원
관심
점용씨
역린(逆鱗)
내가쓴시

해설_지금은,「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를읽을때ㆍ한명희

출판사 서평

“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를읽은당신에게경배를!
-류흔시집『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

10년전,아직출판사를하기전일이다.듣도보도못한무명의시인에게서『꽃의배후』라는시집을받은적이있다.첫시집이라고했다.그시집에서시인은이렇게얘기를했다.

“무슨곡절을견뎌예왔습니까/소회를말하시라면,이렇습니다/죽은시늉을해도물어죽이는곰처럼/흘러간이야기나동화는없었습니다/하루살이의평생이하루였듯이/흘러간수십년도문득하루였습니다/다시올수십년후에도오늘같은하루가/그런하루가닥치겠지요/문맹이아니라면읽어야하고/눈물이남았다면울어야하고/살아있으니사랑을구했던,/사랑을구하다그사랑을울게했고/그사랑의눈을짓무르게했던시절과/뉘우침조차사치였던어제를생각합니다/아직은아무래도좀이른것이지만/나를풀어놓은세상에서내가불려갈세상으로옮겨앉는때/잠들어있음과숨쉬지않음이같은뜻일때/다시기록해야할후기가안타까워/어떤곡절이든견뎌야한다는생각입니다,마치/잎사귀를또르르구른물방울이뛰어내리듯이/그간거느렸던꿈들은/영원한잠속으로뛰어들겠지요//아아,꿈마저불러내지못하는잠속에서/다시기록해야할시간이두려운24시,/다시기록해야할세월이두려운365일,/강산이/또바뀌겠습니다”

사실그시집을한동안펼쳐보지도않았다.듣보잡의시집이라하찮게생각하여팽개쳐두었던것이다.그러다가우연히시집을펼쳐보고는뒤통수를한대얻어맞은듯한기분이었다.한문장한문장이촌철살인이었으니,듣보잡은그(의시)가아니라오히려나였다.그가바로류흔시인이다.지금생각하면참미안하고송구한일이다.

류흔시인이십년만에두번째시집을묶겠다며출판사로원고를보내왔다.무려322편이다.시집으로묶고보니무려552쪽에이른다.대하소설도이보다는얇겠다.하지만내가놀란것은분량보다는내용에있었다.

322편중어느한편도느슨한것이없다.팽팽하게당겨진활시위의긴장,조금만방심하면금방이라도화살이튕겨져나갈것같은그팽팽한긴장이시종이어졌다.

『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마침내그의원고를한권의시집으로완성했을때,윌리엄와일러감독의말을떠올렸다.“신이여,이영화를진정제가만들었습니까?”영화〈벤허〉를만들었을때한말이다.

“신이여,이시집을진정제가만들었습니까?”허언으로들리겠지만정말그랬다.류흔시인의두번째시집『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을영화로비유하자면〈벤허〉아니그이상이라고할수있겠다.

이방대한시집의해설을쓴한명희교수는이번시집을“거대한책략의시집”이라일컬으며이렇게얘기한다.시집만큼이나해설도워낙방대하여극히일부만인용한다.

“먼저여기까지오신모든분들에게경배를!이두껍고도무거운시집을읽어볼엄두를내신분들에게존경을!이처럼두꺼운시집을받아든대개의사람들은이렇게생각할가능성이높다.시를제대로모르는순수한아마추어의시집,혹은평생써모은시들을모아출간해서개인적인기념으로삼고자하는사람의시집.이런식으로이시집을판단한사람들은다음과같이행동할가능성이높다.버리기는뭣하고책꽂이에꽂기도좀그렇고해서어디적당한곳에둔다.그러다시간이지나면과감히재활용수거함에넣는다.그러나어떤이유로든이시집의시를몇편만읽어본다면금방자신들의판단이아주잘못되었음을알게될것이다.그리고이두꺼운시집을계속읽고있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이시집의해설을좀특별하게쓰고싶었다.시인이이렇게거대한책략을가지고있으니시의해설도그에걸맞아야할것같았다.A4용지에12포인트로뽑은어마무시한분량의시들을끌어안고있다보니절로류흔시인의시세계에감동감화받게되었다고해야할까?전에본적없는스타일의해설,전혀무겁지않고재미있는해설,그러니까이시집의두툼함을좀녹여줄수있는말랑말랑한해설을쓰고싶었던것이다.”

“나는류흔시인이『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에전존재까지는아니더라도자신의대부분을걸고있다고생각한다.자기자신을아낌없이쏟아부었다고생각한다.자신이보여줄수있는모든것을보여주려고했다고생각한다.그의거대한책략이322편에이르는시를한편도뺄수없게만들었을것이고시집의디자인부터글자의포인트며글자체까지일일이관여하게했을것이다.최종적으로그런것들이받아들여졌는지어쨌는지는모르겠으나그가이시집에거는기대만큼은또렷하고분명하다.”

“로마의황제네로는폭군으로도유명하지만시인으로도널리알려져있다.오죽하면로마를불바다로만든것도시를쓰기위해서라는확인되기어려운이야기까지널리퍼져있겠는가.그런황제도시의청중들앞에서는겸손했다.그가참여한시경연대회의심사자들앞에서는두려워하며떨었다.조바심을가지고심사결과를기다렸다.『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를세상에내어놓는류흔시인의심정이그와비슷할것이라고생각한다.자신의제국에서십여년간축조한시들에대해과연심사위원들은이시집에어떤판정을내릴것인가?지금은『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를읽을때이다.”

322편이면웬만한시집네다섯권의분량에이른다.그러니그전체를통괄하는것을찾아내어요약하기란결코쉬운일이아닐것이다.그러나분명한것은일단시집의첫장을넘기게되면시집의두께를잊어버릴만큼재미있고속도감있게읽힌다는것이다.언어의재기발랄함에무릎을치며,촌철살인의풍자에혀를차며,언어유희의재미에빠져들다보면어느새마지막장에이를것이다.

류흔시인은이정도분량의시집을매년한권씩낼것이라고한다.이미준비된원고만해도1,000편정도있다고한다.한명희교수는이번시집을일러“거대한책략의시집”이라했지만,류흔시인은어쩌면그보다더큰책략의시쓰기를준비하고있는것이다.

상식으로는설명할수없는,상식을뛰어넘는시집『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맞다.지금이야말로『지금은애인들을발표할때』를읽어야할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