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더 뜨거워질 수 있었다 (강기희 시집)

우린 더 뜨거워질 수 있었다 (강기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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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달아실 기획시집 20권. 소설가 강기희의 시집. 지금까지 써온 그의 소설이 민중의 삶과 변방의 역사를 토대로 하고 있듯이,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민중의 삶과 변방의 역사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있다. 무엇보다 강기희만이 할 수 있는, 강기희이기 때문에 가능한, 산문의 서사가 주는 긴장과 운문의 느슨함이 주는 상상이 교묘히 직조된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저자

강기희

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강원대학교무역학과를졸업했다.1998년『문학21』신인상으로등단한이후장편소설로『아담과아담이브와이브』(1999),『동강에는쉬리가있다』(1999),『은옥이1,2』(2001),『도둑고양이』(2001),『개같은인생들』(2006),『연산-대왕을꿈꾼조선의왕』(2012),『원숭이그림자』(2016),『위험한특종-김달삼찾기』(2018),『연산의아들,이황-김팔발의난』(2020),『이번청춘은망했다』(2020)등을출간했다.
한국최초전자책전문업체인바로북닷컴이주최한‘5천만원고료제1회디지털문학대상’을수상하였고,2005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문예창작기금을수혜하였다.민족작가연합공동대표와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중이며현재대한민국최고오지마을인정선덕산기계곡에서창작활동과함께‘숲속책방’을운영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살쿠리1
살쿠리2
최태규옹
자꾸만물었다
장백유감
어떤사기꾼
통일책방1
통일책방2
폭설
복수초
석불
군청앞에가면
소문
일출
어느성탄절
돌아가셨다는말
욕망의화신-김기덕감독에게
고공농성
평화반점
메밀국죽

2부
유월의송구
감자간
도깨비삼춘
도깨비소沼
그런날있었다
덕산기에오시려거든
블랙리스트
안부
마을변천사
내생전에
당신이라는말
연탄
몰래몰래
전설처럼
물매화
샤갈의마을에내리는비
용식이동생용환이
투항역
먹이사슬

3부
그섬엔갯벌이없다
청원식당
모든건잠시잠깐이더군

바다
사람참
아침
불길하다
동강,이제그대의이름을다시부르지못하리
폭설의나라
다리하나가지고
청심대에서
백조일손묘앞에서
속도
견벽청야
회전목마
탁영주
후생에는
따질랍니다
봄장마

4부
산국아리랑
몸빵
몰랐다
돌림병
어머니
시래기
홍역
생존율
삐라에관한추억
그런날올까
선택
사람이가장무섭지요
사북사태
취생몽사
위장취업
정월대보름
UFO
합석
화절령
126년만에쓰는新사발통문

5부
백두대간에핀무명꽃들이여!

강기희에게띄우는시편들
정선에서-강기희에게|나해철
정선에간다|손세실리아
도깨비서점|전윤호

해설_함께살기,함께아파하기ㆍ최광임

출판사 서평

더불어숲을꿈꾸는사내의뜨거운노래
-강기희시집『우린더뜨거워질수있었다』

정선사람강기희는소설을쓴다.그는지금도정선의오지덕산기계곡에서〈숲속책방〉을운영하며소설을쓰고있다.1998년『문학21』신인상으로등단한이후장편소설로『아담과아담이브와이브』(1999),『동강에는쉬리가있다』(1999),『은옥이1,2』(2001),『도둑고양이』(2001),『개같은인생들』(2006),『연산-대왕을꿈꾼조선의왕』(2012),『원숭이그림자』(2016),『위험한특종-김달삼찾기』(2018),『연산의아들,이황-김팔발의난』(2020),『이번청춘은망했다』(2020)등을출간했다.

타고난소설가강기희가뜬금없이시집을냈다.그의말에따르면이번시집“『우린더뜨거워질수있었다』는자신의처음이자마지막시집”이될거란다.그리고〈시인의말〉에서“평생소설가로살아왔지만죽기전시집한권은내고싶었다.서사를다루는소설과달리내면을마주하게되는시쓰기는늘즐거웠다.이제라도그꿈을이룰수있게되어기쁘다.다들고맙다.”라고소회를밝혔다.

안동의안상학시인은이번사태-강기희가시를쓰다니,죽기살기로소설에매달려온천하의강기희가!사태라는말외에어떤말을붙일것인가-를두고이렇게얘기한다.

“소설가강기희,죽어도안아플것만같이생겨먹은그가아프다는소식만큼이나아닌밤중에무슨시집을엮는다는소식또한날벼락충격이다.시란본래내면의고통과상처를어루만지는일로부터비롯되는물건인데그가시를만진다니그에게도이에상응하는그무엇이있다는말인가.얼마전그에게안부를물으며먼저아팠고먼저시를쓴친구로서한마디갈겼다.사람은마음이아프면죽고싶다가도몸이따라아프면살고싶어지는것이라고.그래,그렇다.그의투병시편들을보면서한시름놓는다.몸도몸이지만마음의치유를앞세우는명약으로그가시를사용하기시작했다니반기지않을까닭이없다.”

지난해,강기희소설가는폐암말기판정을받았다.그래서였을까.그래서였을거다.소설로써는부족한,소설로써는담아낼수없는,안상학시인의말대로“내면의고통과상처를어루만지는물건”하나쯤세상에남겨야겠다는절박이있었을거다.

해설을쓴최광임시인은이번시집을한마디로“함께살기,함께아파하기”라고정의하며이렇게얘기한다.

“그(강기희)의시의발원은척박한삶의터전과부조리한세상,정의가일그러진세계이다.그럼에도강기희의의식은외려담대하고꼿꼿하며호방하다.(…중략…)‘인간은자기자신의역사를만든다.그러나인간은자유로운의지로부터가아니고,스스로선택한상황에서가아니라직접적으로대면하고주어지며넘겨받은상황에서만든다’라는마르크스의말은강기희에게합용된다.삶의토대(조건)는물질적일수밖에없다.그물질적토대는지형적영향에따라결정된다.강원도덕산기의토양과섭생이지금의강기희시인을만든것이라는말이다.(…중략…)(강기희)시인은서로경쟁하고해하는시장의삶에서자발적으로떠나왔다.숲속에책방을열었다는선택적행동이이를증명한다.자본이갖는규제에서자유롭겠다는의식을동반한것이라본다.그러니외롭거나무서울것이없다.‘외롭다싶으면/저녁에단풍나무와참나무/초대하여한잔하면되고/무섭다싶으면/산양이나멧돼지초대하여/한잔하면되’기때문이다.(…중략…)강기희시인은이미부자이다.수많은도시인들이로망으로상정해놓은삶을이미살고있기때문이다.뭇사람들의내일을어제부터사는강기희의삶은기적이다.그렇기에‘이번에도기적적으로살아날수있을까’(「그런날올까」)라고자문하는강기희시인에게내일은기적이일어날것이라고믿는다.”

그리고이번시집을편집하면서나는“덕산기계곡에는빨갱이촌놈이산다”는제목으로강기희약전을이렇게썼다.

“〈마오와일성좌진원봉중근채호회영봉길등을오라하여술판이라도벌이고싶다〉는사내,〈살다가생이지루해질무렵덕산기숲속책방접고북녘땅물빛이순하고고운어디쯤에다작은‘통일책방’하나열었으면좋겠다〉는,북녘동무들에게〈남쪽에선팔리지않는내소설들이나팔며남은생살고싶다〉는사내,비록정선시골마을이지만그래도이장도해보고회장도해봤다며,폐암말기라는의사소견에내몸에아라리가제대로났다며너스레를떠는사내,〈전생을사람으로소설가로살았으니〉후생에는〈가난한소설가네집아궁이로들어가면좋겠다〉는사내,〈남과북이하나로하나되고외세가물러나는날,해방춤추며꽃잔치나해야겠다〉는사내,덕산기계곡에는소설쓰고시쓰다아라리가난빨갱이촌놈강기희가산다”

지금까지써온그의소설이민중의삶과변방의역사를토대로하고있듯이,이번시집에서도그는민중의삶과변방의역사를온몸으로끌어안고있다.

살다가생이지루해질무렵덕산기숲속책방접고북녘땅물빛이순하고고운어디쯤에다작은‘통일책방’하나열었으면좋겠다

경상도말투를쓰는시인과전라도말투를쓰는소설가와충청도말투를쓰는화가와함경도말투를쓰는무용수와평안도말투를쓰는소설가와황해도말투를쓰는소리꾼과경기도말투를쓰는장구잽이와정선말투를쓰는내가책방앞평상에모여앉아,

통일을꿈꾸다죽어간이들도떠올리고황진이와논개매창도불러내고백석과소월도불러내고안중근도불러내고김일성도불러내고호치민과모택동레닌스탈린김구도불러내어,731부대출신왜놈두엇과노덕술등악질친일파몇놈도끌어내술심부름시키면서몇날며칠책읽다술먹다노래하다춤추다어느순간숨이딱멎었으면좋겠다
-「통일책방1」전문

최광임시인이밝혔듯,“시류에영합하지않으며”더불어숲이라는“공동체실천적삶”을누구보다절실히살아내고있는사내가강기희다.그리고이번시집을아우르는키워드또한“함께살기,함께아파하기”이며통일을꿈꾸며“더불어숲을꿈꾸는빨갱이사내의뜨거운노래”라고할수있겠다.

무엇보다강기희만이할수있는,강기희이기때문에가능한,산문의서사[直說]가주는긴장[生氣]과운문의느슨함[曲說]이주는상상[夢幻]이교묘히직조된문장을만나는것이야말로강기희가생전에독자들에게마지막으로전하는간절한선물이겠다.

강기희형에게물었다.이번시집이독자들에게어떤시집으로기억되길바라냐고,어떤시인으로기억되길바라냐고.형은이렇게답했다.

“시집한권을만들기위해일생을버틴사람이기록한시,그리고시처럼산사람으로기억되었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