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 (오석균 시집)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 (오석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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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철학, 길 위의 시
현재 홍천여고와 횡성 송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오석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가 〈달아실시선 54권〉으로 발간되었다.

시인은 교편을 잡은 이래 인천과 덕적도에서 그리고 강원도 속초와 홍천까지 온갖 드난살이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시를 쓰고 있다. 그런 시인의 말은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다.
저자

오석균

서울에서태어나공주에서자랐다.공주사대및인하대대학원을나와,지금은홍천여고와횡성송호대에서학생들을가르친다.1996년『문학21』시부문신인상으로등단하고,저서로는『프리미엄수화(手話)』(공저),시집으로는『기억하는손금』,『기린을만나는법』,『수인을위하여』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하루전슬픔
질문
나는강박증환자다
멍이들었다
노안이왔다
집에가는길
마지막잎새
꽃지고꽃이지고
보케
딸기를쏟았다
불면증
젊은달팽이의죽음
대상포진
은행나무이력서
암살자를생각했다
슬픈사정

2부
거짓말2
바늘에실을꿰며
변명
취중진담
가계부
창밖을보면나는외롭다
눈온하루
감이야기
물꽃
막차를탔다
도서관이살아있다
수술대위에서
자운리의밤
장마
짝사랑
빗속을걸으며2
첫사랑

3부
부석사가는길
서천가는길
버스정류장
한계령
서울구경
터미널에서3
대합실
봄밤2
가을순댓국
내면가는길
가을멀미2
겨울나무
영랑호밤길에두고라니
화암사가는길2
상당산성을오르며
강원도의봄

4부
날개
유서2
생일
서점에서
하루
안부
추석
기생충
요양원가는길
꿈도다이렉트
동물원가는길
미시령노을2
점자시집을받았습니다
부고를받았다
퇴근길2
우리에겐시간이충분했던적이없다
입동2

해설_떠남과기억사이의그리움ㆍ최준

출판사 서평

인간의언어는참이상하다

살고싶다는말을
죽고싶다고하고

사랑하고싶다는말을
살고싶지않다고들한다
-「시인의말」부분

이번시집의해설을쓴최준시인은오석균의시를제대로감상하려면‘길’에대한진지한탐색이필요하고,“떠남과기억사이의그림움”이라정의하며이렇게풀어쓰고있다.

“나는어디서왔고어디로가는가?생의행로에대한이근본적인질문은오석균시인의시를감상하는데있어반드시전제해야할필요요건이아닐까싶다.모든생명은시한성을지니지만미시적으로바라보면우리의생시는순간과순간의연속선상위에놓여있다.오석균시인이인식하는생이그렇다는의미다.잃어버리고,놓치고,헤어지는순간들이회귀불가능의안타까움으로마음안에쟁여진다.거기에후회를동반한부정성이덧대어지면자칫허무주의에빠질위험도없지않겠다.하지만다행하게도시인은삶의과정에서경험하고기억하게되는흔적들을인정하고긍정하면서어떤경우에도평정심을잃어버리지않는다.”

“모든생은일방통행이다.되돌아갈수없는외길이다.시인의시집을제대로감상하려면편편들속에새겨져있는‘길’에대한진지한탐색이이루어져야한다.시집속여러시편에서드러나는시인의전언에따르면‘길’은곧우리의삶의‘여정’이며어디론가로‘떠남’을의미한다.그러니지나온길은곧기억의시발점이다.현재의시점에서돌아보면모든게여정이었고칸칸이그리움으로남았다.이때의그리움은회귀불능혹은,재현불가능을기저로태어난다.인상적인다음의시는곡절많은삶의정서를‘하루’전의시간대로이동시켜보여준다.은유다.”

어제가생일이었다
아무도모르고아무도없는

아침부터일렁이던바다가
영랑호를넘어미시령까지물밀어간다

중앙시장까지걸어가선물을샀다
갖고싶은마음은없지만있어야할것같아

예쁜포장이찢어지지않도록조심해서
재활용수거함에넣고왔다

한슬픔이지고또하나의슬픔이싹터올때
길을걸으며두손의무게를가늠해본다

날이흐리고
빨래가더이상마르지않는다
-「하루전슬픔」전문

이번시집에대해이정록시인과복효근시인은또이렇게얘기하고있다.

시의행간에물이그득하다.시인의젖은구두와바짓단에서살얼음저벅거리는흙탕물이튄다.얼음은시인의눈빛같고,갈비뼈같고,펜촉같다.뒷무릎까지번져오르던얼음물에서따스한김이핀다.심장쪽열기가뜨겁기때문이다.시인이혼자서만읊조려온사랑노래에추임새를넣는다.치명적인건그림자처럼단순하다.최대한머리를지우고,가슴을물주머니로부풀려놓았기때문이다.물주머니는떨림과흔들림과실뿌리같은후회에집중한다.“누구랑발이안맞으면불안하다(「나는강박증환자다」)”발은곧‘말’이고‘맘’이다.순한시인은늘세상의보폭과발걸음을맞추고싶다.만물의그늘에햇살로짝을이루고,저잘난확성기에침묵의소음기를달아주고싶다.그러나말은엇나가고맘은찢기기일쑤다.“혼자안맞는”“세상을불편해한다”그의염결성은불을품은물이라서스스로번지고,타오르고,꺼뜨리기를반복한다.시와시인을혼자겨울비맞게하지말자고팔짱을끼고보니,그가바로나다.질척이는얼음길일수록봄꽃이예쁘게핀다.시인이가꾼들꽃송이가향기의말을보낸다.“내사랑은절반은눈물(「슬픈사정」)”이라고.
-이정록시인

이번시집을열고들어가는키워드는‘쓸쓸함’이다.그것은물리적단절감이나심리적고립감에서비롯되는감정이기도하지만그보다시인은그것을인간의존재방식으로파악하고받아들이고있다.그에게있어쓸쓸함은결핍을의미하지않는다.“있어야할게없는게아니라/원래아무것도없는/아무도움직이지않고/아무도문두드리지않는”삶과우주의본래적모습인것이다.시인은능동적으로이쓸쓸함을선택하고,그것이함의하고있는감상성에포획되지않으며,오히려역설적인반전을성취하고있다.쓸쓸함은‘끝’을의식하는데서비롯되는감정이다.“오십년을서성이던시간”을지나,“세상의꽃들다지고”난다음,“한닢한닢다내려놓다보니”이른지점에서느끼는감정이다.그것이스스로를여기까지밀어붙였고살게했다.그리고시를쓰게했다.지나온시간은“그대마음에꽃하나그려넣는시간”이었으며“저잎이떨어지면/햇살이온통우리를점령하”리라는,“밤이지나면/새벽빛으로뚫고들어오”리라는희망을예감한다.그에게있어쓸쓸함은사람과자연과삶에대한진정한이해와수용과긍정에이르게하는힘의원천이라하겠다.
-복효근시인

앞서최준시인,이정록시인,복효근시인이이번시집을포괄적으로설명하고있는바굳이더설명을붙일필요는없겠지만,이번시집을한마디로요약하자면“길위의사색,길위의철학,길위의시”라고할수있지않을까.드난살이란게길위에서의삶이아니겠는가.시인은그길위에서,드난살이속에서사람과사람의관계,사람과자연과우주의관계를고민하고묻는중이겠다.물론시집에대한최종판단은독자들의몫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