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밖의 풍경 (박노식 시집)

마음 밖의 풍경 (박노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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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비손
2015년 쉰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한 박노식 시인의 신작 시집 『마음 밖의 풍경』(달아실시선 53)이 〈달아실시선 53〉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푸른사상, 2017)부터 두 번째 시집 『시인은 외톨이처럼』(시인동네, 2019)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을 내고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노식 시인은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첫 동인지 〈사랑〉을 내면서 시인이 되고자 꿈을 꾸었다. 오직 그 꿈을 위해 조선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시대상황과 목구멍을 채우는 일은 그 꿈을 가로막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밥그릇을 위해 전전긍긍하며 삼십 년 넘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15년, 전전긍긍했던 것들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시작(詩作)에 매달렸고 마침내 꿈을 꾼 지 36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저자

박노식

2015년『유심』신인상으로등단.시집으로『고개숙인모든것』,『시인은외톨이처럼』이있음.2018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목차

시인의말

1부
꽃망울
상실
봄,아침해가보내는눈빛
나보다더선하고큰다정함을간직한새
새들이사색을즐기는이유
과원果園
내시의뿌리

입을맞추다
어린꽃들도깊어질때는
어둠은가슴에먼저내려앉는다
눈에그늘이들때
울지마,우는건나야
쓸쓸하다와스친다는말의문장을찾아서

2부
소망
팔려가는동백나무
너의안보이는사랑이빛날때까지

이른봄,강둑을걷다가
굴절
외로운눈은달빛보다환하지
이웃
작고순하고가냘픈
이른아침,노송을쪼는딱따구리
고추씨같은맘-어물전아짐
사연
그믐달이지나간자리
생존의코

3부
꽃들은애인처럼아프다
흰수국
돗재
난그대의어둠이되고
너의눈빛이오기전에
시나써라
고요한사랑
그윽한길
새의발톱이움켜쥔한조각그리움
시의가족
찔레꽃필때

4부
마음밖의풍경
거미에게풍경風磬소리를들려주다
꽃잎
뼈아픈노래는그늘을만든다
어린새에게위로를받다
내가머문이자리에
창에서린묵화한점
내얼굴에들어앉은매화
머잖아내가새의사촌쯤될날이올거다
불두화
마음다친날
억만번은아파봐야
무위
길위의구름같은
어느날,쓰레기더미속에서
복사꽃아래서면
까마귀가나를물끄러미쳐다보았다
인동초

해설_이외롭고도쓸쓸한어둠속에서도사랑은항구적이다_박성현

출판사 서평

세상과싸우기위해밥벌이를위해삼십여년을접어두어야했던‘시’를미치도록그리워했던시인은,남보다늦은나이에꿈을향해걸음을내디딘시인은지금도화순군한천면의오지에서오로지오롯이시창작에만몰두하고있고,그결과로세번째시집을세상에내놓은것이다.

박노식시인에게시를가르쳤던황지우시인은이번시집을이렇게얘기한다.

“박노식의『마음밖의풍경』은이용악이래순도높은우리서정시의계보를잇고있는듯이보인다.그가은거하고있는화순일대의풍경들이그의마음의가느다란체로걸러져마음‘안’에고인,맑은윗국물같은순정(純情)자체가되었다.찌꺼기가많이낀요즘시적트렌드에비하면그순정이좀느닷없다는느낌이들수도있겠으나그럴수록‘원시반본’(原始返本)하려는그의성향은주목할만하다.쉽게읽히면서절실하다.박노식은내시간강사시절의제자였다.”

박노식시인의오랜벗인안동사는안상학시인은이번시집을이렇게평한다.

“박노식시인은마음의둘레에산을쌓아놓고그안에서시를쓴다.쓸쓸하게노닐며한낮에도어둠을어루만지고한여름에도겨울을더듬는다.“영외嶺外로넘어가는길”(「돗재」)에는관심없다.오히려내면으로침잠해들어가는길을끝간데없이파고들고있다.사랑을얻은곳도잃은곳도다거기서비롯되었다는것을밝히고야말겠다는듯결연하고처연하다.요컨대그의시는정화수에어린달빛이다.꽃잎을한잎한잎들춰보는것만같은정성된손길로「고요한사랑」을찾아가는과정에서덜어낸사랑의고통,그단말마비명의안녕에대한비손이다.“

그리고이번시집의해설을쓴박성현시인은이번시집을이렇게요약하고있다.

“박노식시인은자신과세계의놀라운대칭을확대하여사물과사물의모든관계속으로옮겨놓는다.‘나’는비록어두운밤과같은고독과쓸쓸함,그리고외로움의‘더미’에불과하지만,대상과의접경을지워버림으로써‘나’는곧‘세계’가되는것이다.”

주인을알지못하는농원農園에불두화수천송이피어있네

오가며보름간보았네

뭉게구름도,구겨진종이도,엎어놓은공기空器도,염소의큰눈알도,꿈을좇던흰나비도,누이의손등도,어릴적엄마의젖가슴도,잡부박씨의목덜미도,사평장날소녀의눈빛도,병실의하나뿐인안개꽃도,원수의붉은혀도,설움같은주먹도,다시못올이름들도,눈보라치는망월동도,모든달도

거기다있었네
─「불두화」전문

“이용악이래순도높은우리서정시의계보을잇고있다”(황지우)는말,“사랑의고통,그단발마비명의안녕에대한비손”(안상학)이라는말,“자신과세계의놀라운대칭을확대하여사물과사물의모든관계속으로옮겨놓는다”(박성현)는말에서눈치챘겠지만박노식의시세계를관통하는것은화엄(華嚴)이다.화엄속에서타자의슬픔과아픔을어루만지는비손,그리하여세상의안녕을비는어미의비손이다.

더기어올라오라는듯벼랑끝에서인동초가꽃을내어보인다
-「인동초」전문

시집마지막에단시「인동초」를배치한것도세상의안녕을기원하는시인의마음이깃든때문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