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돌의 마녀 (김소영 시집)

엔돌의 마녀 (김소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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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엔돌의 마녀』은 김소영 저자의 시집이다. 저자의 주옥같은 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김소영

1993년『문예한국』으로등단.빈터동인.2022년첫시집『엔돌의마녀』를묶음.

목차

시인의말

1부.우리가선택했던모든행위는지나갔다
제인도우
alzheimer
츄파춥스
나바테아인이왕국을세우고
망종亡終
grayzone
alzheimer1
살바도르로크
그런날은지나갔어요
카페셈퍼플로레
모든뼈들은음악소리를낸다
모든각도는쓸모를생각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오르도비스기의대멸종
엔돌의마녀
에코르셰
에코르셰1
장생포
그린란드
섹션페이퍼
압생트
그리운엘리니아
경계에대한감수성
바람이어떤식으로불든

2부.죽어가는무당벌레처럼나이를먹었어
새는폐곡선을그린다
모던하우스
딱딱한날들의밤
아노미
단단한살
나를어디에데려다놔야할까요
우랄알타이어족
우랄알타이어족1
R의내레이션

3부.답도없는질문을버리는밤마다
사람을기억하는방식
메리크리스마스
결혼행진곡
레메게톤
문장은어떻게사육되나
그생업은천막天幕을만드는것이더라(행18:3)
우주의시작
상병코드K01.173-8번어금니의질문
천국을상상하고도지옥을만들어내는존재들

4부.오,나의새빨간사랑아
침묵
즐거운먹이
오,아름다운창자
살의
즐거운먹이1
비행기를타고
악마의유혹
물안개-불륜의사랑을꿈꾸며
비루먹은희망

해설_‘엔돌의마녀’를따라낯선세계로들어가기ㆍ한명희

출판사 서평

명랑하고발칙한숨은그림찾기,인유(引喩)의세계
-김소영시집『엔돌의마녀』


1993년『문예한국』으로등단한김소영시인이등단29년만에첫시집『엔돌의마녀』를펴냈다.달아실시선56권으로나왔다.

이번시집에대해한명희시인은“엔돌의마녀를따라낯선세계로들어가기”로정의하면서이렇게얘기하고있다.

“『엔돌의마녀』를읽는동안마주친낯선말들은정확한의미를모르는채넘어가기어려운것들이많았다.그것이미치는파장이시전체에걸쳐있기때문에낯선단어를건너뛰고서는시의맥락을잡을수가없는경우가많았다는말이다.이런경험을여러차례하게되자엔돌,레메게톤,메스키트나무,베델리엄과호마노,엘리니아,브랴트족같은도통모르겠는단어들은물론이고섹션페이퍼,오르도비스기,올바이두협곡,메르카토르도법,아르놀피니같은알것도같은시어들에대해서마저슬그머니자신이없어졌고결국이들도사전을찾아그의미를확인하는과정을거치지않을수없었다.이러한과정은이전에는전혀몰랐던,혹은희미하게알았던것들을새로알게되는즐거움을제공했는데단어들을찾을때면낯선세계를여행하고있는듯한느낌마저들었다.이러한측면에서일단김소영의시는독자들의지적인도전을유발한다고보아도좋다.”

“이시집에실린시들의제목을살펴보기로하자.‘제인도우’,‘alzheimer’,‘츄파춥스’,‘망종亡終’,‘grayzone’,‘alzheimer1’,‘살바도르로크’,‘그런날은지나갔어요’,‘카페셈퍼플로레’,‘나바테아인이왕국을세우고’,‘모든뼈들은음악소리를낸다’,‘모든각도는쓸모를생각했습니다’,‘오스트랄로피테쿠스’,‘오르도비스기의대멸종’,‘엔돌의마녀’,‘에코르셰’,‘에코르셰1’,‘장생포’,‘섹션페이퍼’,‘압생트’,‘그리운엘리니아’,‘경계에대한감수성’,‘바람이어떤식으로불든’,‘그린란드’.4부로된이시집의제1부에실린시들의제목이이러하다.몇몇개를제외하면‘단어’자체가주는‘신선도’가높은것들이다.물론제목이평범한(?)시들에도신선한단어들이포진해있다./이렇게낯선단어를시로끌어들일수있는능력,그것이김소영시인을시인되게하는힘이다.낯선단어에매혹되고자신이매혹된길을독자들에게보여주는방식,이방식이김소영시인이시를쓰는중요한방식이다.그러나시인은그길을쉽게보여주지는않는다.그의시를읽는과정에지적노동이동반되어야한다는것은이미앞에서말했다.당연히언어는사고를지배하며,또언어는존재의집이므로김소영시인의언어에대한민감성이단지언어만의문제는아니다.그것은사고의문제이며존재의문제이기도하다.”

“『엔돌의마녀』속에는수많은인유(引喩)가들어있다.정확히‘인유’라고할수있을지그냥‘인용’이라고해야할지는모르겠지만하여튼이것이김소영시인의중요한시작법의하나임에는틀림이없다.(…중략¨)시집『엔돌의마녀』에는수많은인유가들어있는데성경에서유래한것이아닌경우에는시인의친절한설명이붙어있는경우가많다.위에서인용한시「새는폐곡선을그린다」처럼말이다.그런데왜김소영시인은굳이이러한인유에의지해시를쓰는것일까?시를읽는사람들이자신이인유하는것의내용을잘모를것이라고생각하기에해설을붙여가면서까지말이다.김소영시인은낯선낱말들이주는매혹을너무나잘아는것처럼,낯선인유가주는효과를잘알고있는듯하다.잘알고있을뿐만아니라그것을효과적으로잘활용할줄알고있는듯하다.『엔돌의마녀』를읽는재미중하나는인유된것들의실체를찾아가는것이기도하기에하는말이다.”

“김소영의시세계는긍정보다는부정,희망보다는절망,희극보다는비극을보여주고있다.이것이야말로그의시가신앙의세계보다인간적인세계를노래하고있다는결정적인증거가아닐까?그리고바로이러한점때문에김소영의시가종교시,혹은기독교시의범주에머무르지않을수있는것이아닐까?그리고비로소바로여기가그의빼어난시「엔돌의마녀」가태어나는지점이다.

나는모든신화를부정하고태어날거야

메소포타미아를지나예루살렘을건너
매음녀의자궁을향해

꾸역꾸역가다보면
혼돈의진리그가운데서있는메스키트나무도지나겠지
신화처럼넓고깊은뿌리
어설픈추종자들과적대자들
스타벅스에서는그시간에도명랑하고발칙한
신화들이만들어지겠지

햇살아래서도지옥을꿈꾸는나체

나는빨간신화를신고우파우파불춤을출거야
나를부정하는시간마다
또각또각새겨지는타락의고리

나는모든신화를부정하고다시태어날거야
-「엔돌의마녀」전문

이시는성서의「사무엘상」편에대한이해가전혀없어도그자체로자족적이다.“나는모든신화를부정하고태어날거야”라는도발,‘메소포타미아’에서‘이스라엘’에이르는역사적이고지리적인이미지,‘스타벅스’가환기하는현대적이미지,폴고갱의〈우파우파불춤〉에서가져온원시적인이미지등독자들을매혹하는요소가많다.김소영시의이렇게‘명랑하고발칙한’점이나는매우주목된다.”

그리고달아실출판사편집장이기도한박제영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

“내가알던그김소영이맞나?그의첫시집『엔돌의마녀』에서비로소김소영의진면목(페르소나)을보았다.‘뼛속까지흔들렸던밑줄친문장들이몰락하고있’(「제인도우」)다거나‘나는끝내빈문장으로남겨’(「alzheimer1」)진다와같은문장들에서그가지금까지매달려온시의날들을가늠해보다가‘오르도비스기의개새끼와캄브리아기의미친년이별자리처럼닿았다가떨어’(「오르도비스기의대멸종」)진다거나‘널소화할래//십이지장을지나고/간에붙었다쓸개에붙었다장난질치며널흡수할거’(「즐거운먹이1」)라는문장앞에서는그만오금을저리고만다.과연그가휘두르는말이어디까지갈것인지궁금하다.‘모든신화를부정하고다시태어날거’(「엔돌의마녀」)라는이당돌한신인을지켜보는재미도쏠쏠하겠다.”

김소영시인을일러등단년도(1993년)로따지면중견시인이라해도무방할것이나,이제첫시집을내는것이니신인이라해도무리는없을것이다.그렇다면중견신인이라고불러야하는것일까?이렇듯시인자신이지닌형용모순을그의첫시집안에어쩌면고스란히그려내고있는지도모르겠다.

세상은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복잡하고난해하다.매순간새로운신화들이만들어지고사라지는세상이다.거시담론의역사로미시신화의역사를담아낼수없는까닭이다.김소영시인의인유는우리가미처놓치고있는혹은있을지도모르는미시의신화를찾아내어보여준다.그의시집을읽다보면마치숨은그림찾기놀이를하는듯한착각에빠진다.때론아프게때론슬프게때론명랑하게그리고때로는발칙하게말이다.그와함께미시신화,그신비한세계로탐험을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