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 (정현우 시집)

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 (정현우 시집)

$10.03
Description
트루바도르의 랩소디 혹은 크리스티아냐 정현우 시집 『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

춘천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현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59권으로 나왔다.

지난 3월 그림에세이 『물병자리 몽상가』를 펴냈을 때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정현우 시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정현우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셀 수 없이 많다. 자유인, 보헤미안, 집시, 아나키스트, 노마드, 화가, 시인, 디제이(DJ), 가수, 이방인, 경계인, 장돌뱅이, 몽상가… 물론 이 모든 단어를 합쳐도 그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그는 음유시인(troubadour, 吟遊詩人)이다. 사람들은 그를 트루바도르라 부르고 그의 시를 트루바도르의 랩소디라 부른다.
저자

정현우

강원도양구에서태어났다.1995년〈풀잎〉동인시집에「눈내리는식탁」외6편의시를발표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2004년시화집『새들은죄가없다』를필두로인문교양서『대마초는죄가없다』,그림산문집『그리움따윈건너뛰겠습니다』,『누군가나를지울때』,『물병자리몽상가』,음악에세이집『춘천라디오』,그림엽서집『꽃과밥』까지모두7권의책을냈다.

1997년〈겨울강건너기〉전을시작으로2021년〈토템의재인식〉전까지21회의개인전을열었으며2013년〈제1회평창비엔날레〉를비롯한다수의그룹전에참여했다.2014년초등학교국어교과서에동화일러스트〈도깨비랑수수께끼내기〉가수록됐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하늘에서떨어진물고기
수복지구아이들-폭발물
수복지구아이들-포사격장에서
수복지구아이들-지뢰탐지기
수복지구아이들-꽝
수복지구아이들-꿈길
마지막생물수업
아날로그적구제역

2부
국외자局外者의비극

가장家長
한소식
목디스크

사소한소식
단식
추운곳
진이정을읽는밤
진눈깨비

3부
적요의카르텔
민달팽이
실업의눈
행려병
행복식당
친구의사십구재
월풀빨래방
인명재천
고독사의품격
동묘
노숙자

하루살이
노자老者가됐다

4부
어린날의허수아비
이별
늙은소녀
인생길
헬조선
우는江
엄마의칼국수
김유정역-기억
겨울애인
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
핑계
소식

5부
붉은점모시나비
초여름의낙엽
진이정과보낸2015년가을,춘천
박희선의도끼
항우울제
시를필사하는혁명가
고흐의귀
통기타를치게된이유
김유정역-야학이있던자리
낙타
혹시나역시나말고
영혼
이상향

발문_같은인생학교의같은반친구에게·이순원

출판사 서평

소설가김도연은정현우와그의시를일러이렇게얘기한다.

“내가형을처음본곳은어디였을까.아마여러형들이모여있는술자리였을것이다.여러형들중형의웃음소리는단연특이해서한동안만나지못할때에도형을생각하면웃음소리부터먼저떠올랐다.유목을하듯떠도는그웃음을따라가면형은어김없이기타를치며노래를부르고있었다.춘천의카페들에서,양구사명산아래의움막에서,박수근미술관의작업공간에서,화천의어느골짜기에서.노래를부르고,그림을그리고,바둑을두고,담배를피우고,술을마시고,시를쓰고있었다.그곳들은형의크리스티아냐였는데찾아오는손님들이다양했다.예순아홉편의시를필사한푸른노트를간직하고있는체게바라,밥딜런,제니스조플린,로트레아몽,춘천의진이정,지미헨드릭스,캥거루를닮은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레오나드코헨,에드워드호퍼,그리고붉은점모시나비……그곳으로가는길은위험하기그지없어내비게이션은쉬지않고경고를반복한다.미끄럼주의지역입니다.급커브지역입니다.낙석주의구간입니다.과속단속구간입니다.사고다발지역입니다.추락주의지역입니다.형은손님들이모두돌아간그곳에홀로남아텔레비전을끄고클래식채널에프엠라디오를켠다.문도잠그지않고자리에누워담벼락에간디와체게바라,밥말리가그려져있는멀고먼코펜하겐외곽의크리스티아냐를꿈꾼다.이시집은그곳으로가기위한현우형의마지막비상구다.”

소설가이순원은또이렇게얘기한다.

“슬픔이든농담이든그의시는그림부터떠오르게하고,거기에그만의이야기가펼쳐져있다.언젠가하창수작가와함께정현우의시에대해얘기하며그의시나에세이는분명소설같은데그는왜소설을쓰지않고짧은시만쓸까얘기한적이있다.우리가내린결론은‘노래를부르느라바빠서’였다.우리가그런농담을서슴없이할만큼자기가슴안에,그리고한줄한줄시적표현안에많은이야기를가진시인이이세상에어디흔한가.그리고그런그의이야기가내게는너무도나의이야기같고친구이야기같고한동네형들과동생의이야기같다.”


붉은점모시나비가손등에내려앉았다
산나비와살을맞대다니
내살에서이끼처럼소름이돋았다

나비를가만히들여다보았다
아름다워지려고얼마나애를쓴걸까
군데군데붉은멍이들었다

붉은점모시나비가날아간
접도蝶道끝에문신가게를열고
지나가는사람들손목에
나비문신을새겨주고싶었다

별박이세줄나비눈많은그늘나비청띠신선나비
나비를새기다보면
내오랜슬픔도아름다워지겠다
-「붉근점모시나비」전문


그는이별이죽어가는게슬프다며“별박이세줄나비눈많은그늘나비청띠신선나비”를온몸에새기는사람이다.그는아무도거들떠보지않을“1956년숲에서사라”진“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를이제는“영영만날수없다”며슬퍼하는사람이다.그슬픔을아름답게노래하는음유시인트루바도르다.

“(정현우는)밥말리가그려져있는멀고먼코펜하겐외곽의크리스티아냐를꿈꾼다.이시집은그곳으로가기위한현우형의마지막비상구다.”라는김도연소설가의말은정확하고적확하다.음유시인정현우가펴낸두번째시집『초승달발톱꼬리왈라비』를읽어보면안다.시집을다읽고나면어쩌면당신도코펜하겐외곽의먼크리스티아냐를꿈꾸게될지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