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헐헐을 벗고 훌훌을 넘어 마침내 훨훨 날아오른 나비
- 이은란 시집 『사랑부전나비를 위하여』
- 이은란 시집 『사랑부전나비를 위하여』
2015년 등단한 이은란 시인이 첫 시집 『사랑부전나비를 위하여』를 펴냈다. 달아실기획시집 23번째 시집이다.
서울교육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의 초등학교와 교육청을 거치며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은란 시인은 현재 복지관에서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이은란 시인이 지난 몇 년 동안 시 창작에 전념한 결실이자 앞으로 펼쳐 나갈 시세계를 위한 단초인 셈이다. 이은란 시인 자신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왜 시를 읽어?/ 왜 시를 써?/ 누군가 묻는다./ 그냥 좋아서….// 시가 어느 날 내게로 와서/ 말을 건네고 입맞춤했다./ 그 온기로 내 체온이 길들어진다./ 가끔은 투정도 하고/ 가끔은 냉정하기도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밀고 당기며/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내일을 향해 나가는 길에/ ‘이유 없이 그냥 좋은’ 詩를 위해/ 첫 증표를 하나 남긴다.”
이은란 시인은 “이유 없이 그냥 좋은 시”를 짓고 싶다며 소박한(?) 소감을 밝히고 있지만, 곰곰 생각하면 ‘이유 없이 그냥 좋은 시’라는 게 실은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이룰 수는 없는 시의 봉우리 아니던가.
이은란 시인의 시 선생이기도 한 전윤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비는 힘든 애벌레의 시간을 거쳐 날개를 가지게 된 영물이다. 이은란의 시는 그런 애벌레의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 태우고/ 유적지 걷던/ 캄보디아 코끼리/ 쓰러진다/ 가장 낮은 그의 눈에서/ 한 마리 푸른 나비를 본다’(「찬란한 봄」)고 말하지만, 이은란 시인은 평생 일에 시달린 코끼리에 더 가까웠다. 교육자로, 며느리로, 아내로 이어진 그의 길이 관광객을 태우던 캄보디아 코끼리보다 수월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결국 나비는 그의 고단한 현실 속에서 알을 까고 애벌레가 되어 우화를 노리는 마음인 것이다. 시집의 곳곳에서 나비를 읽는다. 너무 많아서 예를 들기가 겸연쩍을 정도다.”
“자신이 살아온 평생을 정리하며 시집 한 권 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은란의 경우에는 다르다. 비록 이 시집이 늦은 첫 번째 시집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에는 지나온 날에 대한 정리와 새로운 좌표를 찍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니 어찌 한 권의 시집으로 그 생각들을 온전히 담을 수 있겠는가. 이제 출항을 했으니 시인의 항해는 해협을 지나고 섬들을 지나 대양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과 새들에 대해 노래할 것이다.”
“삶에 대한 의무들을 마친 지금 그에게는 시가 가장 중요한 노동이다. 그녀는 코끼리였으나 쓰러져 나비가 되었고 나비는 지금 어느 꽃밭을 날아가고 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가을이 지나고 있고 곧 겨울이 올 것이며 어느 날 문득 봄이 되면 사랑부전나비 한 마리가 너풀너풀 날아와 속삭일 것이다. 네가 봄을 아느냐고.”
헐헐거리며
이 산 저 산을 헤맸네
푸른 나무를 찾던
여름 산을 넘어
훌훌 털며
둘레길을 걸었네
나목이 되어가는
가을 길을 넘어
훨훨 날아가는
저 새도 부럽지 않네
들판에 서니
민들레 홀씨 반기네
어떻게 사느냐
정답은 없다지만
헐헐을 넘어
훌훌을 넘어
훨훨이 된다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하여
살다 보니
정답을 찾았네
훨훨
- 「훨훨」 전문
남자와 살 만큼 살아봤다며 이제 사내들을 위한 시는 쓰지 않겠다고, 내일은 울지 않겠다고, 제 몸에 일기를 쓰는 여자. 피는 시간보다 지는 데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던 여자. 말을 키우고 말을 부려 말의 울음으로 시를 쓰는 여자. 울다가 웃다가 똥구멍에 꽃이 핀 여우같은 여자. 손대면 톡하고 사라지는 봄날 아지랑이 같은 여자 신기루 같은 여자. 헐헐을 벗고 훌훌을 넘어 마침내 훨훨 날아오른 사랑부전나비 같은 여자. 지금은 이은란 시인을 읽어야 하는 시간이다.
서울교육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의 초등학교와 교육청을 거치며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은란 시인은 현재 복지관에서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이은란 시인이 지난 몇 년 동안 시 창작에 전념한 결실이자 앞으로 펼쳐 나갈 시세계를 위한 단초인 셈이다. 이은란 시인 자신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왜 시를 읽어?/ 왜 시를 써?/ 누군가 묻는다./ 그냥 좋아서….// 시가 어느 날 내게로 와서/ 말을 건네고 입맞춤했다./ 그 온기로 내 체온이 길들어진다./ 가끔은 투정도 하고/ 가끔은 냉정하기도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밀고 당기며/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내일을 향해 나가는 길에/ ‘이유 없이 그냥 좋은’ 詩를 위해/ 첫 증표를 하나 남긴다.”
이은란 시인은 “이유 없이 그냥 좋은 시”를 짓고 싶다며 소박한(?) 소감을 밝히고 있지만, 곰곰 생각하면 ‘이유 없이 그냥 좋은 시’라는 게 실은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이룰 수는 없는 시의 봉우리 아니던가.
이은란 시인의 시 선생이기도 한 전윤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비는 힘든 애벌레의 시간을 거쳐 날개를 가지게 된 영물이다. 이은란의 시는 그런 애벌레의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 태우고/ 유적지 걷던/ 캄보디아 코끼리/ 쓰러진다/ 가장 낮은 그의 눈에서/ 한 마리 푸른 나비를 본다’(「찬란한 봄」)고 말하지만, 이은란 시인은 평생 일에 시달린 코끼리에 더 가까웠다. 교육자로, 며느리로, 아내로 이어진 그의 길이 관광객을 태우던 캄보디아 코끼리보다 수월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결국 나비는 그의 고단한 현실 속에서 알을 까고 애벌레가 되어 우화를 노리는 마음인 것이다. 시집의 곳곳에서 나비를 읽는다. 너무 많아서 예를 들기가 겸연쩍을 정도다.”
“자신이 살아온 평생을 정리하며 시집 한 권 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은란의 경우에는 다르다. 비록 이 시집이 늦은 첫 번째 시집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에는 지나온 날에 대한 정리와 새로운 좌표를 찍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니 어찌 한 권의 시집으로 그 생각들을 온전히 담을 수 있겠는가. 이제 출항을 했으니 시인의 항해는 해협을 지나고 섬들을 지나 대양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과 새들에 대해 노래할 것이다.”
“삶에 대한 의무들을 마친 지금 그에게는 시가 가장 중요한 노동이다. 그녀는 코끼리였으나 쓰러져 나비가 되었고 나비는 지금 어느 꽃밭을 날아가고 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가을이 지나고 있고 곧 겨울이 올 것이며 어느 날 문득 봄이 되면 사랑부전나비 한 마리가 너풀너풀 날아와 속삭일 것이다. 네가 봄을 아느냐고.”
헐헐거리며
이 산 저 산을 헤맸네
푸른 나무를 찾던
여름 산을 넘어
훌훌 털며
둘레길을 걸었네
나목이 되어가는
가을 길을 넘어
훨훨 날아가는
저 새도 부럽지 않네
들판에 서니
민들레 홀씨 반기네
어떻게 사느냐
정답은 없다지만
헐헐을 넘어
훌훌을 넘어
훨훨이 된다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하여
살다 보니
정답을 찾았네
훨훨
- 「훨훨」 전문
남자와 살 만큼 살아봤다며 이제 사내들을 위한 시는 쓰지 않겠다고, 내일은 울지 않겠다고, 제 몸에 일기를 쓰는 여자. 피는 시간보다 지는 데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던 여자. 말을 키우고 말을 부려 말의 울음으로 시를 쓰는 여자. 울다가 웃다가 똥구멍에 꽃이 핀 여우같은 여자. 손대면 톡하고 사라지는 봄날 아지랑이 같은 여자 신기루 같은 여자. 헐헐을 벗고 훌훌을 넘어 마침내 훨훨 날아오른 사랑부전나비 같은 여자. 지금은 이은란 시인을 읽어야 하는 시간이다.
사랑부전나비를 위하여 (이은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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