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52 (이선정 시집)

고래, 52 (이선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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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를 위한 변명, 시가 죽은 게 아니다
- 이선정 시집 『고래, 52』
2016년 『문학광장』으로 등단한, 동해 출신의 이선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고래, 52』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1권으로 나왔다. 이번 시집은 해설을 쓴 오민석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시로 쓰는 시론”이다. 오민석 교수는 이번 이선정의 시집을 이렇게 분석하고 평한다.시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의식을 갖는다. 그래서 시를 쓰다가도 돌아보며 묻는다. 시는 왜 쓰지. 시란 무엇일까. ‘나’는 시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 그러나 한국의 그 누구도 시 쓰기에 대한 자성적 질문으로 시집 한 권을 다 채운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선정의 이 시집은 가히 주목받을 만하다.

그녀는 이 시집에서 사실 시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다. 시란 무엇인가. 어떤 시가 훌륭한 시인가. 시에 있어서 소통이란 무엇인가. 문단 권력과 시인, 시와 가난, 시와 상업성 혹은 대중성, 시와 정치, 주류 시인과 비주류 시인, 시와 문학상, 시와 독자, 시와 비평적 판단 등, 시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그녀는 시로 쓰고 있다.

이 시집의 시들은 시에 대한 자의식적 질문들이므로 ‘메타시metapoetry’라 불러도 된다. 이선정의 메타시들은 손쉬운 해답의 공표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가 무엇보다 모순의 언어이고, 중층의 언어이며, 규정을 거부하는 언어임을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겐 현실의 시가 있고 잠재성의 시가 있다. 현실의 시들은 이미 구현된 것들이고 잠재성의 시들은 앞으로 실현될 것들이다. 그녀는 구현된 시들의 양심을 쿡쿡 찌르며 함께 아파하고, 마침내 도달할 시들을 꿈꾸며 절망한다.

이 시집엔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대형 출판사에 줄을 대느라 정신없는 시인들, 문학상에 넋을 잃고 있는 시인들, 등단 매체의 족보를 따지는 관료적 문단, 껍데기만 난해하여 불통을 자처하는 시들, 진흙탕 없는 연꽃을 꿈꾸는 시인들의 모습 등, 현 단계 한국 문단의 거의 모든 ‘꼴불견’들에 대한 풍자와 야유가 가득하다. 이 모든 비판은 치열한 언어적 수행을 문학의 동력으로 간주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니만큼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이렇게 시집 가득 메타시를 썼으므로 이제 시의 거울을 떠나 시의 밭으로 다시 나갈 것이다. 시의 밭에서 온몸으로 쟁기질을 하다가도 그녀는 문득 거울 앞에 돌아와 시와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터인데, 그때마다 그녀의 시는 더욱 크고 탄탄한 보폭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

이선정

시인

강원도동해출생.중앙대학교일반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수료.2016년『문학광장』으로등단.2020년강원문화재단창작기금수혜.계간『동안』편집위원.시에세이집『나비』.시집『치킨의마지막설법』.

목차

시인의말

1부.詩See,그깊숙한in
시인들-우리가열광하거나부정한그전후의모든,
그것이알고싶다
난해시
불통의후예
시비詩碑
귤의장례식
참시인
낙관
족보의진화
떡밥
시인명단
차카게살자-엄니가쓴시론
판정을거부한다

2부.파리가손바닥을비비는이유
미슐랭의시인들
나뿐독자
이상한나라의시인-그들의살인은법적으로무죄
파리가손바닥을비비는이유
그젊은시인에게-故황병승시인의죽음에부치다
이름값
탈脫
맨홀인류를따라걷다가
확실한시론
조루
표절시비
시인과정치인
미래파?아니,미래형-시는경험의산물인가상상의산물인가


3부.시를써야시가되느니라
나는때때로상업적이고싶다
부끄러움에관하여
시를써야시가되느니라
고철이쓰는시
트렌드거나트랜스포머
창(작)법
시詩
네이버닷컴
돈값
김태정을읽다가
잠적
절필로차마봄을쓰다
그시가,그죽일놈에시가

4부.열병熱病,그후의미장센
술푸다
밑줄에연대하다
시읽어주는여자
봄,글꽃이피다
시인은
쉬-故문인수시인을추모함
달팽이,시인詩人하다
열병熱病,그후의미장센
시여!다시오려거든
시작하는시인에게
령靈
광시狂詩곡
만종
비주류에게
고래,52

해설_시로쓰는시론ㆍ오민석

출판사 서평

이번시집을편집한박제영시인은이선정시인을“시인을발가벗기는여자,시를뜯어먹는여자”라며이렇게얘기한다.

“당신이만약시인이라면그와시비를붙지마시라.그냥슬그머니지나치시라.뼈도못추릴테니.혹여피치못해만났거든시인하시라.체념하시라.이미그의엑스레이가당신의몸을투과했을터.그의안테나가당신의주파수를간파했을터.그가메스로쿡쿡쑤시면도무지도저히남아날뼈도없겠지만그를무사히통과할수만있다면빛나는시를만날수있을테다.시인을발가벗기는여자,시를뜯어먹는여자,당신이만약시인이라면부디그를만나거나부디그를만나지마시라.”

이제시는죽었다고,시의시대는갔다고,쉽게얘기할일이아니다.이번시집을읽어보면알게된다.이선정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시가죽은게아니라시인이죽은것이다.마치시계가죽은것이지시간이죽은게아닌것처럼.”

그러니시인이라면마땅히일독을권한다.시인이아니라도시에조금이라도관심이있다면누구라도일독을권한다.

특히이선정시인은2022년3월의동해안대형산불성금모금을위해이번시집을SNS에서예약판매했고,선주문으로받은수익금1,146만원전액을동해시에기부하였다고한다.그야말로시인은온몸으로가장아름다운한편의시를쓴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