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있는 아름다움

여기서부터 있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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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용하 시인의 『여기서부터 있는 아름다움』은 기존의 동시집과는 여러 면에서 기존의 통념을 깬 동시집이다. 동시집에 들어가는 천편일률적인 삽화 대신 시인 자신이 폴더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을 실었고, 동심(童心)을 살피기보다 오히려 인문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동시사(童詩史)에 유례를 찾기 힘든, 유니크한 동시집이라고 하겠다.

박용하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 대해 “마흔이 넘어 하나 둘 쓰기 시작한 것을 이제야 한 권의 시집으로 묶게 되었다. 사진이 마땅한 게 없어 빼놓은 시편도 여럿 된다”며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생텍쥐페리, 『어린왕자』)”였던 것처럼 “내 속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듯이 언젠가 나 같은 어른들에게 말 거는 동시를 써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자

박용하

시인

시인박용하는1989년『문예중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나무들은폭포처럼타오른다』(『26세를위한여섯개의묵시』로증보하여재출간),『바다로가는서른세번째길』,『영혼의북쪽』,『견자』,『한남자』,『이격렬한유한속에서』,『저녁의마음가짐』이있다.

목차

여는시


시인의말

1부.공중을헤엄치며

제비꽃
부추꽃
돌과나
제비
팔월의나팔꽃
호박꽃
우리는
공중파도
소속
구름
오월열하루
봄날
너와나
죽은새의깃털이바람에날린다
육십세

2부.개있는인생
골목
동동이
개있는인생
강아지의힘
동물의힘
하품과거품
2미터
대낮
망고
골목길
감정의동물

3부.누가입김을밟고갔나요
저녁
첫기차
옛집
밤눈
얼굴
먹었다오
마음
한아이는
돈과돌
인간의손길
밤오월

4부.하늘바다
파도와나
바다
동해
헬리콥터
거울
하늘
쉬운숙제
문명교본
이사

새로여는시
여기서부터

출판사 서평

인문과철학을담고있는최초의동시집
-박용하동시집『여기서부터있는아름다움』

박용하시인이등단34년만에첫동시집(『여기서부터있는아름다움』)을펴냈다.

이번에나온박용하시인의『여기서부터있는아름다움』은기존의동시집과는여러면에서기존의통념을깬동시집이다.동시집에들어가는천편일률적인삽화대신시인자신이폴더폰으로직접찍은사진을실었고,동심(童心)을살피기보다오히려인문적이고철학적인시선을함유하고있기때문이다.그야말로우리나라동시사(童詩史)에유례를찾기힘든,유니크한동시집이라고하겠다.

박용하시인은이번동시집에대해“마흔이넘어하나둘쓰기시작한것을이제야한권의시집으로묶게되었다.사진이마땅한게없어빼놓은시편도여럿된다”며“어른들은누구나다처음엔어린아이(생텍쥐페리,『어린왕자』)”였던것처럼“내속에남아있는아이에게말을걸듯이언젠가나같은어른들에게말거는동시를써보고싶었다”고밝혔다.

동시집에삽화대신사진을넣은것에대해서는이렇게얘기했다.

“우선내동시와만나시너지효과를내는삽화가쉽지않을것이라는게한가지이유가되겠고,일이이렇게되려고그랬는지후배가택배로폰을보내온게결정적인이유라면이유겠다.나는시계차는것만거추장스러워하는게아니라반지끼는걸싫어하고,겨울날목도리두르는것도성가셔해그폰이폴더폰이아닌스마트폰이었으면거추장스러워누구한테줬던가아니면서랍에처박았지싶다.사진은일부를빼곤우리집처마에둥지를튼제비,11년째같이살고있는반려견동동이,수시로팔려가는이웃집개들,산책길에서만나는풀과나무와꽃과머리카락위의하늘과구름처럼내생활근처에서찍은것들이대부분이다.우리가순간순간마주하는모든순간은삶의순간처럼영영다시돌아오지않기에영원의순간이고,(이제는누구나하는흔한일이긴하지만)사진을찍는다는건영원의순간/순간의영원을찍는것이라고봐야한다.내가풍경과사물에게말걸수있듯이풍경과사물도나에게말을걸어온다.세계와우주가지천에널려있다.세계와우주가우리를뒤덮고있다.”

지금까지써온박용하의시는불편하다.그불편함을견뎌내면마침내이불순하고불온한세상을통찰하게된다.그가세상에처음으로내놓는이번동시집도그만의시선과호흡으로개성강한시세계를구현한다.어떤이에게는박용하의시만큼이나읽기에불편할수도있겠다.

사자는
누잡아먹고

늑대는
순록잡아먹고

호랑이는
사슴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누와순록과사슴은
풀뜯어먹고

나중에모두
풀위로쓰러진다
-「풀」전문

참새는아름답다
참새는아름다운새다
이흔한새가아름다운새라고
말하기까지육십년이걸렸다

참새는솔개처럼날지않아서아름답고
갈매기처럼날지않아서또아름답다

참새의비행술-
숱한새들이따라하지못한다

참새가인간의눈에아름답게보인다
작은새가아름답다
-「육십세」전문

하품은
거품이없다

하품은하품이다

누가하품에거품을넣는단말인가
-「하품과거품」전문


누구도눈길줄것같지않은골목길한쪽구석에엉덩이반쯤치켜들고흙속에얼굴파묻은돌멩이곁에노란민들레와흰민들레가사이좋게꽃을터트리고있다.그곁에서고양이는낮잠을오므린다.
-「골목길」전문


엄마잃은아이는
어떻게살까

아빠잃은아이는
어떻게살까

둘다잃은아이는
어떻게살까
-「저녁」전문

구름바다에비행기떠간다
구름바다에눈동자떠간다

구름의일은
구름의일

인간의일은
인간의일

구름은
구름아래의일을모른다
-「구름」전문


고양이와잘지내는사람을
신기한마음으로바라본다

나는고양이보다는개여서그런지
길고양이에게밥주는사람을놀라운심장으로대한다

그들은똑같은사람인데나와는전혀다른사람이어서
십초라도나를생각하게만든다
나를더듬게한다

파충류와동고동락하는사람도있지
생긴게그렇지
인간처럼거짓말을합니까
배신을때립니까
그러면서
여러마리가몸을감고있는데도태연히독서를하는그사람

돼지와한방에서지내는사람도있지
그건차라리시라고해야하지않을까

제자리서점프해담장위를훌쩍뛰어오르거나
날아오르는참새를공중에서낚아채는광경도가끔목격한다

고양이는이미신비
꼬리와털과걸음걸이에들어있는신비가백이라면
그눈동자에들어있는신비는이백

동물한테함부로안하는사람은
사람한테도함부로안한다
사실일까?

사람한테함부로안하는사람은
동물한테도함부로안한다
진실일까?

동물이식물이라면
식물은동물이었고
인간은동식물이었다

고양이의세계에서고양이와의세계로
돌멩이의우주에서돌멩이와의우주로
개의나라에서개와의나라로
-「동물의힘」전문

여기서부터있는울음소리
여기서부터있는개울음소리
여기서부터있는슬픔
여기서부터있는근심걱정과두려움
여기서부터있는공포와불안
여기서부터있는나무와땅
여기서부터있는행성
여기서부터있는숙제
여기서부터있는해와달과별
여기서부터있는죽음
여기서부터있는고양이와참새의죽음
여기서부터있는여행
여기서부터있는노래

여기서부터있는아름다움
여기서부터있는지금이순간의아름다움

여기서부터있는유한
여기서부터있는무한
-「여기서부터」전문

동시집에실린시편들중몇편만살펴봐도동시에관한그동안의통념을여지없이깨고있다.어쩌면동심(童心)이과연무엇인가에대한근원적인질문을던지는것일수도있고,또어쩌면그동안우리가구축한어른의세계에균열을내고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이독특하고새로운형식과내용을담은동시집이과연어떤파문과파장을일으키게될지사뭇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