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권 시집)

$10.21
Description
30여 년간 철도 노동자로 살면서 2014년 『시에티카』로 등단한 이권(본명 이정권)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달아실출판사에서 펴냈다. 달아실시선 64번째 시집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병국은 이번 시집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에워싼 숨결, 그 길항하는 존재의 시”라 명명하며 다음과 같이 평한다.
“이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릴케가 언급한, 그리고 블랑쇼가 해석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에워싼 숨결’의 시적 지향을 담고 있다. 이는 이권 시인이 자기 위안의 서정에 머무르지 않고 쓰는 행위를 통해 자기를 징벌하며 타인의 불행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의식하는 데로 나아가게끔 하는 중핵으로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시집의 제목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연결어는 이권 시인의 시 세계를 통어하는 키워드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면서 예측 가능하리라고 여기는 저 가시적 세계를 안개로 감싸 비가시적 숨결이 닿는 어떤 삶의 진실로 이끌기 때문이다.”
저자

이권

시인이권(본명이정권)은충남청양에서태어났다.2014년『시에티카』로등단했다.시집으로『아버지의마술』과『꽃꿈을꾸다』가있다.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징검다리|오리무중|하늘높이오른죄밖에|맞장을뜨다|세상이너무많이달라졌다|자전거를타다|유모차|내가끌고온길의장례가치러지고있다|짐승의시간|속수무책|오래된골목|개꿈을꾸다|그에게가고싶다|바지랑대를들고하늘을털러가자|사람을사람밖으로함부로버리지말자

2부
김포에서박촌가는길|까마귀날다|아주그냥죽여줘요|변두리에변두리만모여산다|셀카를찍다|그럼에도불구하고|끼리끼리모여산다|인사도없이함부로간다|후살이|어느신비한혼령이있어|딱한번이라는말|세상이슬퍼보일때|호갱님전상서|변두리|세상의모든경계에는계급이있다

3부
오늘의운세|눈사람|뽕짝이있는풍경|꽃구경|청춘예찬|일체유심조|세상사는일이모방아니면표절|검은바위|맨발에슬리퍼를신었다|나머지공부|오늘하루가또지나갔습니다|돌부처|재인폭포|똥광을팔다|나도박달나무

4부
잊혀진계절|복화술사아버지|까치내1|까치내2|강마을|모두가안녕|오리지널|꽃의신도|교연에게|맹물에찬밥말아먹으며|석모도|집없는달팽이|너를복사하다|마술이필요한시간|신발상위시대|당분간나를휴업할까합니다

해설_아무것도아닌것을에워싼숨결,그길항하는존재의시ㆍ이병국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내야하는삶에대한위로
-이권시집『그럼에도불구하고』

30여년간철도노동자로살면서2014년『시에티카』로등단한이권(본명이정권)시인이세번째시집『그럼에도불구하고』를달아실출판사에서펴냈다.달아실시선64번째시집이다.

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이병국은이번시집을“아무것도아닌것을에워싼숨결,그길항하는존재의시”라명명하며다음과같이평한다.

“이권시인의세번째시집『그럼에도불구하고』는릴케가언급한,그리고블랑쇼가해석한‘아무것도아닌것을에워싼숨결’의시적지향을담고있다.이는이권시인이자기위안의서정에머무르지않고쓰는행위를통해자기를징벌하며타인의불행에대한윤리적책임을의식하는데로나아가게끔하는중핵으로작동한다.그런점에서시집의제목인‘그럼에도불구하고’라는연결어는이권시인의시세계를통어하는키워드라고볼수있겠다.우리가보고듣고느끼면서예측가능하리라고여기는저가시적세계를안개로감싸비가시적숨결이닿는어떤삶의진실로이끌기때문이다.”

“이권시인의시선은세계의‘변두리’에서살아가는존재의슬픔에가닿는다.이는존재에대한윤리적예의로이어지며‘사람을사람사이에서저마다의/살아가야할이유와희망을찾’으며‘사람을사람밖으로함부로버리자말자’(「사람을사람밖으로함부로버리지말자」)고한다.”

수돗가에쭈그리고앉아얼갈이배추를다듬고있는아내의아랫마기와윗마기사이로허연잔등이드러나보일때.여름날배를드러내놓고자는다큰아들놈의수염듬성듬성한얼굴을보았을때.시합평회뒤풀이자리,해진양말을뚫고나온김시인의엄지발가락이식탁밑에서멀뚱멀뚱두눈을뜨고있을때.
-「세상이슬퍼보일때」전문

저강물은넓은바다와하나가되고싶은
시냇물들이모여서로의꿈을
이끌고오늘도바다를향해흘러가고있다
-「일체유심조」부분

봄을맞이하기위해선새로운바람과
비가필요하듯이당신을맞이하기위해서는
나에게도새로운계절이필요하겠지요
-「나머지공부」부분

돌속에부처의마음을새겨넣는일은
결코,쉬운일이아니었을것이다

바위도저를버리고부처가
되는데수억만년이걸렸을것이다
-「돌부처」부분

“시인이감각하는슬픔의질감이어루만져지는듯하다.이권시인이감각하는슬픔이감정의골짜기에매몰되지않는이유는그것이야기하는정서가폐쇄된상태로‘나’라는개인의허무에닿지않기때문이다.모든것은오직마음이짓는바에달려있다는‘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상기하듯타자를향한시인의응시가빚는바는무의미하게집적되기보다불안정한존재의연대라는확장가능성을소망하는마음에기댄다.‘시냇물들이모여서로의꿈을/이끌고’‘바다를향해흘러가’는일을포기하지않는것,차이로가득한존재들이서로연대하고각자의사정을나누며‘수억만년이걸’리더라도지속해나가려는의지의영속,그리고‘새로운바람과/비가필요하듯이’‘새로운계절’을요청하며‘당신을맞이하’려는진정이야말로이권시인의시세계가에워싼숨결임이틀림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를이권시인의키워드라고앞에서이야기한것은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세계가존재를자꾸만변두리로내몰며파편화하고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개별적존재의손을잡고소소한일상을함께꾸려가고자하는시인의시적윤리가시편하나하나에선명하게새겨져있기때문이다.이권시인의시와같이차이와불화의감각으로‘아무것도아닌것’을감싸안으며비가시적숨결이닿는이들과의연대를소망하며그것을노래함으로써비상을꿈꾸는일이야말로존재를변두리로내모는세계와길항하는우리가취해야할,삶전반에걸쳐수행해야할진정성의윤리가아닐까.”

이번시집에대해시인자신은“중언부언重言復言여전히말이많아자꾸만실수한다.풍기문란의시간을건너오는동안지은죄끝내발설되지못하고아직도내안에서자기징벌중이다.나의행복이당신의불행이아니었으면좋겠다.”(「시인의말」)고얘기한다.

시인이밝힌것처럼시인은이지옥같은세상에서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야하는당신들을위로한다.그리고시를통해서이를부연한다.“세상에서네가가장소중한존재라는것을/그런너를위해기도하기를/그리하여너의모든꿈이이루어지기를//네가너무외롭지않기를슬프지않기를/너와함께하는모든날이행복하기를//네가사는지붕위에항상따스한/바람이불기를모든이들앞에/네가평등하기를그리고자유롭기를//너의공화국에언제나사랑과평화가함께하기를”(「교연에게」)이라고말이다.

그러니오늘삶이힘들고지친다면잠시앉아이시집이들려주는이야기에귀를기울이는것도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