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혁명하는사람,나잡아봐라끝내도망가는시
박정대의시집『체게바라만세』가달아실출판사의〈달아실어게인시인선〉첫번째시집으로세상에다시나왔다.시집『체게바라만세』는제22회대산문학상수상작으로2014년실천문학사에서처음출간되었는데,아쉽게도절판이된상태였다.달아실출판사박제영편집장은“뛰어난작품임에도불구하고제대로빛을보지못한채절판된시집들을복간하여독자들에게다시돌려주겠다는취지로〈달아실어게인시인선〉을시작하였고그첫번째시집으로박정대의시집『체게바라만세』를펴낼수있게되어무척기쁘고,이기쁨을많은독자들과함께나눌수있기를기대한다”고했다.
『체게바라만세』는‘체게바라만세’를책제목으로삼는바람에무식한정치꾼들에의해블랙리스트에오르기도했지만,실은사회와체제의전복을꿈꾸는정치적혁명서가아니다.오히려대책없고갈데없는낭만주의자오랑캐박정대가꿈꾸는“사랑의혁명혹은혁명의사랑”,“시(문학)의혁명혹은혁명의시(문학)”를보여주는시집이다.시인의말을빌리자면“비현실적사랑의감정혁명서”쯤되겠다.
『체게바라만세』가처음세상에나왔을때,많은평론가와동료시인과언론그리고그보다더많은독자들이세상에없는시집이마침내세상에나왔다며환호했다.당시언론의기사몇개만살펴보자.
“어디에도머물지않는집시의자유롭고비극적감수성이결정을이룬시편들로알알이박혀있다.제도와속박을거부하는영혼의소유자로서‘선동적이고아름다우며서글프고치명적인탈주선에매혹’되게만든다.존재론적숙명과고독,그리고미적세계를보여준다”(이동명,강원도민일보문화부기자)
“리듬감넘치지만고독한방랑의길,베일을드리운환상속으로건너오라는손짓이다”(김재명,동아일보문화부기자)
“작가특유의낭만적감성이애도의감수성과결합하는새로운장면을보여주었고최근시단의기계적이고난해한경향에대한의미있는반격이다.”(대산문학상심사위원단심사평)
시집해설에서시인강정은“박정대의시집은완독이불가능하다.섬세한독해나개념적분별이무용하다.어떤촉각이나예민한호흡안에서손으로훑고눈으로떠낸문장들의일사불란한이동과점성깊은파동에몰두하면그뿐이다.그래서이런시집은늙지도낡지도,잊히거나유명해지지도않는다.그저무던하게자신의삶을살아가는,그러면서그자신삶의힘으로고요하게빛을발하는,‘모두이면서하나’인누군가의눈빛을떠올리게한다.”고했고,표4에서시인리산은“초월적가상의세계에필연적이고불가피하게박정대의시는있다.우리는박정대의시가보여주는선동적이고아름다우며서글프고치명적인탈주선에매혹된다.당신은,나는‘걸어서여기까지모두에게이로운혁명에까지왔다.”고했다.
그리고달아실출판사편집장이기도한시인박제영은이렇게이번복간을“일종의사태”라며다음과같이얘기했다.“나는시를말하려고한다,라고일찍이박정대가말했다.일찍이인터내셔널포에트리급진오랑캐밴드를결성한박정대는담배한대와커피한잔과그리고술한잔만으로세상의모든타락한고리타분한시를혁명했다.〈내청춘의격렬비열도엔아직도음악같은눈이내리지〉에서〈라흐뒤프르콩드네주말하자면눈송이의예술〉까지박정대의시를따라가다보면마침내그런순간이온다.나잡아봐라파르동파르동하는박정대만오롯이남는거다.그러니까박정대는그자체가시다.그러니까나는지금박정대를말하려는게아니라시를말하려고한다.지상에서사라질뻔한〈체게바라만세〉를복간한다고말하는게아니다.지상에서사라져서는안될어떤음악을어떤저녁을어떤풍경을다시불러오겠다고말하고있는거다.”
중언부언이대체무슨소용일까.“시를혁명하는사람,나잡아봐라끝내도망가는시”를두고무슨말을보탤것인가.어불성설이고언어도단인것을.그러니복간을기뻐하며단지독자들의혜안에맡길수밖에.
■시인의말
거칠게말을달려여기까지왔다
말은지치고,허공엔눈발이
눈발사이로는허공이가득하다
검은벨벳옷을입은까마귀가물고온이절의어둠이다
어둠속에서는누군가혁명처럼담배한대를피워문다
호롱불처럼돋아나는저녁이여기있으니
혁명아,한사나흘쉬었다가자
2023년3월,〈이절에서의눈송이낚시〉에서
박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