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바람 같은 존재들을 위한 시인의 칼춤
-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두 번째 작품으로 한승태 시인의 시집 『바람분교』가 출간되었다.
『바람분교』는 2002년 현대문학 시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승태의 첫 시집이다. 2017년 ‘천년의시작’에서 초판을 찍었을 때, 문단은 물론 독자들에게 호평과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절판이 되었다.
달아실출판사 편집장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두 번째 시집으로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얘기한다.
몇 년 전 한승태의 첫 시집 『바람분교』를 읽고, “〈이번 역은 내린천, 내린천역입니다〉라는 문장과 〈이번 역은 텅 빈 바람, 텅 빈 바람역입니다〉라는 문장 사이에서 풍찬노숙하며 수십 년 때를 기다렸으니, 선무당과 야바위와 사이비와 선전과 선동이 자본의 속성임을 일찍이 깨친 그가 비로소 벼리고 벼린 칼을 꺼냈으니, 울울鬱鬱 탕탕蕩蕩 제대로 칼춤을 출 모양이니, 빌어먹을 세상의 누가, 무엇이, 추풍낙엽으로 떨어지게 될까. 그는 지금 우리 안의 괴물들과 싸우는 중이다.”라고 메모를 남겼더랬다.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시집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타까웠다. 마침 〈달아실어게인 시인선〉이라는 복간 시리즈를 구상하던 때라 한승태 시인에게 복간을 제안했고,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대부분의 첫 시집이 그렇듯, 『바람분교』도 하나의 주제로 묶이진 않았다. 한승태 시인이 등단 이후 꾸준히 써왔던 작품들 중에서 엄선한 51편을 4부-〈1부. 너는 내 속에 들어와 심장을 물어뜯었다〉, 〈2부. 소녀는 마침내 별빛 한 장을 넘긴다〉, 〈3부. 당신이나 나는 혁명가를 꿈꾼다〉, 〈4부. 그늘에 누워 뼈를 말리는 망자들〉-로 나누어 구성한 시집은 사랑, 시간, 신화와 죽음, 대칭성이 깨진 현대 산업사회 등의 소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소외, 비참, 결핍, 권태 등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무심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강릉의 이홍섭 시인은 한승태 시인의 시를 ‘결락’을 통해 이렇게 평한다.
“한승태 시인의 시를 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결락’이다.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 나와 당신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결락을 메우기 위해 그의 시는 때로는 폭포처럼 내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전면적인 백기투항을 하기도 한다. ‘어둡고 깊은 우물’과 ‘저 하늘로만 뿌리 뻗는 나무 한 그루’(「정화수」)를 등치시키는 시인의 상상력은 이 결락의 깊이가 빚어낸 장관이다. 시인에게는 이 결락이 더할 수 없는 고통이겠지만, 읽는 이에게는 삶과 세간의 비의를 추체험하게 해주는 묘약이 될 것이다.”
해설은 쓴 황정산 시인은 ‘시간’이라는 틀에서 한승태의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항상 ‘시간이 된다면’이라고 가정한다. 어떤 시간이 오거나 무엇을 할 시간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결핍은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 연기된 시간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끝없이 부추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내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리라 믿게 만든다. 그래서 끝없이 돈을 벌어 끝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결핍과 그 결핍마저 수치화된 시간으로 환원하는 권태만을 느낄 뿐이다.
한승태 시인의 이번 시집은 바로 이 시간의 문제를 아주 서정적인 문체와 구체적이고 생생한 심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우리는 모두 냇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꽃을 꺾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래오래 사랑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연기되고 이 아름다운 서정의 시간마저 점점 지워지거나 잊혀지고 있다. 한승태 시인은 섬세한 필치로 이 사라지는 서정의 순간들을 노래해서 이것들마저 시간의 압박에 놓여 있음을 안타깝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그들의 힘을 우리는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시를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음을 이 시집의 시들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홍섭은 한승태의 시(집)를 “결락의 깊이가 빚어낸 장관”이라 하고, 황정산은 “권태의 근원이 된 자본주의적 시간에 대한 저항의 방식으로 사라지고 있는 서정의 시간을 노래한다”고 평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자기 증식을 하며 인간을 바람 같은 존재로 몰아간다. 어쩌면 한승태의 이번 시집은 그런 바람 같은 존재들을 위무하는 칼춤이고, 울울 탕탕 자본에 저항하는 칼춤이겠다.
-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두 번째 작품으로 한승태 시인의 시집 『바람분교』가 출간되었다.
『바람분교』는 2002년 현대문학 시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승태의 첫 시집이다. 2017년 ‘천년의시작’에서 초판을 찍었을 때, 문단은 물론 독자들에게 호평과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절판이 되었다.
달아실출판사 편집장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두 번째 시집으로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얘기한다.
몇 년 전 한승태의 첫 시집 『바람분교』를 읽고, “〈이번 역은 내린천, 내린천역입니다〉라는 문장과 〈이번 역은 텅 빈 바람, 텅 빈 바람역입니다〉라는 문장 사이에서 풍찬노숙하며 수십 년 때를 기다렸으니, 선무당과 야바위와 사이비와 선전과 선동이 자본의 속성임을 일찍이 깨친 그가 비로소 벼리고 벼린 칼을 꺼냈으니, 울울鬱鬱 탕탕蕩蕩 제대로 칼춤을 출 모양이니, 빌어먹을 세상의 누가, 무엇이, 추풍낙엽으로 떨어지게 될까. 그는 지금 우리 안의 괴물들과 싸우는 중이다.”라고 메모를 남겼더랬다.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시집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타까웠다. 마침 〈달아실어게인 시인선〉이라는 복간 시리즈를 구상하던 때라 한승태 시인에게 복간을 제안했고,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대부분의 첫 시집이 그렇듯, 『바람분교』도 하나의 주제로 묶이진 않았다. 한승태 시인이 등단 이후 꾸준히 써왔던 작품들 중에서 엄선한 51편을 4부-〈1부. 너는 내 속에 들어와 심장을 물어뜯었다〉, 〈2부. 소녀는 마침내 별빛 한 장을 넘긴다〉, 〈3부. 당신이나 나는 혁명가를 꿈꾼다〉, 〈4부. 그늘에 누워 뼈를 말리는 망자들〉-로 나누어 구성한 시집은 사랑, 시간, 신화와 죽음, 대칭성이 깨진 현대 산업사회 등의 소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소외, 비참, 결핍, 권태 등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무심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강릉의 이홍섭 시인은 한승태 시인의 시를 ‘결락’을 통해 이렇게 평한다.
“한승태 시인의 시를 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결락’이다.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 나와 당신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결락을 메우기 위해 그의 시는 때로는 폭포처럼 내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전면적인 백기투항을 하기도 한다. ‘어둡고 깊은 우물’과 ‘저 하늘로만 뿌리 뻗는 나무 한 그루’(「정화수」)를 등치시키는 시인의 상상력은 이 결락의 깊이가 빚어낸 장관이다. 시인에게는 이 결락이 더할 수 없는 고통이겠지만, 읽는 이에게는 삶과 세간의 비의를 추체험하게 해주는 묘약이 될 것이다.”
해설은 쓴 황정산 시인은 ‘시간’이라는 틀에서 한승태의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항상 ‘시간이 된다면’이라고 가정한다. 어떤 시간이 오거나 무엇을 할 시간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결핍은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 연기된 시간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끝없이 부추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내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리라 믿게 만든다. 그래서 끝없이 돈을 벌어 끝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결핍과 그 결핍마저 수치화된 시간으로 환원하는 권태만을 느낄 뿐이다.
한승태 시인의 이번 시집은 바로 이 시간의 문제를 아주 서정적인 문체와 구체적이고 생생한 심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우리는 모두 냇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꽃을 꺾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래오래 사랑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연기되고 이 아름다운 서정의 시간마저 점점 지워지거나 잊혀지고 있다. 한승태 시인은 섬세한 필치로 이 사라지는 서정의 순간들을 노래해서 이것들마저 시간의 압박에 놓여 있음을 안타깝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그들의 힘을 우리는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시를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음을 이 시집의 시들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홍섭은 한승태의 시(집)를 “결락의 깊이가 빚어낸 장관”이라 하고, 황정산은 “권태의 근원이 된 자본주의적 시간에 대한 저항의 방식으로 사라지고 있는 서정의 시간을 노래한다”고 평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자기 증식을 하며 인간을 바람 같은 존재로 몰아간다. 어쩌면 한승태의 이번 시집은 그런 바람 같은 존재들을 위무하는 칼춤이고, 울울 탕탕 자본에 저항하는 칼춤이겠다.
바람분교 (한승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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