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박제영은유기택시인을이렇게얘기한다.“그는개와늑대의시간에산다.그는너스레와고수레사이,몽니와몽리蒙利사이,맷돌과어처구니사이,창과방패사이,칡나무와등나무사이,삵과고양이사이,낭狼과패狽사이,유와류사이,엠마누엘과칸트사이,는개와안개사이,삭朔과망望사이,밀물과썰물사이,비굴과굴비사이,침과시치미사이,블랙홀과화이트홀사이,망원경과현미경사이,돌과달사이,허무와맹랑사이,23쪽과24쪽사이,샘과밭사이에산다.물론정황증거일뿐물증은없다.공개수배를해도그를찾기란바늘구멍에낙타들어가기다.그가세상을어지럽힐위조시집을여러권냈다는소문만파다하다.”(「존말코비치되기혹은노바디―시인유기택」)
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오민석단국대교수는이번시집을“안개도시의안개언어”라함축하며이렇게평한다.“누가뭐래도유기택은춘천의시인이다.그의시선은물에서안개로,안개속으로흐려지거나사라지는것들의뒷모습을향해있다.호반의물안개가피어오를때사물과사람,물과산,산과하늘의경계가흐려지듯,그는세계를구성하는다양한범주들이지워지는것을응시한다.사물들은한순간도멈추어있지않고자신의일부혹은전부를지우면서사라지거나다른것이된다.안개는사물들의그런자기-이별을가장잘보여주는장치이다.세계는이미,항상안개로뒤덮여있으나사람들이그것을보지못할뿐이다.호반의안개는실물로세계의그런속성을설명한다.그러므로유기택에게안개는세계의알레고리이다.그가오랜시간에걸쳐춘천의자연을경험하고그런생각을갖게되었는지,아니면그반대인지는알수없다.경계가흐려질때두가지일이일어난다.그하나는속성의사라짐이고,다른하나는속성의확장이다.사라짐과확장은동시에일어난다.(죽은은유이지만)비둘기가사라지면서비둘기는평화의알레고리가된다.그때사라짐은정확히말해사라짐이아니라변용이자확장이다.세계는사물들의이런운동으로가득차있다.심지어죽음조차도사라짐으로끝나지않는다.죽음은형태변용metamorphosis의다른이름이고,모든존재는변용을통해다른것으로확장된다.”
꽃이피는동안
네가웃는동안
눈물한방울굴러떨어지는동안
하늘환해지는그동안
빗물걷히는동안
아무일없이
네가웃는동안
―「금어기禁語期」전문
“‘동안’은‘즈음’처럼과정의시간이고비결정의시간이다.‘동안’은여기에서저기로,이것에서저것으로,가거나오거나하는시간이고,무엇-되기의시간이며,아직아무것도결정된것이없으므로,변용,생성의시간이다.시인은명쾌한것,환하게밝은것,규정되고결정된것,딱딱해서바뀌지않는것을좋아하지않는다.‘좋아하지않는다’고말했지만,사실이것은시인의취향이라기보다는세계관이다.시인이볼때,세계는규정할수없으며,규정한다고해서규정되지않는다.세계는한순간도멈춰있지않으며다른어떤것으로끊임없이변하고있다.세계는항상어떤‘동안’의계기속에있다.안개는그런‘동안’과‘즈음’과‘과정’의크로노토프chronotope이다.이시집은‘이미앎’의허위를까발리고‘아직모름’의안개속으로걸어들어간다.거기에호기심과기대와설렘과생명의언어가있다.”
이번시집에대해시인자신은“환했다.너무환했다.세상의저녁은,다알겠다는말보다조금더환했다.딱,살고싶은만큼어두웠다.손이조금떨렸다.용서하시라.환했다.”(「시인의말」)고얘기한다.안개속에서시인은“환하다는말이왜희망적이지않은가에대하여골똘”히생각하다가“비었다는말과환하다는말이”같은말인것을깨닫고는“더는그런것을궁금해하지않기로했다”(「환한저녁」)고한다.
춘천은안개도시다.적어도시집『환한저녁』에등장하는춘천은그런도시다.그리고그안개도시를살아내야하는일은마침내텅빈쓸쓸함,환한저녁을견디는일이라는것을시인은쓸쓸하게그러나덤덤하게그려내고있다.그렇다면,세상은온통안개도시춘천이겠다.세상을살아내는일이결국환한저녁을견디는일이겠다.
■시인의말
환했다.
너무환했다.
세상의저녁은,다알겠다는말보다조금더환했다.
딱,살고싶은만큼어두웠다.
손이조금떨렸다.
용서하시라.
환했다.
2023년
유기택